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93화 (292/299)

293화

제83화. 어려운 결심(5)

SSS 시즌 2 마지막 무대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첫 번째 순서를 맡게 된 팀은 조이주 연습생이 속한 노력 1,000퍼센트 팀이었다.

원래는 수치가 100퍼센트였지만, 파이널 라운드에서 새롭게 팀이 개편되고. 데뷔라는 목적을 위해 좀 더 파이팅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0 하나를 더 붙이게 되었다.

그만큼 어떻게든 가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그녀들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연습생들에게 있어서 데뷔는 그야말로 인생의 목표나 마찬가지인 셈이니까.

물론 이연도 같은 과정을 밟아왔기에 잘 알지만, 그렇다고 깊게 공감은 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녀가 데뷔를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스스로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노력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은 이연의 마음을 여러 차례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오늘의 무대는 지금까지 이연이 봐 왔던 연습생들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열심히였다.

“잘하네요.”

이연의 짧은 사견에 혜원과 미랑, 두 사람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나 조이주였다.

최솔림에게 밀려 만년 2인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연습생이지만, 그게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2등도 잘한 거라는 유명한 말이 있는 것처럼, 그만큼 조이주가 지닌 매력도 상당하다는 것을 뜻했다.

메인 보컬을 맡은 조이주가 무대 한 가운데에 섰다.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고음의 향연에 사람들은 뜨겁게 열광했다.

생방송인 데다가 파이널 라운드라는 점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될 텐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고음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그리고 안정적이었다.

마치.

“연이 보컬 파트를 보는 기분이야.”

이연은 미랑의 짧은 소감에 묘한 미소를 흘렸다.

확실히 조이주와 노력 1,00퍼센트 팀이 제대로 칼을 갈고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의 실수 없이, 거의 완벽하게 공연을 마무리 지은 그녀들.

첫 번째 무대에서 받은 박수갈채만큼, 두 번째 주자가 느낄 부담감은 덩달아 커진다.

뒤편에 대기 중인 동서남북 팀은 과연 얼마나 큰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을지.

미랑은 걸파이트 시즌 2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인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손으로 자신의 양팔을 쓸어내렸다.

“내가 애들하고 같은 입장이었다면 도망쳤을지도 몰라.”

“그러면 큰일이잖아요.”

이연이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미랑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물론 말만 저렇지, 그녀의 책임감 있는 성격을 고려하면 실제로 도망가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뒤이어 SSS 시즌 2의 마침표를 맡게 된 동서남북 팀원들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교복풍의 단체복을 갖춘 연습생들이 리더 최솔림의 신호에 맞춰 인사를 펼쳤다.

“둘, 셋!”

“안녕하세요! 동서남북입니다!”

그녀들의 단체 인사에 혜원이 쓴 미소를 지었다.

“설마 데뷔해도 팀 이름 그대로 쓰는 건 아니겠지?”

취지는 좋지만, 요즘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팀명이었다.

이연이 추가로 제작진에게 들은 정보를 혜원에게도 공유했다.

“팀명은 우승팀 정해지고, 팀원들까지 최종 확정된 다음에 다시 정할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다행이네.”

타 기획사에 소속되어 데뷔할 연습생들이지만, 같이 방송을 했던 정 때문인지 혜원은 연습생들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넓게 보면 가요계의 선후배 사이니까. 그녀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무대를 펼치기 전에 동서남북 팀원들은 짧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잠시 뒤.

조명이 꺼졌다.

연습생들이 각자의 위치를 찾아 움직이는 실루엣이 이연의 시야에 그대로 포착되었다.

조명이 다시 켜지고, 스포트라이트 한 줄기가 최솔림을 비췄다.

조명 빛이 마치 후광처럼 빛나면서 그녀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최솔림의 아름다운 자태에 객석에서 감탄이 쏟아졌다.

최솔림은 동서남북 팀에 있어서 비주얼 멤버이자 메인 보컬, 여기에 리더까지 맡고 있는 핵심 전력이다.

그래서 이연과 최솔림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자주 나오는 편이었다.

미모만큼이나 아리따운 최솔림의 목소리가 현장을 빠르게 채워가기 시작했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다가와주세요.

좀 더 Closer.

Walk over here.

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랑을 바라는 가사와 목소리는 연인이 아닌, 연습생들이 팬들에게 들려주는 애원과 부탁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런 해석이 그녀들의 노래를 듣고 있을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지.

이건 머지않아 투표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 * *

제작진과 연습생들이 준비한 모든 무대가 끝났다.

실시간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심사 위원들끼리 과연 누가 이길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사 위원들뿐만 아니라 방송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연과 혜원, 미랑. 세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배님은 누가 이길 거 같아요?”

혜원은 미랑의 궁금증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둘 다 막상막하라서 잘 모르겠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연이처럼 두 팀 다 응원한다고 말할 걸 그랬네.”

혜원과 미랑, 두 사람은 각자 어느 쪽이 우세일지 미리 점찍어둔 자기들만의 팀이 있었다.

