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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18화 (218/299)

218화

제61화. 드라마(1)

오늘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댄스 2팀의 연습.

시간이 거듭될수록 이연은 내심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의 동작을 전체적으로 봐주는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일단 자신이 센터는 아니니까.

그래서 확실히 부담은 덜했다.

그리고 반드시 센터를 맡아야만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절대적인 법칙 같은 건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대중들은 언젠가 그 노력을 알아주게 되어 있다.

센터의 유무도 그렇지만.

‘레코딩 쪽은 신경 안 써서 좋네.’

파트 분배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예 없어서 이것도 편하다.

하니엘 그룹 내에서만 파트 분배를 하라면 사실 그렇게까지 크게 부담스럽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댄스 2팀처럼 선후배가 한 그룹에 뒤섞여 있으면 파트 분배를 할 때에도 많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게 전혀 없고, 오롯이 안무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이연은 이번 미션이 오히려 다른 미션보다 더 편하다고 느껴졌다.

대신에 한 가지 불안 요소는 있었다.

“잠깐만. 음악 좀 꺼주실래요?”

미수가 양팔을 X자 형태로 교차시키면서 스태프에게 스톱을 요청했다.

그녀가 갑자기 연습을 중단시킨 이유는 바로 인지 때문이었다.

“인지 씨가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 거 같아서요.”

미수의 말에 인지는 자신도 모르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컨디션 난조의 이유가 뭔지 팀원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센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인지도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댄스 실력이 뛰어난 팀원들이 댄스 2팀에 다수 포진되어 있는데. 서로 협의할 것도 없이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일방적인 지명에 단숨에 센터를 차지하게 되었으니까.

여기서 오는 부담감이 점점 그녀를 좀먹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안무 연습을 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미수가 인지의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말했다.

“잠깐 쉬었다고 하죠.”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지에게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 이연은 PPL을 목적으로 스태프들이 가득 채워둔 스포츠 드링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연이 음료를 마시려고 하자, 카메라맨이 다급하게 앵글을 돌리면서 그녀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다른 참가자들보다도 이연이 마시거나 입는 옷가지들이 유독 더 크게 화두가 된다는 것을 제작진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쓴웃음을 삼킨 이연은 한 모금만 마시고 내려놓을 것을 두 번, 세 번 나눠 마시면서 일부러 길게 시간을 잡았다.

‘이쯤이면 됐겠지.’

음료를 내려놓은 이연은 수건을 들고서 얼굴,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쉬는 동안, 리샤가 이연의 옆으로 다가와 몰래 말을 붙였다.

“인지 선배님, 어때 보여?”

이연이 보기에 센터로서 적합할지, 어떨지.

이걸 묻고 싶어 하는 거였다.

마이크가 꺼져 있는지 다시금 확인한 이연은 가감 없이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지금 포지션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실 거 같아.”

무슨 일 있으면 스트레이트로 꽂아버리는 이연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한 셈이었다.

직접적으로 뜻하면 이거였다.

다른 무대라면 몰라도, 적어도 이번 무대에선 센터로서의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

리샤가 이연과 알고 지내온 기간이 길진 않지만, 대신에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이연의 말 속에 어떤 속내가 담겨 있는지. 얼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센터는…… 바꾸기 힘들겠지?”

“룰이니까.”

일부러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베네핏까지 사용했는데. 이제 와서 센터를 쉽게 변경해 주게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이연도 알 방법이 없었다.

천재지변 같은 일 때문에 부득이하게 센터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아니고.

의지박약으로 인한 센터 변경은 많이 힘들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리샤는 걱정이 앞섰다.

“이러다가 우리 팀, 묻힐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도 팀이 여덟 개나 되는데.”

원래는 일곱 그룹이 미션을 수행하곤 했었다.

그러나 파트 별로 인원을 재분배하다 보니까 한 개가 더 추가되어 총 일곱 팀이 되었다.

안 그래도 적은 비중이 더 적어질 수도 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리샤의 말대로 댄스 2팀은 비중 없이 무난하게 묻히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게 혜원의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연이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카메라 비중의 여부가 현장 투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혜원의 속내를 모르니까. 이 때문에 이연의 머릿속에는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렇게 리샤와 조용한 대담을 이어나가고 있을 무렵.

인지가 갑자기 황 PD를 찾았다.

“인지 선배님, PD님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 걸까?”

리샤의 시선을 따라 이연 역시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의 표정은 자못 심각해 보였다.

한숨을 길게 내쉰 황이전 PD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댄스 2팀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잠깐만 모여주실래요?”

“네!”

아까부터 인지의 행보를 신경 쓰고 있던 팀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한 곳에 모였다.

황이전 PD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난색을 표했다.

잠시 뒤.

그의 입에서 놀랄 만한 말이 튀어나왔다.

