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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12화 (212/299)

212화

제58화. 리더 모임(4)

안무만 놓고 본다면, 난이도 꽤 되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은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음유시인으로 활동했던 경력까지 포함하면, 무대 위에서 격한 안무를 펼친 적이 많았으니까.

다수의 경험. 이것이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물론 여기에 모인 리더들 역시 나름 많은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시간이라도 넉넉하게 주어졌다면 모를 텐데.

그것도 아니었기에 리더들의 자신감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댄서 트레이너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인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이야 연결 동작으로 한 번에 쭉 봐서 낯설게 느껴지니까 어렵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부분 동작으로 조금씩 배우다 보면 여러분들도 금방 익숙해지실 거예요.”

아이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한 말이었다.

댄서 트레이너의 의도가 제대로 통했는지, 아이돌들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면서 잠시 집 나간 자신감을 되찾아오는 데에 성공했다.

각자 포지션대로 위치해 보는 멤버들.

첫 시작의 가운데 자리는 혜원의 것이었다.

메인보컬은 이연이 맡았지만, 센터는 혜원에게 돌아갔다.

혜원이 가장 선배지만, 파트 비중이 가장 적기 때문에 센터 자리를 그녀에게 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혜원은 이것까지 다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일부러 비중이 없는 파트를 고른 것일 수도 있었다.

‘만약에 그렇다면, 여우가 따로 없네.’

겉으로는 굉장히 허술해 보여도,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치밀한 사람.

이연이 가장 경계하는 타입이기도 하다.

혜원은 이연만큼 키가 크고. 비주얼도 톱급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센터 자리를 꿰차도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무게중심을 잡고 있으니까 비로소 임시로 결성된 이 리더 그룹이 완성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댄서 트레이너도, 그리고 무대를 지켜보는 다른 스태프들도. 모두가 다 호평이다.

“실제로 이렇게 그룹 짜서 데뷔시키면, 대한민국 가요계는 다 씹어 먹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역대급 걸 그룹이 탄생하는 날이 될 거예요.”

각 분야에서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엘리트들의 집합체.

경연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리더들에게 한 차례 무대를 보여줬던 댄서들이 각 포지션별로 붙어서 1 대 1 교육에 들어갔다.

이연의 경우에는 시범 무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던 크롭탑에 캡 모자를 썼던 금발의 댄서가 붙었다.

“팔을 뒤쪽으로 쭉 빼시고. 하체는 골반을 강조하듯이 옆으로 살짝 비틀어주시면 돼요. 네, 그 자세 너무 좋아요!”

금발의 댄서는 마침 하니엘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연에게 춤을 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그래서인지 쉽게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 그…… 살짝만 터치해도 될까요? 자세 교정 때문에 그래서요.”

이연이 금발 댄서의 조심스러운 요청에 흔쾌히 승낙했다.

“네. 그런 거라면 언제든 만져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오해를 살 법한 표현이었다.

금발 댄서는 행복해 죽을 거 같다는 표정으로 이연의 자세를 직접 교정해 줬다.

그렇게 사심이 가득 담긴 개인 교습 시간이 계속 이어질 무렵.

돌아다니면서 안무 연습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있던 트레이너가 금발 댄서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지적했다.

“아주 그냥 좋아 죽으려고 하네. 기집애야. 다른 생각 품지 말고 이연 씨 열심히 알려주는 데에만 집중해.”

“네, 선배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휴. 죄송해요, 이연 씨.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이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실 이런 일이 의외로 꽤 있는 편이었다.

특히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부류가 많았다.

그래도 잘 알려주니까. 이연은 불만 없었다.

* * *

오늘의 연습 과정을 모두 마친 뒤.

해산하기 전에 황 PD가 리더들에게 내일의 일정에 대해 알려줬다.

“내일은 레코딩 들어갈 예정이니까 연습 충분히 한 다음에 오시면 됩니다. 저희 첫 오리지널곡이니까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덕분에 오리지널곡의 음원 순위에도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PD가 직접 음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거였다.

리더들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곡은 메인보컬인 이연의 중요도가 매우 크다.

그래서인지 황 PD의 시선은 유독 이연에게 오랫동안 머물렀다.

박도수 매니저도 이를 눈치챘는지, 차에 오르자마자 이연에게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PD님이 너한테 기대를 엄청 많이 걸고 계신 거 같더라.”

“그러게요.”

“어때. 잘할 자신 있지?”

“자신이야 늘 있죠.”

레코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경연 무대다.

지금까지 걸파이트 촬영이 진행되면서 단 한 번도 없었던 리더들만의 대결.

각 그룹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에 다들 그 어느 때보다도 필사적으로 연습하려고 노력했다.

“다들 눈에 독기를 가득 품고 있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1라운드 때 베네핏이 얼마나 중요한지 밝혀졌잖아? 그래서 더 기를 쓰고 연습하려는 거겠지.”

박도수 매니저가 말한 이유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이기면 일단 좋은 거다.

