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70화 (269/299)

270화

제76화. SSS 시즌 2(3)

이연과 미랑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서윤철 PD가 그녀들에게 먼저 웃으면서 다가갔다.

“웬일로 두 분이 나란히 오셨습니까?”

내심 특별 심사위원을 맡아줄 걸그룹 멤버들이 현장을 찾아와 줄 걸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서 PD의 얼굴에 미소가 계속 유지되었다.

미랑이 이연을 대신해서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바로 옆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있어서요.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기에 잠깐 구경 왔어요.”

“그랬군요. 잘하셨습니다. 마침 타이밍이 좋았네요. 이다음이 저희 제작진이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연습생이 속한 팀 차례거든요. 꼭 보고 가세요.”

“어머, 그래요?”

“네. 보시고 절대로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제작진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건, 한 마디로 SSS 시즌 2가 방송이 나갈 때 이들이 열심히 푸시를 해줄 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서윤철 PD는 실력이 없는 팀을 함부로 밀어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외적인 요소만 보고 해당 팀을 밀어주면, 반드시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로부터 의문과 반감을 사게 될 테고. 이것은 곧 프로그램의 신뢰와 시청률 하락의 지름길이 된다.

서윤철 PD는 이런 식의 결말을 맞이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럿 봤었다.

그렇다 보니 오디션 참가자의 실력을 무조건 1순위로 봐야 한다는 걸 방송 제작의 신념처럼 삼기로 했다.

이연이 직접 서 PD의 제작 스타일을 경험해 봤으니까.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다음 팀이 더 기대가 되었다.

시즌 1때처럼 이번에도 심사위원을 맡은 오채일 대표가 마이크를 들었다.

“다음 팀 올라오세요.”

네 명으로 구성된 연습생 팀이 무대에 올라섰다.

미랑이 ‘어머’ 소리를 내면서 감탄했다.

“우리 팀하고 숫자가 딱 맞네.”

“그러게요.”

4명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낸 미랑이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여유가 넘치는 선배 아이돌과 달리, 무대에 올라가 있는 후배 아이돌…… 아니, 후배 연습생들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잔뜩 도배되어 있었다.

어느 한 멤버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었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이었다.

무덤덤한 이연과 달리 미랑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 저 심정, 나도 잘 알지.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너무 긴장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던데. 연이, 너도 그랬지?”

“아니요.”

딱 잘라 답했다.

그래도 미랑은 포기하지 않았다.

“에이. 긴장 많이 했을 거잖아. 처음 대중들 앞에 서는데. 안 그래?”

“저는 무대 체질이라서 그런지 긴장은 하나도 안 됐습니다. 오히려 오디오 상태가 약간 빈약해서 무대 다 끝나고 음향 담당한테 가서 언제 따질지, 그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래?”

이연에게 공감을 요구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미랑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도전해 본 건데. 역시나였다.

리더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성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

“서!”

“남!”

“북이에요!”

팀명이 꽤나 재미있었다.

마침 심사위원 한 명이 이연이 묻고 싶어 하던 걸 그녀들에게 물었다.

“팀명을 왜 동서남북으로 지었나요?”

“어느 방향으로 어느 포지션에 서도 늘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지었어요.”

“그렇군요. 괜찮네요, 동서남북.”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여성과 같은 팀 멤버들이 허리를 깊숙하게 숙였다.

리더를 맡은 여성의 이름은 최솔림.

서윤철 PD가 기대를 잔뜩 품고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연습생의 정체가 최솔림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최솔림의 표정이 마치 다른 사람으로 빙의한 것처럼 완전히 달라졌다.

카리스마마저 느껴지는 날카로운 눈빛.

절도 있는 안무 동작에 안정적인 보컬 능력까지.

현재 위치가 연습생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본다면, 확실히 남다른 실력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미랑도 최솔림에 대해 이연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저 솔림이라는 아이, 잘하는데? 서 PD님이 기대 많이 하고 있는 연습생이라고 해서 얼마나 잘할지 궁금했는데. 조금만 다듬고 바로 무대 세워도 문제없겠어.”

이연이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심사위원들도 최솔림의 퍼포먼스에 굉장히 흡족해하고 있었다.

한창 잘나가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최솔림과 같이 무대에 올랐던 팀원 한 명이 중간에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힐을 신고 안무를 소화해야 하다 보니 간혹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였다.

미랑이 짧은 탄식을 흘렸다.

금세 다시 자세를 잡긴 했지만.

연습생에게 있어서 한 번의 실수는 굉장히 치명적이다.

평정심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던 상황에서 갑자기 흐름이 끊기게 되면, 이 이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발을 헛디뎠던 연습생이 뒤이어 음이탈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심사위원들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오직 최솔림 한 명만 정상적으로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벌어졌다.

혼자서 하드 캐리를 하고 있던 최솔림의 안무 실수가 이어졌다.

미랑이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팀원이 실수를 많이 저지르니까. 거기에 흔들렸나 보네.”

그러나 이연은 다르게 보고 있었다.

“아니요. 제가 봤을 때에는 저거, 실수 아니에요.”

