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82화 (182/299)

182화

제51화. 연애 상담(1)

꼴찌 그룹이 공개된 덕분인지, 다른 참가팀들은 몰래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CDP 팀이 4위란 소리는 적어도 자신들이 꼴찌가 될 일은 없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꼴찌가 된다고 탈락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피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 3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참가한 그룹들의 예상은 밀크티와 원더존 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샤이걸스와 가을소녀가 하니엘, MAYO팀과 함께 1위 경쟁을 벌일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두 팀 다 워낙 잘했으니까.

하지만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의 결과는 늘 그렇듯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는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3위는 샤이걸스, 가을소녀 팀입니다!”

“네?”

아이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비쳤다.

반면, 샤이걸스와 가을소녀 팀원들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들은 파트너 미션을 보고 밀크티, 원더존이 훨씬 더 잘했다고 생각했다.

샤이걸스, 가을소녀가 3위란 말은.

“MAYO, 하니엘 팀과 밀크티, 원더존 팀이 1위 후보가 되었네요.”

원더존 멤버들은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원더존 입장에선 첫 번째 팀 선택지부터 이미 꼬여 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선배님들과 함께 무대를 즐기자! 라는 생각으로 준비한 거였는데.

이게 의외로 대박을 치고 말았다.

“자, 그럼 1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결과, 보여주세요!”

마침내 공개되는 1위의 정체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파트너 미션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팀의 정체는.

[MAYO & 하니엘]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멤버들은 동시에 소리쳤다.

“너무 잘했어, 얘들아!”

“고생하셨어요, 선배님! 그리고 너무 감사해요!”

“다 같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 뭘. 우리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 모두한테 고마워해야지.”

처음에는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걱정이 들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걱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히려 지금은 서로가 같은 팀을 맺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간발의 차이로 1위를 놓친 원더존과 밀크티 멤버들 역시 서로 깊은 포옹을 나누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죄송해요, 선배님. 저희가 좀 더 열심히 했었더라면…….”

“괜찮아, 괜찮아. 잘했으니까 자책하지 마.”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하지. 주린이처럼 계속 현역으로 활동했더라면 더 나은 무대를 보여줬을지도 모를 텐데.”

대선배이자 언니들로서 아직은 어린 원더존 멤버들에게 많이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원더존 멤버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두 팀의 우애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

사실 원더존은 다른 팀들에게 크게 견제받는 그룹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2차 그룹 미션을 통해서 원더존의 존재감은 완전히 달라졌다.

원더존도 무시하면 안 되는 팀이라는 사실을 다른 참가팀 멤버들은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번 미션을 통해 원더존이 가장 많은 것을 얻어가는 그룹일지도 모른다.

1위에 올랐으니.

이제 가장 중요한 베네핏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차례였다.

“베네핏은 1차 그룹 미션과 다르게 우승한 팀이 두 팀이므로 이 둘에게 모두 주어질 예정입니다.”

그렇게 하면, 1, 2차 그룹 미션을 통해서 현재 3팀이 베네핏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 베네핏은 1라운드 마지막 미션에서 활용할 수 있다.

“베네핏에 대한 내용은 다음 녹화 때, 미션과 함께 공개될 예정입니다. 오늘 다들 정말 고생하셨고, 그때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출연자들이 민주린을 따라 서로에게, 그리고 고생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냈다.

녹화가 끝난 후에는 우리 팀 너희 팀 가릴 것 없이 서로 웃으면서 짧은 교류를 나눴다.

이연은 의외의 선전을 보여준 원더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대 잘 봤어.”

윤채미가 이연의 말에 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좀 더 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걱정 많이 했던 것치고는 잘한 편 아니야? 밀크티 선배님들하고 매칭됐을 때 엄청 부담스러워했잖아.”

“솔직히 처음에는 그랬는데, 선배님들이 우리를 워낙 잘 이끌어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어. 그리고 주목받을 수 있는 포지션 같은 것도 자기들은 이제 유명해져 봤자 의미가 없다고 다 양보하시고. 감동이었다니까.”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오는 모양인지, 윤채미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2위에 그쳤지만, 원더존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얻어가게 되었다.

문제는 1라운드 최종 미션이다.

하니엘에게 있어서 이 미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두 번째 앨범 컴백을 앞두고 가지는 걸파이트 시즌 2 마지막 녹화이기 때문이다.

기분 좋게 컴백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미션도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미션 내용은 다음 주에 알려준다고 했으니까.’

그 전까지는 당분간 휴식을 좀 취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기로 했다.

* * *

숙소로 돌아온 하니엘 멤버들은 회포를 풀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날, LC 엔터테인먼트 안무 연습실로 출근길에 올라서게 되었다.

녹화도 중요하지만, 그녀들의 컴백만큼 중요한 건 아니었다.

어제 스튜디오에서 바짝 긴장하며 MAYO와 함께 무대를 펼쳤던 하니엘 멤버들.

그래서일까. 잠시 쉬는 시간에 스포츠 음료로 목을 축인 여솜이 어색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주에는 MAYO 선배님들하고 맨날 같이 연습하고 그랬는데. 오늘부터 다시 우리들끼리 연습하려고 하니까 뭔가 썰렁하네.”