사실 아주 간단한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은 왠지 모르게 자꾸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 안 좋아.’

간단하게 보였던 이번 미션이 어쩌면 이연에게 있어서 가장 혹독한 미션이 될지도 모른다.

* * *

레코딩을 위해 녹음실을 찾은 그녀들.

녹음은 MAYO의 소속사에 마련되어 있는 부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랩 담당인 미랑이 부스 안으로 향했다.

빠른 비트 속에서도 귀에 쏙 들어박히는 발음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미랑.

마치 리듬이라는 이름의 파도를 타는 서퍼와도 같았다.

게다가 평상시에 자신이 녹음하던 부스라서 그런지 한층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잠시 쉬기 위해 그녀가 헤드셋을 벗자, 부스 밖에서 후배들이 환호하는 모션을 취하면서 응원을 보냈다.

미랑이 자신감 있게 첫 스타트를 끊어준 덕분일까.

뒤이어 부스에 들어간 리더들도 긴장감을 약간 덜어낸 채로 레코딩에 임할 수 있었다.

오용하 프로듀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들 잘하네. 낯선 곳에서 녹음하니까 긴장해서 실수 많이 할 줄 알고 시간 넉넉하게 뺐는데. 이 정도면 오히려 남겠는데?”

“남는 시간에 쉬시면 되죠, 프로듀서님.”

“맞아요.”

아이돌들의 말에 오 프로듀서는 크게 웃었다.

이곳이 낯선 건 오 프로듀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원래 작업했던 곳이 아니니까.

그러나 가끔씩 MAYO와 협업할 때가 있었고. 이곳에 와서 작업한 적도 몇 번 있었기 때문에 아이돌들만큼 부스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들이 보여주는 빠른 적응력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혜원의 차례.

혜원은 파트 비중이 크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했다.

원체 보컬 실력도 뛰어난 편이라서 쉽게 레코딩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 오늘 레코딩 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연의 차례가 도래했다.

모든 이들이 이연의 모습에, 그리고 이연의 노래에 집중했다.

음정에 따라 서서히 노래를 시작하는 그녀.

-밤하늘에 보이는 별처럼.

너를 그리워한 숫자가 늘어나.

count the stars.

오용하 프로듀서의 감탄이 이어졌다.

“잘 부르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들으니까 확실히 느낌이 달라.”

미랑은 이미 이연과 같이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 프로듀서처럼 크게 놀랄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매번 이연의 실력에 감탄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경연 프로그램에 적응할수록 이연의 기량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었다.

“무서운 신인이야. 그렇지?”

미랑이 묻자, 다른 그룹의 리더들은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한편, 조용히 이연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있었다.

혜원. 그녀는 노래에 집중하는 이연의 모습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걸파이트 시즌 2에 참가하면서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행보에 MAYO가 가장 큰 방해 요소가 될 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니엘, 그리고 이연.

그녀가 혜원의 가장 큰 경쟁자로 거듭났다.

* * *

걸파이트 2라운드 2차 팀 미션 녹화가 있는 날.

평소에는 촬영장에 올 때마다 늘 긴장했던 하니엘 멤버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을 찾게 되었다.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우리가 무대 안 꾸며도 되는 거 맞지?”

비아의 물음에 리샤는 고개를 짧게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 아까 PD님한테 들어보니까, 우리들은 심사 위원님들 뒤에 앉아서 무대 관람하기만 하면 된다던데?”

체인지 미션 당시에 평가단이 되어본 적은 있지만, 관객 역할을 해본 적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이 자리가 더욱 낯설었다.

하니엘 멤버들만 어색함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원더존이나 샤이걸스, CDP, MAYO, 가을소녀, 심지어 아이비제이 트윙클까지.

리더들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이번 리더 미션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편한, 묘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자신들의 리더가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따라 이번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연이가 힘내야 할 텐데.”

우미가 손을 마주 잡고 기도했다.

딱히 종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이 오면 자연스럽게 두 손이 모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멤버들도 숨을 죽인 채 무대를 지켜봤다.

녹화 시작을 알리면서 민주린이 모습을 나타냈다.

“오늘은 관객분들이 굉장히 많으시네요.”

그녀의 농담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걸파이트 시즌 2, 2라운드 리더 미션에 시작하기에 앞서서 오늘 무대를 펼칠 분들부터 만나보겠습니다.”

민주린의 멘트에 따라 뒤쪽 무대가 양방향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7명의 리더들이 무대의상을 갖춰 입은 채 큰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심사 위원들을 포함해서 오늘 객석을 채우게 된 각 그룹의 멤버들 역시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리더들을 맞이했다.

“연이 언니-!”

“오늘 무조건 일등 해야 하는 거 알지?”

“우리가 목이 터져라 응원할 테니까 힘내! 파이팅!”

벌써부터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연은 하니엘 멤버들을 향해 눈웃음을 보내면서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무대 현장.

스테이지에 올라선 리더들은 국가대표의 심정이 어떤 건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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