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69화 (268/299)

269화

제76화. SSS 시즌 2(2)

SSS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람들의 관심 또한 샘솟았다.

이로 인해 덩달아 하니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SSS 시즌 1 우승 팀이 그녀들이기 때문이었다.

멤버들은 오랜만에 서윤철 PD, 그리고 SSS 제작진과 나란히 마주 앉게 되었다.

서 PD가 멤버들을 보면서 방긋 웃었다.

“오랜만에 뵙는 거 같네요. 요즘 많이 바쁘시죠? 이제는 완전히 4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굳혀졌던데요.”

우미가 수줍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아이비제이 선배님들이나 MAYO 선배님들도 있고. 저희는 한참 멀었죠.”

“우미 언니 말이 맞아요.”

이럴 때 필요한 건 자기 자랑이 아닌 겸손이다.

이연은 멤버들의 반응을 뒤에서 지켜보면서 자기가 잘 교육시켰다는 보람을 느꼈는지 흐뭇한 시선을 보냈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 서윤철 PD가 이연을 가리켰다.

“이연 씨가 앞으로 나와서 앉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리더잖아요.”

이연은 속으로 아쉬움을 담아 혀를 차면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오늘은 목을 아끼고 싶어서 일부러 뒤에 앉은 거였는데.

서윤철 PD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그녀의 존재감이 워낙 독보적이니까. 서윤철 PD가 아니더라도 이걸 놓치는 제작진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 스탠바이 하시고. 인터뷰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멤버들이 오랜만에 SSS 제작진과 만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SSS 시즌 2 제작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그리고 시즌 2에 참가하는 연습생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니엘이 먼저 인터뷰를 요청한 건 아니다.

제작진이 대중들로부터 시즌 2를 널리 알리고 싶어서 일부러 하니엘에게 이런 부탁을 하게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어차피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일인데. 하니엘이 선배로서 힘을 실어주면 그들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

그래서 하니엘도 이번 인터뷰에 흔쾌히 응하게 되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도 아니고.

이렇게 모여 앉아서 시즌 2 연습생들, 힘내세요! 같은 짧은 응원의 말만 해도 되는 거니까.

물론 여기서 바로 끝나진 않는다.

서 PD가 카메라 밖에서 그녀들에게 단체 질문을 건넸다.

“시즌 2 제작이 발표되었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기분이셨나요?”

먼저 여솜이 입을 열었다.

“많이 놀랐어요. 저희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요. 그치?”

여솜이 옆에 앉은 리샤에게 멘트를 넘겼다.

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솜과 같은 심정이었음을 카메라 앞에서 여실히 드러냈다.

“처음에 기사 봤을 때에는 그 기사 쓴 기자님이 잘못 오해하고 이런 기사를 내보냈나 싶더라니까요. 저희도 시즌 2에 관한 걸 일절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멤버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소식을 듣고 놀랐다. 예상대로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서 PD가 다음 질문을 꺼냈다.

“초대 우승 팀으로서 시즌 2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감회가 많이 새로우셨을 거 같은데요. 혹시 시즌 2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일종의 피드백 요청이었다.

멤버들은 말 대신 서로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서윤철 PD가 웃으면서 그녀들을 안심시켰다.

“솔직하게 말해주셔도 됩니다. 이거 가지고 저희가 여러분들에게 섭섭해하거나 그럴 일은 전혀 없으니까요.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시즌이 여러 차례 거듭되었던 프로그램도 아니고. 분명 부족한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말이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망설이는 듯한 태도를 계속 유지했다.

이럴 때에는 늘 이연이 스타트를 끊는 역할을 자처하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야외로 나가서 공연을 펼쳐야 하는 미션 같은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미리 힌트를 주셨으면 합니다. 서프라이즈도 좋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실내인지, 야외인지에 따라 굉장히 편차가 크거든요.”

장소는 비밀로 해도 좋으니, 무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면 그 정도는 먼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항상 무대 퀄리티를 중요시 여기는 이연다운 지적이었다.

이연의 날카로운 일침에 서윤철 PD는 알겠다면서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이연이 먼저 시작을 알린 덕분에 멤버들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SSS에 출연할 당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솔직하게 말했다.

리샤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가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점심으로 주는 햄버거, 솔직히 너무 맛없었어요! 이번에는 맛있는 걸로 준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연이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본인의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프로그램에 관한 걸 말해야지. 먹을 거 가지고 말하면 어떻게 해.”

“왜. 밥 먹는 것도 엄청 중요한 건데. 맞죠, PD님?”

먹는 거에 진심인 리샤의 주장에 서윤철 PD는 크게 웃었다.

“네, 물론이죠.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유명한 외식 브랜드들이 많이 붙었으니까 적어도 먹는 거 가지고는 불만이 많이 안 나올 거예요.”

SSS 시즌 1 시청률이 워낙 잘 나온 덕분에 시즌 2는 스폰서가 많이 붙었다.

