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22화 (222/299)

222화

제62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1)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다양한 감정들이 담긴 감탄과 탄식이 쏟아졌다.

어떤 이는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또 어떤 이는 의외의 결말이 나왔다는 듯이 반응했다.

이연의 입장에서 보자면 후자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1위. 아이비제이 트윙클]

[2위. 하니엘]

아쉽게 그녀들이 1위 자리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민주린이 1위와 2위의 점수 차이를 육성으로 알려줬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92.3점. 하니엘이 91.9점이었습니다. 정말 간발의 차이였네요.”

0.4, 소수점 차이.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파트 미션이 어느 정도 이연의 예상대로 흘러가긴 했는데.

그간 변수가 너무 많았다.

특히 댄스 2팀의 센터 건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인지가 이연과 같은 팀이 아니었더라면.

아니면 이연이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와 다른 팀으로 흩어졌더라면.

그러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연은 크게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비록 2라운드 마지막 미션에선 1위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방송으로는 우리 팀이 가장 재미있게 나올 테니까.’

이번 파트 미션에서 비중만 놓고 본다면, 댄스 2팀이 압도적일 것이다.

이연이 열심히 드라마 각본을 짜냈으니까.

성장, 고난과 역경, 극복, 그리고 성공까지.

시청자들이 바라는 코드는 다 들어가 있었다.

이제 황이전 PD가 잘 편집해 주기만을 바라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 * *

녹화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멤버들은 간발의 차이로 1위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우미가 리샤 옆에 앉으면서 거실에 모여 있는 멤버들에게 말을 붙였다.

“파트 미션에서 가장 높은 평점 받았던 팀이 댄스 2팀이라며?”

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95.7점. 우리 팀이 압도적으로 높았대.”

그다음으로 혜원이 속한 보컬 2팀과 미랑이 이끌었던 랩 1팀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팀 대전으로 따지면 유의미한 결과를 낸 셈이었다.

2라운드 미션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은 파이널 라운드에서 우승하는 팀이 최종 승자가 되는 거니까.

이번 파트 미션은 이연에게 있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나 다를 바 없었다.

파이널 라운드를 노린 인지도 다지기.

물론 이게 제대로 먹힐지 어떨지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연이 일정 관련 정보가 잔뜩 기재되어 있는 화이트보드판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유키에게 물었다.

“오늘치 방송, 언제 송출된다고 했지?”

“다음 주에요. 2라운드 마지막 미션편 끝나고 다음에 특집편 나갈 거라고 했어요.”

2라운드 내용을 총집합해서 편집한 특집편으로 1주를 더 때울 예정이다.

그동안 멤버들은 쉬거나 아니면 각자 방송 활동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 우승한 아이비제이 트윙클 역시 하니엘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들의 활약상을 모아 따로 영상을 만들어 방송으로 송출하기로 했다.

1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보상이 주어졌다.

만약에 하니엘이 2라운드에서도 우승했다면, 두 번이나 특집 방송의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파트 미션은 어쩔 수 없었어.’

같은 그룹 단위로 미션을 수행하던 것이 얼마나 편한 일이었는지. 이연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얘들아.”

이연의 말에 전 멤버들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다.

“우리, 가수 활동 하는 동안 쭉 함께하자. 알았지?”

“뭐야, 이 언니. 갑자기 부끄럽게 왜 그래?”

“연이답지 않네.”

“그러게 말이야.”

낯선 리더의 모습에 멤버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 *

미리 잡혀 있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이연과 리샤, 그리고 여솜. 이렇게 동갑내기 셋은 박도수 매니저의 차를 타고 코디와 함께 방송국으로 이동했다.

오늘 그녀들은 웹예능 ‘기브 앤 테이크’ 녹화에 참여할 예정이다.

하니엘이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처음으로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아이돌 쇼에서 진행을 맡았던 코미디언 김운혁이 현장에서 그녀들을 맞이했다.

“오랜만이네. 이번 노래도 좋더라. 듣자마자 바로 음원 1위 각이다! 싶었는데, 예상대로 쭉쭉 치고 올라오더라고.”

여솜이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저희가 1위 한 거, 다 선배님 덕분인가 봐요.”

“그럴 리가. 다 너희가 열심히 한 덕분이지. 걸파이트도 요즘 빼먹지 않고 챙겨보고 있어.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고. 알았지?”

“네!”

“그럼 조금 있다가 녹화 때 보자.”

‘기브 앤 테이크’ 메인 진행자가 김운혁이다. 그래서 카메라가 돌기 전에 부지런히 대본을 체크해야 했다.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여러 개고. 그렇다 보니까 요즘 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창 바쁜데도 불구하고 하니엘이 온다는 소식에 직접 마중 나온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가 하니엘의 팬이니까.

유독 남자 연예인들 중에서 하니엘의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운혁도 그렇고. 쇼케이스 진행을 맡았던 유권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브 앤 테이크’는 김운혁과 보조 MC인 세라가 매번 게스트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의 게스트는 하니엘의 동갑내기 멤버들이었다.

그녀들도 마지막까지 다시 한번 대본을 체크했다.

카메라가 돌면서 김운혁과 세라가 상황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고민 상담하러 오는 손님이 없나? 사람도 없는데. 하루 쉬어?”

