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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천재 딸이 생겼다-1화 (1/200)

제1화

“이걸로 끝인가.”

칼라사르 가문의 막내, 에탄이 감았던 눈을 떴다.

화르륵!

그러자 불타는 가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

에탄이 잿가루를 날리는 본가의 건물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정말 끝이구나….”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전부 죽었다.’

마물과 야만족. 북부 너머에 있는 놈들의 시체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버지도… 발헬름도… 집사도.’

다만, 거기에는 에탄과 같이 생사를 함께 하던 자들도 포함됐다.

칼라사르 가문의 가주 지오반부터 시작해서, 에탄을 보좌하는 집사 세바스찬까지.

“모두 죽었군.”

그들은 북부를 넘어온 야만족과 마물들을 상대하다가 명을 다했다. 칼라사르 가문의 부지에서 말이다.

-끼에엑!

그렇게 참혹한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자.

에탄이 서 있는 복도 안쪽으로 마물의 괴성이 들려왔다.

쿵… 쿵… 쿵!

이어서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지고.

-…크르르…

온몸에 피를 묻힌 마물이 에탄의 눈앞에 나타났다.

“…….”

하나. 에탄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칼라사르 가문은 마물의 소굴로 변한 지 오래니까.

‘나도 곧 따라가겠지.’

그리고 자신 또한 먼저 간 가문의 일원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끼엑!

그때. 마물이 다시 한번 소리를 내질렀다.

이어서 에탄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하.”

그러나 에탄은 움직일 수 없었다.

수많은 마물과 야만족을 상대하면서 체력을 너무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놈들과 전투를 치르면서 입은 상처도 심각한 상태였으니.

“내가 먹잇감이 되었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불리한 건 자신이라는걸.

에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내가 만만해 보이겠지.”

에탄이 놈의 여유를 보고 헛바람을 내뱉었다.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음걸이. 누가 봐도 사냥감을 노리는 압도적인 포식자의 자세였다.

‘마물 주제에.’

에탄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자신 또한 곧 죽을 운명이라고 하지만.

“가더라도 혼자는 가지 않는다.”

저승길에 데려갈 마물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우우웅…!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탄이 몸 안에 있는 ‘오러’를 뿜어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오러 기사의 경지에는 올랐구나.”

에탄이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를 느끼고 얕게 웃었다. 그동안 죽어라 수련을 해도 오르지 못했던 경지였다.

‘내가 조금 더 일찍 망나니에서 벗어났다면. 조금은 달라졌겠지.’

기쁘기도 했지만 비참하기도 했다.

조금 더 빨리 깨우쳤다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테니까.

‘후회스럽구나.’

동시에 망나니처럼 살았던 과거의 자신을 자책했다.

2년. 아니 1년만 더 일찍 정신을 차리고 검술에 매진했었다면.

‘가문의 몰락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가문의 운명을 바꾸는 게 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끼엑… 끼에엑!

에탄의 갑작스러운 오러에 마물이 몸을 움찔했다. 설마 다 죽어 가던 먹잇감이 저런 힘을 가지고 있을 줄은, 녀석조차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끼에엑!

하지만 놈은 물러나지 않았다.

에탄은 이미 죽기 직전의 상태니 자신의 힘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제아무리 오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

에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막 오러를 깨우친 상태이기에, 오러의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걸.

그래서 놈의 팔이라도 잘라 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결전에 임하려는 순간.

…파아아앗!

“…무슨?”

에탄이 손에 들고 있는 애검 ‘아린’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에탄이 뿜어내는 오러에 스며들더니.

파아앗!

오러의 크기가 순식간에 세 배 이상 커졌다.

“이게… 아린의 힘?”

에탄이 환하게 빛나는 자신의 애검 ‘아린’을 쳐다봤다. 검 전체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오러가 아니다.’

에탄이 그 광경을 보고는 넋을 놓았다.

고작 오러를 가지고는 만들 수 없는 기운이 아린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씨익.

그걸 통해서 에탄은 깨달았다.

아린이 자신을 위해서 힘을 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즉. 전설의 명검인 ‘아린’과 교감을 하는 데 성공한 거였다.

-끼엑!

