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96화 (295/299)

296화

제84화. 완벽한 무대(3)

장내의 모든 불이 꺼지고, 하니엘의 첫 데뷔곡이었던 ‘HUG’ 반주가 흘러나오자 한 줄기 조명 빛이 무대 가운데를 비쳤다.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옅게 깔린 그 사이로 하니엘 멤버들이 아래에서 서서히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대형 화면이 멤버들의 모습을 잡자, 팬들의 환호성이 배로 커졌다.

하니엘의 시작을 알리는 건 늘 그렇듯 이연의 몫이다.

리프팅 장치가 무대와 완전히 수평이 맞춰지자, 이연이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지친 그대를 안아줄게요.

HUG.

내게로 와요.

HUG.

팬들이 큰 목소리로 ‘HUG’를 따라 외쳤다.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장 분위기에 하니엘 멤버들은 순식간에 압도되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다시 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니엘이니까.

멤버들이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대기 중이던 백댄서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멤버들에게 붙어서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안무를 선보였다.

무대감독도, 음향 팀도, 스태프들도. 그리고 오채일 대표를 비롯한 LC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들도 바짝 긴장한 얼굴로 무대를 지켜봤다.

진세혁 프로듀서가 이연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채일 대표에게 자신의 생각을 흘렸다.

“저 팀에 연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연이뿐만이 아니지. 모두가 다 하니엘 멤버로 있어준 덕분에 이런 감동적인 순간이 찾아오게 된 거야.”

확실히 하니엘 데뷔 초기에는 권이연 원맨팀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었다.

아니, 굉장히 자주 나왔다.

SSS 당시부터 이연은 늘 중심에 서서 팀을 이끈 핵심 멤버였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말은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이연뿐만 아니라 멤버 개개인의 평가도 같이 올라가 있었다.

이연과 함께 그룹을 짜서 활동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연은 팀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방향을 지시해 주고. 멤버들은 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힘이 되어줬다.

그녀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 넓은 장소에서 첫 단독 콘서트까지 여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연 본인도 늘 팀워크를 강조했다.

그녀가 아무리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한들, 완벽한 무대는 완성되지 않으니까.

같이 무대에 서는 멤버들, 백댄서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스태프들과 팬들까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이 순간이 최고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하니엘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오채일 대표는 벌써부터 그녀들의 행보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 * *

앞선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하니엘 멤버들은 MC 타임 겸 잠시 목을 축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둘, 셋!”

“여러분들의 천사, 하니엘입니다-!”

평소에 방송에서 자주 하던 단체 인사인데. 오늘은 유독 힘이 넘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하니엘만을 보기 위해 찾아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실에서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긴장했는데, 무대로 올라오고 나니까 긴장감 대신 기쁨과 신남, 벅참, 그리고 진한 감동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연조차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펼친 적은 별로 없었다.

진행자는 따로 없이 그녀들끼리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토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멤버들끼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걱정이 앞섰는데.

그간 많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멘트 치는 실력을 다져온 이연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리샤 씨는 어땠어요? 처음 이렇게 저희끼리 콘서트 열게 되었는데.”

“아직도 꿈만 같아요. 저, 지금 자고 있는 거 아니죠?”

“제가 꼬집어줄까요?”

진짜로 꼬집을 생각인지 이연이 손까지 들어 올리자, 리샤가 기겁을 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 싫어요! 엄청 아프게 꼬집잖아요! 저번에 이연 졸려서 이연 씨한테 제 허벅지 한번 꼬집어달라고 했다가 너무 아파서 울 뻔했다니까요!”

“그래도 덕분에 잠은 확실히 깼잖아요.”

이렇게 말하니 리샤 입장에서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어서 그렇다

이연은 다음으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시우에게 말을 붙였다.

“시우 씨. 오늘 엄청 긴장하고 있네요.”

“제, 제가요?”

멤버들 중에서 가장 긴장하는 사람이 시우였다.

그래서 이연은 시우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최대한 말을 붙이려 노력했다.

“앞으로 몇 시간 동안 계속 공연해야 하니까 긴장 풀어요. 아셨죠?”

“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다른 멤버들에게도 일일이 멘트를 건네면서 짧은 토크를 마친 이연이 팬들에게 외쳤다.

“곧바로 다음 무대 보여 드릴게요!”

신이 잔뜩 난 이연의 외침에 팬들도 환호로 보답했다.

아직 이들에게 보여줄 무대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일까. 이연의 움직임은 유독 가벼워 보였다.

역시.

‘나는 무대 체질이야.’

또 다른 삶을 산다 할지라도 그녀는 계속해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 * *

하니엘의 첫 게스트 무대를 꾸미게 된 팀은 혜원이 이끄는 아이비제이였다.

아이비제이의 등장에 현장 분위기가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베테랑 걸 그룹답게 어떻게 하면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하니엘 멤버들도 선배들의 무대를 보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서 그럴 수가 없었다.

곧바로 다음 차례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다음은 이연과 황채린, 그리고 앤서의 순서다.

