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13화 (213/299)

213화

제58화. 리더 모임(5)

일곱 명의 리더들이 나란히 무대에 섰다.

무대 위에 올라서 있으니, 각 그룹 멤버들의 얼굴 표정이 그대로 다 보였다.

멤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리더들은 어색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매번 팀원들과 같이 섰던 무대인데. 자기만 혼자서 이렇게 서 있고 멤버들은 객석에 앉아 있으니까 이 구도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민주린이 한 명 한 명씩 인터뷰를 시도했다.

“여기 그룹의 리더는 누구인가요?”

리더들의 리더.

그녀들의 시선이 어느 한 명에게 쏠렸다.

바로 미랑이었다.

“접니다!”

손을 번쩍 들면서 자신이 리더들의 리더임을 알리는 미랑.

그러자 MAYO 팀원들이 큰 목소리로 호응했다.

민주린이 그녀에게 마이크를 내밀면서 물었다.

“어떻게 하다가 리더가 되셨나요?”

경력으로 따지면 당연히 혜원이 되었어야 했는데.

차순위인 미랑이 리더가 된 게 의아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제가 다른 그룹들하고 친분이 많아서요.”

“아, 선출 기준이 얼마나 많은 인맥을 쌓았느냐, 이거였군요?”

“네.”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미랑답게 모든 그룹들과 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혜원의 경우에는 아이비제이가 워낙 유명하고 대선배 그룹이라 그런지 후배들이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고 그녀들끼리 서로 어색한 관계란 뜻은 아니었다.

미랑이 유독 후배 그룹들과 언니, 동생처럼 친하고 가깝게 지내서 그럴 뿐이다.

“그럼 미랑 씨부터 먼저 물어볼게요. 이렇게 일곱 명이 모여서 그룹으로 무대를 준비한 건 처음이잖아요.”

“네, 그렇죠.”

“어땠나요? 호흡이라든지. 이런 건 잘 맞는 편이었나요?”

미랑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서로 너무 잘 맞아서 저는 처음에 저희가 원래부터 같은 그룹으로 데뷔한 줄 알았어요.”

방송이니까 부정적인 말은 웬만하면 삼가는 편이 좋다.

원래 그렇긴 하지만, 그걸 떠나서 미랑의 말대로 정말 무난하게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이연을 포함해서 리더들 전체가 다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각기 다른 팀에서 왔다 보니까 처음에는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있을 줄 알았었다.

MAYO와 하니엘이 같이 무대를 준비할 때에도 사소한 의견 충돌은 종종 있었으니까.

그러나 의외로 이번 리더 미션은 그렇지 않았다.

‘괜히 리더들이 아니지.’

리더들의 역할은 그룹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팀원들을 다독이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도맡아 와서 그런지 준비 자체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미랑에 이어서 혜원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혜원 씨는 어떤가요? 여기 있는 멤버들 중에서 가장 대선배잖아요.”

“후배님들이 다들 너무 잘 따라와 주신 덕분에 무대 준비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미랑 씨가 말한 것처럼 이대로 앨범 활동까지 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랑 씨하고 혜원 씨가 이렇게 말하니까 저도 기대가 되네요.”

다른 리더들에게도 차례차례 인터뷰 순서가 돌아갔다.

마지막은 이 프로젝트 그룹의 메인 보컬을 맡게 된 막내 멤버, 이연이 차지했다.

“이연 씨는 어땠나요?”

“저도 선배님들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좋은 무대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무리 멘트 좋네요. 그럼 일곱 분들, 무대 준비해 주시고요. 그동안 리더 미션 평가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드리겠습니다.”

민주린은 카메라에 시선을 맞춘 채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무대를 보고 각 멤버별로 점수를 매길 겁니다. 개별 점수를 합산해서 순위가 정해지게 되는데, 이 순위가 곧 각 그룹의 2차 팀 미션 최종 점수가 됩니다. 그만큼 리더들의 어깨가 많이 무겁겠죠?”

