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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73화 (173/299)

173화

제48화. 동맹 제안(5)

이연은 투시 마법도 기본적으로 익혀뒀다.

지금도 저 카드들 중에 어떤 카드가 꽝인지, 당첨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줄 가장 왼쪽에 있는 카드.

저 카드가 이연이 바라는 숫자 1을 품고 있는 카드다.

가서 저걸 뽑기만 하면 된다.

한편, 카드 뽑기로 순서를 정한다는 말에 각 팀의 리더들이 카드를 뽑기 위해 무대로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민주린이 이전과는 다른 제안을 꺼냈다.

“오늘은 리더분들 말고 각 팀의 막내들이 나와서 뽑아보도록 할까요?”

웬만한 일들은 다 리더들이 나와서 정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러면 리더만 너무 집중 조명을 받게 된다.

가을소녀나 CDP처럼 12인조, 11인조씩 되는 팀들은 병풍 신세가 되는 멤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민주린은 그런 멤버들이 소외되지 않게끔 그들에게도 카메라를 한 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팀 리더들도 민주린의 이런 배려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이연도 동의한다.

다만.

‘이번 건 내가 뽑아야 했었는데.’

정답을 알고 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니엘 막내즈 멤버들 중에서 비아가 대표로 카드 뽑기 주자로 정해지자마자 이연이 그녀를 불렀다.

“비아야.”

“응? 왜, 언니.”

이연은 자신이 원래 목표로 삼았던 첫째 줄 맨 왼쪽 카드를 가리켰다.

“저 카드 뽑아.”

내가 못 뽑으면, 남을 시키면 되는 일이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파란 거를? 왜?”

“저게 왠지 기운이 좋아 보여서.”

“에이. 그건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정도잖아. 이런 건 운이라고, 운.”

간단한 방법이지만, 지금처럼 비아가 이연의 말대로 따르느냐 마느냐라는 변수가 존재했다.

“아무튼 일단 내 말 믿고 저 카드 뽑아. 알았지?”

“뭐…… 알았어. 그렇게 할게.”

비아는 따로 뽑고 싶은 카드가 있었다.

그녀는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뒷면이 빨간색으로 꾸며진 카드를 뽑으려고 했는데. 이연이 가리킨 건 전혀 엉뚱한 색깔이어서 영 손이 안 간다.

일단 비아의 등을 떠밀고 본 이연은 팔짱을 끼고서 그녀의 행보에 주목했다.

민주린이 각 팀에서 나온 막내들을 한 번씩 쭉 훑었다.

밀크티 멤버들 중에서는 제일 어린 나보람이 나왔지만, 각 참가팀의 막내 라인들 중에서는 그녀가 왕언니였다.

2세대 걸 그룹과 4세대 걸 그룹이니까. 그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연수은이 작게 웃었다.

“우리 보람이 좋겠네. 맨날 팀 막내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말했었잖아.”

나보람이 언니의 놀림에 얼굴을 붉히면서 답했다.

“이런 식으로 탈출하고 싶진 않았어.”

한창 어린 후배 아이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으니까 민망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도 이런 부끄러움과는 달리, 제3자가 보기에는 그녀들끼리 나이 차이가 크게 나 보이지 않았다.

민주린이 8명의 아이돌들에게 순서를 정해줬다.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하겠습니다.”

쯧. 이연은 짧게 혀를 찼다.

그녀는 카드 뽑는 순서를 지난 그룹 미션 순위대로 뽑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랜덤성이 짙은 가위바위보로 진행된다면, 이연이 바라는 1번 카드를 뽑을 확률이 낮아진다.

1번 카드의 정체를 알고 있어도 앞에서 어떤 사람이 뽑아 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비아의 운에 달려 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네 명씩 나뉘어서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하는 막내들.

이때, 비아가 가위를 표현한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저, 이겼어요!”

승리의 여신이 비아에게 미소를 지어준 듯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쪽에서 이기고 올라온 CDP 팀과의 승부에서도 비아가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다.

당당하게 첫 번째로 카드를 뽑게 된 비아.

그전에 민주린이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비아 씨는 좋아하는 색상이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빨강을 좋아하는데…….”

뒤에서 이연이 비아를 찌릿 노려봤다.

안 돼, 뽑지 마. 파랑을 뽑아.

이렇게 압박을 넣고 있었다.

비아가 좋아하는 빨강을 뽑는다면, 꽝이라는 글자를 보게 될 것이다.

리더의 압박이 통한 모양인지, 비아는 한숨을 삼키면서 차마 손이 가지 않는 파랑 카드를 뒤집었다.

숫자 1을 확인하자마자 비아가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벌써 1번 카드가 나왔네요!”

“하니엘 팀이 첫 번째 선택권을 가져갑니다!”

당연하게도 하니엘 쪽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카드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 비아를 이연이 맞이했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진짜네. 이 언니 진짜 뭐야. 신기 있는 거 아니야?”

SSS에서도 간혹 놀라운 예지(마법) 능력을 선보였던 이연이었지만, 멤버들은 여전히 그녀의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연의 조언 덕분에 숫자 1 카드를 뽑게 된 하니엘.

순차적으로 다른 그룹들의 순서도 같이 정해졌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원더존의 경우에는 아쉽게도 꽝 카드를 뽑게 되었다.

선택권이 없어서일까.

잠시 테이프 가는 동안 자유롭게 쉬고 있으라는 PD의 말을 틈타 윤채미가 이연에게 접촉했다.

“연아. 너희, 누구 지목할 거야?”

첫 번째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하니엘에게 가장 많은 선택지가 열려 있었다.

