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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300화 (외전 2화) (299/299)

300화

외전 2화. 몰랐던 재능(2)

2인이 팀을 짜서 진행하는 팀전 모드로 플레이를 펼치게 된 이연과 여솜.

초반에는 그래도 게임을 줄곧 플레이해 본 여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생존 플레이어가 70여 명 정도 남았을 때.

“앗……!”

이연의 캐릭터와 같이 차에서 내려 건물로 걸어가던 여솜의 캐릭터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연이 부활을 시도하기 위해 다가가려고 했으나.

근처에 수류탄이 날아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다.

조금만 더 멀리 날아왔더라면, 이연의 캐릭터마저도 여솜과 같은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연아. 이거, 나 가지고 너까지 유인하려는 하는 거 같으니까 건물에 들어가 있어.”

이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이연의 뒤를 따라 건물 안 쪽으로 기어가려고 했던 여솜이었지만.

결국 HP가 제로가 되면서 탈락 처리되었다.

MC와 해설자, 그리고 화면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입에서 동시에 탄식이 쏟아졌다.

“여솜 씨가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아웃되셨네요.”

“그러게요. 설마 저기서 저격이 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프로들도 보기 어려운 각이죠. 이제 이연 씨 혼자 남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2인 팀전에서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건 상당히 큰 디메리트다.

그렇다고 게임을 다시 하기에는 애매했다.

어떻게든 한 명만 살아남아서 1위를 차지하면 되는 게임이니까.

건물 안에 들어간 이연은 빠르게 파밍을 시작했다.

옆에서 이연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여솜이 손으로 자신의 캐릭터가 쓰러진 방향을 가리켰다.

“나, 탄창하고 회복템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내 것도 파밍해. 레어 등급 헬멧도 있으니까 그것도 꼭 챙기고.”

“알았어.”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이연은 입구와 반대 방향으로 연막탄을 던졌다.

그러자 MC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의아함을 드러냈다.

“이연 선수, 여솜 선수 템 파밍하려면 입구 쪽으로 연막탄을 던져야 하지 않나요? 그래야 이연 선수 노리고 있는 플레이어가 쉽게 저격을 못할 텐데.”

해설자가 대신 MC가 놓친 부분에 대해 설명해 줬다.

“상대도 템 파밍하려고 이연 선수가 연막탄을 던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연 선수가 일부러 페이크를 주려고 반대쪽으로 연막탄을 던진 거 같네요. 상대 플레이어는 연막탄 터진 방향 보고 이연 씨가 뒤쪽으로 몰래 빠져나가려고 생각하고 저쪽으로 총구를 겨눌 테니까요.”

“아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해설자의 말대로, 이연이 연막탄을 던진 방향으로 다수의 총알과 수류탄이 날아들었다.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그사이, 이연은 자세를 낮추고 몰래 입구로 나가서 여솜이 가지고 있던 템들을 파밍했다.

“이연 선수! 파밍하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에요! 아마추어의 실력이 아닌데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총기류에 맞는 탄환만 콕콕 찍어서 재빨리 챙겼다.

프로 못지않은 파밍 속도를 뽐낸 이연은 곧장 바이크를 타고 위험지역을 벗어났다.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연의 놀라운 플레이에 환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남은 생존자는 이제 10명뿐이었다.

타앙-!

이연이 추가로 또 한 명의 플레이어를 사살하면서 생존자의 숫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이연 선수! 벌써 5킬째입니다!”

“제가 듣기론 이연 씨가 이 게임 본격적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한 지 고작 1주? 그것밖에 안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재능의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이연은 이 세계로 넘어오고 나서 줄곧 가수가 되어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향해 달려왔다.

게임이라든지. 다른 취미 생활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연은 게임을 거듭할수록 묘한 재미를 느꼈다.

남은 생존자는 단둘.

상대는 이연보다 3티어 높은 계급을 지닌 플레이어였다.

실력으로 보면 당연히 이연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이연 선수! 상대방의 위치를 먼저 알아차렸습니다!”

“아, 이러면 저쪽이 더 다급해질 수밖에 없죠!”

정보전에서 크게 뒤처지면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연은 적의 위치를 알고 있는데, 상대방은 이연이 어디에서 은폐 엄폐를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바짝 엎드린 채 줌을 당기는 이연.

그녀의 시선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짧게 클릭하자.

탕-!

단발의 총성과 함께 총알이 상대방 캐릭터의 머리를 관통했다.

[Head shot!]

[권이연 님이 최후의 생존자가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연의 우승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게임이 종료되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녀의 1위.

이연조차 몰랐던 재능이 눈을 떴다.

* * *

이연이 게임 이벤트 현장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이 한동안 커뮤니티들을 뜨겁게 달궜다.

일대일 상황에서 마지막에 헤드샷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은 이틀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길 정도로 회자가 되었다.

하니엘에 관련된 영상도 아니고. 그저 이연이 게임을 할 뿐인 영상만으로 이렇게 많은 조회 수를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덕분인지 이연은 게임사로부터 추가로 섭외 요청을 받게 되었다.

