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67화 (266/299)

267화

제75화. 권이연 선생님(2)

체육 수업을 위해 따로 옷을 갈아입은 이연과 비아, 그리고 리샤.

그녀들은 스태프들과 함께 시청각실을 벗어나 각자 배정받은 반 학생들이 모여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이미 그녀들이 체육 수업을 맡을 거란 정보가 학생들 사이에 퍼진 모양인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니엘 멤버들이 등장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이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덩달아 교실 안에서 수업을 받고 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슬쩍 내밀면서 부럽다는 시선을 밖으로 던졌다.

오늘 체육 수업을 받게 된 반은 2학년 4반과 5반, 그리고 3학년 3반. 이렇게 총 세 개의 반이 촬영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학생들의 표정에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연이 먼저 나서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오늘 하루 2학년 5반 체육 수업을 맡게 된 권이연입니다. 그리고…….”

이연이 다른 멤버들에게도 자신을 소개할 기회를 넘겼다.

먼저 리샤가 입을 열었다.

“전 2학년 4반을 맡았습니다.”

“3학년 3반은 저, 이비아가 맡게 되었습니다. 다들 잘 부탁드려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체육 수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권이연은 학생들에게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걸 물었다.

“3학년은 농구, 2학년은 축구 연습 중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그럼 3학년 여러분들은 비아가 지도하는 거에 따라서 농구장으로 이동해 주세요. 2학년 4반하고 5반은…….”

이연이 말끝을 흐리면서 머릿속에 얽힌 생각들을 정리했다.

‘학교 종이 땡땡땡’은 최근에 방영되기 시작한 프로그램치곤 시청률이 꽤나 높게 나오고 있는 예능 프로다.

지방까지 오면서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데. 고생한 만큼 하니엘도 챙겨가야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큰 보상은 역시 시청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장면들을 많이 뽑아내야 한다.

그래서 이연이 아이디어를 하나 고안했다.

“4반하고 5반이 서로 축구 시합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경쟁은 언제나 흥행 보증 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일부러 출연자들끼리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사자들은 힘들고 지치겠지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재미있으니까.

그래서 이연은 기왕 체육 과목을 맡은 김에 축구 시합이라는 아이템을 꺼내볼까 생각했다.

승자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보상을 걸어야 승부욕이 샘솟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하니엘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있었다.

“우승한 반에게는 사진하고 사인을 선물로 드릴게요.”

각 반마다가 아니라 개인별로.

하니엘과 같이 둘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에 학생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5반 학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선생님. 4반이 2학년 중에서 축구 가장 잘하는 반인데…….”

반대로 5반은 축구 최약체로 불리고 있었다.

둘의 전력 차가 심하다는 건 이연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

그래서 추가로 하나를 더 걸기로 했다.

“그러면 각 반 선생님들도 같이 경기 뛰기로 하죠.”

“우리도 하자고?”

“응.”

리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4반 학생들은 이연과 리샤가 각 팀의 축구 멤버로 들어온다고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흔쾌히 승낙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리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연이가 들어오면 안 될 거 같은데.”

불안감을 여러 차례 드러내 봤지만, 그녀 이외에 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로 흘러간 탓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가 없었다.

아직 아운대가 방송에 안 나가서 그렇지, 이연의 운동 신경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미 알고 있는 리샤로선 불안감이 솟구쳤다.

그래도 축구는 다르지 않을까.

이연이라고 다 잘하진 못할 테니까.

리샤는 여기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 희망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았다.

* * *

하프 라인에서 5반 남학생에게 공을 넘겨받은 이연은 빠른 속도로 전방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운대에서 릴레이 경기에 나설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축구 잘하는 학생들이 가득 포진되어 있는 4반은 이연의 진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 3명이 이연을 마크하기 위해 달라붙었지만.

이연이 보기엔 빈틈투성이 그 자체였다.

바로 옆으로 공을 빼는 척하는 이연.

그녀의 페이크 동작에 2명의 수비진이 깜빡하고 속아 넘어갔다.

남은 한 명의 수비가 크게 당황하고 있을 때를 노려 가랑이 사이로 공을 가볍게 툭 쳤다.

공을 앞으로 먼저 보낸 이연은 수비 세 명을 지나쳐 다시 주도권을 가로챘다.

이연의 돌파에 5반 학생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선생님, 힘내세요!”

“한 골 더! 한 골 더!”

질끈 동여맸던 이연의 머리끈이 그녀의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풀어졌다.

긴 머리카락들이 공중에 너풀거리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 와중에 이연의 시선은 골대로 향해 있었다.

오른발을 크게 움직이면서 있는 힘껏 공을 찼다.

뻥―!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눈으로 좇기 힘든 속도로 날아든 축구공은 골망을 크게 뒤흔들었다.

호루라기를 입에 문 학교 체육 선생이 삐익! 소리를 내면서 골을 선언했다.

경기 결과는 7 대 1.

5반의 압도적인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5반이 넣은 7골 중에서 무려 6골이 이연이 넣은 결과물이었다.

그것도 패스 없이 단독 드리블로.

1골도 나머지 5반 학생들이 넣은 것도 아니고. 4반의 실책으로 인한 자살골이었다.