객석에 앉아 있는 각 팀의 멤버들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손을 모았다.

“준비가 다 끝났나 보네요. 그럼 여러분들의 힘찬 함성과 함께 리더 미션, 시작하겠습니다!”

호응을 유도하는 민주린의 외침에 따라 무대에 서지 않은 멤버들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리더들은 정해진 위치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리더들이 어떤 무대를 준비했는지. 각 그룹의 멤버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곳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무대에 올라가 있는 리더보다 더 긴장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인 채 무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러 개의 조명 빛이 리더들을 비췄다.

빠른 비트와 함께 혜원의 시원스러운 보컬이 첫 스타트를 알렸다.

걸파이트 시즌 2의 첫 오리지널곡, ‘시너지(synergy)’가 처음 공개되자, 객석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다 아는 얼굴들이라서 무대 자체가 익숙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리지널곡 덕분인지 새롭다는 생각이 더 크게 와 닿았다.

게다가 각 그룹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모여서 하나의 팀을 이룬 덕분인지 한 명 한 명이 다 에이스처럼 느껴졌다.

가장 파트 비중이 적은 혜원조차도 계속해서 눈에 띌 정도니, 이쯤 되면 말 다 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을 빼앗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연이었다.

타이밍에 맞춰서 이연이 무대 가운데로 치고 나왔다.

한 순간의 떨림이.

내 마음까지 요동치게 만들어.

이건 너와 나의 synergy.

함께 있으면 느껴지는 energy.

쭉쭉 뻗어 나가는 그녀의 고음에 객석의 온도 역시 한 단계 상승했다.

“연이 언니, 오늘 왜 이렇게 예뻐 보인대?”

비아의 말에 여솜이 바로 반박했다.

“연이는 원래 예뻤어.”

같은 팀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이연의 미모는 독보적이었다.

메인 보컬에 비주얼 담당까지.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무대였다.

심사위원들도 객석 분위기에 따라 어깨를 들썩이면서 무대를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무대를 보며 즐기고 호응하는 것도 좋지만.

이들이 여기에 앉아 있는 본래 목적이 뭔지 잊으면 곤란하다.

조명을 받자 더욱 빛을 내는 무대 의상과 액세서리들로 중무장한 아이돌들.

화려함 속에서 그녀들이 얼마만큼 가수로서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이것을 밝혀내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눈길이 가늘어졌다.

마무리 엔딩 포즈까지. 일단은 실수 없이 완벽하게 무대를 마쳤다.

카메라가 한 번씩 그녀들의 얼굴을 비췄다.

미랑의 경우에는 짧게 손 키스를 날리면서 어필했다.

혜원은 눈웃음으로, 다른 리더들 역시 각자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매력 발산 타임을 가졌다.

이연은 큰 변화 없이 옅은 미소만 지었다.

일곱 명의 아이돌이 다시 일렬로 서서 관객들, 그리고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쏟아지는 박수 갈채 속에서 멤버들은 각자 본인이 속한 그룹의 리더를 응원했다.

“잘했어, 미랑 언니!”

“초영! 초영! 초영!”

“우리 리더 채미, 사랑해!”

응원 점수는 따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열기 또한 무대 못지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다른 리더들 모두가 다 예쁘고 귀여웠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자기네 팀 리더가 더 예뻐 보이는 건 당연한 말이었다.

하니엘 멤버들도 이연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뭔가 많이 아쉬운데.’

본인이 만족할 만한 무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 *

이전에는 일곱 그룹이 한번씩 무대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에 촬영 시간도 여기에 따라서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리더 팀 딱 한 곳만 무대를 가지는 거였기에 촬영 시간이 길지 않았다.

이른 퇴근은 스태프들, 출연자들 모두가 다 바라는 선물이다.

