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94화 (293/299)

294화

제84화. 완벽한 무대(1)

하니엘의 첫 단독 콘서트까지 이제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큰 무대를 가지기 전에 이연은 오랜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본가를 찾았다.

간만에 딸의 얼굴을 본 엄마의 얼굴에 미소 꽃이 한가득 피어올랐다.

“내 딸! 어서 오렴. 세상에. 왜 이렇게 말랐니?”

“이 정도면 아이돌 중에서는 평균이에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거 봐봐. 뼈밖에 없잖아.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응?”

“먹어요. 식단 조절만 좀 하고 있을 뿐이에요.”

연예인이니까 몸매 관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욕심 같으면 살을 더 찌우게 만들고 싶지만, 그건 오히려 딸을 방해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고. 엄마는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연은 그런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힘껏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요. 어디 가서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요.”

오히려 연습생 때보다 수입이 압도적으로 늘어서 마음만 먹으면 먹고 싶은 것들 다 먹으며 지낼 수 있다.

단지 돈은 남아도는데, 쓸 시간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이연은 주로 가족들에게 돈을 많이 보내는 편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런 거기도 했다.

한편, 누나가 왔다는 소식에 권민준도 얼굴을 비췄다.

“누나 왔어?”

남동생 한 명만 있던 게 아니었다.

권민준 패밀리라고 불리는 주형운과 양인박도 차례로 이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님! 오랜만입니다!”

“티비에서 누나 모습 항상 잘 보고 있어요! 근데 역시 실물이 제일 예쁘시네요!”

이연은 두 사람의 칭찬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시끄럽고. 콘서트 티켓 필요하다고 했지? 구해왔으니까 꼭 오도록 해.”

“감사합니다!”

데뷔 초부터 이연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응원군으로 활동했던 권민준과 친구들에게 이런 식으로나마 보답을 하기로 했다.

콘서트 티켓을 받자마자 주형운이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아니, 글쎄 티켓 예매 시작되고 나서 30초 만에 바로 매진되었더라고요. 표가 빨리 나갈 줄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1분도 안 되어서 다 나갈 줄은 예상도 못했어요.”

“그런 것까지 다 예상했어야지. 자칭 아이돌 박사가 그걸 놓치면 어쩌자는 거야.”

“하…… 그러게요. 이제 감 다 죽었나 봐요.”

약한 척을 하는 주형운의 모습에 이연은 피식 웃었다.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이번 하니엘 단독 콘서트 티케팅은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었다.

하니엘의 인기를 감안한다 치더라도 이렇게까지 경쟁이 심할 줄은 회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콘서트장으로 잡은 장소가 작은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객석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

이에 관한 기사들도 연일 쏟아졌다.

아이비제이조차도 첫 콘서트 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매진을 기록한 적은 없었는데.

이쯤 되니 이제는 아이비제이의 뒤를 이어 하니엘이 4세대 최고의 걸 그룹으로 올라선 게 아니냐는 여론도 조성되기 시작했다.

잘 나가든 딸의 행보에 엄마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조금만 기다리렴. 밥 금방 차려줄 테니까.”

“그동안 저는 방에 잠깐 가 있을게요.”

“다 되면 부를 테니까 옷 갈아입고 쉬고 있어.”

“네. 그렇게 할게요.”

권이연의 방이라 적혀 있지만, 정작 이연 본인은 거의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공간이었다.

숙소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같이 이 집에서 지낸 시간이 거의 없었으니까. 당연한 말이었다.

그렇다 보니 방은 굉장히 깔끔했다.

사용한 흔적이 없을뿐더러, 이연이 없더라도 그녀의 어머니가 주기적으로 계속 방 청소를 한 덕분에 지금도 청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에는 좁고 낡은 방이었는데.’

지금은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자랑하는 그런 형태의 넓은 방이 되었다.

방의 크기와 마찬가지로 이연의 삶 역시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연은 아직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 그녀가 바라는 ‘완벽한 무대’라는 꿈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침대에 누운 이연은 낯선 천장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자신의 꿈.

전생에서는 영영 닿지 못할 목표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달라.’

이연은 펼쳤던 손을 힘 있게 말아 쥐었다.

붙잡을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 * *

콘서트 날짜가 5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이연과 하니엘 멤버들은 박도수 매니저와 같이 콘서트가 열리게 될 장소를 잠시 방문하기로 했다.

현장에는 콘서트 공연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미리 현장에 와 있던 홍류현 실장이 멤버들을 맞이한 뒤에 어디가 어떻게 꾸며질지에 관해서 짧은 브리핑을 펼쳤다.

이미 미팅 때 들었던 내용이지만, 말로만 듣는 것과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면서 듣는 건 확연한 차이가 난다.

하니엘 멤버들은 현장을 360도 돌려보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정말로 사람들이 가득 찰까요?”

“차겠지. 그렇지 않고선 표가 전부 매진될 리가 없었을 테니까.”

암표 문제가 있긴 했지만, LC 엔터테인먼트가 암표와 관련된 어떤 행위에도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미리 경고한 덕분인지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하게 번지진 않았다.

