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82화 (281/299)

282화

제80화. 마지막 심사(2)

첫 무대의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기대감을 가득 드러냈다.

항상 무엇을 하든, 첫 스타트를 어떻게 잘 끊을 수 있느냐가 늘 관건이다.

시작이 좋아야 중간 과정이든, 끝이든 좋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첫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오른 연습생들의 공연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긴장한 티가 꽤 나긴 했지만, 그래도 실수 남발이었던 리허설 때에 비하면 선녀가 따로 없었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커다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몇몇 연습생들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자 객석에서 ‘울지 마! 울지 마!’라고 연달아 외치며 연습생들을 위로했다.

이연도, 혜원도, 그리고 미랑도. 고생한 그녀들에게 박수를 건넸다.

미랑이 머리카락을 귀 뒤쪽으로 넘기면서 말했다.

“애들, 너무 잘했다.”

이연도 그녀의 말에 깊게 공감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연이 바랐던 것처럼, 연습생들에게 있어서 후회가 남지 않을 그런 무대가 되었다.

다른 팀이 공연을 준비하는 사이, 강의찬이 심사 위원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첫 번째 무대, 어떻게 보셨습니까? 먼저 오채일 대표님부터 말씀해 주세요.”

먼저 지목을 당한 오채일 대표가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준 거 같아서 제가 다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보람도 같이 느껴지네요.”

오채일 대표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특별 심사 위원들의 평가도 안 들어볼 수가 없겠죠? 대표로 혜원 씨,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봤습니다. 준비한 것들을 전부 다 보여준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다음 무대도 오늘처럼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무대를 맡게 된 날 보러 와요 팀이 관객들 앞에 등장했다.

심사 위원들 중에서 이 팀과 가장 깊은 연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단연 혜원일 것이다.

첫 번째는 엉망진창인 모습을 보였던 연습생들.

그러나 2차 미션에서는 약간이나마 성장했다는 결과물을 보여줌으로 인해 기대치를 높였다.

날 보러 와요 팀 멤버들의 시선은 혜원에게 쏠려 있었다.

각오를 묻는 강의찬의 멘트에 팀 리더는 이렇게 답했다.

“혜원 선배님에게, 그리고 여기 계신 모두에게 부끄럽지 않은 무대가 되도록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이때까지와는 달리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들의 모습에 혜원뿐만 아니라 심사 위원들 전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팀의 공연을 보고 자극을 받은 모양인지, 날 보러 와요 팀 역시 각오를 다진 듯한 모양새를 뽐내며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연은 SSS 시즌 1 때 맞붙었던 경쟁 팀들보다 지금의 연습생들이 훨씬 더 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아이돌들에게 바라는 기준은 올라갈 테고.

여기에 맞춰서 소속사와 아이돌은 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데뷔를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 짧은 기간에 다들 실력이 상향평준화되었음을 여실히 느낀 이연은 한편으론 자신도 멤버들과 같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에게 뒤처질 순 없으니까.’

역시 SSS 시즌 2에 참여하길 잘했다.

혜원도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인지, 입을 굳게 닫은 채 날 보러 와요 팀의 공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대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혜원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결과적으론 첫 번째 팀보다도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

관객들도 아낌없는 박수와 호응으로 그녀들을 격려했다.

강의찬이 이번에도 심사 위원들의 소감을 물었다.

여기서 의견을 안 듣고 넘어가면 섭섭할 사람이 있다.

“혜원 씨, 제가 딱히 지목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마이크를 드시네요.”

“네. 선배님이 또 저한테 소감 물어볼 거 같아서요.”

텔레파시가 제대로 통했다.

연습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혜원이 그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몇 개 없었다.

하지만.

연습생들이 혜원의 입을 통해 꼭 듣고 싶은 말은 해줄 수 있었다.

“다들 잘했어요. 고생 너무 많았고. 지금까지 본 날 보러 와요 팀 무대 중에서 오늘이 단연 최고였어요.”

오늘이 최고였다.

이 말을 듣기 위해 연습생들은 그동안 밤잠을 설쳐가면서 안무 연습실을 지켜왔다.

이 목표가 이루어진 순간, 연습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연습생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자, 혜원이 마이크를 급하게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평가지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미랑이 그녀의 모습에 크게 놀라며 혜원 대신 마이크를 들었다.

“저, 선배님이 우시는 거 처음 봤어요.”

“……우는 거 아니에요. 그냥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요.”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혜원의 말이 진짜임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선배가 눈시울을 붉히자, 날 보러 와요 연습생들이 쏟아내는 눈물의 양은 더 늘었다.

어중간한 순위권에 머무는 연습생들끼리 뭉쳐 팀을 이룬 것치고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무대를 선보였으니. 혜원이 눈물을 짓는 것도 당연했다.

감동의 여운도 잠시.

“날 보러 와요 팀에 이어서 다음 팀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봐야 할 연습생들의 공연이 많이 남았다.

* * *

세 번째 팀의 차례가 끝나고.

