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76화 (275/299)

276화

제78화. 분열(1)

해운대에서 진행된 촬영을 마친 이연은 멤버들과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스태프들 출연진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지방 촬영을 모두 마무리 지은 후에 그녀들은 쉴 틈도 없이 곧장 차에 올랐다.

그러자 비아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껏 부산까지 왔는데. 우리, 바다에 발 한번 못 담그고 그대로 서울로 올라가는 거야?”

우미가 비아의 작은 등을 손으로 보듬어줬다.

“우리가 여기에 계속 남아서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또 몰려들 테니까. 그러면 여기 마음 편히 여행 온 사람들하고 주민들한테 민폐니까 우리가 얼른 떠나는 게 좋지.”

이런 거 하나하나가 모여서 인터넷에 구설수로 떠돌게 된다.

한창 앨범 활동 기간 중이다 보니 사소한 논란거리가 형성되는 것조차도 조심하는 편이 좋다.

비아도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유명 연예인이 되면, 마냥 모든 것들이 좋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예전처럼 자기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는 일조차 힘들어지게 된다.

그래도 유명해진 만큼 자신의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편이 좋다.

“연습생 시절 때에는 길거리 돌아다니면 누가 나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까 뭔가 아쉽네.”

비아의 말에 우미가 작게 웃으면서 물었다.

“그러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건 아니지만…….”

불편해도 지금이 좋다.

비아의 지금 이 위치는 누군가의 동경이자 꿈이니까.

SSS 시즌 2에 출연하고 있는 연습생들이 딱 그런 입장일 것이다.

이연은 부산을 떠나기 전에 혜원, 미랑과 같이 만들어둔 단톡방을 켰다.

연습생들 사이에서 문제가 벌어진 탓에 제작진한테 SOS 요청을 받게 되었는데, 혹시 그녀들도 같은 연락을 받았는지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아니’, 그리고 ‘모른다’였다.

두 선배는 제작진한테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연 한 명에게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긴. 동서남북 팀 멤버들 문제라고 했으니까. 다른 사람들까지 부를 필요는 없겠지.’

이연이 처음부터 동서남북 팀 담당 역할로 섭외된 건 아니었지만, 2라운드 1차 미션에서 그녀들의 멘토 역할을 맡은 덕분에 담당자 이미지가 굳어졌다.

게다가 동서남북 팀의 리더가 이연의 열혈 팬이라는 건 이미 방송으로 나간 이야기다.

이연의 바로 뒷자리에 자리 잡은 여솜이 고개를 앞으로 쑥 내밀며 연습생들에 관한 걸 물었다.

“애들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거래?”

“그건 아직 못 들었어.”

구체적인 내용은 박도수 매니저도 전달받지 못했다.

일단은 가서 설명을 듣기로 했다.

“문제를 알아야 가는 동안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보든가 할 거 아니야.”

여솜의 지적에 이연도 동의한다.

그러나 전화상으로 말하기엔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일부러 이야기를 안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연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괜찮아. 뭔지 알 거 같으니까.”

1라운드 때부터 곪았던 게 터졌다.

이연은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 *

서울에 도착해 멤버들과 먼저 숙소에 들른 이연은 옷을 갈아입고 박도수 매니저와 함께 다시 차에 올라 타 소속사로 이동했다.

SSS 시즌 2 역시 시즌 1 때와 마찬가지로 연습생들을 팀별로 나눠 안무 연습실을 따로 제공하고 있었다.

이연이 향한 곳은 동서남북 팀이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는 장소였다.

그전에 서윤철 PD가 먼저 이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지방 촬영 때문에 많이 피곤하실 텐데, 제가 이연 씨한테 괜한 부탁을 드렸나 싶기도 하네요.”

“괜찮아요. PD님이 솔림 씨 팀 쪽에 신경 많이 쓰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요.”

현재 동서남북 팀은 SSS 시즌 2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최솔림의 인기는 현직 아이돌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제작진 입장에선 당분간 동서남북 팀은 논란거리 없이 꾸준히 활약상을 펼치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녀들이 무너지면 시청률도 같이 무너지니까.

물론 동서남북 팀의 이런 비중이 방송 끝까지 계속 유지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초반에 제작진이 힘을 실어주고 싶어 하는 팀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연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였다.

“어떤 상황이냐면 말이죠…….”

서윤철 PD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설명해 주려고 했으나.

이연이 먼저 입을 열며 그의 말을 가로챘다.

“한송연 연습생하고 최솔림 연습생, 이렇게 둘이 서로 마찰이 생긴 거죠?”

“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혹시 작가가 통화하면서 먼저 이야기를 해준 건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연하게도 그런 적은 없었다.

이연의 추측일 뿐이다.

대신에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이미 이전 무대를 준비할 때부터 약간의 징조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서윤철 PD는 이제 와서 이연에게 숨길 게 뭐가 있겠냐는 식으로 깔끔하게 사실을 인정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외부에 말씀하진 마시고요.”

“네. 알고 있어요, PD님.”

