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74화 (174/299)

174화

제48화. 동맹 제안(6)

촬영이 시작되고 전까지 이연은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어느 팀을 고르면 좋을지.

누구와 파트너 팀 미션을 진행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수차례 계산기를 두드렸다.

원더존이든 CDP든 MAYO든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했다.

이것들을 잘 비교해서 최선의 선택을 고르는 것.

이것이 리더로서 이연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팀원들과 상의를 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는 편이 좋다.

“다들 모여봐.”

화장실을 갔다 온 멤버들까지 모두 자리에 앉힌 이연은 그녀들에게 지금 자신이…… 아니, 하니엘이 놓이게 된 상황에 대해서 모든 것을 모두 공유했다.

“우리한테 선택해 달라고 부탁해 온 팀들이 있어.”

“팀‘들’?”

비아가 이연에게 되물으면서 크게 놀랐다.

한 팀만 있어도 황송한데. 복수형태로 말을 하니까 놀란 거였다.

“어느 어느 팀인데?”

이연이 하니엘에게 러브 콜을 보냈던 팀들에게 한 번씩 힐긋 시선을 보냈다.

“원더존, CDP, 그리고 MAYO.”

“원더존 선배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CDP 선배님하고 MAYO 선배님들까지 그러셨다고?”

이연이 잘못 들었을 일은 없을 테고.

MAYO가 하니엘에게 먼저 같은 팀을 맺고 싶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이 멤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아이비제이와 더불어서 당대 최고의 걸 그룹이라 불리고 있는 팀이니까.

모든 팀들을 다 고를 수 있으면 정말 좋았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함께할 수 있는 팀은 셋 중에 단 하나.

이제는 하니엘의 선택에 달렸다.

어느 팀이 좋을지 이연은 팀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이연을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나는 CDP 선배님들.”

“난…… MAYO 선배님들이 더 좋을 거 같은데. 우리보다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니까, 도움도 많이 받을 거 같고.”

“원더존 선배님들이 더 좋지 않아? 우리하고 엄청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팀이잖아.”

각자 의견을 모아본 결과.

이연을 제외하고 MAYO, 원더존, CDP. 셋이 2 대 2 대 2가 나왔다.

설마 동률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기에 이연은 더욱 골치가 아파졌다.

결국 멤버들은 마지막 남은 이연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리더가 골라.”

“연이 언니가 고민해 보고, 마지막에 정해. 우리는 거기에 따를 테니까.”

“맞아. 어차피 이대로 가면 절대로 결론이 안 날 거야.”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황금 밸런스로 균형이 맞춰졌을 때에는 차라리 어느 한 명이 총대를 메는 게 좋아 보인다.

그리고 그 한명은 아주 높은 확률로 이연일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내가 정할게.”

그녀가 결심을 굳힐 때.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절묘하게 촬영 시작을 알리는 조연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민주린이 가장 먼저 1지망권을 거머쥐게 된 하니엘 팀을 불렀다.

“하니엘부터 선택하시겠습니다.”

마이크와 함께 선택권을 쥐게 된 이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숨을 들이마셨다.

민주린은 그런 이연의 모습을 보면서 의외라는 듯이 반응했다.

“제가 나름 이연 씨를 많이 봐왔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거 같아요.”

“팀의 운명이 달린 선택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네요.”

이연도 사람이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민주린은 이연의 이런 모습이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거 같아서 좋았다.

물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민주린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연이 입을 열기 전까지도 원더존과 CDP, 그리고 MAYO. 이렇게 세 그룹은 숨을 죽인 채 하니엘 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조차도 정체를 모르는, 오직 당사자들만 아는 미묘한 기류가 현장을 빠르게 채웠다.

잠시간의 정적 끝에.

이연이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MAYO 선배님들과 파트너 팀을 맺겠습니다.”

처음에 동맹 제의를 했었던 MAYO를 선택하기로 했다.

원더존과 CDP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특히 윤채미는 바로 옆에서 이연에게 섭섭하다는 눈빛을 마구마구 쏘아댔다.

이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현으로 쓴 미소를 지었다.

민주린이 마침 원더존과 CDP가 궁금해하던 것을 물었다.

“왜 MAYO팀을 고르셨나요?”

“여러 가지 요건들을 고려해 봤을 때, 선배님들과 힘을 합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을 해서요.”

“구체적인 이유는 밝힐 수 없나요?”

“이 이상 말하면 전략 노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오~’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다른 팀들이 보기엔 이연과 하니엘은 벌써부터 파트너 미션에 대비하고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연은 그것보다 MAYO가 이 점이 좋았고 저 점이 좋았다고 열거하면, 원더존과 CDP한테 스플래시 대미지를 줄 거 같아서 일부러 말을 아끼기로 한 거였다.

두 팀 다 MAYO보다 그런 점들이 뒤처져서 선택을 못 받았다는 걸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함구가 잘 포장이 된 건 운이 좋았다.

울상이 된 원더존, CDP와 다르게 하니엘의 선택을 받은 MAYO의 경우에는 얼굴에서 미소 꽃이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연에게 먼저 동맹 제안을 했던 것이 유효하게 작용한 셈이었다.

하니엘의 차례가 끝났으니.

이제 숫자 2를 뽑은 아이비제이의 차례다.

하니엘과 마찬가지로 아이비제이 역시 리더인 혜원이 마이크를 들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여러분들은 어느 팀을 선택하기로 하셨나요?”

