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81화 (181/299)

181화

제50화. 파트너 미션(3)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CDP의 무대가 끝난 뒤, 심사단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잘 봤다, 좋은 무대였다 하는 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연은 심사단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샤이걸스, 가을소녀 팀의 무대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없다고 생각하나 보네.’

사실 이연도 그렇게 보였다.

CDP도 나름 인지도 있고 실력도 좋은 걸 그룹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11명 중 가장 인기 있는 멤버들을 긁어모아도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 한 명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기량 차이가 심하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멤버는 고작해야 단 셋뿐.

이 세 명이 각각 센터나 메인보컬, 메인댄서 역할을 맡았더라면.

그리고 선배들을 중심으로 후배들이 열심히 빈 공간을 채워준다는 느낌으로 무대를 꾸몄더라면.

‘그러면 더 좋았을 텐데.’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기에 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탓하진 못한다.

이것도 다음 라운드를 위한 전략의 일부니까.

CDP도 나름 얻어가는 게 있는 무대였으니까,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이제 슬슬 하니엘과 MAYO의 차례다.

스태프가 그녀들이 있는 대기실을 찾았다.

“다음 차례 준비해 주세요.”

“네!”

멤버들이 기운차게 대답하면서 걸음을 옮기려고 하던 찰나였다.

갑자기 비아가 목소리가 팀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저희, 무대 올라가기 전에 그거 하고 가요!”

“그거?”

“그게 뭔데?”

MAYO 멤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비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취했다.

반면, 하니엘은 비아가 뭘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우미가 오른쪽 손바닥이 아래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팔을 내밀면서 말했다.

“파이팅 한번 외치고 가자는 뜻이에요.”

“아! 좋지.”

MAYO 멤버들도 하니엘과 함께 손을 모았다.

11명이나 되는 아이돌들이 서로 몸을 바짝 붙였다.

아야가 팀원들의 모습을 쭉 훑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누가 구호 먼저 선창할 거야?”

“이런 건 리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리샤의 말에 팀원들의 시선이 이연과 미랑을 번갈아 스쳤다.

이연이 미랑에게 먼저 양보를 했다.

“선배님께서 해주세요.”

“그럴까?”

미랑이 먼저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하나, 둘, 셋! 파이팅!”

“파이팅-!”

이미 하니엘 내에서는 이렇게 파이팅 구호를 외치면서 전의를 다지는 게 기본 행사로 굳혀졌다.

그러나 MAYO는 딱히 이런 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것도 파트너 미션 덕분에 체험하게 된 신선한 경험이었다.

* * *

마이크를 든 민주린이 곧이어 세 번째 팀을 소개했다.

하니엘, 그리고 MAYO.

그녀들이 모습을 나타내자, 심사 위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에서도 하니엘과 구면인 오용하 프로듀서와 전이은의 반응이 가장 열정적이었다.

민주린이 그녀들을 일렬로 세우면서 마이크를 넘겼다.

“단체 인사를 안 들어볼 수가 없죠.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허니마요’입니다!”

허니마요라는 말에 사람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민주린도 같은 마음이었다.

“‘허니마요’라는 팀명은 어떻게 지어진 건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미랑이 직접 맡았다.

“하니엘 후배님들 그룹명 중에서 ‘하니’라는 글자를 따와서 저희 팀명에다 이어 붙여봤는데, ‘하니마요’보다는 ‘허니마요’ 쪽이 더 달콤하게 보여서 이쪽으로 짓게 되었어요.”

“실제로 어느 카페에서 이런 명칭으로 불리는 디저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멤버들 사이에서도 팀명을 정할 때 민주린이 방금 말했던 것과 동일한 의견들이 몇 차례 나온 적이 있었다.

“과연 두 그룹의 무대도 팀명처럼 달콤할지, 한번 지켜보도록 할까요? 바로 준비해 주세요!”

민주린이 잠시 스튜디오에서 퇴장했다.

그녀가 자리를 비키자마자 팀원들은 곧장 자신들의 포지션을 찾아 이동했다.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심사 위원들의 표정이 변했다.

“이거, ENB 노래 아니에요?”

“맞아. ‘이별이라 말하지 마’ 같은데?”

이 분야의 전문가들답게 어떤 노래인지 바로 알아맞혔다.

선택지 자체는 무난하다.

하니엘, MAYO라는 그룹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콘셉트고.

문제는 두 그룹이 얼마나 어우러질 수 있느냐. 합의 정도가 평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니엘과 MAYO가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그룹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류가 활발했던 사이도 아니었기에 짧은 기간 동안 같이 무대를 만들라고 하면 불협화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샤이걸스와 가을소녀, 그리고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CDP. 두 팀 역시 군데군데 그런 부분들이 보였다.

이 불협화음을 얼마나 최소화시킬 수 있을지. 이게 파트너 미션의 가장 큰 관건이다.

당연히 이연과 미랑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의견을 조율할 때마다 그녀들이 나섰던 것이다.

덕분에 큰 충돌 없이 무사히 무대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 노력의 결과를 보여줘야 할 차례다.

그러나 노력만큼 뜻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모든 사람들이 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1절 후렴구가 끝나고.