박도수 매니저가 이연과 여솜에게 일정 정보를 알려줬다.

“다음 달 초에 정식 대회가 열린다고 하더라.”

“그럼 저희가 거기에 가는 거예요?”

여솜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프로게이머들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가득 차올랐다.

반면, 이연은 여솜처럼 그렇게까지 기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여러 개의 일정 중 하나로만 보고 있을 뿐. 여솜처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이연과는 달리, 그녀의 출연이 공개되자마자 유저들은 크나큰 관심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연이 게임 행사에서 보여줬던 그 실력이 과연 진짜인지. 혹여나 조작한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다는 여론도 컸다.

이런 점들이 이연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박도수 매니저가 이연에게 슬쩍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가서 1등 하고 오면 어때?”

그러나 여솜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건 힘들 거라는 의견을 먼저 제시했다.

이유가 있었다.

“프로게이머들하고 같이 개막전 이벤트 하는 건데. 이번에는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아, 프로게미어들하고 하는 거였어?”

“네. 제가 알기론 그래요.”

“그럼 여솜이 말대로 힘들겠네.”

이연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다만 이연의 게임 실력은 프로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승부욕만큼은 자신 있었다.

“여솜아. 오늘부터 훈련하자.”

“무슨 훈련?”

“게임 말이야.”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 * *

개막전이 열리기 전.

다양한 행사들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행사라고 한다면 역시 이연과 여솜이 출연하는 코너였다.

이연과 여솜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게임 캐스터가 그녀들을 보고서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을 직접 보니까 제가 다 떨리네요.”

캐스터 입장에서는 여기가 주 무대일 텐데. 하니엘 앞에서는 사심 가득한 한 명의 팬일 수밖에 없었다.

캐스터뿐만 아니라 프로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들 몇몇도 하니엘을 향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짧은 토크를 마친 뒤.

오늘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이벤트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전에 캐스터가 관객들에게 이벤트 게임의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게임은 4인 모드로 진행됩니다. 이연 씨하고 여솜 씨 팀에는 지난 시즌 우승팀 멤버였던 성진호 선수와 홍민섭 선수가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두 사람 다 하니엘의 열혈팬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선수들끼리 서로 이연 씨, 여솜 씨하고 같은 팀 하고 싶어서 대기실에서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해설자가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자, 객석에서 한 차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과연 하니엘 팀이 우승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첫 총격전이 펼쳐집니다!”

첫 대결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하니엘 팀이 맡았다.

치열한 총격전이 펼쳐진 끝에 겨우 상대팀을 제압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하니엘 팀.

그러나 이들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작부터 성진호 선수가 아웃되었네요. 홍민섭 선수가 하드캐리를 하지 않는 이상, 우승은 힘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만…… 유동준 해설위원은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아까 이연 씨 샷을 보니까 오히려 이연 씨가 끝까지 살아남으면서 홍민섭 선수를 보조해 주면 하니엘 팀이 무난하게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현역 해설자조차 이연의 샷발을 인정할 정도였다.

그의 예상대로, 게임이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와중에 여전히 하니엘 팀은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아웃된 성진호 선수가 민망해할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 중이었다.

하니엘 팀의 예상외의 선전 때문일까.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하니엘 팀을 봐주고 있었던 다른 팀들이 본격적으로 이들을 저격하기 위해 나섰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알과 수류탄들.

“여솜 씨하고 홍민섭 선수가 나란히 아웃되었습니다!”

“이연 씨 피해도 만만치 않네요. 회복 템도 없고. 진퇴양난입니다.”

“남은 플레이어는 다섯 명. 팀은 셋!”

이연은 나무 뒤에 바짝 웅크린 채 상황을 주시했다.

이연까지 포함해서 총 세 팀이 살아남았다.

혼자 남은 이연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하나뿐이다.

‘두 팀이 서로 싸우게 만들어야 해.’

결단을 내린 이연이 수류탄을 멀리 던졌다.

그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던 팀원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던 팀과 자연스럽게 교전이 펼쳐졌다.

“이연 선수! 수류탄으로 두 팀이 서로 싸우는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좋은 플레이네요!”

이연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복수의 프로게이머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다.

두 고래가 싸우는 틈을 노려 이연은 자리를 이동했다.

치열한 교전 끝에 겨우 한 팀이 살아남았다.

이때, 이연이 총구를 겨눴다.

다다다다다-!

연발로 난사를 펼치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플레이어를 노렸다.

이연의 몰아치는 플레이에 상대방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웃입니다! 하니엘 팀의 최종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놀랍네요! 설마 이벤트전에서 이렇게 흥미진진한 게임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관객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게임이 마무리되고, 캐스터가 중계석에서 나와 이연과 여솜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연 씨. 실력이 예사롭지가 않던데요? 아까 보니까 팀 감독님들도 이연 씨 플레이를 집중해서 보고 있던데. 혹시 프로로 전향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이연은 캐스터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게 제일 좋아요.”

그녀에겐 게임보단 역시 가수가 체질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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