이연은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시점에 가장 먼저 깨달은 게 있었다.

연예인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이 가볍게 흘린 말 한마디가 오해와 착각으로 범벅된 기사들을 양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순풍에 돛 단 배처럼 계속해서 순항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여기서 스스로 기자들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이연이 안무 연습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다섯 명의 동서남북 멤버들은 크게 놀랐다.

“서, 선배님?”

“어떻게 여기를…….”

오늘 촬영은 연습생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것만 따고 끝낸다고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깜짝 손님이 등장한 탓에 연습생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이연은 제작진한테서 연락을 받은 사실을 철저하게 감추고 말했다.

“연습 잘되고 있나 궁금해서 와봤어요. 제가 오면 안 되는 거였나요?”

“아, 아니에요!”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선배님!”

영광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쓰면서 이연의 깜짝 방문을 적극 환영했다.

2라운드 2차 미션은 커버곡이 아닌 오리지널곡으로 진행된다.

녹음도 새로 해야 하고. 안무도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다 보니 1차 미션 때에 비해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부족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습생들 각자의 마음속에 깃든 초조함의 크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갔다.

이것은 간혹 팀원들 간의 불화로 이어질 때가 있다.

하니엘도 사람인지라 멤버들끼리 목소리를 높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이연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녀가 끝까지 중심을 지켜준 덕분에 멤버들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이연을 중점으로 뭉칠 수 있었다.

하지만 SSS에 참가하는 연습생들은 다르다.

리더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 또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연습생 신분에 불과하다.

이연만큼 리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이연이 지적하고 싶은 게 바로 여기에 있었다.

“잠깐 저하고 면담 좀 해볼까요?”

“면담…… 이요?”

“네. 무대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라든지. 의견을 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번 기회에 얼마든지 저한테 물어보세요. 한 명씩 시간을 나눠서 면담할 거니까 속 시원히 말해도 되요. 물론 익명성도 보장할 거고요.”

연습생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선배한테 1대1로 면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연습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답하자, 이연은 곧장 첫 번째 타자를 지목했다.

“솔림 씨부터 시작하죠.”

* * *

이연의 특별 면담은 안무 연습실 맞은편에 위치한 소희의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어 했지만, 이연이 나서서 거절했다.

만약 카메라가 있으면 연습생들이 눈치가 보여서 속내를 쉽게 털어놓을 수가 없을 거라고.

처음에는 이연의 주장이 제작진에게 잘 안 먹히는 분위기였지만, 서윤철 PD가 그녀의 편을 들어줌으로 인해 흐름이 급변했다.

이연이 제작진의 SOS 요청을 받고 서울까지 바로 올라와 줬는데.

그녀의 이런 부탁 하나 못 들어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소회의실에 들어선 최솔림은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놀랐다.

“카메라가…… 없네요?”

“네.”

연습생들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제작진은 연습생들의 고뇌, 분노, 그리고 눈물 등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

그래야 시청률이 오르니까.

그래서 이곳에도 당연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없으니까 오히려 어색했다.

오래 시간 끌 것 없이 이연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한송연 연습생하고 어떤 갈등이 있었나요?”

“…….”

“알고 있었어요. 1차 미션 때부터 솔림 씨를 바라보는 송연 씨의 눈빛에 호의가 담겨 있지 않다는 거 말이에요.”

모든 연습생들이 사이가 좋으란 법은 없다.

아이돌의 세계라는 게 겉으로 봤을 때에는 마냥 아름답고 예쁘게만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 역시 사람이고 연예계 또한 사람 사는 곳이니까.

당연히 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매번 시간과 압박에 쪼들려 사는 연습생들 입장에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숱한 갈등이 발생되곤 한다.

최솔림과 한송연이 대표적이다.

“솔림 씨는 송연 씨가 본인을 좋게 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팀원으로 데려온 거죠?”

“……네, 맞아요.”

“어째서죠?”

“송연이가 실력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같은 팀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오해도 풀리고 친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도는 좋았으나, 결국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사실 선배님이 1차 미션에서 파트 분배 다시 하는 게 좋겠다고 했을 때에도 송연이는 반대했거든요. 선배님도 우리한테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진 않았으니까, 그냥 준비한 거 더 열심히 다듬고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그래서…….”

“그랬는데. 결국은 솔림 씨 의견대로 가게 되었네요?”

“네.”

“어떻게 설득한 건가요?”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이번만 저 믿어달라고 했어요.”

최솔림은 계속해서 상황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리지널곡 준비를 하는 데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송연이가 1차 때에는 네 의견대로 했으니까 2차 미션에서는 자기 의견대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근데 송연이가 원하는 방향이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안 좋아 보여서…… 멤버들도 저하고 같은 생각인데, 그런데도 송연이는 고집을 꺾을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송연 씨 성격으로 봐선, 그러고도 남죠.”

고집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이연은 그녀를 보자마자 진절혜가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마음 약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최솔림이 한송연을 컨트롤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 갈등을 이연이 미리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문제가 있다면, 오늘을 기점으로 무대까지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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