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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36화 (236/299)

236화

제66화. 여정의 끝자락(2)

이연 혼자서 결정할 내용은 아니었다.

일단은 멤버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모두가 동의한다는 전제하에서 MAYO의 견학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이연은 조연출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멤버들에게도 공유해 줬다.

멤버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왜?”

굳이 견학을? 이런 되물음이 돌아왔다.

이연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면서 자신도 모른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만약에 MAYO의 진의를 알고 있었다면 멤버들에게도 전부 알려줬을 것이다.

모르니까. 그래서 이연은 이런 반응을 보인 거였다.

우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 무대야 선배님들께서도 여러 번 보셨을 테고. 당분간은 새로운 퍼포먼스 없이 기존 안무만 연습할 텐데. 보여줘도 상관없을 거 같기도 하고. 너희는 어때?”

멤버들은 입을 모아 우미와 같은 생각임을 알렸다.

견학을 와도 상관없다.

이렇게 의견이 일치했다.

이연은 멤버들의 생각을 종합해서 조연출에게 대답을 들려줬다.

“오셔도 된다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언제 오시는 건가요?”

날짜가 궁금했다.

내일? 아니면 모레?

조연출의 대답은 이연의 예상 범위를 살짝 벗어났다.

“지금 당장이라고 하네요.”

“…….”

꽤나 갑작스러운 일정이다.

* * *

조연출이 말한 대로, MAYO는 견학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모든 멤버들이 단체로 LC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했다.

온 김에 오채일 대표와도 짧은 인사를 나눴다.

“다음에 식사라도 한번 해요, 대표님.”

“그러자고. 온 김에 우리 회사 구경도 실컷 하다가 가.”

“네.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오채일 대표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던 모양인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MAYO 멤버들은 하니엘이 연습실에서 각자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모습을 카메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 연습이 시작되려면 5분 정도 남은 상황.

이연은 미랑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먼저 말을 붙였다.

왜 이쪽으로 견학을 오고 싶어 했는지.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랑은 이렇게 답했다.

“뭔가…… 아이디어가 팟! 하고 안 떠올라서. 다른 그룹들 연습하는 거 보다 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그랬던 거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MAYO는 하니엘의 안무 연습실 견학을 제안했던 거였다.

그녀들 역시 하니엘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저희 말고 다른 팀들도 많이 있잖아요.”

그중에 왜 하필이면 하니엘을 택했는지 궁금했다.

“너희가 그나마 가장 편하니까. 그렇다고 아이비제이 트윙클 선배님들한테 견학하고 싶다고 말할 순 없잖아. 안 그래?”

맞는 말이다.

미랑은 안 그래도 그쪽 팀에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혜원이라면 왠지 허락해 줄 거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이번 파이널 미션에서도 엄청 좋은 성적을 보여줄 거 같거든. 우리가 보고 배울 만한 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조연출님한테 특별히 부탁드렸던 거야.”

“저희가 우승할 거 같나요?”

“아니. 우승은 우리가 해야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 같다는 말은 했어도, 하니엘에게 1위 자리를 양보하게 될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미랑의 솔직한 말에 이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설프게 자신의 속내를 숨기려는 것보다, 차라리 미랑처럼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이연은 더 보기 좋았다.

하니엘의 연습 과정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기까지 찾아왔으니까.

그녀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이연은 멤버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연습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합을 맞추는 동안, 은서해가 제3자의 시점에서 그녀들의 동작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캐치해서 지적해 주기로 했다.

Tug of war 반주가 흘러나오자,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컴백하기 전부터 마지막 음방 무대 녹화를 가지기 전까지. 수백 번 넘게 연습했던 안무 동작들이었기 때문에 몸이 알아서 먼저 반응했다.

이연의 추측대로 MAYO는 그동안 하니엘의 무대를 방송과 각종 영상들을 통해 여러 차례 접했었다.

그러나 화면으로 보는 것과,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편이 더 좋았다.

박력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하니엘이 보여주는 무대는 미디어로 다 담을 수 없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특유의 현장 분위기가 있다.

조용히 무대를 지켜보던 아야가 무심코 혼잣말을 흘렸다.

“잘하네……. 하니엘이 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왔었는지 알 것 같아.”

같은 경연 무대에 서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동안 직접 하니엘의 무대를 본 경험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대기실에서, 혹은 추후에 방송을 통해서 하니엘의 무대를 접했었다.

그래서 하니엘의 안무 연습이 MAYO에게는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미랑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러 오길 잘했네.”

역시.

그녀들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 * *

1시간 가까이 안무 연습을 끝낸 뒤.

MAYO는 다시 본인들의 연습실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헤어지기 전에 미랑이 대표로 이연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연습 과정 보여줘서 고마워. 우리가 괜히 와서 폐만 잔뜩 끼치고 돌아가는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선배님들이 저희 지켜봐 주신다는 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연습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뭐야. 선배님이라고 딱딱하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편하게 언니라고 해, 언니.”

미랑이의 말에 이연은 한숨을 삼킨 뒤,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네, 언니.”

