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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81화 (280/299)

281화

제80화. 마지막 심사(1)

일본 활동을 앞두고 마지막 국내 방송 일정을 소화한 하니엘 멤버들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부랴부랴 짐 정리에 나섰다.

이틀 후. 그녀들은 아침 비행기를 타고 바로 일본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짐을 챙겨두는 게 좋았다.

캐리어를 꺼내어 입을 옷가지, 기타 필요한 개인용품들을 챙기는 멤버들.

이들 중에서 유독 표정이 밝아 보이는 멤버가 있었다.

바로 유키였다.

옆에서 유키와 같이 짐을 챙기던 여솜이 작게 웃으면서 물었다.

“일본 간다고 하니까 좋겠네.”

“물론이죠!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 얼굴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리고 그동안 못 가봤던 음식, 디저트 가게들도 쭉 돌고 올 거예요.”

야망이 가득한 계획이었으나.

시우가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줬다.

“일정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지 않아?”

기껏해야 가족들 얼굴 보고, 밥 한두 끼 할 정도밖에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방송에 비하면 아무래도 외국이다 보니 짧을 수밖에 없다.

이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1분 1초도 허투루 낭비해선 안 된다.

방송, 오로지 방송.

이미 회의 단계에서부터 방송 관련 일정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결국 시우의 말대로 하니엘 멤버들에게 여유 따윈 없다.

휴가가 아니라 일하러 가는 거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유키가 살짝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놀 수 있게 해줘야지.”

“나중에 따로 휴가 내서 오면, 그때 놀아.”

시우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기에 유키는 반박 대신 한숨만 연달아 내쉬었다.

그래도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이연 같은 경우에는 출국하기 하루 전날에도 촬영을 나가야 한다.

미리 짐을 다 챙겨둔 이연은 내일 있을 SSS 2라운드 마지막 미션 녹화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키가 그런 이연에게 관심을 보였다.

“언니. 내일 스케줄 몇 시부터예요?”

“촬영은 오후에 시작한다고 알고 있는데. 오전에 가보려고. 미리 가서 다른 심사 위원분들하고 같이 연습생들 리허설하는 거 보면서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검토해야지.”

무작위로 선정한 일반 대중들을 불러서 무대를 펼쳐야 했기에 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

괜히 공연을 망쳤다가 인터넷에 ‘방송으로 나오는 모습들하고는 완전 딴판이다, 엉망 그 자체다’라는 글들이 올라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시청률에, 그리고 그곳에 출연하는 출연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SSS 관계자 모두가 마지막 2라운드 미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래도 멤버들은 바쁜 일본 출국을 앞두고 하루라도 쉴 수 있지만, 이연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다 보니 리더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여솜이 잠시 캐리어 쪽에 손을 떼고 이연 쪽에 관심을 기울였다.

“너무 피곤할 거 같으면 언제든 우리한테 말해. 네가 부담 덜어낼 수 있도록 우리도 힘낼 테니까.”

“괜찮아.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해줘도 돼.”

멤버들은 충분히 제몫을 해내고 있었다.

이 이상은 이연의 영역이다.

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이연은 기꺼이 휴가도 반납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 * *

2라운드 마지막 미션 촬영 장소는 이전의 스튜디오와는 크게 달랐다.

많은 사람들을 수용해야 했기에 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무대도 마찬가지다.

현장을 둘러보던 이연은 문득 자신이 출연했던 시즌 1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더 좋아진 거 같은데?’

시즌 1이 워낙 크게 성공을 거뒀으니까. 시즌 2에는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을 것이다.

서윤철 PD는 방송에 돈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투자하는 만큼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그만큼 시즌 2에 많은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오늘의 촬영 장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혜원과 미랑도 갑자기 올라간 SSS 시즌 2 촬영장 퀄리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PD님, 돈 많이 쓰셨나 보네.”

“화면하고 조명 크기 봐.”

“이 정도면 그냥 콘서트장을 새로 만들었다고 봐도 되겠는데요?”

여러 무대를 경험했던 그녀들조차도 연달아 감탄사를 흘렸다.

그러나 현장이 아무리 좋아봤자, 공연 내용이 별로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첫 번째 팀부터 마지막 차례를 배정받은 동서남북 팀까지. 공연을 펼칠 순서대로 리허설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채일 대표를 포함해서 기존의 심사 위원들도 이연 일행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첫 번째 팀 리허설부터 크게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혜원이 화가 난 모양인지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안무 너무 많이 틀리잖아! 리허설이라고 대충 하기로 한 거야?”

“죄송합니다!”

“다, 다시 할게요!”

리허설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차례를 넘기기에는 너무 엉망이었던 탓에 혜원이 직접 무대감독에게 부탁했다.

어쩔 수 없이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합의를 봤다.

겨우 오케이를 받은 뒤, 바로 다음 팀이 무대에 올라섰다.

첫 번째 연습생 팀이 심사 위원들에게 호되게 혼난 모습을 봐서 그런지, 두 번째 팀에 소속된 연습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다 굳어 있었다.

“얼굴이 그게 뭐야! 관객들 앞에서도 그렇게 잔뜩 인상 쓸 생각이야? 웃어!”