“인지 씨가 센터 자리에 대해서 부담감을 너무 많이 느끼는 거 같아서요. 센터를 다른 팀원한테 양도하고 싶다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들어보려고 합니다.”

센터 변경.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 * *

이연은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베네핏까지 사용해서 정한 센터 포지션이었기에 센터를 변경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었다.

센터는 그룹 활동에 임하는 아이돌이라면 모두가 다 바라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센터를 양보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면, 그 자리가 상상 이상으로 본인에게만은 부담을 주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지금의 인지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팀원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리샤도 같은 심정이었다.

이들을 대신해서 이연이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러면 다음 센터는 누구로 지정되는 건가요?”

“인지 씨는 미수 씨, 아니면 이연 씨. 둘 중에 한 명에게 센터 자리를 양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죠?”

옆에서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인지가 무거운 고개를 끄덕였다.

“저보다는 미수 선배님이나 이연 씨가 훨씬 더 잘할 거 같아서요.”

미수도, 이연도. 둘 다 센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연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늘 센터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아이돌이고.

미수의 경우에는 4세대 걸 그룹 톱을 달리고 있는 아이비제이에서 몇 번 센터에 섰던 적이 있었다.

둘 다 센터로선 최고의 인재들이다.

물론 인지도 센터 경험이 많긴 하지만.

이번 무대는 그녀에게 부담이 많이 되었다.

이연의 뒤를 이어서 미수가 두 번째 질문자를 자처했다.

“센터 변경이 가능한가요? 자체 회의를 통해서 정한 것도 아니고. 베네핏으로 지명한 경우인데.”

시청자들이 납득이 가는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방송이 나가는 순간 시청자 게시판은 안 좋은 글들로 도배될 게 뻔했다.

“스태프들끼리 잠깐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조건이 맞는다면 센터 변경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조건이 뭔지. 팀원들은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모든 팀원들이 센터 변경에 찬성할 것. 단 한 명의 반대 없이 만장일치여야 합니다.”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문제는 두 번째였다.

“다음으로, 베네핏을 사용한 팀이 센터 변경에 동의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센터 변경을 인정하겠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선 나름 머리를 굴리고 굴린 결과였다.

베네핏을 쓴 팀이 동의해야 한다. 이연은 이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미수 씨하고 다른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분들한테 시간을 좀 드릴게요. 상황 전달은 저희가 혜원 씨하고 지현 씨한테 따로 할 테니까, 미수 씨는 두 분하고 같이 충분히 상의해 보신 다음에 저희한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센터 변경에 동의한다고 하면, 그다음에 팀원 분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그전까지는 잠깐 연습 중단할게요.”

“네.”

이렇게까지 길게 쉴 생각은 없었는데.

이연은 남몰래 깊은 한숨을 삼켰다.

* * *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들의 회의가 끝날 때까지, 댄스 2팀 팀원들은 회의실에 앉아서 무기한 대기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 카메라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이연의 맞은편에 앉은 채미가 테이블 위에 상체를 납작 엎드리면서 말했다.

“카메라라도 꺼져 있으면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텐데.”

채미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연도 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한편으론 제작진 입장도 납득이 간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일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까 황이전 PD가 팀원들을 불러 모아서 센터 변경 조건을 설명할 때에도 카메라는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팀 비중은 많이 늘겠네.’

여덟 개의 팀 중 가운데에 센터 변경이 된 팀은 댄스 2팀이 유일할 테니까.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리샤는 만족하고 있었다.

“잘됐다, 연아. 안 그래도 우리, 아까 인지 선배님이 센터 때문에 부담 많이 느끼고 있다고 걱정했었잖아.”

그렇긴 하지만.

아직 센터 변경이 확정된 건 아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에서 ‘안 된다’라고 한 마디만 해버려도 이 기회는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혜원이 과연 여기에 동의할지 어떨지.

이연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베네핏을 쓴 이유가 없어지게 될 텐데. 순순히 동의해 줄지 어떨지는 미지수다.

회의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제작진이 혜원을 설득하는 과정에 차질이 생겨서 그런지, 구체적인 사정은 잘 모른다.

무의미한 시간이 계속 흐르던 와중에.

마침내 회의실 문이 열렸다.

동시에 자리를 비웠던 황이전 PD와 미수, 그리고 인지. 세 사람이 나란히 회의실에 들어섰다.

이연의 시선은 인지보다 미수의 표정에 더 집중되었다.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지?’

인지는 센터 변경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으니까 계속 안 좋은 표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수는 이야기가 달랐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그런 표정이었다.

이건 황이전 PD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팀원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분들하고 이번 센터 변경 건에 관해서 회의를 하고 왔는데…….”

황이전 PD가 말끝을 흐리자, 팀원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다음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렸다.

황 PD가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센터 변경에 대해서 동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연의 고운 눈썹이 꿈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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