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92화 (192/299)

192화

제52화. 체인지 미션(7)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들은 걸파이트 시즌 2의 녹화에 참여하는 동안 늘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

7개 팀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시즌 1에 참가했었던 팀이니까.

물론 완전체가 아닌 유닛 그룹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멤버가 달라진 건 아니었기에 팀들 중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어 보였던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심지어 그 리더인 혜원이 질 수도 있겠다는 말을 한 건 이연은 난생처음 들었다.

미랑조차 놀랐는지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한편, 모니터를 지켜보던 이연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추측들이 교차했다.

MAYO의 마지막 무대는 이연도 인상적으로 봤다.

그러나 혜원이 약한 소리를 할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개인의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모니터를 통해서 무대를 보는 것과, 바로 눈앞에서 직접 무대를 접하는 건 차이가 많이 난다.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어서다.

현장감이라는 것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혜원이 저런 말을 하는 건, 아마도 이 현장감이라는 존재에 압도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1라운드 내내 전전긍긍하던 미랑이 약소하게나마 아이비제이 트윙클에게 한 방 먹인 셈이었다.

그래서일까.

미랑의 입가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라이벌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니까.

‘재미있네.’

시간이 지날수록 이연은 걸파이트 시즌 2에 참가하기로 한 게 잘한 결정이었음을 느꼈다.

* * *

체인지 미션이 모두 종료되었다.

이로써 1라운드의 모든 무대가 마무리되고, 오늘의 최종 순위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 먼저 순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순위는 7위부터 4위까지 먼저 한 번에 공개하고, 3위부터는 한 팀씩 불러 드리겠습니다. 화면을 봐주세요!”

민주린이 말한 대로 모두의 시선이 화면에 집중되었다.

[4위. 샤이걸스]

[5위. 가을소녀]

[6위. CDP]

[7위. 원더존]

안도하는 팀이 있는 반면, 아쉬움이 가득 담긴 탄식을 흘리는 팀도 있었다.

특히 원더존의 경우가 더욱 그랬다.

점수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다.

1, 2점 차이로 순위가 왔다 갔다 할 만큼 서로 상당히 치열하게 경쟁하고 점수를 매겼음을 나타냈다.

7위를 차지한 원더존과 비슷한 입장이 된 CDP.

그러나 그녀들은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같은 곡으로 무대를 펼쳤던 샤이걸스가 워낙 잘했기에 그녀들은 6위라는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하니엘 멤버들은 CDP에게 죄송하다면서 연신 사과를 했다.

리브가 CDP 멤버들을 대표해서 후배들에게 괜찮으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1위가 있으면 당연히 7위도, 6위도 있어야지. 이건 경쟁이니까.”

모두가 다 1위를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나 경연 프로그램에서 그런 평화적인 방법이 통용될 리 없다.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구조.

여기서 오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시키거나 혹은 돌린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모든 참가자는 자신이 꼴찌가 될 수도 있으니까 흔들리지 말자는 각오를 굳혔다.

그리고 아직 미션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CDP 멤버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아픔을 긍정적으로 받아넘기기로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1위부터 3위까지.

상위권 그룹의 결과다.

“1라운드 미션에서 1위를 차지한 팀에게는 1위 팀의 활약상을 모아 만든 30분가량의 특집 영상이 편성될 예정입니다.”

인터넷 영상 플랫폼 채널에만 따로 업로드되는 것도 아니고.

케이블 채널에 정규로 편성되어 송출될 예정이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모든 그룹이 탐을 낼 만한 보상이었다.

이걸 위해서 모든 걸 그룹 참가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던 것이다.

오직 1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모든 아이돌이 이제 3위를 공개한 다음에 1, 2위가 같이 공개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은 보통 긴장감을 최대한 유발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순위 발표를 했었으니까.

그러나 이들의 예상은 민주린의 한마디로 인해 보란 듯이 빗나갔다.

“1위하고 2위, 3위. 세 팀 다 동시에 공개하겠습니다.”

참가한 아이돌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어째서?

그냥 하던 대로 순위를 공개하면 될 텐데.

발표 순서가 이렇게 꼬이게 된 이유는 바로 상위권 팀들의 순위 결과 때문이었다.

“일단 보시고 말씀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개해 주세요!”

민주린의 신호와 함께 베일에 감춰져 있던 상위권 팀들의 순위가 공개되었다.

동시에 아이돌들은 왜 민주린이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1위. 아이비제이 트윙클]

[1위. MAYO]

[1위. 하니엘]

“세 팀이 공동 1등을 차지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연 프로그램 역사상 세 팀이 1위를 차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작진도 설마 세 팀이나 점수가 동률을 이루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점수가 동일하게 나왔다고 어느 한 팀에게 마이너스 1점을 부여한다든지. 이렇게 하면 순위를 임의로 조작하는 셈이니까.

그러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개 팀이면 모르겠는데. 3팀이나 동률로 1위를 차지할 경우에는 세 팀 다 1위로 인정하기에도 애매했다.

