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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83화 (183/299)

183화

제51화. 연애 상담(2)

유혜영과 그녀의 오빠가 운영하는 가게로 향하는 길.

이미 한번 와봤던 가게여서 그런지, 이연은 내비게이션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 능숙하게 길을 찾아갔다.

뒷좌석에 앉은 권민준이 시야가 탁 트인 창밖 풍경을 보면서 의아해했다.

“서울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어?”

“잘 찾아보면 몇 군데 있더라.”

이연도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하는 일을 업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서울 내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명소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송으로 인해 알아둔 명소들 중에선 이연이 사적으로 따로 시간을 내서 들를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오늘 찾아온 가게는 그런 식으로 알게 된 건 아니었지만.

우연히 알아낸 곳이란 점은 공통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시킨 이연이 먼저 하차했다.

예전에는 주차공간도 널널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연과 하니엘 멤버들의 브이로그 영상 덕분에 많은 유명세를 탄 모양인지 주차할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운이 좋게 남은 딱 한 자리를 이연이 절묘하게 차지했다.

가게 안에도 그만큼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연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나타내자,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이연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얼굴을 잔뜩 감추고 와도 어차피 알아볼 사람들은 다 알아본다.

그리고 실내에서 이렇게 얼굴을 돌돌 싸매고 있으면, 오히려 더 수상한 눈초리를 받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들키는 건 똑같다.

그래서 이연은 알이 없는 안경 정도만 쓴 채로 가게로 들어섰다.

예상대로. 여기저기서 이연을 알아보고 동시다발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연은 금세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사람들이 더 흥분하기 전에 이연과 그녀의 가족들은 유혜영이 미리 잡아둔 좌석으로 향했다.

홀과 따로 떨어져 있는 좌석이었기에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크게 없었다.

이연은 안도의 한숨을 삼키면서 안내를 자처했던 유혜영에게 말했다.

“고마워, 혜영아.”

유혜영이 이연의 팔을 툭툭 쳤다.

“기집애,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네 덕분에 우리 가게 찾는 손님이 이렇게 많아졌으니까. 그보다 한번 놀러 오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난 너 안 올 줄 알고 얼마나 섭섭해했는지 알아?”

“미안. 컴백 준비에 촬영 일까지 하다 보니까 너무 바빴어.”

지금도 바쁜 건 여전하다.

그래도 이연은 약속 같은 건 꼭 지키려고 하는 타입이었다.

자신의 실제 친구는 아니지만, 권이연의 유일한 중학생 동창 얼굴도 간만에 보고 싶기도 했다.

유혜영은 이연의 머릿속으로만 있는 추억을 직접 겪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가 맞물려서 이렇게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유혜영이 친구의 가족들에게도 해맑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님! 저 기억나시죠?”

“물론 기억하지. 어른 되니까 엄청 예뻐졌네. 아가씨가 다 됐어.”

어머니의 기억 속에는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어렸을 적 유혜영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다시 만난 딸 친구의 모습은 어머니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연이에 비하면 전 그냥 일반인이죠. 민준이도 누나 오랜만에 보니까 좋지?”

먼저 반가움을 드러내는 유혜영이었지만, 반대로 권민준은 잘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인지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그…… 저도 보셨어요?”

“어머, 얘 좀 봐? 내가 이연이 집에 몇 번이나 놀러 갔었는데. 나 볼 때마다 낯선 사람 왔다고 연이 뒤에서 맨날 숨고 그랬잖아. 그때는 키도 쬐끄만하고 엄청 귀여웠는데. 지금은 누나들보다도 더 커졌네. 역시 남자애들은 금방 크는구나.”

이연이 권민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어렸을 때 숫기가 없어서 맨날 누나 뒤에 숨어 다녔다는 말 때문이었다.

유혜영에 대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누나에게 의지했던 기억은 난다.

그래서인지 권민준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누나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에 이연은 피식 웃었다.

“짜식. 귀엽게 굴긴.”

“시끄러워! 누나, 밥 안 먹을 거야?”

“먹어야지.”

인사만 나누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그래도 외식이니까. 무엇을 먹을지 빠르게 메뉴판을 훑기 시작했다.

이연은 지난번에 왔을 때 못 먹은 것들을 위주로 주문했다.

그러나 너무 칼로리가 높을 것 같은 음식들은 피했다.

리샤였으면 분명 ‘맛있으면 0칼로리야’라고 하면서 먹었을 것이다.

이연의 어머니가 스테이크 메뉴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딸. 고기 같은 것도 먹고 그래야지.”

“저는 한두 점만 먹으면 돼요.”

“그거 가지고 배가 차겠니?”

“앨범 활동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그때까지는 체형 관리해야죠.”

“이렇게 날씬한데? 오히려 더 쪄야지. 뼈밖에 안 보이는데.”

걱정하는 이연의 어머니를 향해 유혜영이 대신 변호에 나섰다.

“요즘 아이돌들은 다 그래요.”

“그래도 그렇지…… 불쌍해서 어쩌면 좋아.”

그러나 이연은 딱히 자신의 신세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무대를 위해서 극단적으로 살을 뺀 적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었다.

좀 더 듬직한 사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일부러 살을 찌우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아이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인 식단 관리도 이연에게는 평범한 일과에 불과했다.

리샤가 가장 힘들어하는 축에 속했다.

