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10화 (210/299)

210화

제58화. 리더 모임(2)

큰 걸음으로 순식간에 무대 가운데에 도착한 전이은이 각 후배 그룹의 리더들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방송 잘 보고 있어요. 다들 너무 잘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배님께서 열심히 응원해 주신 덕분이에요.”

후배들은 제각기 다른 말로 전이은에게 공을 돌렸다.

민주린보다도 더 오래 활동한 선배의 등장이라 그런지 화기애애했던 무대는 순식간에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달라진 공기의 흐름에 민주린과 전이은은 작게 웃었다.

“다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 선배님이 여러분들 혼내려고 오신 것도 아니고. 그렇죠?”

전이은은 민주린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공감을 드러냈다.

오늘 그녀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룹의 리더들과 같이 진솔한 토크를 진행하기 위해서.

그리고 여기에 후배들을 만나고 싶다는 사심까지 살짝 더해졌다.

이것 말고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민주린이 큐시트를 슬쩍 보고선 다시 진행에 돌입했다.

“오늘은 이렇게 이븐, 전이은 선배님하고 같이 토크를 진행해 볼 건데요. 특별히 미션도 아니고. 여기서 토크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고 베네핏이 주어지거나 하진 않으니까 마음 내키는 대로 하셔도 돼요.”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무엇을 하든 대부분 그것이 순위로 이어지곤 한다.

그게 습관이 된 모양인지, 참가자들은 가벼운 자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긴장감을 지우지 못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미션에 관련된 내용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이연의 목적은 언제 불쑥 나올지 모르는 미션에 관한 힌트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다.

민주린이 먼저 전이은에게 요즘 걸파이트 시즌 2, 어떻게 보고 있냐는 질문을 건넸다.

“재미있게 보고 있죠. 요즘 장안의 화제잖아요? 제 주변에서도 걸파이트에 대한 이야기밖에 안 해요. 여러분들은 어때요?”

능숙하게 후배들에게 멘트를 넘기는 전이은.

후배들 역시 선배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그래요.”

“저는 심지어 엄마 친구들까지도 막 물어보시더라고요.”

“어르신들한테도 인기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젊은 층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걸파이트 시즌 2.

대부분의 경연 프로그램들이 주로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에게만 인기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여기에는 나름의 분석이 있었다.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대부분 아직 데뷔하지 않은, 혹은 데뷔는 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걸파이트의 경우에는 유명한 걸 그룹들이 총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소위 ‘삼촌팬’들을 비롯한 기성세대들한테도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콘텐츠 시장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만약 정확한 해법이나 공략법이 정해져 있다면, 모든 프로그램들이 실패 없이 다 성공했을 테니까.

후배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전이은도 그녀들을 따라 미소 지었다.

“그만큼 여러분들이 매력적이라는 뜻이지 않을까요. 저는 보면서 다들 너무 예쁘고 귀엽고 그러던데.”

여기에 노래도 잘 부르고 춤까지 잘 추니까. 보는 맛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더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면서 전이은에게 영광이라는 말을 건넸다.

훈훈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때쯤, 민주린이 큐시트에 적혀 있는 내용 하나를 언급했다.

“그래서 제작진이 시청자분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봤대요. 어떤 미션이 가장 반응이 좋았는지. 혹시 ‘난 정답 알 거 같다’ 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갑자기 윤채미가 손을 번쩍 들었다.

패기 넘치는 막내 라인의 모습에 다른 팀 리더들이 ‘오~’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윤채미는 정답을 알고 있어서 손을 든 게 아니었다.

“혹시 맞히면 가산점 있나 싶어서요.”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로 순위에 민감한 상황이다 보니까 뭐든 다 점수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건 없어요. 그래도 한번 맞혀보시겠어요?”

“음…….”

고민 끝에 윤채미가 내놓은 대답은 이러했다.

“1라운드 마지막 미션 아닐까요?”

여태껏 진행했던 미션 중에 처음으로 연장전이 나왔던, 가장 치열한 미션이었으니까.

그러나 민주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녀의 추측이 오답임을 알렸다.

다음으로 미랑이 번쩍 손을 들고 걸파이트 시즌 2 첫 미션이라고 외쳤지만.

“땡! 틀렸습니다.”

이번에도 잘못 짚었다.

분명 정답을 맞힌다 할지라도 가산점은 없다고 명확하게 말했는데.

그럼에도 다들 기본적으로 승부욕이 뛰어난 성격들이라 그런지 정답 맞히기에 서로 불이 붙었다.

기회를 틈타고 있던 CDP의 리브가 다음 도전자를 자처했다.

“게스트 미션이요!”

잠시 뜸을 들이던 민주린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외쳤다.

“리브 씨, 정답!”

예상대로 게스트 미션이 가장 호응이 좋았다.

벡스 멤버가 둘이나 나왔으니까.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승은 샤이걸스가 차지했지만, 시청자들은 이길 만한 팀이 이겼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중이 적었던 자신들이 처음으로 1위를 해서 시청자들한테 욕먹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던 샤이걸스 팀 입장에선 참 다행이었다.

“게스트 미션 당시, 역대급 순간 시청률이 나왔다고 하네요.”

분야별 브랜드 평판 1위 자리를 싹 갈아엎을 만큼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자랑했다.

