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62화 (162/299)

162화

제46화. 같은 목표(2)

원더존에 이어서 샤이걸스가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팀명답게 샤이걸스는 이번에 참가하는 7개 팀 가운데에서 가장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여러 멤버들이 모이면 당연하게도 성격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샤이걸스는 독특하게도 다섯 명의 멤버 전부가 다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

“……안녕하세요…….”

샤이걸스 멤버들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먼저 온 후배 그룹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 그룹 역시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나 샤이걸스 멤버들에게 ‘안녕하세요,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선배 대접을 받는 게 많이 어색한 모양인지, 샤이걸스는 빠른 걸음으로 본인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하니엘과 원더존이 한 달 차이로 데뷔를 한 것과 비슷하게, 샤이걸스 또한 그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니엘을 기준으로 반년 정도 더 빨리 데뷔한 걸 그룹이다.

원더존과는 5개월 차이. 그렇다 보니 두 그룹에게 선배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연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샤이걸스에 대한 정보를 다시금 떠올렸다.

‘발라드풍 노래를 많이 소화하는 그룹이었지.’

보통 아이돌 그룹은 댄스, 일렉트로닉, 신스팝, 하우스 장르의 신나는 노래를 많이 소화하는 데에 반해서 샤이걸스는 특이하게도 잔잔한 음악들을 많이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샤이걸스의 음악적 컬러가 특색 있고 유니크하다는 평이 자자하다.

이연도 그녀들의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샤이걸스에 이어 CDP가 등장했다.

가을소녀 다음으로 인원이 많은 11인조 그룹으로, 샤이걸스와 다르게 CDP는 마치 소풍 나온 10대 소녀들처럼 벌써부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샤이걸스 때처럼 후배 그룹들이 단체로 일어나 그녀들에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머,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릴게요.”

“저희는 살살 해주세요. 아셨죠?”

벌써부터 봐달라는 소리를 하는 CDP였지만, 그녀들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다.

하니엘과 마찬가지로 데뷔 때부터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한때 걸 그룹 돌풍의 핵으로 불렸던 CDP.

이렇게 보고 있자니, 이연은 이번 걸파이트 시즌 2가 만만치 않은 경연이 될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으로 제작발표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던 초영이 속한 그룹, 가을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많은 인원수를 자랑하는 그룹답게, 등장만으로도 바글바글했다.

이다음은 가을소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수로 구성된 MAYO가 등장했다.

네 명밖에 안 되지만, 한 명 한 명이 지닌 인지도와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걸파이트 시즌 2의 강력한 우숭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니까. 이쯤이면 말 다 한 셈이다.

이런 MAYO조차도 한 수 접게 만드는 4세대 걸 그룹 최강자가 마지막 등장을 장식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I.T.)

단 세 명뿐이지만, 포스만큼은 독보적이었다.

그녀들의 등장에 모든 그룹이 일제히 예를 갖췄다.

지현은 애교 섞인 눈웃음을 선보이면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반면, 혜원과 미수는 후배들의 단체 인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이렇게 모든 그룹의 등장이 전부 끝난 뒤.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줄 진행자, 민주린이 마무리를 장식했다.

“최고의 걸 그룹을 가리기 위한 경연 현장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걸파이트 시즌 2! 진행을 맡은 민주린입니다!”

힘이 넘치는 민주린의 자기소개에 후배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조용한 성격의 샤이걸스 멤버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열심히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배가 눈앞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여러모로 문제다.

이런 모습이 방송으로 나가면 선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한테도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가 많이 긴장되고 정신이 없을지 몰라도, 리액션만큼은 확실하게 하는 편이 좋다.

민주린이 참가 팀 멤버들을 쭉 훑으면서 말했다.

“보니까 다들 긴장 많이 하고 계신 거 같네요.”

서로 친목을 목적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경연을 치르기 위해 모인 거니까.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린도 SSS를 포함해서 몇몇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 적이 있었기에 이들의 현재 심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알고 있지만 본인의 팀이 어떤 팀인지 다른 팀들에게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준비한 코너가 있었다.

“여러분들에게 오늘 녹화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씀드린 게 있을 겁니다. 기억하고 계시죠?”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고 답했다.

사전 미팅 당시에 제작진 측에서 각 그룹에 요청한 게 있었다.

그것과 연결되는 이야기였다.

“오늘은 여러분들의 대표곡으로 이 자리에서 직접 무대를 펼치실 건데요. 끝나고 1라운드 첫 그룹 미션도 공개될 예정이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경연은 총 1차, 2차, 그리고 마지막 3차 라운드로 구성된다.

각 라운드마다 세부적으로 세 번의 그룹 미션을 진행한다.

다 합해서 총 9번의 경합을 벌이는 셈이다.

이건 SSS 때와 동일한 구성 방식이었다.

물론 베네핏의 존재 역시 SSS와 같다.

첫 번째 그룹 미션인 만큼,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전에 먼저 오늘의 첫 무대부터 실수 없이 잘 소화해야 한다.