그런데 직접 무대를 보고 나니, 이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어느 팀이 이길지 알 수가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겠네요.”

이연의 말대로였다.

두 팀 다 수준급의 무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오늘의 녹화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데뷔라는 결과까지 성사된다면 참 좋을 텐데.

문제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승자와 패자가 무조건 갈리게 되어 있다는 거였다.

마침내 강의찬이 다시 사람들 앞에 섰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제 손에 SSS 시즌 2 우승팀이 적힌 봉투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강의찬이 들고 있는 작은 봉투를 포커싱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연습생들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강의찬의 행동에 주목했다.

봉투를 개봉한 뒤에 결과를 확인하자, 강의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자! 그럼 데뷔의 꿈을 거머쥘 연습생들을 공개하겠습니다!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시즌 2! 대망의 우승팀은 바로……!”

사람들은 방송에서 자주 듣던 드럼 소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드럼 소리가 끝나고.

강의찬의 힘찬 외침이 그 빈자리를 메꿨다.

“동서남북 팀입니다! 축하합니다!”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최솔림을 비롯한 동서남북 멤버들은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니,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가장 먼저 몰려왔다.

그러나 점점 자신들이 이겼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니, 기쁨은 곧 눈물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서로를 얼싸안으면서 이 기쁨을 모두와 같이 나누는 연습생들.

반대로 노력 1,000퍼센트 팀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연습생들의 이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미랑은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았다.

혜원 역시 말을 아낀 채 박수만 보낼 뿐이었다.

이연도 사람들과 같이 연습생들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건넸다.

다들 너무 잘했다.

비록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지만.

오늘의 무대를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두가 다 승자로 남을 것이다.

우승 팀이 정해졌으니, 추가로 정하고 넘어가야 할 게 생겼다.

강의찬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동서남북 팀에게는 베네핏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기억하시죠?”

연습생들은 강의찬의 물음에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할 경우, 상대 팀 인원 한 명을 지목해서 같이 데뷔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단, 이 베네핏은 사용해도 되고. 포기해도 된다.

“베네핏, 사용하실 건가요?”

최솔림이 팀원들을 대표로 답했다.

“네. 사용하겠습니다.”

현장이 크게 웅성거렸다.

갑작스럽게 펼쳐진 패자부활전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누구에게 사용하겠습니까?”

최솔림의 시선이 한 연습생에게 고정되었다.

덕분에 이연은 데뷔의 혜택을 받게 될 연습생의 정체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조이주 연습생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녀의 예상이 적중했다.

최솔림과 동서남북 연습생들도 어려운 결심을 했을 것이다.

누구를 데려올지. 이 한 명으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SSS 시즌 2에서 꾸준히 라이벌 구도를 이어왔던 최솔림과 조이주가 같은 그룹으로 데뷔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크게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솔림이 먼저 다가가서 조이주를 안아줬다.

조이주는 기쁨보단 남은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을 더 크게 드러냈다.

조이주의 모습을 보면서 이연은 작년의 유키를 떠올렸다.

‘유키는 저런 거 일절 없었는데.’

물론 겉으로는 미안해하는 척을 했었지만, 어디까지나 연기에 불과했을 뿐이지 실제로는 타격이 1도 없었다.

이게 조이주와 다른 점이었다.

그래도 이연은 동서남북 팀이 조이주의 영입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SSS 시즌 2 우승팀이 정해졌으니.

‘콘서트 연습도 슬슬 시작해야지.’

아직 가장 중요한 숙제가 남았다.

* * *

SSS 시즌 2 우승의 기쁨도 잠시.

동서남북에서 새롭게 ‘릴리에나’라는 팀으로 개명하게 된 연습생들은 곧장 하니엘의 콘서트 무대 준비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녀들은 게스트 무대에서 파이널 라운드 당시에 선보였던 오리지널 곡인 ‘Closer’로 공연을 펼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연습생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은서해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너희 선배들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건데 더 열심히 해야지, 설렁설렁 할래? 어?”

“죄송합니다!”

뒤에 하니엘 선배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서일까. 릴리에나 멤버들은 평소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안무 연습에 임했다.

릴리에나 차례가 끝나고. 때마침 이은솔이 연습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번, 고백 사건으로 인해 이은솔과 이연은 다음 날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런 식으로 은서해로부터 보충 수업을 명받게 되었다.

“오늘은 잘 할 자신 있죠?”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은서해는 이은솔에게 각오를 물었다.

“네.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연이하고 같이 합 맞춰볼게요. 음악 틀어주세요.”

은서해의 지시에 따라 이들이 공연을 펼칠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은솔이 말했던 것처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펼쳐졌다.

서로 단숨에 거리를 좁혀도 이연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이은솔의 모습에 은서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좋아요. 훨씬 낫네요!”

이연과 이은솔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웃었다.

릴리에나 멤버들 못지않게 이은솔 역시 결심을 굳힌 모습을 보였다.

이연이 기획하고 있는 ‘완벽한 무대’라는 작품에 들어갈 마지막 조각이 마침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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