방금 파트너 미션 내용이 공개되었기에 이연은 아직 어느 팀을 고를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금 있다가 멤버들 다 모이면, 그때 한번 상의해 본 다음에 결정하려고. 왜?”

윤채미가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럼, 우리 골라주면 안 돼?”

“원더존을?”

“응!”

윤채미의 눈빛에 간절함이 담겼다.

“너희하고 같이 작업하면 편하니까. 선배님들하고 하면 불편하기도 하고…… 물론 선배님들이 싫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야.”

“알고 있어.”

이연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윤채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편하게,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파트너를 선정할 때 이것도 꽤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원더존과 밀크티 유닛이 같은 파트너 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보자.

원더존이 과연 밀크티 선배들한테 이거 했으면 좋겠다, 저거 했으면 좋겠다 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

천만에.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

데뷔 연도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원더존이 먼저 적극적으로 가기보다는 아무래도 밀크티 선배들의 의견에 주로 동조하고 따라가는 흐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배님들이시니까.

게다가 원더존 멤버들 중에선 이연처럼 회사 대표의 의견이 영 아니어도 그 자리에서 바로 ‘노잼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윤채미는 편안함으로 이연에게 어필을 할 생각이었다.

물론 원더존이 하니엘보다 선배이긴 하지만, 데뷔 연도가 한 달밖에 차이가 안 나고. 같은 막내 라인들이라 그런지 서로서로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서로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건 좋은데. 과연 시너지가 날까?’

두 그룹 다 겨우 첫 번째 데뷔 앨범 활동을 끝낸 새내기 중에서도 새내기들이다.

인지도 면이나, 경험 측면이나. 모든 게 다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두 그룹이 뭉친다고 플러스 효과가 날 수 있을지, 이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윤채미도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더존은 하니엘에게 구애를 해왔다.

“잘 부탁해, 연아. 응? 알았지?”

윤채미가 먼저 이연에게 팔짱을 끼면서 친근함을 과시했다.

이연은 그런 윤채미를 보면서 날카로운 일침 하나를 날렸다.

“피하고 싶은 팀 있어서 그런 거지?”

윤채미의 얼굴이 윽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연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눈치를 살피는 윤채미의 시선을 통해 이연은 그녀가 어느 팀을 꺼려하는지, 이것까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밀크티 선배님들이지?”

“어, 어떻게 알았어?”

“보면 알아.”

윤채미는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다.

얼굴만 봐도 전부 티가 난다.

게다가 이연은 눈치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윤채미 같은 타입은 독심술 수준으로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가능했다.

“밀크티 선배님들은 왜.”

“아니, 그냥…… 너무 대선배님들이시니까. 우리가 많이 주눅 들 거 같아서. 그리고 MAYO 선배님들도 무섭고.”

MAYO는 그럴 만도 했다.

센 언니 이미지가 강한 그룹이니까. 후배 입장에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채미가 생각하는 베스트 파트너는 가을소녀와 샤이걸스였지만, 샤이걸스의 경우에는 음악 취향이 너무 확고해서 작업 과정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답은 가을소녀, 아니면 하니엘인데.

가을소녀 팀은 원더존과 마찬가지로 꽝 카드를 뽑아버렸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윤채미는 이연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팀을 영업하려고 했던 거였다.

나름 전략적인 행동이었다.

문제는 이연이 이걸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거였지만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볼게.”

“부탁할게, 연아. 동기끼리의 의리! 알았지? 의리!”

“동기가 아니라. 너희가 우리보다 선배라고.”

하니엘에게 어필하고 싶은 팀은 원더존뿐만이 아니었다.

윤채미가 자리를 뜨자마자 곧바로 다른 팀 리더가 이연에게 접근해 왔다.

“이연 씨, 안녕하세요.”

CDP의 리브가 이런 식으로 이연에게 먼저 말을 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혹시 어느 팀을 파트너로 택할지 고르셨나요?”

“아직이요. 멤버들하고 상의해 본 다음에 결정하려고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리브는 알고 있다.

이연이 하니엘 멤버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는 기회를 틈타 이연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파트너 선택권으로 저희 팀을 골라주시면 안 될까 해서요.”

의외였다.

숫자 카드를 뽑은 팀은 하니엘뿐만 아니라 아이비제이 트윙클, 샤이걸스, 그리고 밀크티 유닛. 이렇게 세 팀이 있다.

이연은 꽝을 뽑은 대부분의 팀이 당연히 아이비제이 트윙클에게 선택받기를 바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이비제이와 팀을 먹으면 그녀들의 유명세에 어느 정도 묻어갈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미 실력도 여러 차례 검증된 팀이다. 팀의 승리를 생각한다면, 아이비제이 트윙클이 정석 답안이다.

그런데 CDP는 왜 하니엘에게 이런 말을 건넨 걸까.

‘왠지 알 거 같아.’

하니엘은 이번에 참가한 7개 팀들 가운데에서 나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팀이다.

물론 아이비제이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니엘의 인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하니엘은 CDP보다 후배 그룹이다.

CDP가 작업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녀들도 여러모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이연에게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이연은 이번에도 리브에게 멤버들하고 같이 상의해 보겠다는 중립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알았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연 씨.”

“네, 선배님.”

하니엘에게 선택받기를 원하는 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연 씨.”

MAYO의 리더, 미랑이 멀리서 이연을 불렀다.

찡긋,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

“알지?”

이전에 했던 동맹 제안을 기억하라는 뜻이었다.

원더존, CDP, 그리고 MAYO까지.

꽝 카드를 고른 네 그룹 중 세 그룹이나 하니엘에게 러브 콜을 보내오고 있었다.

덕분에 이연의 입장이 매우 난감해졌다.

‘우리 인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는데.’

리더 입장에서 이걸 좋게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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