왜냐하면 1위 보상 내용이 특별 방송 편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별 방송을 3개나 늘려서 잡기에도 애매하다.

방송사의 사정도 고려해야 했기에 무조건 이 자리에서 1위 팀을 가려야 한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고안한 방법이 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임의로 곡 하나를 들려 드릴 겁니다. 1분 정도 되는 짧은 데모곡을 이용해서 30분 동안 무대를 완성해 주세요. 평가는 나머지 그룹들이 하겠습니다.”

같은 곡으로 대결을 펼친다.

그야말로 실력 대 실력 싸움이다.

아이비제이 트윙클마저도 크게 당황할 정도였다.

아무리 곡의 길이가 짧다 할지라도 30분은 너무 짧다.

이 안에 파트를 나누고, 안무를 짜고. 이 모든 것들을 다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베테랑 걸 그룹들도 당황할 정도인데.

하니엘 멤버들은 당연히 패닉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해!”

“우리, 이거 할 수 있긴 해?”

“1시간도 아니고. 30분은 엄청 짧잖아!”

멤버들은 오늘만큼 제작진이 미웠던 순간이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해야지.”

짧은 한 마디를 내뱉은 이연은 제작진이 들려주는 데모곡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 * *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샤이걸스와 가을소녀, 그리고 CDP와 원더존 멤버들이 평가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들은 내심 하위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30분 내에 무대를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였더라면 절대로 못 했을 거야.”

“언니 말이 맞아.”

“근데 선배님들하고 후배님들, 무대 준비는 잘했을까?”

“봐야 알겠지.”

가장 먼저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들이 무대에 섰다.

그녀들은 스탠드 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것을 보자마자 평가석에 앉은 몇몇 아이돌들은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어떤 전략을 꺼내 들고 왔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배님들, 안무 비중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보컬 쪽에 집중하기로 하셨나 봐.”

“좋은 작전이네.”

파트를 나눠서 노래를 외우고 부르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안무는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동작 외우는 거야 어렵진 않지만, 이걸 완성도 있게 무대에서 펼치는 건 별개의 이야기다.

어설프게 안무를 소화할 바에야, 차라리 포기하고 보컬 퍼포먼스에 더 투자하기로 결정한 아이비제이 트윙클.

공교롭게도 두 번째 무대에 서게 된 MAYO 역시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역시 선배님들이시네.”

“상황에 맞게 전략을 잘 짜셨어.”

그동안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았을 그녀들.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해야 무대를 꾸밀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니엘이 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막내 팀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들은 앞서 무대를 펼친 두 선배 팀과 달리, 스탠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혹시…… 인이어야?”

“진짜로?”

“이 상황에서 안무를 짰다고? 말도 안 돼!”

무리수였다.

물론 이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안무를 짠 가장 큰 이유가 존재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MAYO, 두 팀이 안무를 버리고 보컬에 집중투자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이연의 추측대로 흘러갔다.

여기서 만약에 하니엘이 완벽한 안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봐줄 만한 정도의 군무를 펼치게 된다면, 심사를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30분 안에 안무를 짰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걸 실제로 이행했다는 건 더 놀랄 만한 일이니까 말이다.

안무 짜는 데 10분. 연습하는 데 15분. 나머지 5분은 파트 분배에 투자했고, 가사 외우는 것은 안무 연습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했다.

덕분에 하니엘 멤버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멘탈이 나갈 뻔했다.

이연이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소화하지 않았더라면, 하니엘은 연습하기도 전에 벌써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사실 다른 멤버들은 이연처럼 기량이 엄청 뛰어난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이연은 한 가지 꼼수 아닌 꼼수를 부리기로 했다.

무대를 지켜보던 초영이 혼잣말을 흘렸다.

“이연 씨 비중이 엄청 많네.”

안무도 그렇고, 보컬도 그렇고.

권이연 혼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반에 가까웠다.

왜나하면 그녀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미션이었으니까.

개인 기량에 따라 파트를 분배하다 보니, 이런 불균형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이 약간 아쉽게 작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니엘한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수 있는 무대를 펼치기에는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세 팀의 무대가 모두 끝났다.

평가는 즉석에서 바로 진행되었다.

점수를 합산하는 동안, 1분 동안 무대를 펼쳤던 세 팀이 다시 합류했다.

제작진한테 신호를 받은 민주린이 화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체인지 미션, 2차 대결! 그 승자를 공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순위가 공개되었다.

[1위. 하니엘]

[2위. 아이비제이 트윙클]

[3위. MAYO]

이연의 승부수가 통했다.

그제야 하니엘은 안도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그래도 아쉽게 1위 자리를 놓친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MAYO 팀은 하니엘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1위 축하해요.”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후배님들한테 앞으로 방심하면 안 되겠네.”

어렵게 차지한 1위 자리.

그러나 이연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아까도 잠깐 말이 나왔듯이.

이제부터는 모든 팀들이 다 하니엘을 강팀으로 인정하고 견제하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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