오늘은 미랑의 카랑카랑한 외침도, 아야의 볼멘소리도 없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니까 굉장히 허전했다.

그녀들은 MAYO와의 합동 연습에 이미 적응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시 하니엘의 단일 연습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연은 여솜을 향해 장난식으로 물었다.

“다시 선배님들한테 와달라고 연락할까?”

“괜찮아. 선배님들도 컴백 때문에 한창 바쁘실 텐데. 그러면 민폐지.”

하니엘만 컴백을 준비하는 게 아니었다.

걸파이트 시즌 2에 참가하고 있는 걸 그룹들 모두가 다 비슷한 시기에 컴백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걸파이트 시즌 2의 흥행 여부가 그녀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전 시즌처럼 대박을 치게 된다면.

참가팀들 사이에서 제2의 아이비제이가 탄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비제이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걸파이트라는 프로그램 덕분이었으니까 말이다.

모두가 다 아이비제이가 되기를 꿈꾸지만, 그만큼의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걸 그룹이 되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톱스타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오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나 경쟁 프로그램에서는 이 말이 더더욱 통용될 수밖에 없다.

기왕 시작한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것이 이연의 철칙이기도 했다.

“자. 쉬는 시간 끝났지? 이제 다시 연습하자.”

이연의 다독임에 멤버들은 피곤으로 찌든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리더의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대열을 갖추고 다시 연습에 들어가려고 하기 전에 비아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1라운드 마지막 미션 내용이 뭐길래 베네핏을 세 팀이나 주는 걸까?”

리샤가 고개를 한 차례 갸우뚱했다.

“글쎄. 스태프분들한테 몰래 캐내보려고 했는데, 일절 말을 안 해주더라고. 이거 말해주면 PD님한테 엄청 혼날 거라고 막 무서워하셨어.”

“황 PD님이 많이 무섭긴 하지. 알 거 같아.”

참가자들한테는 직접적으로 언성을 높인 적은 없었지만, 스태프들한테 화내는 걸 보면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부 본인이 직접 체크할 정도로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연이 언니하고 우리들 보는 거 같네.”

“연이가 황 PD님 포지션이야?”

“당연하지!”

이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적어도 황 PD님처럼 막 목소리 높인 적은 없잖아.”

“가끔은 차라리 화를 낼 때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니까.”

“맞아. 연이 언니, 정색한 채로 목소리 쫙 깔고 말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나, 그때 오줌 지릴 뻔했다고.”

아이돌로서 하면 안 될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이연이 무섭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멤버들이 입을 모아 말하자, 이연은 속으로 다짐했다.

두 번째 앨범 활동 기간에는 다정한 리더가 되어보자고.

‘근데 나름 상냥하게 대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한참 멀었나 보다.

* * *

컴백 준비가 착착 진행되어 가는 와중에 이연은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외식을 하기 위해 본가로 향했다.

그동안 회사를 오며 가며 할 때마다 박도수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만 타고 다녀서 그런지 운전대를 잡은 자신의 모습에 낯설었다.

그래도 운전하는 법을 아예 까먹거나 그러진 않았다.

새로 이사 간 집에 도착한 이연은 금세 달라진 집안 분위기를 느끼면서 동생을 찾았다.

“야, 권민준.”

“뭐야, 누나. 언제 왔어?”

“방금. 너는 누님이 왔는데도 마중조차 안 나오냐. 어?”

“공부하느라 못 들었어.”

그러나 말과는 달리, 모니터 한쪽에는 작게 게임 화면이 축소되어 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이연은 더 골치가 아파지기 전에 다른 질문을 꺼냈다.

“어머니는.”

“화분 물 주고 있어. 2층에 있을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우리 딸 왔어?”

어머니가 이연을 강하게 안아줬다.

오랜만에 딸을 안아봐서 그런지,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오늘 어디서 먹을 거라고 했지?”

“친구네 오빠가 운영하고 있는 양식 가게가 있어요. 자리 맡아뒀다고 하니까, 거기 가면 돼요.”

“맞다, 그랬지.”

오늘 가족 외식이 정해진 것도 이연의 유일한 중학교 동창 친구인 유혜영 덕분이었다.

그녀가 언제 한번 이연에게 어머니하고 동생 데리고 가게로 놀러 와달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연 덕분에 가게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니, 조금이라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서였다.

음식값은 안 내도 된다고 했지만, 이연이나 그녀의 어머니나. 둘 다 많이 먹는 체질은 아니었다.

못 먹는 만큼 권민준이 알아서 다 먹어줄 것이다.

한창 성장기니까.

“차에 시동 걸어둘 테니까 준비 다 끝나면 민준이하고 같이 나오세요.”

“알았어. 금방 나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렴.”

“네.”

바깥에 주차해 둔 차에 올라탄 이연은 서서히 저물어가는 노을빛을 보면서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했다.

컴백하고 나면 한동안 방송 스케줄 때문에 가족들과 만나서 이렇게 밥 한 끼 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어질 테니까.

그 전까지 이연은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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