원래 이연은 황채린만 섭외할 생각이었는데, 앤서가 자신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그녀도 이번 이연의 솔로 무대에 함께하기로 했다.

앤서가 담당하기로 한 악기는 어쿠스틱 기타였다.

스태프가 무대에 오를 세 여자를 찾았다.

“피아노는 다 설치되었고요. 기타는 앤서 씨가 챙기기로 하셨다고 들었는데…….”

“네. 여기 있어요.”

앤서가 자신이 애용하는 어쿠스틱 기타를 직접 가져왔다.

“그럼 바로 올라가실게요.”

“네!”

무대에 올라서기 전에 황채린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연과 앤서는 그녀의 행동에 커다란 물음표를 띄웠다.

황채린이 왜 손을 앞으로 내밀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하니엘분들, 무대 오르기 전에 이렇게 파이팅 외치고 올라가시잖아요. 저희도 그거 해야죠.”

한번 해보고 싶었다.

기대감에 가득 차오른 황채린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냥 올라가자는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연이 먼저 황채린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앤서도 그녀들을 따라서 손을 올렸다.

“하나, 둘, 셋!”

“파이팅-!”

속이 후련하다는 황채린을 필두로 이연과 앤서가 각각 자신의 등장 위치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앤서는 왼쪽 끝에서, 황채린은 반대쪽인 오른쪽 끝에서 등장할 예정이었다.

이연은 무대 뒤쪽에 배경으로 설치되어 있는 커다란 화면 뒤로 이동했다.

가장 먼저 황채린이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한발 먼저 콘서트 장에 울려 퍼졌다.

그런 뒤에 앤서가 기타를 들고 등장해 맞은편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아우러져 듣기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이후에 대형 화면이 좌, 우측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 사이로 이연이 천천히 걸어 나오자, 현장은 다시 한번 팬들의 환호성으로 감싸였다.

걸파이트 시즌 2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하니엘, 샤이걸스 리더들의 합동 공연.

여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연주 실력까지 더해지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공연이 완성되었다.

이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피아노, 기타 연주와 팬들의 벅차오르는 마음을 달랬다.

조용히 무대를 지켜보던 이연의 어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훔치면서 딸의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주형운과 양인박은 벌써 눈물범벅이었다.

펑펑 우는 친구들의 모습에 권민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일침을 가했다.

“왜 울고 그러냐.”

“그러는 너는. 너도 울고 있잖아.”

“나, 난 안 울었어!”

말은 그렇게 해도, 권민준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 자국이 당당하게 자리 잡은 상태였다.

누나가 가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왔던 권민준.

그렇다 보니 이 노래를 듣고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권이연의 모습은 그녀가 그토록 바랐던 꿈이자 이상향이니까.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이 순간.

이연의 가족뿐만 아니라 객석을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은 하니엘의 팬이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 * *

이연의 솔로 무대와 동시에 하니엘의 무대가 추가로 몇 차례 이어졌다.

이후에 두 번째 게스트 팀이 무대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릴리에나입니다!”

걸파이트 시즌 2 우승팀인 릴리에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방송이 끝난 이후 처음으로 공식 팀명을 달고 무대에 올랐기에 이 자리가 더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었다.

릴리에나는 아직 하니엘처럼 스스로 멘트를 주고받고 하면서 토크를 이어나갈 만한 역량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연이 특별 MC를 맡았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해볼까요?”

“네!”

조이주를 필두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마지막은 리더인 최솔림이 맡았다.

“안녕하세요. 리더를 맡고 있는 최솔림입니다. 저희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콘서트에 초청받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요. 열심히 할 테니까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니엘 팬들 역시 릴리에나를 뜨겁게 환영했다.

특히나 최솔림의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그녀는 SSS 시즌 2에 출연할 때부터 이연과 자주 엮이곤 했었다.

그 영향이 팬들의 함성으로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이연이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조로 말했다.

“선배들 콘서트라고 아까 시우처럼 너무 얼어붙어 있진 마세요. 아셨죠?”

“네, 선배님!”

“그럼 릴리에나의 무대를 만나보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릴게요!”

계단으로 내려가기 직전까지 이연은 잊지 않고 릴리에나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보냈다.

오늘을 위해 릴리에나는 하니엘 멤버들보다도 더 오랫동안, 그리고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만 봐도 이연은 그녀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많이 긴장될 텐데도 불구하고 릴리에나는 깔끔하게 자신들의 시간을 완벽하게 꾸며냈다.

‘파이널 라운드 때보다도 더 잘하는 거 같은데?’

만약 서윤철 PD가 릴리에나의 지금 무대를 봤었다면, 내심 아쉬워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렇게 더 잘할 수 있었으면서. 왜 파이널 라운드 때에는 그러지 못했냐고 말이다.

물론 그때는 첫 생방송 무대였으니까. 숙련도에 따라 퀄리티가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릴리에나 멤버들.

이연은 그런 멤버들과 일일이 손뼉을 마주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너무 잘했고 고생했어. 그리고 고마워.”

“아니에요, 선배님!”

“나중에 또 이런 자리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기운 넘치는 후배들의 모습에 이연은 자신도 더 잘해야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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