“어휴,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미랑이 이연을 확 끌어안았다.

스킨십을 싫어하는 이연이었지만, 그렇다고 선배를 밀쳐낼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그냥 꾹 참기로 했다.

“나중에 걸파이트 녹화 끝나도 우리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계속 지내는 거야. 알았지?”

“네. 그렇게 할게요.”

MAYO처럼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걸 그룹과 친분을 다져두면, 하니엘 입장에서도 많은 득을 볼 수 있다.

차후에 같이 콜라보도 진행할 수 있고.

그렇게 MAYO를 떠나보내려고 하기 직전.

이연은 미랑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아이디어는 생각나셨어요?”

미랑도 이연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무대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서 견학이라는 카드도 꺼내고. 열심히 노력 중인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이연의 물음에 대해 미랑은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아이디어는 둘째 치고. 대신에 다른 걸 얻었어.”

“뭔데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

그렇게 말하고선 미랑은 멤버들과 같이 걸음을 옮겼다.

이연은 점점 멀어지는 선배들의 뒷모습을 향해 작은 미소를 띠었다.

“챙겨갈 거 확실하게 챙겨 가시네.”

* * *

무대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장르를 바꿔본다든지.

아니면 자유 미션 때처럼 곡에 새로운 안무를 추가하거나 기존 안무를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럼에도 이연은 어떻게 가장 효율적일지, 어떤 방법이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해 낼지. 이에 대한 확신이 제대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연이 대중의 마음을 처음부터 꿰뚫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더라면.

이미 ‘완벽한 무대’를 만들겠다는 숙제를 달성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무대 또한 마치 자연 현상처럼 쉽게 예상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렵다.

오늘도 이연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이 고민은 늦은 시간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가 이연의 방을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똑똑 소리에 고개를 뒤로 돌리자, 우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서 이연에게 다가왔다.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언니는? 언니도 안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난 자다가 깼지. 물 마시러 잠깐 나왔는데, 네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기에. 얘가 혹시 불 끄고 자는 걸 깜빡했나 싶어서 본 거였는데. 아직도 안 자고 있을 줄은 몰랐어.”

멤버들과 함께 했던 회의는 이미 3시간 전에 끝났다.

그 시간 동안 이연은 줄곧 혼자서 이렇게 고민의 늪에 빠져 있었던 거였다.

“건강 챙겨가면서 해.”

“괜찮아.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이연은 우미에게 다른 팀들에 대한 근황을 물었다.

혹시 아는 거 있냐고 하자, 우미가 가을소녀와 CDP에 대한 소식을 알려줬다.

“아까 그쪽 선배님들하고 톡 주고받았었는데. 가을소녀 선배님들은 아예 장르를 다르게 해서 갈 거 같아.”

“어떻게?”

“일렉트로팝으로 간다고 하던데? CDP 선배님들은 복고풍으로 콘셉트 바꿀 거라고 하고.”

다른 팀들도 서서히 방향성을 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아이비제이 트윙클이다.

“아이비제이 선배님들에 대한 소식은 아직 모르지?”

“응. 그쪽은 보안이 엄청 철저해서…… 다른 선배님들도 아이비제이 선배님들 관련 정보는 잘 모르겠대.”

결승전에서 가장 견제할 만한 팀은 역시 아이비제이 트윙클이다.

어쩌면 아이비제이 트윙클 역시 하니엘처럼 아직 방향성을 정하지 못해서 정보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무대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천하의 아이비제이라 할지라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연이 기지개를 켜는 자세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이전 미션처럼 그냥 제작진이 미션 콘셉트를 명확하게 정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오히려 간단하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연의 개인적인 바람일 뿐.

제작진이 늘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우미가 이연의 작은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부담 가지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우리는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믿고 따를 테니까.”

“고마워.”

멤버들이 자신에게 보내주는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위해서라도.

좀 더 노력해 보기로 했다.

* * *

안무 연습실로 향하는 차 안.

출발 전에 그녀들은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각자 마실 음료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리샤 언니, 뭐 마실 거야?”

“메뉴 뭐 있어?”

“여기. 이거 보고 정하면 돼.”

비아가 건네준 메뉴판을 본 리샤는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딸기, 아니면 바나나 쉐이크 먹고 싶은데.”

메뉴에는 딸기 바나나 쉐이크가 없었다.

리샤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그럼 딸기 하나, 바나나 하나. 이렇게 먹을게.”

“두 개 주문할 거야?”

“응. 두 개 시켜서 서로 반반씩 섞어 마시면 되잖아.”

“우와…… 역시 리샤 언니. 배 터지는 발상은 진짜 끝내주게 잘한다니까.”

리샤다운 주문 방법이었다.

박도수 매니저가 그러다가 살찐다고 잔소리를 하려고 하던 찰나.

옆에서 조용히 있던 이연이 갑자기 혼잣말을 되뇌기 시작했다.

“딸기 바나나, 딸기 바나나라…….”

비아가 이연의 이상한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언니, 메뉴 바꾸려고?”

“아니.”

이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나 싶어서.”

“……?”

비아는 이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여전히 못 알아듣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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