‘여기에 미션 결과까지 더 좋게 나온다면 바랄 게 없을 텐데.’

그러나 이연은 자신이 높은 순위에 오를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쉬움이 불안감으로 연장된 셈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종합 평가가 모두 끝나고.

리더들은 다시 멤버들의 품으로 돌아가 그녀들과 같이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았다.

“고생했어, 연아.”

“연이 언니, 대선배님들이랑 같이 있어도 존재감 엄청나던데?”

“우리 연이가 일등일 거야. 안 그래?”

“무조건이지!”

멤버들의 확신 어린 말에도 이연은 여전히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잠시 뒤에 민주린이 스튜디오에 모습을 나타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있을 순위부터 살펴보실게요. 순위, 공개해주세요!”

먼저 중하위권 순위부터.

7위부터 시작해서 6위, 5위, 그리고 4위는 각각 가을소녀와 CDP, 샤이걸스, 원더존이 차지했다.

가을소녀와 CDP는 이전 미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샤이걸스는 지난 미션 때 1위를 차지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번 순위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아쉬워하는 건 원더존이었다.

“4위면 잘하긴 했는데…….”

“그래도 조그만 더 높았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치?”

“선배님들 사이에서 저 정도면 많이 잘한 거니까.”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많이 분발했다.

멤버들은 채미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위로의 말을 보탰다.

이제부터는 상위권 싸움이다.

발표하기 전에, 민주린은 2차 팀 미션에 대한 베네핏에 대해 다시 반복해 들려줬다.

“이번 베네핏 역시 1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1, 2위를 차지한 두 개의 그룹에게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도 총 3개의 팀이 베네핏을 가지고 2라운드 마지막 팀 미션에 참가하게 된다.

2위 안에 드는 게 중요하다.

“1위부터 3위까지. 한꺼번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여주세요!”

민주린의 힘찬 목소리와 동시에 순위가 전부 공개되었다.

[1위. MAYO(미랑)]

[2위. 아이비제이 트윙클(혜원)]

[3위. 하니엘(이연)]

“연이 언니가…… 3위야?”

하니엘 멤버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반면, MAYO 팀과 아이비제이 트윙클 팀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위까지는 그래도 베네핏을 받을 수 있으니까. 1위든 2위든 큰 차이는 없었다.

3위가 많이 아쉬울 뿐이다.

비아가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연이 언니, 엄청 잘했잖아. 라이브 때 실수 하나 없었는데.”

상당한 고음을 자랑하는 후렴구 파트에서도 이연은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뽐내면서 ‘믿고 보는 권이연’이라는 말을 다시금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줬다.

그럼에도 결과는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연은 비아와 달리 어느 정도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왜 3위를 차지했는지. 이유를 얼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잘해서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

“이번에 심사위원 맡으신 분들 생각해 봐. SSS 때부터 지금까지 내 경연 무대를 여러 번 봐 온 분들이잖아. 그분들 입장에선 내가 아무리 잘해도 ‘많이 봤었던 장면’이니까. 임팩트가 덜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계속 먹으면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게다가 이연에 대한 기준치가 이미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심사위원들은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미랑 선배님하고 혜원 선배님은?”

“이번 곡은 랩 파트가 핵심이었어. 가사도 재미있고. 시그니쳐라 할 수 있는 안무 동작하고 포인트가 많이 들어가 있었으니까. 미랑 선배님에게 많은 어필 요소가 되었을 거야. 혜원 선배님의 경우에는…….”

이연은 말끝을 흐렸다.

혜원이 메인 보컬 후보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온 진짜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지금의 이연과 같은 결과가 나올까 봐 두려워서 일부러 방향성을 튼 거였다.

너무 익숙한 맛 대신 조금이라도 신선하게 자신을 포장해서 어필해 보자.

이 작전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연에게 메인 보컬 자리를 양보했다는 건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한 방 먹었네.’

이연의 얼굴에 쓴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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