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05화 (205/299)

205화

제57화. 시골 식당(2)

바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오른 이연과 여솜은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머물게 될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목 중간에 대기 중이던 스태프가 그녀들이 탄 차를 잠시 멈춰 세웠다.

“저쪽 코너 보이시죠? 저기서부터 이연 씨하고 여솜 씨가 들어오는 모습 촬영할 예정이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이연은 시골 식당 녹화에 참여하기 전에 모니터링했던 전편의 내용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시골 식당은 3년째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나름 역사가 오래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곳을 거쳐간 스타들의 숫자도 꽤 된다.

프로그램의 첫 장면은 방금 스태프가 말했던 숙소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연과 여솜도 예외는 없었다.

코너를 돌자마자 박도수 매니저가 차를 세웠다.

“짐은 내가 꺼내줄까?”

“괜찮아요. 저희가 할 수 있어요.”

두 사람은 미리 챙겨 온 캐리어를 들고 차 밖으로 나섰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여솜은 길가 옆에 피어 있는 다수의 꽃을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감상에 젖어 들었다.

“연아, 이거 봐봐. 너무 예쁘지?”

“그러게.”

“우리, 여기서 사진 찍을까?”

그냥 숙소까지 걸어가면 그 장면이 너무 심심해질 수도 있다.

이연과 여솜이 중간에 멈춰 서서 셀카를 찍는 장면이 나가면, 시청자들에게 이 좋은 시골 풍경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줄 수 있고.

그녀들의 등장 장면이 심심하게 연출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이런 계산을 모두 마친 이연은 여솜의 제안을 바로 승낙했다.

“하나, 둘, 셋!”

찰칵, 찰칵, 찰칵.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꽃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마친 그녀들은 잠시 그쳤던 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외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어느새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작은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을 한번 싹 한 모양인지, 외관은 상당히 깔끔해 보였다.

내부는 어떨까.

이연은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투시 마법을 발동시켜 한발 먼저 집 안의 모습을 살폈다.

‘깔끔하고 좋네.’

이 정도면 합격이다.

출연자 중에서 하니엘 팀이 가장 먼저 도착한 모양인지, 소위 ‘연예인 차’라고 불리는 밴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박도수 매니저가 멤버들을 바래다줬던 그 위치에 또 한 대의 차량이 정차했다.

하니엘 멤버들에 이어서 두 번째로 녹화 현장에 도착한 사람의 정체는 바로 배우 우승현이었다.

밖에서 앞으로 자신들이 머물 숙소를 살피던 여솜이 다급하게 이연을 찾았다.

“연아! 선배님 오셨어!”

“어떤 선배님?”

생각해 보니 오늘 같이 출연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 하니엘보다 선배다.

선배님 오셨다는 말만 하면, 누군지 바로 알지 못한다.

여솜이 두 번째로 등장한 선배의 정체를 짧게 설명했다.

“대선배님.”

“우승현 선배님이시구나.”

정우재보다도 더 많은 연기 경력을 지닌 여성이 우승현이었기에 이연은 여솜의 짧은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코트 자락을 휘날리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미녀.

키도 커서 그런지, 멀리서 걸어오는 포스가 남달랐다.

이연과 여솜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깍듯한 인사를 선보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우승현이라고 합니다.”

티비에서 보던 것처럼, 그녀는 평상시에도 우아함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몸짓 하나하나까지. 품위 있는 어른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선배님의 모습에 여솜은 눈빛을 반짝였다.

“저, 선배님이 출연하셨던 영화하고 드라마 거의 다 봤어요. 이렇게 선배님을 뵙게 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영광이에요!”

“고마워요. 저도 하니엘 노래 많이 듣고 있어요. 특히 제 조카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오늘 이모가 하니엘하고 같이 녹화하러 간다고 하니까 부럽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걸파이트 시즌 2를 통해서 젊은 층을 향한 그녀들의 인기와 영향력은 더 커졌다.

“나중에 우리 조카들한테 자랑하게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오히려 저희가 선배님한테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같이 사진 많이 찍어요!”

“좋죠.”

대선배와 까마득한 막내 후배들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무사히 성사되었다.

우승현이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정우재와 이은솔이 사이좋게 숙소 앞에 등장했다.

두 사람도 대선배 앞에서는 예의 바른 후배가 되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일정 있어서 늦게 출발하셨다고 들었는데. 저희보다 일찍 오셨네요?”

“응. 경부 타다가 중간에 차가 막혀서 다른 곳으로 빠져서 왔거든. 그래서 빨리 올 수 있었어. 우리 로드매니저가 나하고 하도 지방에 많이 왔다 갔다 해서 그런지 내비게이션보다도 더 교통 사정을 잘 알더라.”

우승현뿐만 아니라 그녀의 매니저도 다년간 운전대를 잡다 보니 대한민국 지리에 빠삭할 수밖에 없었다.

추가로 이연, 여솜과도 인사를 나눈 두 남자.

마침내 모든 출연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근데 우리, 이제부터 뭐 하면 되나요?”

이은솔이 먼저 카메라 너머에 앉아 있는 PD에게 말을 붙였다.

큐시트라도 있다면 이은솔이 알아서 진행을 맡을 수 있을 텐데.

그런 환경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PD한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PD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출연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을 알려줬다.

“일단은 각자 어디에 머무르실지, 방부터 정하시고. 그다음에 식사하러 가시면 됩니다.”

“식사는 저희가 알아서 차려 먹어야 하나요?”