이때, 민주린이 그냥 흘릴 수 없는 말을 슬쩍 꺼냈다.

“나중에 샤이걸스 팀에게는 아주 강력한 베네핏이 주어질 테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간혹 미션별로 이전에 얻었던 베네핏이 크게 의미가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SSS 때에도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걸파이트 시즌 2의 경우에는 베네핏의 유무가 상당히 중요했다.

1라운드 때에도 그렇고.

민주린이 흘린 힌트로 봐선, 2라운드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다음 2차 팀 미션 때에는 무조건 1등 해야겠네.’

이연은 속으로 결의를 다졌다.

* * *

토크를 계속 이어가던 중에 민주린은 또 다른 힌트를 흘렸다.

“2라운드 2차 팀 미션하고 마지막 3차 미션은 한 맥락으로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재차 신경 쓰이는 말을 하는 그녀.

미션에 예민한 그녀들은 민주린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같은 맥락이라니.’

이연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오늘 제가 토크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들한테 말씀드렸죠? 앞으로의 미션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나올 수 있다고.”

“네.”

“오늘, 이 자리에서 2라운드 미션 내용을 전부 공개하겠습니다.”

민주린의 폭탄 발언에 각 그룹의 리더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개 정도는 공개할 줄 알았었는데.

남은 2라운드 미션 내용을 모두 다 공개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린의 수신호에 따라 대형 화면이 바뀌었다.

[리더 미션]

[포지션 미션]

“앞에 있는 ‘리더 미션’이 2라운드 2차 팀 미션이고요. 그리고 ‘포지션 미션’이 대망의 2라운드 마지막 미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션 타이틀부터 먼저 선보인 이후.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부 다 공개되었다.

“포지션 미션은 보컬, 랩, 댄스.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눠서 각 그룹의 멤버들이 몇 개의 팀을 이뤄 공연을 펼칠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2라운드 2차 팀 미션이 끝난 다음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건 나중의 문제고.

지금 당장의 문제가 더 시급했다.

“리더 미션은 여태껏 여러분들이 치렀던 그 어떤 미션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미션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민주린의 시선이 그룹의 리더들에게 향했다.

“여러분들만 미션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네?”

“저희만…… 요?”

이전까지의 미션들은 팀 단위로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나 2차 팀 미션은 그렇지 않았다.

“여러분들이 각 그룹의 대표가 되어서 출전할 겁니다. 이 7명이 한 팀을 이뤄 무대를 펼치시면 됩니다.”

두 개의 미션 전부 다 그룹 단위가 아니라 멤버들이 서로 뒤섞여서 새로운 팀 단위로 평가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린은 앞서 두 개의 미션이 서로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거였다.

이연이 번쩍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네, 이연 씨.”

“평가는 누가 하는 건가요?”

어떤 사람들이 평가하는지. 이에 따라 무대의 방향성도 달라진다.

그만큼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리더 미션의 경우에는 여기 계신 이븐 선배님을 포함해서 지난번에 오셨던 전문가 평가단이 심사를 하실 예정입니다. 포지션 미션은…… 아, 잠시만요.”

중간에 민주린이 인이어에 집중했다.

스태프로부터 추가 지령을 하달받은 듯했다.

“포지션 미션은 아직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하네요. 이건 리더 미션이 끝난 뒤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전부 다 공개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느 미션들이 진행될지, 미리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한 팀이라.’

이연은 무의식적으로 각 그룹의 리더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그룹의 리더들 역시 지금의 상황이 어리둥절한 모양인지 자신과 같은 팀을 이루게 될 리더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혜원과 미랑의 관계였다.

같은 데뷔조를 노렸던 그녀들이, 지금은 각기 다른 팀의 리더로 뭉치게 되었다.

‘저 둘은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드라마틱하네.’

시청자들의 꿀잼 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았다.

* * *

숙소로 돌아온 이연은 멤버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전부 알렸다.

리더 미션, 그리고 포지션 미션의 내용까지 전부 다 듣게 된 멤버들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이연을 올려다봤다.

리샤와 비아는 이해가 잘 안 되어서 그랬고.

나머지 멤버들은 선배님들과 팀을 이뤄서 무대를 꾸며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부담감을 느낀 탓에 이런 반응이 나왔다.

포지션 미션은 그렇다 치더라도.

“리더 미션이 대박이네. 리더들만 나와서 평가받으라고 하니까.”

“그러게.”

“그럼 연이 언니가 우리 그룹 대표로 나가는 거지?”

“그렇지. 리더니까.”

본의 아니게 국가대표…… 아니, 그룹 대표 자격을 얻게 된 이연.

그럼에도 멤버들은 크게 불안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더들이 대표로 나가는 미션이라서 잘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각해 봐. 서브보컬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와서 무대 꾸미라고 하면 어떻게 되었겠어?”

“으아……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난 절대로 못 해.”

나는 살았다. 이런 반응이 대세였다.

이연은 멤버들의 반응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튼 당분간 나 혼자만 따로 떨어져서 연습하게 되었으니까. 나 없는 시간에 안무 연습 대충 하지 말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세요, 대장님!”

오늘따라 멤버들의 말이 왜 이렇게 믿음직스럽지가 않게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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