사실상 5반의 완벽한 승리라고밖에 볼 수 없는 점수였다.

리샤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느낌이 안 좋다 했다.”

이연은 뭐든 잘한다.

아주 잠깐 의심했었지만, 이 의심은 이번 축구 경기로 인해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승자는 5반이 되었지만, 이연은 고생한 4반에게도 나름의 보상을 주기로 했다.

“다 같이 모여서 단체 사진 찍자. 어때?”

“네, 좋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연과 리샤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농구장에서 3학년 아이들과 같이 체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비아가 ‘잠깐 스톱!’이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언니들! 우리들은 쏙 빼놓고 왜 자기들만 찍으려고 하는 거야! 우리도 껴줘!”

이런 일이 있으면 비아는 무조건 끼려고 한다.

어느새 이연과 리샤 사이에 자리를 잡은 비아가 카메라를 든 스태프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었다.

3개의 반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게 된 이연과 멤버들.

오늘도 추억이 하나 늘었다.

* * *

녹화가 끝난 다음 날.

‘학교 종이 땡땡땡’ 촬영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이은솔에게도 모두 들려줬다.

조용히 이연의 이야기를 듣던 이은솔은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말했다.

“비아는 여전히 활발하네.”

“아직도 어린애 같아요.”

“따지고 보면 애 맞긴 하지. 너희하고 같이 촬영한 고등학교 애들하고 나이 차이도 거의 안 나잖아. 연이, 너도 그렇고.”

이연은 이제 겨우 21살이다.

녹화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긴 했지만, 이은솔이 언급한 대로 나이를 따지면 선생님이라는 칭호보단 누나, 언니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까 연이, 네가 정말 어리긴 하구나. 워낙 어른스러워서 가끔은 나보다도 연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는데.”

“선배님이 저하고 다섯 살 차이 나시는 거죠?”

“아니.”

이은솔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연의 말을 부정했다.

“인터넷 프로필 보고 말하는 거지?”

“네.”

“잘못 올라가 있어. 실제 나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너보다 4살 많아.”

4살 차이라는 말에 이연은 문득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고 하더라고요.”

사례가 들린 모양인지, 이은솔이 쿨럭! 소리를 내면서 여러 차례 기침을 토해냈다.

“바, 방금 뭐라고…….”

“어머니가 저한테 남녀 나이 차이에 대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서요. 죄송해요, 선배님. 별다른 뜻은 없었어요.”

“아…… 그, 그래? 어, 어머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구나. 아주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네.”

이은솔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이야기였다.

“그…… 연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뭐를요?”

“나이 차이에 대해서. 연상의 남자가 좋은지, 연하가 좋은지. 아니면 동갑내기가 좋은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어서.”

이연이 음료 잔에 담긴 빨대를 휘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연상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제 기준으로 연하를 원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요지가 있고. 동갑내기는 자주 싸울 거 같으니까 싫고. 그래서 차라리 나이 차이가 나는 편이 좋죠.”

당연하게도 이연이 원하는 남자상을 이야기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이런 남자와 사귀고 싶다, 라기보다는.

자신의 지금 상황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어떤 타입의 성향이 어울릴지. 이런 걸 이야기했을 뿐이다.

연상이라는 말에 이은솔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그렇지. 연상이 좋지.”

“선배님은요?”

“나? 나는…… 연하 쪽이려나. 내가 상대방을 보살피고 챙겨주는 쪽을 더 좋아하거든.”

“상냥하시네요, 선배님. 제가 봐온 선배님이라면 여자 친구분한테 정말 잘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잘해줄 거야. 그 누구보다도 더.”

이은솔의 시선이 이연에게 고정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연은 이은솔의 눈빛에 담긴 진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 * *

바쁜 스케줄을 보내는 와중에도 이연은 지친 기색 한 번 보일 틈 없이 열심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오늘도 오전에 라디오 녹음 하나를 마친 이연은 다른 멤버들처럼 숙소로 돌아가는 게 아닌, 회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후에 오채일 대표가 박도수 매니저를 통해 이연에게 한번 보자고 선약을 요청했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오채일 대표와 홍류현 실장이 그녀를 맞이했다.

“고생했다, 이연아.”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까 와서 앉아.”

“네, 알겠습니다.”

이연이 다소곳하게 소파에 앉았다.

홍류현 실장이 오채일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설명할까요?”

“아니. 내가 해야지. 연이를 보자고 한 사람이 나니까.”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이연은 귀를 쫑긋 세웠다.

잠시 뜸을 들인 오채일 대표가 이내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서윤철 PD한테서 연락이 왔었어. SSS 시즌 2 기획하고 싶은데, 혹시 우리보고 생각이 있냐고 묻더군.”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말씀이신가요?”

“맞아.”

하니엘을 탄생시킨 그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번 미팅을 해봤는데. 시즌 1때 반응이 워낙 좋았으니까. 그래서 시즌 2도 한번 해보려고”

그걸 왜 하필이면 이연에게만 말을 해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이유는 곧바로 공개되었다.

“가능하다면 너한테 특별 심사위원을 맡기고 싶은데. 혹시 생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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