아무리 먹어도 그만큼 운동을 하면서 체형을 유지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식단 관리는 하는 편이 좋으니까.

리샤에게 있어서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인 셈이다.

기다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연의 가족들이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하나씩 세팅되었다.

급격하게 늘어난 손님들을 감당하기 위해 다수의 직원들을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연의 가족들이 주문한 음식 서빙은 유혜영이 직접 맡고 있었다.

그녀의 손님들이니까.

그래서 서빙도 유혜영이 담당하고 싶어 하는 거였다.

이연이 홀 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장사 잘되는 거 같은데?”

“말도 마. 평일이니까 이 정도지, 주말이면 밖에 줄까지 생길 정도라니까.”

“웨이팅이 그렇게 많아?”

“응.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맞다! 저번에 연이, 너하고 멤버분들이 해주신 사인, 저쪽에 잘 걸어뒀어. 사람들이 막 인증사진 찍고 가더라.”

하니엘의 리더, 이연의 동창생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입소문이 순식간에 퍼진 덕분이었다.

게다가 맛까지 좋으니. 이제는 하니엘 팬들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맛으로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꽤 많이 늘었다.

“오빠분은?”

“주방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어. 잠깐 와서 인사라도 하라고 할까?”

“아니야, 괜찮아. 한창 바쁘실 텐데, 굳이 나 때문에 다시 나올 필요까진 없지.”

장사가 잘된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뭐 또 필요한 거 있어?”

“아니. 괜찮아. 이렇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래? 중간에 생각나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말을 이어가던 도중에 유혜영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액정 화면을 보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상기되었다.

“잠깐만.”

빠른 걸음으로 잠시 자리를 떠나는 그녀.

이연은 동창생의 이런 행동이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마법을 활용해서 청각 능력을 상승시켰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는 최대한 줄이고.

유혜영의 통화 소리에 집중했다.

“네, 오빠. 아…… 그날이요? 네. 시간 돼요. 어디서 보는 게 좋으세요? 저는 아무 곳이나 상관없어요.”

이연과 대화를 나눌 때보다 한층 더 목소리 톤이 올라가 있었다.

통화를 마치고 다시 이연의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혜영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미안. 잠깐 일이 있어서.”

그때, 이연이 짧게 물었다.

“남자?”

“……!”

유혜영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욱 빨개졌다.

“그, 그걸 어떻게…….”

“그냥. 감이야.”

직접 들은 거지만, 마법을 통해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대충 둘러댔다.

남자라는 말에 이연의 어머니가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혜영이, 남자 친구 생겼니?”

“아니요! 남자 친구는 아니고요…… 썸 타는 사람이에요.”

“썸? 요즘 젊은 용어는 잘 모르겠네.”

요즘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꽤나 예전부터 자주 쓰였던 단어였기 때문이다.

이연이 어머니의 궁금증을 직접 풀어주기로 했다.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단순히 알고 지내는 것보다는 좀 더 깊은 관계를 뜻하는 단어예요.”

“음……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거 같네. 나도 연이 아빠하고 그런 식으로 해서 사귀다가 결혼했으니까.”

딸의 친한 친구라서 그런 걸까.

이연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다가 만나게 된 거니?”

“같은 과 선배예요. 과제 때문에 같이 연락 주고받았던 적 있었는데, 생각보다 친절하고. 그리고…….”

“그리고?”

“잘생겼거든요.”

역시 외모가 답이다.

딸 친구의 연애담이 내심 부러운지, 어머니는 이연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우리 연이는 나중에 어떤 남자 사귀려나.”

이연이 포크를 들고서 썰어놓은 스테이크 조각을 푹 찌른 채 그것을 입안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그럴 생각은 일절 없어요.”

“그래. 지금은 연예계 쪽 일이 많이 바쁠 테니까.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렴.”

나중에도 없을 거 같은데.

그러나 괜히 좋은 자리에서 어머니의 기대감만 무너뜨릴 거 같아서 이연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 * *

가족들끼리의 식사를 마친 후에 이연은 지갑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얼마 나왔어?”

유혜영이 그런 이연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오늘은 내가 산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냥 가도 돼.”

“너무 많이 먹은 거 같아서.”

이연과 그녀의 어머니는 미리 예고했던 대로 그렇게까지 많이 먹진 않았다.

한창 성장기인 남동생이 하드 캐리를 했다.

“엄청 맛있더라고요. 잘 먹었습니다, 누나!”

거의 혼자서 4인분 가까이를 먹었다.

“맛있게 먹어주니까 고마워. 나중에 또 누나랑 같이 놀러 와. 알았지?”

“네! 그렇게 할게요!”

이연은 기운차게 대답하는 권민준과 다르게 큰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오늘은 친구가 사겠다고는 했지만, 이런 거 하나하나가 나중에 다 갚아야 할 마음의 빚으로 남게 되는 법이다.

이연은 다시 지갑을 집어넣는 대신에 다른 쪽으로 말을 돌리기로 했다.

“저번처럼 내 도움이 필요할 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줘.”

서로 번호는 알고 있으니까.

연락만 하면 된다.

그러자 유혜영이 뭔가 말하기를 망설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아. 그러면 말이지…….”

유혜영의 표정이 변했다.

썸 타는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을 때 잠깐 보여줬던 그 표정이었다.

“시간 되면, 연애 상담해 줄 수 있어?”

하필이면 이연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종목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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