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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84화 (283/299)

284화

제81화. 일본 활동(2)

아침 방송 스케줄을 마친 그녀들은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이동해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일식은 자주 먹었지만.

현지에서 먹는 맛은 또 다르다.

“우와! 연아, 이거 봐봐! 돈가스 엄청 두꺼워!”

안에 등심이 두툼하게 들어 있는 돈가스를 보면서 리샤는 거의 이성을 잃기 직전까지 갔다.

새벽부터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넘어오느라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했으니까.

식욕이 왕성한 그녀 입장에서는 눈앞에 한 상 차려진 돈가스가 매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호들갑을 떠는 리샤를 향해 이연은 얌전히 좀 있으라고 잔소리를 흘렸다.

일본에서의 첫 끼는 리샤 덕분에 약간 시끄러웠지만, 그럼에도 맛은 일품이었다.

‘맛 괜찮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가 되었다.

늦은 점심을 마친 그녀들의 다음 목적지는 호텔이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그녀들에게 향했다.

늘씬한 몸매에 눈에 띄는 미모까지. 그녀들 쪽으로 시선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녀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임을 알아본 모양인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중 한 명의 외국인과 눈이 마주치자, 이연은 시선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싱긋 웃으면서 사진 찍기 좋은 각도로 고개를 살짝 틀어줬다.

외국 남성은 이연의 팬 서비스에 감동을 받은 모양인지 ‘Thank you’라고 짧게 답했다.

어차피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걸 전부 다 통제할 수는 없다.

워낙 많으니까.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는 게 더 좋다.

기왕 사진이 올라갈 거라면 예쁘게 나오게끔 포즈를 취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연은 간혹 지금처럼 작게나마 팬 서비스를 해주는 편이곤 했다.

다른 하니엘 멤버들도 리더의 이런 정신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짧은 팬 서비스를 마친 그녀들은 각자 받은 열쇠를 가지고 스태프들과 함께.

하니엘 멤버들은 2인실 2개, 3인실 1개. 이렇게 총 3개의 방으로 나뉘어 지내기로 했다.

이연은 첫 번째 2인실로, 유키와 같은 방을 쓸 예정이었다.

캐리어를 들고 겨우 방으로 들어온 두 여자.

유키는 새벽부터 하루 종일 사람들 앞에서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느라 지친 모양인지 그대로 침대에 몸져누웠다.

“하도 웃고 있어서 그런지 얼굴에 경련 일어날 뻔했어요.”

유키가 자신의 탱탱한 양 볼을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눌렀다.

볼 마사지에 들어간 유키를 보면서 이연은 쓴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지. 연예인이라면 그날의 기분이 어떻든 간에 카메라 앞에서는 늘 웃어야 하니까.”

특히 아이돌이라면 더욱 그렇다.

연예인들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인 셈이었다.

이연이나 다른 하니엘 멤버들은 이제 아이돌 생활 2년 차에 접어드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유키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아무래도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일면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타고난 내숭을 하루아침에 고친다는 건 이연이 봐도 말이 안 된다.

결국은 적응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겨우 몸을 일으킨 유키가 이연에게 물었다.

“언니. 샤워는 저녁 스케줄 끝나고 와서 할 거죠?”

“그래야지.”

지금 샤워하면, 메이크업부터 헤어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저녁 방송은 오전처럼 짧게 인터뷰만 하고 끝나는 형태가 아니라 직접 무대를 펼쳐야 한다.

찝찝해도 잠깐 참아야 할 필요가 있다.

씻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짐 정도는 미리 풀어둬야지.”

이연이 먼저 캐리어를 열고 개인 짐들을 풀기 시작했다.

입을 옷가지, 세면도구, 화장품, 그리고 속옷 등등.

유키의 시선이 침대 위에 잠깐 올려놓은 이연의 속옷 쪽으로 잠시 머물렀다.

“언니…… 크네요.”

“…….”

뭐가 큰지. 이연은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왠지 물어보면 정신적 대미지(?)를 입을 거 같기 때문이었다.

남자였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직 이런 수위 높은 걸즈 토크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키가 이런 이연의 속사정을 알 리 없었다.

“우와. 이 속옷, 엄청 예쁜데요? 이거 어디서 샀어요?”

“리샤가 자기 속옷 주문하는데 원 플러스원이라고 해서 내 것도 같이 주문했어. 그때 산 거야.”

“그럼 리샤 언니하고 커플 세트인 거예요?”

“그…… 렇지.”

그게 그쪽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디자인은 둘째 치고. 이연은 이 속옷이 편해서 자주 입는 편이었다.

“나중에 또 살 일 있으면 저도 같이 사면 안 돼요? 제 사이즈 알려줄게요.”

“아니, 됐어. 나한테 알려주려고 하지 말고 리샤한테 직접 알려줘.”

다 큰 여성의 속옷 사이즈를 대놓고 듣기엔 이연의 양심이 너무 찔렸다.

* * *

일본에서 가지는 첫 무대 활동.

한국의 경우에는 온갖 화려한 무대 장치들이 동원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무대 전체의 화려함보다는 인물에 좀 더 포커싱을 맞추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연은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 살짝 윙크를 날려 보냈다.