“네!”

연습생들은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도 첫 번째 팀에 비해서 퍼포먼스 측면에선 자잘한 실수들이 많이 없는 편이었다.

다음으로 날 보러 와요 팀 차례가 되었다.

늘 혜원에게 혼나기만 했던 팀이어서 그런 걸까. 오늘은 칼을 제대로 갈고 온 모양인지 리허설 단계부터 남다른 결의를 보였다.

그 결의가 안무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랑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날 보러 와요 팀이 제대로 사고 치겠는데?”

물론 좋은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

원래 뒤가 없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날 보러 와요 팀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렇기에 이번 무대에서 사활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이건 꼴찌 팀이든, 1등 팀이든. 모든 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누가, 언제 떨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력 100퍼센트 팀과 동서남북 팀의 무대까지 쭉 살펴본 뒤.

심사 위원들은 대기실에 모여 리허설을 본 소감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시간이 갈수록 다들 무대에 빨리 적응하고 있어서 보기 좋더라고요.”

“오늘은 누가 이길지 모르겠어요. 박빙이지 않을까요? 대표님은 어떻게 보세요?”

오채일 대표가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현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겠지.”

누가 얼마나 호응을 잘 유도하느냐에 따라 표가 완전히 갈릴 수 있다.

직접 무대에 서본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아직 연습생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체험해 본 적이 없다.

이게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채일 대표가 먼저 일어서면서 심사 위원들에게 물었다.

“점심은 어떻게 할래?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여기서 도시락 주는 거 먹을래?”

“도시락 먹죠, 대표님.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롭잖아요.”

“그래요. 어차피 밖에 덥기도 하고. 땀나서 메이크업 다시 하기도 귀찮아요.”

여기서 먹자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현장에서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도시락 크기가 꽤나 컸다.

그럼에도 미랑은 이 큰 도시락 하나를 밥 한 톨 남김없이 싹싹 긁어 먹었다.

오채일 대표가 그녀의 식사하는 모습에 허허 웃었다.

“복스럽게 먹는 건 좋긴 한데. 괜찮겠어?”

“어차피 저희는 지금 자체 비시즌이니까요.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이때 아니면 언제 배불리 먹을 수 있겠냐고 하시면서 마음껏 먹어두래요.”

“무서운 말이네.”

미랑과 달리 혜원과 이연은 반 정도 남긴 상태로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적당히 소화도 시킬 겸. 잠시 현장을 둘러보기로 한 이연은 연습생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뭐 하고 있어?”

23명의 연습생들이 우르르 일어서면서 이연을 맞이했다.

“무대 올라가기 전에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 좀 하고 있었어요.”

“팀은 달라도 다들 고생한 건 똑같으니까요.”

어쩌면 몇몇 이들에게는 오늘이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일부러 모두 모여 서로를 다독여 줬다.

이연은 그녀들의 이런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시즌 1 때에는 서로 경쟁하기 바빴는데.’

다음 라운드에 진출해야 하니까.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래서 그녀들은 서로를 동료가 아닌 라이벌로 인식했었다.

이연과 진절혜의 관계가 특히나 그러했다.

하지만 시즌 2 연습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보니 생존자와 탈락자는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가 아닌, 그녀들만의 세계에선 모두가 다 소중한 동료였다.

이연은 연습생들에게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무언가를 배운 느낌을 받았다.

* * *

리허설 당시만 하더라도 한산하던 객석이 어느 순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중간에 이연이 아는 얼굴도 보였다.

자칭 아이돌 박사, 주형운이었다.

‘쟤, 또 왔네.’

옆에는 주형운한테 억지로 끌려온 것으로 보이는 양인박과 자신의 남동생, 권민준도 서 있었다.

이연과 시선이 마주친 권민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자기가 먼저 여기 오자고 말한 적 없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누나에게 어필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연은 속사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촬영 시작을 알리듯 강의찬이 무대에 올라섰다.

MC이자 톱스타이기도 한 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여러분들의 손으로 대한민국의 레전드 걸 그룹을 뽑아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시즌 2 진행을 맡은 강의찬입니다!”

강의찬의 힘 있는 멘트에 관객들이 다시 한번 큰 호응으로 답했다.

에어컨이 풀가동 중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뿜어내는 열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의찬도 그걸 느꼈는지,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이에 관한 안내를 들려줬다.

“너무 어지럽다거나 호흡곤란이 느껴진다 싶으신 분들은 바로 근처에 대기 중인 안전요원, 혹은 스태프를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수분 보충도 꼭 하시고요. 알겠죠?”

“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첫 번째 팀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나와주세요!”

강의찬의 매끄러운 진행과 함께 연습생들이 차례차례로 무대에 올라섰다.

리허설 때보다 더 긴장한 표정으로 팬들 앞에 선 연습생들을 보며 이연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대는 늘 그렇듯 항상 긴장되는 곳이다.

이 긴장감 속에서 누가 얼마나 실수를 덜하면서 공연을 펼칠지.

여기에 따라 오늘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다들 잘했으면 좋겠네.’

그녀들이 후회가 남지 않는 공연을 펼칠 수 있기를.

이연은 선배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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