하니엘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니까. 서윤철 PD는 그녀들이 들려준 피드백들은 웬만하면 시즌 2에 다 적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짧은 인터뷰 촬영이 끝난 뒤.

서윤철 PD가 이연을 따로 불렀다.

“오채일 대표님한테 들었습니다. 특별 심사 위원 맡아주기로 하셨다고 하던데.”

“예, 맞아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이연 씨가 꼭 출연해 줬으면 했었는데, 정말 잘됐네요.”

이연의 출연 여부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지니까.

특히나 SSS라는 프로그램 내에서 이연이 차지하는 입지는 가히 절대적이다.

시즌 1은 그녀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1부의 주인공이 2부에도 얼굴을 비치면, 팬들은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것과 같은 원리였다.

SSS 시즌 1 주인공의 귀환.

서윤철 PD는 벌써부터 시청률이 무럭무럭 상승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기왕 서윤철 PD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성사된 김에 궁금한 걸 물었다.

“저하고 같이 특별 심사 위원으로 나올 다른 분들은 정해졌나요?”

“예. 한 분은 혜원 씨로 정했습니다.”

“아이비제이의 혜원 선배님이요?”

“네. 2라운드 특별 심사 위원팀은 ‘선배 걸 그룹’이라는 콘셉트로 모집해 보려고요. 그래서 혜원 씨가 선택되었습니다. 마침 본인도 하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혜원과 이연. 두 사람만 봐도 라인업이 어마무시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에 한 명 더.

“MAYO의 미랑 씨도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미랑 선배님은 많이 바쁘실 텐데. 용케도 출연하기로 하셨네요?”

“이연 씨하고 혜원 씨가 나올 거라고 하니까 미랑 씨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도 출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하고 워낙 친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니, 천만에.

이연이 보기에는 그런 순수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미랑이 좋아하는 후배, 이연이 원수이자 라이벌인 혜원과 같이 오순도순 앉아서 심사 위원 역을 하는 걸 죽어도 보기 싫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심사 위원 자리를 수락한 것일 수도 있다.

이연이 아는 미랑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연은 일부러 서윤철 PD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으니까.’

서 PD가 상상하는 혜원, 미랑의 이미지를 현실이라는 이름의 망치로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 * *

1주일 뒤.

이연은 박도수 매니저와 함께 개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

앨범 활동 초기에는 멤버들과 같이 다니는 일정이 많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두세 명, 혹은 오늘처럼 한 명만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특히나 이연의 경우에는 멤버들 중에서 혼자 활동하는 횟수가 가장 많은 축에 속했다.

하니엘이라는 네임벨류가 지닌 파워도 물론 강력하지만, 권이연이라는 존재가 지닌 영향력과 인기도 이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연이 제대로 각 잡고 솔로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이연도 아예 솔로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당장 계획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단독 콘서트가 남아 있으니까.’

이 커다란 산을 넘고 난 다음에 진지하게 솔로 활동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이연이 솔로로 나와서 이름을 알리면 알릴수록 그룹 홍보에도 힘이 실릴 테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연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MAYO의 미랑과 같이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미리 촬영 현장에 와 있던 미랑이 이연에게 다가와서 재미있는 정보 하나를 흘렸다.

“연아. 그거 알아?”

“뭔데요?”

“옆 스튜디오에서 SSS 시즌 2 촬영하고 있는 중이래.”

“아, 그래요?”

실내 촬영은 이곳 방송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아는데.

스튜디오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서윤철 PD님이 나한테 그러셨거든? 어차피 나하고 너, 둘 다 2라운드에 특별 심사 위원으로 출연하기로 했으니까. 시간 날 때 미리 녹화 현장에 와서 어떤 연습생들이 참가했는지 미리 봐도 된다고.”

이연도 서윤철 PD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연습생들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촬영 현장을 방문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자신이 출연할 프로그램 바로 옆 스튜디오에서 SSS 시즌 2 촬영이 진행 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촬영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옆으로 넘어가서 슬쩍 구경하고 올래?”

미랑이 먼저 제안했다.

현재 시간과 현장 분위기를 확인한 이연은 머릿속으로 자신들이 오늘 출연할 프로그램의 시작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네, 그러죠.”

“아싸! 그럼 바로 가자.”

미랑이 이연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이끌려고 했다.

그러나 그전에 해야 할 게 있었다.

“매니저님한테 말해두고 가야죠. 괜히 구경하러 갔다가 갑자기 촬영 준비가 빨리 끝나서 녹화가 일찍 시작되면 곤란하니까요.”

“하긴. 맞는 말이야.”

미랑과 잠시 흩어져서 각자의 매니저에게 옆 스튜디오 구경 좀 하고 오겠다는 말을 건넸다.

다시 미랑과 합류한 이연은 SSS 시즌 2 녹화 현장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럽게 스튜디오 안으로 진입한 두 여자.

벌써부터 현장에는 커다란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침 연습생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1라운드 2차 팀 미션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연은 연습생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멀찍이 떨어져서 무대를 지켜봤다.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이연이 저 무대에 서 있었는데.

이렇게 다른 곳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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