“아니요. 오늘 점심만 저희가 제공하고, 저녁부터는 여러분들이 직접 해결하시면 됩니다. 재료 선택부터 장 보는 것까지 여러분들이 자율적으로 하시면 되니까, 이것도 밥 먹으면서 상의해 주세요.”

식사 문제는 그렇게 하면 된다 치고.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이연이 손을 슬며시 들면서 물었다.

“저희가 맡을 식당은 나중에 알려주시는 건가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식당 운영이다.

어디에 있는, 어떤 식당에서 일하면 되는지.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연이 매우 중요한 질문을 했지만, PD의 대답은 의미심장했다.

“그건 나중에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밥 먹으러 이동하시죠.”

장소 이동은 제작진이 마련한 SUV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PPL을 목적으로 제공된 차량이었기에, 차의 외형이라든지 내부 디자인 같은 것도 한 번씩 언급해 주는 게 좋았다.

출연자들은 추 PD가 말했던 대로 방을 정하고 짐부터 푼 뒤에 다시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운전대는 정우재와 이은솔, 둘 중의 한 명이 맡기로 했다.

“가위바위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방법으로 운전을 담당할 사람을 정한 결과.

이은솔이 오늘의 운전기사로 당첨되었다.

옆에 탄 정우재가 이은솔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운전 잘할 자신 있지? 너, 이렇게 큰 차 몰아본 적 별로 없잖아.”

“걱정하지 마. 우리 무명 시절 때 내가 직접 밴 운전한 적도 있으니까.”

“뒤에 숙녀분들도 타고 계시니까. 부드럽게 잘 운전해라.”

“오케이.”

정우재와 이은솔이 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연은 차 어느 곳에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는지부터 먼저 살폈다.

“여솜아.”

이연이 여솜을 툭툭 건드리면서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

“왜?”

“나하고 자리 바꾸자. 너, 왼쪽 얼굴 나오는 게 더 예쁘게 나오잖아.”

사람별로 각자 예쁘게, 멋지게 나오는 각도가 존재한다.

이연은 여솜뿐만 아니라 하니엘 멤버들이 각자 어느 각도와 신체 부위에 자신이 있는지 전부 다 꿰차고 있었다.

그래서 당사자가 자리 체인지를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이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우승현은 멤버들을 배려하는 이연의 모습에 감탄했다.

“리더가 똑 부러졌네. 같은 멤버들이라고 해도 이런 사소한 거 일일이 챙기기가 쉽지 않은데.”

“맞아요, 선배님. 그래서 가끔은 연이가 제 엄마같이 느껴진다니까요.”

하니엘 내에는 여러 명의 엄마가 존재한다.

최연장자인 우미도 그중 한 명이다.

우승현에게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하니엘 멤버들끼리 서로를 생각하는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잘되는 그룹은 그 이유가 있구나.”

개개인의 기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팀워크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같은 팀원을 생각하는 배려 덕분에 이연은 벌써부터 대선배한테 호감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 * *

제작진이 알려준 곳을 따라 한창 도로를 달리다 보니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작은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다.

[영미식당]

“사람 이름 따서 지은 거 같은데.”

추 PD가 우승현의 추측이 맞음을 알려줬다.

“여기 사장님 손녀딸 이름 따서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머, 그래요?”

“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정우재가 먼저 낡은 식당 문을 열었다.

안은 생각보다 작았다.

테이블만 다섯 개 정도 되는 작은 규모의 시골 식당.

낯선 사람들의 인기척을 느낀 할머니가 주방 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제 왔구만. 기다려 봐. 내가 밥 맛있게 차려줄 테니까!”

오자마자 바로 자리를 잡게 된 다섯 사람의 시선이 메뉴판으로 향했다.

여솜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메뉴가 따로 없네요?”

오늘의 백반. 가격은 오천 원. 이게 메뉴의 전부였다.

먼저 가격을 확인한 정우재가 혀를 내둘렀다.

“요즘 시대에 오천 원대 가격이라니.”

가격에서 한 번 놀라고.

뒤이어 나온 백반 식단 구성에 또 한 번 놀랐다.

된장찌개에 불고기, 열무김치, 멸치볶음, 김, 두부조림, 배추김치, 조기튀김 등등.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금만 기다려 봐. 아직 더 남았으니까. 유명한 분들 온다고 해서 내가 집 반찬 몇 개 더 가져왔거든? 가만, 내가 반찬통들을 어디다 뒀더라……?”

“아, 아닙니다, 어르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아요. 감사합니다.”

시골의 인심과 할머니의 정이 더해지니 감당하기 힘든 시너지 효과를 낼 뻔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 또한 일품이었다.

우승현이 할머니를 향해 엄지를 세우면서 외쳤다.

“너무 맛있어요! 우리 여사님 손맛이 거의 국보급인데요?”

“아이구,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여.”

말과는 달리 할머니의 표정은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배부른 한 상을 겨우 해치우고 나서, 이은솔은 포만감에서 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배불러서 움직이질 못하겠네.”

“나도. 너무 잘 먹었어.”

“저희도요. 오랜만에 집밥 먹은 기분이에요.”

출연자들 모두가 다 만족하는 점심 식사가 되었다.

제작진이 단순히 출연자들 밥 먹이려고 일부러 이곳까지 데려오진 않았을 터.

이연의 시선이 PD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요.”

“네, 이연 씨.”

“혹시 이 식당이 저희가 맡아서 운영해야 하는 그 식당인가요?”

출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밥 먹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 생각을 전혀 못 했던 거였다.

추 PD의 고개가 위아래 방향으로 움직였다.

“네, 맞습니다.”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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