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84화 (184/299)

184화

제51화. 연애 상담(3)

오늘도 멤버들과 함께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을 반복하던 이연은 쉬는 시간에 맞춰서 유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혜영아. 잠깐 쉬는 시간이야. 나한테 물어볼 거 있다면서.”

-이번에 오빠하고 같이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혹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 같은 게 있을까? 일단 내가 생각해 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들어볼래?

“일단…… 그래. 말해봐.”

어디. 동창 친구가 얼마나 남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속은 남자인 이연이 직접 평가해 보기로 했다.

-우선 시내 돌아다니면서 옷 보면서 이것저것 쇼핑 좀 하고. 얼마 전에 내가 봐둔 디저트 가게 있거든? 거기 가서 디저트 먹은 다음에 밥 먹으러 가는 거야. 어때?

“땡. 아웃이야.”

-응? 어디가 잘못됐는데? 혹시 순서 때문에 그래? 디저트 가게 가는 거를 밥 먹고 가는 게 나을까?

“아니, 순서가 아니라 장소 때문에 그런 거야.”

이래 봬도 이연도 남자다.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고는 하지만, 10대 20대 남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걸 선호하는지 정도는 그녀도 꿰차고 있었다.

“남자들은 일단 PC방 가서 게임 한판 때리고, 오락실 가서 코인 노래방이나 게임 몇 판 한 다음에 바로 치킨에 맥주 먹으러 가면 돼. 아니면 삼겹살에 소주. 양 많이 나오는 가게로.”

또래 남자들끼리 모이면 열에 아홉은 무조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코스다.

그러나 혜영의 반응은 영 별로였다.

-나는 살면서 PC방 가본 적 한 번도 없는데.

인터넷이나 티비를 통해서만 몇 번 봤을 뿐이지, 직접 가서 게임을 해볼 생각은 없었다.

이연도 유혜영이 이렇게 대답할 줄 알고 있었다.

“꼭 이렇게 하라는 건 아니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 이런 것들이 있다,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냥 참고용이다.

쇼핑, 디저트, 식사. 이연이 보기에는 전체적으로 무난해 보였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영화는 어때?”

-보러 갈까 하다가 오빠가 요즘 개봉한 영화들은 다 봤다고 해서 안 가기로 했어.

“그래? 영화를 많이 좋아하시는 분인가 보네.”

-딱히 그러진 않은 거 같던데.

뭔가 좀 이상했다.

보통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만 골라서 보곤 한다.

그런데 개봉한 영화들을 싹 다 볼 정도라면, 그만큼 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지 않을까.

하지만 유혜영은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뭐, 최근에 영화관에 갈 일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

약간은 미심쩍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기로 했다.

통화를 마무리 짓자마자 바로 근처에 있던 비아가 묘한 눈빛으로 이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이 언니. 왜 갑자기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들을 언급하는 거야? 혹시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생겼어?”

비아의 말을 듣자마자 박도수 매니저와 은서해가 헛숨을 삼켰다.

“연아! 아무리 우리 회사에 연애 금지 조항이 없다고 해도, 벌써부터 연애는 안 된다! 너희, 아직 앞날이 창창한 아이돌이라고!”

박도수 매니저가 경악을 하면서 이연을 만류하려고 했다.

이연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이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박도수 매니저를 응시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면?”

“친구가 요즘 썸 타는 오빠가 생겼다고 해서 연애 상담 해주고 있는 중이에요.”

연애 상담이라는 말에 박도수 매니저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상담 상대를 잘못 고른 거 같은데…….”

박도수 매니저의 혼잣말에 이연이 찌릿 노려봤다.

그러자 박도수 매니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먼 산을 바라보면서 이연에게 도망치듯이 거리를 벌렸다.

한편, 연애 상담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다른 멤버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유혜영 씨면, 저번에 우리가 갔던 그 양식 가게 사장님 여동생 말하는 거지?”

우미가 유혜영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혜영을 직접 본 멤버 중 한 명인 리샤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혜영 씨 귀엽게 생겼던데. 애교도 많아 보이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 아니야?”

“남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

“나도.”

유일한 남자인 이연이 멤버들을 대신해서 대답해 주려다가 참았다.

만약에 이연이 남자라면, 유혜영 같은 여자는 절대로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리샤의 말대로 귀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가게를 꾸려 나가려다 보니 생활력이 강했다.

그렇다고 실제로 그렇게 유혜영을 꼬실 생각은 없었다.

마침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가 있다는데. 오히려 이연이 그러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큰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한창 연애에 관심이 많은 나이대라서 그런 걸까.

쉬는 시간 내내 멤버들은 일면식이 거의 없는 유혜영의 러브 스토리를 소재로 뜨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모든 멤버들이 다 관심을 높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지루하네.’

별 관심 없는 이연만 혼자서 머릿속에 딴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 * *

컴백에 맞춰 공개될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이연은 동갑내기 멤버들인 리샤, 여솜과 함께 방송국을 찾았다.

예능 고등학교라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방송이다 보니 진행자, 고정 패널들, 그리고 매 회마다 출연하는 게스트들까지. 전부 교복을 입고 출연해야 했다.

하니엘 멤버들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되었다.

여고생 교복을 거의 입어본 적 없는 이연이지만, 그럼에도 복장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다.

