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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19화 (219/299)

219화

제61화. 드라마(2)

이연은 혜원이 센터 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얻어가는 게 많기 때문이었다.

인지가 센터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든, 보여주지 못하든. 1차적으로 이연을 견제하겠다는 목적은 그녀들의 목적은 무조건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가 엉망이 되어버리면 같은 팀 멤버인 미수가 얻을 점수도 낮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점수 충당은 혜원과 지현이 하면 되니까.

그리고 그만큼 다른 팀 죽이기도 가능하다.

하니엘, CDP, 그리고 원더존까지. 아이비제이 트윙클을 제외하고 댄스 2팀에만 세 그룹이 걸려 있다.

게다가 하니엘, CDP는 언제든 상위권을 노릴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들이다.

원더존은 하니엘처럼 여기에 멤버가 2명이나 포진되어 있고.

댄스 2팀이 청중평가단들에게 저평가를 받게 된다면, 하니엘과 원더존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비제이 트윙클은 센터 변경에 동의했다.

“대신에 아이비제이 트윙클에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황이전 PD가 미수를 가리켰다.

“만약 센터를 변경할 거라면, 미수 씨로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견제 작전이 안 될 거 같으니까 다른 팀들이 그랬듯 무난하게 자신의 팀원에게 베네핏을 사용하기로 했다.

혜원다운 결정이었다.

‘베네핏으로 챙겨갈 건 다 챙겨가겠다, 이 뜻이네.’

이연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제 팀원들이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무기명으로 할까요? 아니면 그냥 손들어서 결정하는 걸로?”

대다수의 팀원들은 무기명보단 손드는 쪽을 택했다.

그게 더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었다.

이연의 생각이 깊어졌다.

지금 흐름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손안에 놀아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모든 것이 혜원의 뜻대로 될 것이다.

변수가 필요하다.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요소를 만들어야 댄스 2팀이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통제 권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 이연의 시선에 카메라 여러 대가 들어왔다.

동시에 채미가 했던 불평불만이 떠올랐다.

카메라라도 꺼져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카메라는 계속해서 이연과 팀원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안무 연습실에서 인지가 황이전 PD에게 센터 못하겠다고 말을 할 때에도.

그리고 황 PD가 멤버들에게 센터 변경에 대한 사실을 언급할 때에도.

카메라는 늘 돌아가고 있었다.

“자, 그럼 투표 시작하겠습니다. 인지 씨에서 미수 씨로 센터 변경하는 거에 찬성하시는 분들, 손 들어주세요.”

리샤, 채미, 하영, 그리고 인지가 차례로 손을 들었다.

미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투표에서 제외되었다.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이연 한 명밖에 없었다.

리샤가 팔꿈치로 이연을 툭툭 건드렸다.

“연아. 손 안 들고 뭐 하고 있어?”

리샤는 이연이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황이전 PD가 한 말을 듣지 못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연은 확실히 듣고 있었다.

들었음에도 일부러 들지 않았다.

“저는 센터 변경, 반대합니다.”

회의실에 소리 없는 경악이 퍼졌다.

* * *

팀원들은 자신감이 뚝 떨어진 인지보다 그래도 미수가 훨씬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센터 경험이 나름 있고. 가장 선배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댄스 실력이 엄청 부족한 편도 아니기에 미수 정도면 센터로 내세워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연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가장 놀란 건 인지였다.

“어째서…….”

“이유가 있습니다, 선배님.”

이연이 황 PD에게 반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황 PD도 꼭 듣고 싶었기에 바로 찬성했다.

“말씀하셔도 됩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감사합니다, PD님.”

이연은 팀원들에게 자신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

“이번에 무대에 서는 팀이 여덟 팀이나 되잖아요. 그래서 줄곧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여덟 개의 팀들 가운데에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요.”

이연은 인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를 써보면 어떨까 해서요.”

“드라마…… 요?”

“네. 대중들은 주인공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에 희열과 재미를 느낍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럴 거예요.”

역경을 딛고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서는 주인공.

대중들은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열광한다.

“경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턱걸이로 겨우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나중에 1위로 데뷔하게 되었잖아요? 이번 센터 변경 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무대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난관에 처한 인지.

그런 그녀가 동료들로부터 용기와 힘을 얻고 센터로서 성장해 가는 스토리가 완성된다면.

과연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 봐도 뻔했다.

“시청자들이 아주 많이 좋아할 겁니다.”

그만큼 댄스 2팀으로 향하는 관심도 많이 늘어날 테고.

그리고 이 드라마틱한 연출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아이템이다.