처음에는 윙크 한 번 하는 데에만 하더라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여자, 그리고 아이돌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인지 자연스럽게 윙크를 날려 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무대를 마친 후, MC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키가 질문 내용을 듣자마자 그녀들에게 즉석으로 통역해 줬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했는데.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시네요.”

우미가 대표로 마이크를 들었다.

“굉장히 신선하고, 그리고 재미있어요. 관객분들도 호응을 많이 해주시고. 나중에 더 큰 곳에서, 더 많은 팬 여러분들에게 저희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MC가 하니엘이라면 분명 가능할 거라고 답했다.

그가 이런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현재 음원 차트 1위를 달리고 계시니까요. 일본 노래가 아닌 한국 그룹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1위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적은 벡스 이후로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우미가 이번에는 리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한 명만 독점으로 멘트를 차지하는 것보다 가급적이면 일본 팬들에게 다양한 하니엘 멤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렇게 저희를 많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정말 영광이고요. 나중에 일본에서 추가로 음원도 공개할 예정이니까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 부탁드릴게요!”

리샤가 비아와 함께 크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면서 애교를 가득 선보였다.

그렇게 저녁 일정까지 마무리를 지은 멤버들은 슬슬 호텔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그러나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이 그녀들을 찾아와 인사 겸 팬심을 드러내는 바람에 돌아가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게 되었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가요계 내에서도 하니엘을 향한 관심은 굉장히 뜨거웠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가수, 현직 종사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유키는 차로 돌아오자마자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이 꿈처럼 여겨진다는 식으로 소감을 흘렸다.

“저 예전에 일본에서 아이돌 연습생이었을 때에는 진짜 아무도 관심을 안 줬었는데. 뭐랄까, 로또라도 당첨되어서 인생 역전한 기분이에요.”

로또 당첨이라는 비유가 틀린 건 아니었다.

SSS에 출연해서 이연을 만나고, 그녀와 같은 그룹으로 데뷔했다는 것 자체가 로또 당첨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유키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녀의 성공을 크게 기뻐했다.

“언제 우리 딸 얼굴 볼 수 있냐고 엄마하고 아빠가 아침부터 계속 물어보는데. 매니저님. 듣고 계시죠?”

박도수 매니저가 뜨끔 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 알았어. 오늘 꼭 말해볼게.”

“아침에 했던 약속 잊으시면 안 돼요. 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알지, 알아. 나만 믿어.”

그래도 자신들의 매니저는 할 땐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까지 말을 해뒀으니까. 나머지는 박도수 매니저가 잘 처리해 줄 거라고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숙소로 이동하는 와중에 이연은 한창 진행되고 있는 SSS 시즌 2 시청자 투표 사이트를 찾았다.

우미가 이연의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물었다.

“투표, 아직 안 했어?”

“응. 바빠서 계속 미루고 있었거든.”

이제 투표 마감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이연은 심사 위원이 아닌 SSS를 즐겨 보는 시청자로서 선호하는 연습생에게 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SSS는 투표권이 크게 두 번 주어진다.

첫 번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 팀을 고르는 투표.

그리고 두 번째는 팀 단위가 아닌 연습생 개별 투표로 나뉜다.

연습생 개별 투표의 경우에는 한 명이 아닌 세 명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연은 이 세 표를 전부 다 동서남북 팀 소속 연습생들에게 넣었다.

이중에는 최솔림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미가 그런 이연을 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솔림 씨가 많이 좋아하겠네.”

“표 받아서?”

“그냥 ‘표 받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한테 받은 표니까. 그래서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이연은 아직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선배라는 호칭이 어색했다.

물론 전생에서는 그런 말을 듣는 게 익숙했지만, 현생에서는 이제 막 데뷔한 지 2년 차밖에 안 되는 신인 걸그룹의 아이돌일 뿐이니까.

그래서인지 아직은 적응하기에 시간이 좀 필요해 보였다.

마음 같으면 동서남북 팀뿐만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 준비 과정도 틈틈이 봐주고 싶었지만.

이연의 몸은 여러 개가 아닌 하나뿐이다.

시간도 한정되어 있는 데다가, 그녀는 2라운드에만 특별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송에 참가하기로 했으니까. 이제는 더 이상 그녀가 방송에 관여할 길이 없었다.

짧은 기간 동안 이연이 연습생들에게 알려준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계속해서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잘하겠지.’

2라운드가 끝나면, 앞으로 남은 3라운드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 속에서 최솔림과 연습생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잠시나마 바라기로 했다.

* * *

일본 활동 이틀차 아침이 밝았다.

첫째 날에는 막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넘어오자마자 방송 활동부터 해야 했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어제보다는 좀 나았다.

이른 시간에 이연은 눈을 뜨자마자 숙소에서 늘 해왔던 것처럼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이연과 처음 같은 방을 써보는 유키에겐 이런 풍경이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한동안 두 여성이 머무르는 방 내에 고요함이 흘렀다.

15분 뒤.

이연이 눈을 뜰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유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언니. 그거, 매일 아침마다 하는 거예요?”

“어. 너도 알려줄까?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져.”

“지금…… 은 말고요. 나중에 시간 되면 알려주세요.”

아무래도 유키는 이연의 아침 명상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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