미션 결과와는 관련 없는 무대라 할지라도 방송에 나가는 거니까.

“어느 팀부터 먼저 할지는 제비뽑기로 정하겠습니다. 각 팀의 리더분들, 앞으로 나와주세요.”

민주린의 지시에 따라 7개 팀의 리더들이 다시 한번 뭉쳤다.

기다란 종이를 하나씩 뽑은 리더들은 그것을 가지고 멤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가 같이 결과를 확인했다.

비아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이연에게 물었다.

“언니! 우리, 몇 번이야?”

“아직 안 봤어.”

왼손을 떼기만 하면, 종이 끝에 적혀 있는 숫자가 공개될 것이다.

“하나, 둘, 셋.”

카운트까지 세면서 손을 펼쳤다.

순간, 멤버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연이 뽑은 숫자의 정체 때문이었다.

[1번]

“우리가 맨 처음이야?”

“어떻게 해……!”

투시 마법을 사용한다면 원하는 번호를 뽑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소개를 겸하는 무대였기에 이연은 굳이 마법까지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설마 1번이 걸릴 줄은 몰랐다.

우미가 당황하는 멤버들을 다독여 줬다.

“괜찮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잖아? 일찍 끝내고 편하게 선배님들 무대 보자.”

오히려 좋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우미의 설득이 어느 정도 통한 모양인지,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 * *

첫 번째 무대를 꾸미기 위해 하니엘 멤버들이 스튜디오 가운데로 향했다.

각 팀 멤버들이 환호성을 보내면서 하니엘을 응원했다.

하니엘은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직까지 하나밖에 없다.

첫 데뷔 앨범 타이틀곡이었던 ‘HUG’ 말고는 아직까지 다른 곡이 없었기에 선택이랄 게 없었다.

선배들 앞에서 선보이는 무대라서 그런 걸까. 멤버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깃들었다.

그런 것치곤 첫 스타트는 꽤 안정적이었다.

최근까지 연습했던 곡이기도 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도 몸이 안무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비교적 쉽게 무대를 펼칠 수 있었다.

선배들도 긴장하고 있을 막내들을 위해 열심히 응원을 보냈다. 이게 그녀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

마무리 동작까지. 깔끔하게 무대를 끝낸 하니엘 멤버들은 선배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나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해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멤버들을 보면서 이연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잘했어. 다음 미션도 딱 오늘만큼만 하자.”

이연의 칭찬에 멤버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곧이어 두 번째 순서를 뽑은 MAYO의 무대가 펼쳐졌다.

하니엘도 나름 첫 번째 순서로 정말 준수한 무대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MAYO는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다르네.’

네 명밖에 안 되는 그룹인데도 불구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로 이 넓은 공간을 꽉꽉 채워갔다.

특히 리더인 미랑의 카리스마는 가히 예술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카메라 바로 앞까지 걸어 나온 미랑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을 유지하면서 추켜세웠던 엄지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거슬리게 하지 말고 당장 꺼져. Get lost!”

네 명이 일렬로 나란히 서면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으로 MAYO의 무대가 끝이 났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확실한 기선 제압이 되었다.

하니엘의 무대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MAYO뿐만 아니라 오늘 참가한 다른 걸 그룹들 역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어필하기 위해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인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순서가 도래했다.

유닛은 아직 데뷔를 안 한 상태였기에 대표곡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비제이 이름으로 나온 곡 중에 하나를 고르겠지.’

이연의 예상대로, 그녀들은 아이비제이의 히트곡이었던 ‘I get it’을 선택했다.

2집 타이틀곡으로, 아이비제이라는 그룹을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걸 그룹 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될 만큼 명곡이다.

‘첫 노래부터 치트키를 꺼냈네.’

이것은 반칙이다.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유명한 곡을 들고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원래는 여러 명이서 부르던 곡인데. 세 명으로 어떻게 소화할까?’

파트 분배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단체곡을 세 명이 나눠 부르면, 그만큼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아이비제이 트윙클 멤버들은 실수 하나 없이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이연은 혜원의 포지션에 주목했다.

분명 아이비제이의 메인 보컬은 미수인데.

이번에는 혜원이 메보 포지션을 맡은 거였다.

-눈치 없이 굴지 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너도 알고 있잖아.

기다리고 있을게. 내게 말해줘.

Tell me, you love me.

격한 안무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음정과 표정.

이연이 이 세계로 넘어온 이후, 지금까지 본 걸 그룹 멤버 중에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미수가 아닌 혜원이 메인 보컬 포지션으로 간 이유가 뭔지, 이연을 알 것 같았다.

‘누가 어떤 역할을 맡든 다 잘할 자신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보네.’

이것만큼 확실한 기선 제압 수단이 없었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무대를 끝으로 첫 코너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참가자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순서가 찾아왔다.

“걸파이트 시즌 2 첫 대결 미션을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무대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화면에 문장 하나가 새겨졌다.

[블라인드 미션]

‘저게 뭔데?’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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