그때. 마물이 에탄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마기를 뿜어내면서 에탄에게 달려드는 순간.

부웅!

에탄이 있는 힘껏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검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이, 놈의 목을 깔끔하게 절단해 버렸다.

…쿵!

목이 날아간 놈이 보라색 피를 뿜어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털썩!

에탄이 그런 놈을 멍하니 바라봤다.

“커헉!”

그러다가 이내 피를 토하고.

댕그르르!

손에 쥐고 있던 자신의 애검을 놓쳐 버렸다.

“아아….”

그 후 이리저리 비틀거리다가, 놈처럼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끼에엑!

그렇게 힘을 다하자, 복도 너머에서 또 다른 마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이구나.’

에탄은 죽음이 다가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더 일어나서 싸울 힘도, 검을 잡을 의지조차 없었다.

‘돌아가고 싶다.’

그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철없는 망나니로 살았던 지난날이 너무 후회스러웠으니까.

쓰르륵…

가벼웠던 에탄의 눈꺼풀이 물을 먹은 것처럼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내 시야가 완전히 잠기려는 찰나.

파아앗!

에탄의 애검 ‘아린.’이 환한 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콰아아앙!

가문의 건물이 날아갈 정도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허억!”

에탄의 눈이 자동으로 뜨였다.

“여기는…. 내 방이잖아?”

그리고 익숙한 천장이 에탄의 눈에 들어왔다.

* * *

칼라사르 가문은 북부에 있는 귀족가 중에서, 제법 힘 있는 위치에 있는 명문가다. 덕분에 척박한 북부에서도 제법 부유하게 ‘살았었다.’

“…….”

마물과 야만인들이 북부를 침략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쓰윽.

에탄이 침대에서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방이 멀쩡하다.’

이어서 주변을 살펴봤다.

화려한 보석들이 박혀 있는 가구부터 시작해서.

창문의 햇빛을 가려 주는 하얀색 커튼까지.

모든 게 제 자리에 온전히 있었다.

‘게다가 조용하기까지.’

그리고 귀가 평화로웠다.

‘뭐지?’

마물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하지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 딱 하나 있었다.

‘회귀했나?’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고 가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이 평화로운 적막함도 멀쩡한 방의 모습도 말이다.

벌떡!

에탄이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 후 문 옆에 있는 거울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하.”

33살. 에탄이 죽기 전 나이다.

20대와 비교하면 바로 티가 날 정도로 시간에 차이가 컸다.

그런데.

‘돌아왔다.’

거울에 비치는 에탄의 얼굴은 20대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고운 피부와 날카로운 눈매.

‘…이 빌어먹을 몸뚱이도 오랜만이네.’

그리고 툭 튀어나온 술배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게 30살이니까…. 이건 과거의 몸이 확실해.’

20대 시절의 에탄은 게으르고 나태했다.

심지어 성격도 더러워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에탄은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철이 덜 들어도 너무 덜 든 시절이었다.

‘얼굴은 이때가 더 좋았네.’

그나마 자랑할 게 있다면 에탄의 외모였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형편이 없었지만.

에탄의 얼굴은 ‘상당히’ 봐 줄 만했다.

관리를 크게 안 한 상태임에도 말이다.

“음. 고놈 참 잘생겼구만.”

그렇게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탁!

에탄이 거울에서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끼익.

그 후 네모난 창문을 열자, 가문 내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들이 훈련하는 연무장부터 시작해서, 가문 입구에 있는 큰 분수대까지.

‘이렇게 휘황찬란했던 곳이 순식간에 파괴됐지.’

모든 게 마물이 침략하기 전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에탄이 멍하니 쳐다봤다.

짝!

이어서 자신의 뺨을 스스로 때렸다.

모든 힘을 다해서 말이다.

“아오!”

그러자 얼얼한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비명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한 거나 마찬가지이니라.

“진짜 돌아왔네.”

에탄이 벙찐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뺨을 때려서 그런지 손바닥이 빨갛게 변해 있었다.

“하…. 하하!”

에탄이 자신의 빨개진 손을 보고 웃음을 내뱉었다.

누군가는 이런 에탄을 미친 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하.”

에탄의 웃음에는 제법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문의 최후까지 직접 경험을 했으니까.