“아니라고? 방금 혼자만 동작 틀렸잖아. 설마 저게 의도된 퍼포먼스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원안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굉장히 이질적인 동작을 취했다는 것만 봐도 안무가 틀렸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연이 이걸 눈치 못 챌 리가 없다.

하지만 최솔림의 실수는 다른 멤버들의 실수와 비교했을 때 뭔가가 달랐다.

‘당황하질 않네.’

마치.

실수를 일부러 의도한 것처럼.

우여곡절 끝에 동서남북의 무대가 끝났다.

당연하게도 심사위원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이중에서 가장 큰 타깃이 되는 건 역시 리더 최솔림이었다.

“솔림 씨. 사비 파트에서 안무 틀리셨죠?”

“……네. 죄송합니다.”

최솔림은 변명의 여지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녀의 실수가 워낙 큰 탓에 이전에 멤버가 저지른 실수가 묻혔다.

오채일 대표는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여러 차례 갸우뚱했다.

“솔림이가 실수를 다 하네. 연습할 때에는 그 파트에서 단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었잖아.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 실수에요.”

본인의 잘못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니까. 심사위원들 입장에선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서남북 팀, 수고했어요. 다음 팀 입장해 주세요.”

최솔림과 팀 멤버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서 무대를 벗어났다.

이연은 그녀들의 대화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오랜만에 소리 전달 마법을 사용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자신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세하게 들렸다.

“미안해, 솔림 언니. 내가 실수해서…….”

“괜찮아. 내가 더 못했으니까. 자! 오늘 무대는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버리고 다음 미션 준비하자. 1, 2차 미션보다 매 라운드 마지막 미션이 훨씬 중요하다는 건 다들 잘 알지? 기회는 아직 남았어. 그러니까 침울해하지 말자.”

맏언니답게 동생들을 다독여줬다.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난 뒤. 이연은 다시금 확신했다.

‘최솔림은 일부러 안무를 틀린 거야.’

팀원들을 감싸기 위해서.

이연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착한 심성을 지닌 여성이었다.

아니, 어쩌면 단순히 오지랖이 넓은 것일 수도 있다.

미랑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매니저님이 슬슬 복귀하라는데?”

“이제 가야죠.”

다른 팀들도 더 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촬영을 아예 내팽개치면서까지 남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현장을 벗어나기 직전, 이연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솔림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재미있는 연습생이네.’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시즌 2, 그 첫 번째 에피소드가 마침내 방송으로 송출되었다.

하니엘 멤버들은 본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방 사수를 위해 다들 거실로 부리나케 모여들었다.

시즌 2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시즌 1 우승자였던 하니엘 멤버들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었다.

시즌 2에 참가하는 연습생들은 동경하는 선배 그룹의 등장에 환호성을 보냈다.

이 중에는 최솔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우미가 최솔림을 가리켰다.

“저 단발머리 연습생, 엄청 예쁘다. 눈 큰 거 봐. 어머, 콧대도 높네.”

여솜이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우미 언니. 벌써부터 최애픽 정한 거야?”

“외모만 봤을 땐?”

비주얼로만 따지면 최솔림이 단연 압도적이다.

하지만 결국은 실력 싸움이다.

비주얼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연이 촬영 당시에 서윤철 PD한테서 들었던 말을 그대로 멤버들에게도 공유했다.

“연습생들 사이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실력이 좋대.”

“그래? 하긴. 신체 비율이 워낙 좋아서 춤선도 예쁘게 나올 거 같고. 보컬은…… 서 PD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잘하겠지.”

비아가 이연과 티비 속의 최솔림을 번갈아 가리켰다.

“저 연습생이 제2의 이연 언니야?”

이연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건 나도 몰라.”

“왜? 직접 무대 봤었다며?”

“고작 한 번만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다 파악하진 못하니까.”

게다가 당시 최솔림은 일부러 실수를 저지른 탓에 그녀의 실력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다.

SSS 시즌 2 첫 회를 시청하는 동안, 최솔림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성격 굉장히 좋네.”

“리더십도 있고. 연습생들하고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거 같은데?”

팀을 선정할 때에도 최솔림과 같은 팀을 맺고 싶어 하는 연습생들이 많았다.

잘만 하면 SSS 시즌 2의 주인공은 최솔림이 맡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애매하네.’

이연은 본인의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습생들을 배려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신이 솔선수범을 보이는 둥. 좋은 장면들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이연이 아이돌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이 보이지가 않았다.

1화가 끝나자마자 하니엘 멤버들은 제각각 소감을 발하기 시작했다.

가장 핫했던 연습생은 역시 최솔림이었다.

“저 연습생은 무조건 데뷔하겠어.”

“맞아.”

“연이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가 데뷔조에 들 수 있을지 예측해 보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다.

모두가 최솔림을 넘버원이라고 언급했지만.

이연은 반대 의견을 펼쳤다.

“아니. 1화 때처럼 앞으로도 계속 저러면, 나중에 가선 결승 무대도 못 밟고 탈락할 거야.”

어림잡아 펼치는 추측이 아니다.

100퍼센트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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