SSS 공식 유니폼이 현재 이연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교복풍 콘셉트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잠시 복도로 나와 바깥바람이라도 쐬려고 했던 이연은 때마침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이은솔, 정우재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연이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둘은 서로 대화를 나누던 걸 중단하고 이연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안녕, 연아.”

“교복 잘 어울리네. 예쁘다.”

“감사합니다.”

이은솔과는 최근에도 만난 적 있었지만, 정우재와는 뮤직비디오 촬영 이후 처음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서로 워낙 일정이 바빴다 보니 체감상 굉장히 오랜만에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멤버들은?”

이은솔의 물음에 이연은 대기실을 가리켰다.

“녹화 들어가기 전까지 저기서 잠깐 쉬고 있어요. 불러올까요?”

“아니야, 아니야. 쉬고 있는데 굳이. 그리고 어차피 조금 있다가 다 인사 나누고 그럴 텐데, 뭘. 신경 쓰지 마.”

정우재는 이런 이은솔을 보면서 별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금까지 인사 먼저 안 하는 후배들보고 어쩌구저쩌구 그랬으면서.”

“내가 언제. 이 형이 사람 하나 묻으려고 작정했나.”

두 사람은 여전히 친해 보였다.

태생이 남자여서 그런 걸까. 하니엘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연은 아직까지도 여자 무리보다는 이렇게 남자들과 같이 어울려 있는 게 뭐랄까. 더 편하다.

그러나 정우재와 이은솔은 그렇지 못했다.

말을 하면서도 실시간으로 이연이 웃는지 어떤지. 반응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그러고 보니까 우리 옷차림은 어때?”

이은솔이 자신과 정우재의 교복 차림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오늘 하니엘 멤버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나오고 있었다.

이미 모니터링을 통해 둘의 의상을 많이 접했던 이연이었기에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너무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된다.

상대는 선배니까. 적당히 사탕발림도 첨가할 줄 알아야 한다.

“두 분도 잘 어울려요. 사람들이 보면 아직도 고등학생인 줄 알겠어요.”

“에이, 그건 너무 갔다.”

“정말이에요, 선배님.”

괜히 연예인이 아니다.

게다가 이은솔이나 정우재나. 둘 다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동안이다.

둘 다 한 외모 하는 데다가 신체 비율도 좋아서 그런지 교복 핏이 상당했다.

“제 남동생을 옆에다 세워두면, 오히려 걔가 더 형 같아 보일걸요?”

“그러고 보니까 남동생 있었지?”

“네. 아직 학생이에요.”

“남동생이 좋아하겠네.”

“네? 왜요?”

정우재의 말에 이연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연이가 은근히 남자 마음을 잘 이해해 주잖아. 성격도 털털하고. 남동생하고도 죽이 잘 맞을 거 같은데.”

따지고 보면 그 반대다.

“오히려 걔는 저를 무서워하던데요.”

“왜? 너만큼 예쁘고 착한 누나가 세상에 또 어디 있다고.”

예쁜 건 맞지만.

권민준 입장에서 보면 착한 건 아니었다.

말 안 들으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참교육부터 시작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늦은 사춘기라도 왔는지, 최근에는 누나한테 뻔한 거짓말도 자주 하곤 한다.

걸 그룹 활동 때문에 너무 동생을 안 챙겨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고민하던 정우재가 잠깐만 기다려 보라는 말을 남기고서 본인의 대기실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영화표 두 장을 들고 왔다.

그것을 보자마자 이은솔이 견제하듯 말했다.

“형. 설마 연이한테 영화 보러 가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그랬다간 무조건 스캔들 터질 테니까.”

그래서 이연의 옆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동생하고 같이 영화라도 보고 와. 내일 개봉하는 영화인데, 나도 출연했거든.”

어떤 영화인지 이연도 알 것 같았다.

“‘인질극’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그거.”

군대에서 전역한 정우재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괜찮아. 대신에 SNS로 영화 잘 보고 왔다는 글만 올려줘. 부탁할게.”

“네. 그렇게 할게요.”

수많은 팔로우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연이니까. 홍보 효과만큼은 확실할 것이다.

SNS 게시글 하나에 출연 배우가 직접 선물한 영화 티켓 두 장이라.

이연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교환이었다.

* * *

이연은 형제간의 우애를 나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짜 영화 티켓이 생긴 겸,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남동생을 이번에 제대로 챙겨줄 생각이었다.

물론 권민준 입장에선 최악이었다.

“누나와 둘이서 영화라니…… 토할 거 같네.”

“토하기만 해봐라. 그 자리에서 바로 이단옆차기 날려 버릴 테니까.”

이연과의 영화관 데이트는 남자들이라면 무조건 탐냈을 만한 기회지만, 친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한편, 영화관에 이연이 왔다는 게 알려지자마자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연은 손을 흔들면서 가벼운 팬서비스를 보였다.

남동생이랑 같이 온 거니까. 스캔들이 터질 걱정도 없었다.

이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중에 유독 낯이 익은 사람이 보였다.

처음 보는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이연은 백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자마자 유혜영과 둘이서 나눈 톡 메시지들을 위로 쭉 스크롤했다.

[그 오빠 사진 보여줄까?]

[방금 올렸어. 한번 봐봐.]

[잘생겼지?]

유혜영과 요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그 남자와 동일인물이었다.

설마 여기서 이연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다 좋은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

‘옆에 여자는 누구래.’

달달한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연과 권민준처럼 남매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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