아무런 역경 없이, 문제없이 무난하게 연습하고 무대를 꾸미고. 이러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무대 밖에서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황이전 PD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연이 구상한 연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위험부담도 가지고 있다.

인지가 결국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현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연이 이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저는 인지 선배님이라면, 분명 잘 이겨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녀를 향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연은 실제로 인지가 안무 연습을 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심적 부담감을 털어내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 그녀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니, 어떻게든 잘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혜원의 책략을 박살 낼 수 있는 키 플레이어는 바로 인지다.

그녀가 해줘야 한다.

이연의 ‘믿습니다’라는 말을 육성으로 직접 들은 인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연 씨…….”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이연이 고맙기도 하고, 그리고 미안하기도 했다.

복잡한 생각이 차올랐지만, 그것들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니었다.

망설이던 인지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PD님. 저, 센터 다시 해볼게요.”

인지의 표정은 이연이 말했던 것처럼 고난과 역경을 물리친 주인공의 표정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달라진 인지의 모습에 황 PD는 알겠다고 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연의 활약으로 인해 댄스 2팀만의 드라마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 * *

황 PD로부터 다시 인지로 센터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혜원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와 같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지현이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물었다.

“우리가 처음 의도대로 인지 씨가 센터 다시 맡게 되었잖아. 좋아해야 할 일 아니야?”

혜원은 지현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최악의 상황이야.”

“왜?”

“드라마가 완성되었으니까.”

“드라마?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혜원과 지현은 회의 현장에 없었다.

황 PD한테 이연이 왜 반대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혜원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연이 왜 반대했는지.

인지를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 주인공의 강력한 조력자 역할을 이연이 자처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댄스 2팀의 방송 비중은 자연스럽게 이연과 인지, 두 사람에게 쏠리게 될 테고.

방송이 나가면 하니엘과 CDP의 인기몰이에도 한몫을 할 것이다.

“이연 씨한테 또 한 방 먹었네.”

게스트 미션에 이어서 파트 미션까지.

이연은 혜원이 내준 문제들을 너무나도 쉽게 풀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미수가 주인공급으로 거듭난 두 사람만큼 활약해 주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 * *

이연이 주장한 성장 드라마의 법칙 이론 덕분인지, 댄스 2팀의 연습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다들 인지를 도와서 열심히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지 본인도 팀원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지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다.

그 결과.

안무 담당을 맡은 댄스 트레이너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 댄스 2팀의 연습 결과를 칭찬하고 또 칭찬했다.

“너무 좋았어요! 세상에. 어떻게 단 며칠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지 신기하네요.”

인지가 이연과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다 연이 씨 덕분이에요.”

“어머, 그래요? 연이 씨가 팀 연습을 전체적으로 봐주고 있다는 말은 듣긴 했는데.”

그거 말고도 이연은 팀원들에게 있어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막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일 촬영 있으니까 이대로만 쭉 해주시면 될 거 같네요. 그럼 오전 리허설 때 또 보도록 해요. 오늘은 그만 푹 들어가서 쉬시고요. 아셨죠?”

“네!”

“감사합니다, 트레이너님!”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안무 연습이 끝났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리샤와 함께 차에 오르려고 하던 이연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제는 당당하게 댄스 2팀의 센터로 거듭나게 된 인지였다.

“이연 씨. 정말 고마워요. 이연 씨 아니었으면 저, 이번 일이 트라우마로 남았을지도 몰라요.”

스스로 센터 자리를 포기하고 내려놓으려고 했으니까.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도 크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부족함과 자괴감이 더 컸다.

이연 덕분에 이걸 극복할 수 있었다.

이연은 싱긋 웃었다.

“선배님께서 열심히 노력하신 덕분인 걸요. 저는 뒤에서 등만 살짝 밀어줬을 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나중에 무대 끝나면 제가 어떤 식으로라도 꼭 보답할게요.”

“네, 선배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이연과 리샤가 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인지는 계속해서 손을 흔들어주며 그녀들을 배웅했다.

멀어져가는 인지를 보면서 리샤는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선후배 관계를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 연이, 네가 말한 대로 진짜 한 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네.”

그러나 정작 이연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인지 앞에서는 ‘우리 서로 잘해봐요!’라며 의기투합하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리샤는 이런 이연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온도 차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뭐, 어때. 카메라 앞에서만 하하호호 웃으면 되잖아.”

연예인의 숙명이다.

리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배우가 따로 없네.”

“내가 말했잖아. 우리는 무대 준비하면서 동시에 드라마도 같이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드라마 촬영 끝났으니까.

이제 원래의 이연으로 돌아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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