지금 이 상황이 복잡하고 미묘한 게 당연했다.

‘내가 막는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결코 마물 놈들의 손에 가문을 넘기지 않을 거라는 거였다.

‘전생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어.’

오러. 마지막에는 무려 오러 기사의 경지까지 올랐다.

찰나의 순간이기는 했지만, 에탄은 그때의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린이를 통해서 느꼈던 그 힘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전설의 명검이라 불렸던 아린이의 숨겨진 힘.

에탄은 그 힘만 다시 얻어낸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일단 살부터 빼야겠지.’

물론. 지금 당장은 오러를 사용하는 것도, 아린이를 이용해 각성을 하는 것도 무리였다.

오러 하트가 존재하지 않기도 할뿐더러, 억지로 만들 수도 없는 녀석이니까.

그러니 최대한 빨리 몸을 만들어야만 했다.

오러는 그다음 문제고 말이다.

쓰슥…

그때. 에탄의 뒤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획!

에탄이 그 미묘한 소음을 듣고 몸을 뒤로 돌렸다.

동시에 본능적으로 전투 자세를 취했다.

“…뭐지?”

하지만 에탄의 눈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20대 시절 자신의 방에 있던 가구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분명 뭐가 움직였는데.’

전생에 자신이었다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2회차 인생인 에탄은 달랐다.

그동안 쌓아 왔던 전투 감각을 통해,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의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쓰윽!

그 순간 다시 한번 에탄의 귀에 소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이불이 꿈틀거리는 게 시야에 발견됐다.

탁!

에탄이 그걸 확인하는 순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불을 걷어냈다. 그 후 문 쪽으로 다리를 움직이면서 거리를 벌렸다.

“누구…. 음?”

이어서 미지의 침입자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어린아이?’

에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새근새근.

이불 안에 한 여자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편안해 보이는 파란색 비단옷을 입은 채로 말이다.

‘…이 아이는 도대체 뭐야?’

에탄이 아이를 보고 재빠르게 자신의 과거를 훑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비록. 망나니로 살기는 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애가 있었다면 가문에서 진작에 쫓겨났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평생 햇빛을 못 봤을 수도 있다.

‘그럼 얘는.’

그렇다면 지금 내 침대에서 자는 저 어린 소녀는 누구인가?

에탄은 그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기억에 없는데.’

자신도 모르는 애였으니까.

“으음….”

그렇게 에탄이 혼돈에 빠져 있을 때.

이불을 빼앗긴 소녀가 몸을 움찔했다.

“…….”

쓰윽.

에탄이 그 모습을 보고는 강탈한 이불을 집어 들었다. 이어서 조심스럽게 소녀의 몸에 올리려는 순간.

“움?”

소녀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동시에 이불을 덮어 주려던 에탄과 눈이 마주쳤다.

“…….”

에탄이 그 상태에서 소녀의 얼굴을 훑어봤다.

겉모습만 봤을 때 나이는 5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친구였다.

‘그리고 백발이네.’

게다가 에탄과 똑같은 백발의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길이의 다름만 있을 뿐, 느낌은 상당히 흡사했다.

“넌 누구니?”

도대체 이 아이는 누구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진 채 에탄이 질문했다.

“저요?”

소녀가 에탄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응.”

에탄이 그런 소녀를 향해 무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

빠아아안.

소녀가 에탄의 답에 두 눈을 끔뻑였다.

그 후 침대에서 일어나 에탄을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헤헤.”

씨익.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웃지만 말고.”

만약 다른 사람이 소녀의 얼굴을 봤다면 호들갑을 떨었을 정도로, 귀여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에탄한테는 예외였다.

자신의 생사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이름이라도 알려 줄래?”

그래서 소녀를 향해 두 번째 질문을 이어 나갔다.

“이름…. 이르으음…. 아!”

소녀가 그 말을 듣고는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이어서 ‘헤’ 소리를 내고는.

“이름이 기억났어요! 저는 아린이에요! 아빠!”

해맑은 표정으로 에탄의 질문에 답했다.

그 순간 에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아린은.

‘내 애검이잖아?’

자신이 전생에 사용했던 검에게 붙여 준 이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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