“에이, 그러다가 저희 상담소 돈도 못 벌고 그대로 문 닫으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면 선배님, 출연료도 못 받잖아요.”

“엇, 그건 안 되는데. 손님! 빨리 손님 데려와!”

김운혁의 외침 타이밍에 맞춰서 동갑내기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상담소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니엘 멤버들을 보자마자 김운혁과 세라가 격한 리액션으로 그녀들의 등장을 환영했다.

“요즘 대세 걸 그룹, 하니엘이잖아!”

“어서 와서 앉으세요! 어머어머, 세상에! 다들 어쩜 이렇게 예쁘시대?”

멤버들은 고개를 여러 차례 숙이면서 감사를 표했다.

본방송 들어가니까 오히려 김운혁보다 세라가 더 흥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안 그래도 요즘 걸파이트 덕분에 난리도 아니잖아요! 파트 미션 때 이연 씨가 인지 씨한테 센터 할 수 있다고 위로해 주는 그 장면 보고 저도 옛날 생각나서 막 울고 그랬어요!”

김운혁이 세라를 향해 눈을 흘겼다.

“지금 내 눈에 세라 씨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막 예뻐 보이고 그러나요?”

“아니, 주책 떠는 아주머니로밖에 안 보여.”

“선배니임!”

세라가 손바닥으로 김운혁의 팔을 찰싹 때렸다.

세라도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아이돌 출신인데. 버럭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 맞은 김운혁은 아파 죽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쓰담았다.

“아무튼! 오늘의 특별 게스트, 하니엘 여러분들을 모셔봤습니다!”

방금 전까지 티격태격하던 김운혁과 세라였지만, 금방 분위기를 바꿔서 게스트들을 열렬히 반겼다.

상황에 맞춰서 180도 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동갑내기 멤버들은 ‘역시 예능인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라의 경우에는 본업은 가수고 부업으로 예능을 뛰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김운혁이 대본대로 걸파이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세라 씨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요즘 걸파이트가 장안의 화제잖아요. 파트 미션에서는 아쉽게 아이비제이 트윙클한테 1위를 넘겨주기도 했는데. 그래도 1라운드에서는 1위였고. 하니엘은 쭉 상위권을 잘 유지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꾸준히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김운혁이 슬쩍 손을 리샤가 앉은 방향 쪽으로 뻗었다.

리샤가 대답할 차례라는 것을 나타내는 제스처였다.

김운혁은 게스트들을 위해 이런 식으로 작은 배려를 펼치는 MC로 소문이 자자하다.

덕분에 리샤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비결이라고 할 건 특별히 없는 거 같아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고, 멤버들끼리 서로 부족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의지하고. 도움도 주고. 그래서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부담이 되진 않았나요? 같이 출연하는 타 그룹들만 놓고 봐도 전부 다 유명하고 쟁쟁한 팀들밖에 없잖아요.”

“처음에는 부담이 컸는데, 이것도 하다 보니까 잘 극복이 되더라고요. 아, 가장 큰 비결이 있는데…….”

리샤가 이연 쪽으로 손을 가리켰다.

“하니엘의 원동력이라고 하면, 역시 저희 리더죠!”

옆에서 여솜도 ‘맞아요!’라고 기운차게 대답하면서 리샤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건 대본에 없던 거였다.

그럼에도 김운혁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이연 씨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혜원 씨가 댄스 2팀 센터로 인지 씨를 지목했을 때 있지 않습니까. 그때 그 장면이 엄청 화제가 되었는데.”

옆에서 세라가 순간 시청률도 최고치를 찍었다고 덧붙여 알려줬다.

“당시 이연 씨는 기분이 어떠셨나요? 아, 솔직하게 욕으로 하셔도 됩니다. 제작진이 알아서 ‘삐-’ 처리할 테니까요.”

욕이라는 말에 이연이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배님이신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그러면 욕하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었다, 이런 뜻인가요?”

김운혁이 잘하는 몰아가기 스킬이 시전되었다.

이연에게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웃긴 포인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이연의 당황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당혹스러운 질문을 건넨 거였다.

그러나 이연에게는 이런 스킬이 일절 통하지 않았다.

“너무 좋은 작전이어서 속으로 여러 차례 감탄했습니다. 역시 선배님이시다, 이렇게 생각했죠.”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니까 오히려 몰아가기를 하려던 김운혁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 그렇군요. 저는 분명 뒤에서 엄청 욕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전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혜원 선배님의 선택은 옳았다고 봅니다.”

다만, 견제를 당했던 대상이 자신과 하니엘이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 밖에 김운혁과 세라는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하니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대본에 적혀 있던 질문지를 살피던 도중에 김운혁이 머릿속으로 뭔가 번뜩 떠오른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혹시 물어봐도 될까요?”

“어떤 건데요?”

동갑내기 멤버들이 관심을 보였다.

“아직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된 건 아니지만. 혹시 멤버분들은 걸파이트 최종 우승팀이 어디가 될 거 같으세요?”

질문을 받자마자 이연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답했다.

“저희가 우승할 겁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에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입에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자신감 하면 이연’이라는 말이 오랜만에 떠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