“저희는 원래 MAYO 팀을 픽하려고 했는데, 하니엘분들이 먼저 골라서 아쉽게 되었네요.”

역시. 아이비제이와 마찬가지로 강팀 취급을 받는 그룹답게 지명 순위가 높았다.

게다가 아이비제이 멤버들은 한때 미랑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니까. 아마 같이 호흡을 맞추기 편할 거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인가 보다.

미랑의 개인적인 원한과는 별개로, 팀의 승리를 생각한다면 아이비제이 트윙클 입장에선 MAYO가 최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미랑도 아이비제이와 팀을 한다면 좋든 싫든 본인들의 승리를 위해서 열심히 하려 했을 게 뻔하다.

이연의 선택이 강팀 연합을 미연에 방지하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비제이에게 상황이 불리해진 건 절대로 아니다.

“저희는 CDP 팀을 지명하겠습니다.”

MAYO가 먼저 선택을 받았다는 전제하에선 가장 무난한 픽이었다.

뒤이어 샤이걸스가 지명할 차례다.

샤이걸스는 하니엘, 아이비제이 트윙클과 다르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멤버들과 상의를 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고 끝에 그녀들이 내놓은 한 수는.

“가을소녀 선배님들로 하겠습니다.”

순간 원더존 멤버들이 한숨을 꿀꺽 삼켰다.

하니엘 멤버들은 원더존 바로 옆자리라서 그녀들의 실망하는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출연진은 원더존의 이런 반응을 전혀 보지 못했다.

샤이걸스가 가을소녀를 지명한 덕분에 원더존은 자연스럽게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남은 한 팀과 짝을 이루게 되었다.

그 한 팀이 바로 원더존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팀 중 하나였던 밀크티였다.

민주린이 밀크티 멤버들과 서로 시선을 교환하면서 말했다.

“그러면 저희는 자연스럽게 원더존 여러분들과 한 팀이 되겠네요.”

“잘 부탁드려요.”

밀크티 멤버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원더존 전원이 벌떡 일어서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였다.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열심히, 최선을 다할게요!”

블라인드 미션 때도 그렇고.

원더존은 촬영 초반부터 이래저래 고생이 많은 그룹이었다.

* * *

파트너 미션에서 서로 같은 팀을 하게 될 명단들이 완성된 바로 다음 날.

하니엘과 MAYO 팀은 인사 겸 사전 미팅을 가지기 위해 바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는 MAYO의 소속사로 정해졌다.

높게 솟아 있는 건물 빌딩을 보면서 하니엘 멤버들은 놀라움을 삼켰다.

“난 여기 처음 와보는데, 건물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

“나도.”

하니엘 멤버들 모두가 다 MAYO의 소속사에는 처음 와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연은 이곳이 구면이었다.

SSS에서 한창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을 무렵.

이연에게 접근해 온 캐스팅매니저가 있었다.

장고윤. 그녀가 일하고 있는 곳이 바로 눈앞에 있는 렛플 엔터테인먼트였다.

혹여나 장고윤과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이연과 장고윤이 구면이라는 걸 홍류현 실장이나 박도수 매니저가 본다면 그녀를 수상쩍게 여길 것이다.

장고윤의 직함 자체가 캐스팅매니저니까.

그것만으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장고윤이 이연을 모른 척해준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이연에게 한번 당한 게 있어서 갚아주고 싶어서라도 일부러 친근한 척을 해오려고 할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MAYO를 지명하지 말 걸 그랬나.’

아무리 이연이 시야가 넓다 해도 이것까지 예상할 순 없었다.

이연과 함께 먼저 렛플 엔터테인먼트 건물 안으로 들어선 여솜이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엘리베이터는 어디 있대?”

옆에 있던 리샤가 어깨를 짧게 으쓱였다.

“나도 모르지. 처음 왔으니까.”

뒤따라오던 홍류현 실장에게 물어보려고 하던 순간, 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코너로 돌면 나와’라고 말하려던 것을 도로 삼켰다.

‘큰일 날 뻔했네.’

이연은 이곳에 처음 온 거다.

그렇게 설정을 잡고 움직이던 중이었는데, 그 설정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무너질 뻔했다.

‘여기는 적진이라고 생각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언제 어디서 이연을 암살하기 위해 장고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나마 위안이라고 한다면, 걸파이트 시즌 2 녹화에 관한 회의니까 그녀가 현장에 올 일은 아마 없을 거라는 점이다.

캐스팅매니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다.

걸파이트 제작진은 무대 위에 서 있는 아이돌들만 촬영하는 게 아니다.

이처럼 스튜디오 밖에서 그녀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무대를 준비하는지에 관한 과정들도 전부 촬영한다.

기획 회의도 여기에 포함된다.

홈그라운드답게 하니엘보다 먼저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MAYO 멤버들이 후배들을 맞이했다.

“이쪽에 앉으시면 돼요.”

“네, 선배님!”

이연과 미랑을 제외하고 아직은 서로가 어색하기만 했다.

방송이라 할지라도 하니엘은 MAYO에게 있어서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온 손님이다.

미랑이 하니엘 멤버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매니저님이 마실 음료 가져다주신다고 했으니까. 아이디어 회의는 그때 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똑똑.

노크 소리와 같이 회의실 문이 열렸다.

“커피하고 물 가져왔어요.”

이연의 귀에 이상하리만치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돌린 순간, 입에서 탄식이 튀어나올 뻔했다.

음료를 들고 회의실을 찾아온 여성, 장고윤이 이연에게 눈웃음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렇게 쉽게 위기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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