네 번째를 맡게 된 노력 100퍼센트 팀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을 사람들 앞에 펼쳤다.

그녀들도 앞서 이곳을 거쳐간 연습생들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쌓아 올린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노래하고, 움직였다.

MAYO의 노래를 열심히 커버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미랑은 벌써 눈물범벅이 되었다.

강의찬이 그녀에게 소감을 물을 때에도 미랑은 여전히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혜원이 그런 미랑을 보면서 복수를 하려는 듯이 말했다.

“감동을 많이 받으셨나 봐요. 무대 시작하기 전부터 울고 계시던데.”

“아니거든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몇 번 나간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연은 이젠 그러려니 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어차피 자신이 말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둘이 알아서 잘 마무리를 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미랑은 그동안 고생한 후배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우리의 곡으로 이렇게 좋은 무대를 펼쳐줘서 너무 고마워요. 얘들아,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네, 선배님!”

“저희도 사랑해요!”

짧은 기간 동안 그녀들은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를 넘어서 그 이상의 인연의 끈으로 맺어지게 되었다.

감동으로 가득했던 무대가 끝나고.

이제 피날레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동서남북 팀을 소개하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SSS 시즌 2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팀, 동서남북 멤버들이 손을 흔들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의 인기를 나타내듯, 마지막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환호성보다 더 큰 소리가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인기에 상관없이 늘 무대가 긴장되고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서남북 팀은 이번에도 하니엘의 곡을 선택하셨죠?”

“네!”

“이유가 있을까요?”

이미 선곡 당시에 이유를 들어보긴 했지만, 그건 아직 방송으로 나가기 전의 내용이다.

이렇다 보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동서남북 팀의 곡 선택 의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들려준 이유는 간단했다.

“저희가 하니엘 선배님들을 좋아하고, 또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동서남북 팀은 다른 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하니엘 선배들을 향한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내곤 했다.

그래서인지 동서남북을 좋아하는 팬들과 하니엘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의 교류도 굉장히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나 이연과 최솔림, 이렇게 두 사람이 굉장히 자주 엮인다.

“그럼 동서남북 팀의 마지막 무대, 함께 보시겠습니다!”

강의찬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연습생들이 곧장 자신의 포지션을 따라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니엘의 곡, ‘beyond’ 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각자 준비한 응원 도구들을 흔들면서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이연이 수행했던 센터 겸 메인보컬 포지션은 최솔림이 담당했다.

다른 연습생들은 이연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가지는데. 최솔림은 유독 자신감이 넘쳤다.

하니엘이 SSS에서 처음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부터 현시점까지. 최솔림은 늘 이연의 무대를 보고 연습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연과 하니엘의 무대를 커버하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이연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풍기는 최솔림의 모습에 미랑은 혀를 내둘렀다.

“솔림이가 너 보고 연습 진짜 많이 했나 보다. 눈빛이나 표정 하나하나까지 다 비슷한데?”

그렇다고 완전히 이연을 따라 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여기에 동서남북만을 상징하는 오리지널 안무를 넣어 개성을 살렸다.

어느새 관중들을 휘어잡은 연습생들을 보면서 이연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연습생들과 만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들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성장하고, 또 성장하며 연습생이라는 허물을 벗고 가수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존재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에도 이연은 여러 명의 후배를 직접 담당하고 가르쳤던 적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보람이 오랜만에 이연을 찾아왔다.

동서남북 팀원들의 엔딩 포즈를 끝으로.

마침내 SSS 시즌 2 2라운드의 모든 미션이 종료되었다.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관객들의 박수가 무대가 끝났음에도 한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동서남북 팀 멤버들도 여타 다른 연습생들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 최솔림은 끝까지 울음을 참아냈다.

리더니까.

강의찬이 이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선배로서 후배들의 공연, 어떻게 보셨나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최고였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극찬이다.

* * *

2라운드 마지막 미션이 끝나고.

관객들이 빠져나간 빈자리에 연습생들이 대신 공간을 채웠다.

심사 위원들도 자리에 남아 투표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1, 2차 미션의 경우에는 심사 위원들끼리 상의해서 점수를 매겼기에 미리 순위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현장 투표가 합산되기 때문에 심사 위원들조차도 함부로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다.

“자, 그럼 5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순으로 순위가 공개되었다.

5위는 첫 무대를 펼쳤던 연습생 팀이 차지했다.

4위는 의외로 노력 100퍼센트 팀에게 돌아갔다.

그녀들이 실수를 해서 4위가 되었다기보다는, 다른 팀들이 더 잘했기에 이 순위가 되었다고 보는 게 옳았다.

3위 발표가 끝날 때까지 아직 불리지 않은 팀은 둘뿐이었다.

동서남북. 그리고 날 보러 와요 팀이었다.

결과는.

“동서남북 팀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솔림이 버티고 있는 동서남북은 이번에도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다음 2라운드 서바이벌 투표 결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탈락자과 생존자를 가를 대망의 서바이벌 투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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