2절 파트에 들어가기 직전, 오린과 시우의 동선이 서로 꼬여 버리고 말았다.

오린이 뒤로, 시우가 대각선 방향으로 좀 더 앞으로 갔어야 했는데.

자리 바꾸기가 여의치 않았다.

“아……!”

시우가 당혹해하는 표정이 되었다.

수개월 동안 연습하는 무대에서도 아주 간혹 동선이 꼬이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준비 기간이 짧았던 파트너 미션 무대는 오죽할까.

여기서 선배 그룹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오린은 MAYO에서도 메인댄서 포지션을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동선을 수정하면서 슬쩍 시우가 앞쪽으로 편하게 이동하게끔 공간을 마련해 줬다.

덕분에 시우는 안무 동작인 척하면서 앞으로 두 걸음 나갈 수 있었다.

그제야 오린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다.

시우가 오린에게 눈빛으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오린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괜찮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연은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트너 미션이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의도치 않은 사고가 벌어졌을 당시에는 저렇게 경험이 많은 선배가 즉흥적으로 안무 수정을 이끌면서 후배를 당황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파트너 미션이 아니라 하니엘 멤버들끼리 공연을 펼치다가 방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더라면.

‘방송 사고로 이어졌겠지.’

안 봐도 뻔했다.

약간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팀원들이 다시 모여 엔딩 포즈를 취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파트너 미션의 끝맺음을 알리는 그녀들.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말 못 할 진한 여운이 밀려왔다.

“감사합니다!”

팀원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무대를 봐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다.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무대에서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이 교차되어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래도 이연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음 무대가 또 있으니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 * *

그래도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 그런지, 팀원들의 얼굴은 녹화가 시작되었을 때에 비해 많이 편안해졌다.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마지막 네 번째 무대를 보기 위해 다시 대기실 모니터를 두고 옹기종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마지막이 밀크티 선배님들하고 원더존 선배님들 차례였지?”

“응, 맞아.”

“나는 이 무대가 제일 기대돼. 어떤 걸 준비했을까?”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차례이기도 했다.

이연은 대기실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받은 따뜻한 커피로 속에 쌓인 피로와 부담감을 녹였다.

원더존 멤버들에게 있어서 이 무대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한편, 밀크티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원더존 멤버들은 예상과는 달리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밀크티 멤버들이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일이다 보니, 민주린이 관심을 안 보일 수가 없었다.

-원더존은 무대 준비하면서 어땠나요? 여기 있는 이 언니들이 막 괴롭히거나 그러진 않았죠?

-우리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렇지?

연수은이 원더존 멤버들에게 물었다.

여기서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당연히 원더존 멤버들은 ‘네!’라고 기운차게 답했다.

이번 무대는 민주린까지 합해서 밀크티 멤버 셋이 원더존과 같이 무대를 꾸미기로 했다.

어느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든 MC가 직접 공연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인지 심사 위원들 역시 굉장히 관심 있게 그녀들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민주린은 최근까지도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이연은 연수은과 나보람, 둘이 과연 민주린, 그리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원더존과 제대로 합을 맞출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오랫동안 아이돌 활동을 쉬면, 자연스럽게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밀크티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연의 우려를 뛰어넘고도 남았다.

앞으로 기운차게 치고 나가면서 원더존 멤버들과 함께 역동적인 안무 동작을 펼치는 밀크티 멤버들.

최연장자인 연수은조차도 웃는 얼굴을 계속 유지하면서 힘 있게 팔과 다리를 뻗었다.

‘잘하네. 클라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맞았어.’

아무리 오래 쉬었어도 밀크티는 역시 밀크티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조 대세 걸 그룹답게, 세 사람은 상대적으로 젊은 원더존과도 어색하지 않은 군무를 펼치면서 스튜디오를 휘어잡기 시작했다.

모니터 너머로도 현장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MAYO, 하니엘 멤버들도 밀크티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연도 그녀들과 비슷했다.

‘이렇게 잘할 줄 알았다면, 저쪽하고 편먹는 것도 괜찮았을 거 같네.’

밀크티는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들보다도 더 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여기에 현역들 못지않은 기량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당연히 탐낼 수밖에 없는 팀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원더존 멤버들도 표정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가장 선배 그룹과 막내 라인의 조합에 심사 위원들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들 중 가장 큰 호응을 보냈다.

이연도 무대를 마무리 지은 그녀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그만한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모든 무대가 끝나고.

파트너 미션, 순위 발표 시간이 찾아오게 되었다.

진행자로 돌아온 민주린이 참가 팀 전원 앞에 다시 섰다.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1위를 차지하는 두 그룹에게 모두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더 이번 미션이 중요하다.

자그마치 두 팀이나 1위의 영광을 누릴 수 있으니까. 기쁨 역시 두 배가 될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연이 속한 팀이 1위를 차지했을 때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먼저, 4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공개해 주세요!”

사실 4위는 누군지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 CDP]

‘예상대로네.’

앞의 미션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던 팀이 이번에는 꼴찌가 되었다.

그럼에도 두 그룹 다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혜원을 보면서 이연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무서운 사람이야.’

아무리 자신들의 업보라 할지라도 막상 꼴찌라고 통보받으면 멘탈이 흔들릴 법도 할 텐데.

혜원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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