멤버들이 기대 반 두려움 반에 휩싸인 사이, 이연은 무대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돌아봤다.

“저쪽에도 조명 장치 설치되는 거죠?”

“어. 저것도 오늘 중으로 달릴 거야.”

“실장님이 각도에 신경 많이 써주세요. 저 방향대로 설치되면, 제가 서 있는 쪽에 빛이 제대로 안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조명 각도까지 고려하는 이연의 디테일함에 홍류현 실장은 새겨듣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연이 직접 서게 될 무대니까. 그녀의 의견이 최대한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중이었다.

덕분에 이연은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무대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LC 엔터테인먼트와 오채일 대표를 만난 건 이연에겐 행운으로 작용했다.

예정되어 있던 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난 뒤에 이연과 하니엘 멤버들은 콘서트 현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연의 꼼꼼함에 비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 리더 언니가 있으니까 마음 편히 콘서트 준비할 수 있네.”

“편하게 준비하지 말고 항상 긴장하면서 하도록 해.”

졸지에 잔소리를 들은 비아는 입을 삐쭉 내밀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그 모습에 다른 멤버들은 작게 웃었다.

콘서트 준비에 열심히 임하는 것도 좋지만.

우미는 한편으론 이연의 컨디션이 신경 쓰였다.

“어제도 잠 많이 못 잤지? 오늘은 연습 없는 날이니까 푹 쉬어. 알았지?”

이연도 슬슬 자신의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시야가 넓어서 이것저것 두루 챙기는 건 좋지만. 정작 자신의 몸 상태를 잊어버렸다가 감기몸살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

자신 때문에 콘서트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이연은 다른 멤버들보다도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컬이면 보컬. 센터면 센터.

이연이 무너지면 하니엘 전체가 무너진다는 마음가짐으로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니엘 멤버들도 이연이 너무 무리한 나머지 콘서트 전날에 쓰러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회사도 그렇다.

그래서 우미가 대표로 이연에게 쉬라고 제안을 했다.

방에 들어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이연은 잠들기 전에 멤버들과 간단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

“밥 먹었으니까 소화 좀 시켰다가 자야겠네.”

이연의 말에 리샤가 농담조로 말했다.

“운동하고 나면 잠 깨잖아. 그러면 결국 못 쉬게 되는 거 아니야?”

“한껏 땀 흘리면 피곤해서 오히려 잠이 더 잘 오겠지.”

그리고 설령 잠이 안 온다 할지라도 이연에게는 다 방법이 있었다.

자체적으로 수면 마법을 걸면 된다.

무대를 앞둔 날이면 늘 불면증에 시달리던 게 힘들어서 수면 마법까지 배워둔 그녀.

처음 마법을 배울 당시에는 많이 헤맸었지만, 한번 익혀두고 나니까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숙소의 남는 방을 활용해 만든 홈트레이닝 룸에서 시간을 보낸 이연은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멤버들보다 한 발 먼저 꿈나라로 떠날 준비를 끝냈다.

“나 먼저 잘 테니까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자. 내일 아침에 바로 연습실로 갈 테니까.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우미 언니, 저 없는 대신에 잘 감시해 주세요.”

우미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리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이연이 부재중일 때에는 이런 식으로 우미가 대신 그녀의 역할을 맡는다.

우미와 멤버들을 믿기로 하고, 이연은 먼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전에 본가에서 봤던 낯선 천장 대신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숙소 천장이 이연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연은 이곳에서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그녀가 그동안 준비했던 노력이 과연 제대로 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 * *

마침내 그토록 기다렸던 콘서트 당일의 날이 밝았다.

연습할 당시에는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엄습했다.

덕분에 멤버들의 얼굴 표정은 벌써부터 경직되었다.

겨우 메이크업을 마친 멤버들은 일찌감치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콘서트는 저녁 7시부터 시작되지만, 리허설이라든지 음향 체크 같은 것들을 미리 해둬야 했기에 훨씬 이른 시간에 현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동하던 와중에 비아가 창밖을 가리키면서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언니들, 저기 봐봐! 저분들, 여기서 밤새서 기다리신 거 같은데?”

텐트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빨리 하니엘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온몸을 통해 드러났다.

길게 줄을 늘어 선 행렬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의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시우가 눈앞에 펼쳐진 팬들의 대기 줄을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흘렸다.

“저도 예전에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있어서 줄 선 적 있었는데. 밤을 새워본 적은 없었거든요.”

팬들의 모습이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좋은 무대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멤버들 모두가 다 시우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연이 결의에 가득 찬 멤버들의 표정을 확인하고선 먼저 입을 열었다.

“긴장되고 떨려도 우리 보러 온 팬들을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야. 알았지?”

멤버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차에서 내린 이연이 멤버들보다 먼저 앞서 나가면서 콘서트 장 쪽으로 이동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광활한 콘서트 현장이 이연과 멤버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연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자!’

완벽한 무대라는 꿈을 향해서.

이연은 첫 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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