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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53화 (153/299)

153화

제43화. 가깝고도 먼(3)

엄마라는 말에 이연과 시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시우가 먼저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면서 우미의 어머니에게 인사했다.

이연도 시우와 마찬가지로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짧은 인사말을 건넸다.

오늘 만남의 자리에는 우미의 어머니가 오기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양우섭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미가 자신의 오빠를 향해 물었다.

“왜 엄마까지 데리고 온 거야?”

“실은…….”

양우섭이 말끝을 흐리는 사이.

이들 남매의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섭이가 너하고 오늘 저녁 약속 있다고 하길래.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단다.”

“…….”

우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눈빛에서 보이는 당혹감이 지금 그녀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더 이어지기 전에 이연이 나섰다.

“일단 앉으세요. 우미 언니, 괜찮지?”

우미는 대답 대신 무거운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그래도 양우섭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양우섭 옆에 이들 남매의 어머니가.

그리고 이연은 자리를 옮겨 멤버들과 같은 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어머니가 얼굴 위로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우리 딸, 잘 지냈어? 힘든 건 없고?”

“네. 괜찮아요.”

“회사 사람들이 잘해주고? 멤버들은?”

“다들 좋은 사람들뿐이에요.”

“그렇구나. 이연 씨하고 시우 씨 맞죠? 저희 딸하고 잘 어울려 줘서 고마워요.”

아직 자기소개도 안 했는데. 우미의 어머니는 이미 이연과 시우의 얼굴, 이름까지 다 알고 있었다.

양우섭이 추임새를 넣듯 중간에 슬쩍 설명을 들려줬다.

“어머니가 하니엘에 관심이 많으셔서요. 멤버들 정보는 기본적으로 다 알고 계세요.”

“아…… 네.”

하기야. 자기 딸이 속해 있는 그룹이니까.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을 것이다.

겉모습만 봐도 귀티가 좔좔 흐르는 우미의 어머니.

50대인데도 불구하고 여배우들처럼 여전히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연의 미모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것처럼, 우미와 양우섭의 외모 역시 어머니 쪽 유전자의 공이 굉장히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우미 어머니의 시선이 딸을 넘어서 이연과 시우에게 집중되었다.

“근데 두 사람, 실물로 보니까 훨씬 더 좋네. 눈도 크고. 얼굴도 자그마하고. 내가 어디 가면 항상 우리 딸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이렇게 셋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까 셋 다 너무 예뻐요.”

시우와 이연이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다시 한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 자리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우미가 가족들과 어떤 관계인지.

무슨 이유로 인해서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었는지 대충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이연에게만 속사정을 털어놨었지만, 우미가 YN그룹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난 후에 멤버들에게도 모든 사실을 공유했었다.

그래서 시우는 이 위기 아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반면, 이연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난 다음에 행동에 임할 생각이었다.

우미가 양우섭 쪽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여동생이 노려보자, 양우섭은 괜히 목이 타는 모양인지 벌써 물컵만 3잔째 비우고 있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나서서 오빠를 변호해 줬다.

“우섭이는 잘못 없으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마렴.”

“엄마는 왜 나오신 거예요.”

“어머? 왜긴. 딸이 보고 싶으니까 그렇지. 엄마잖아.”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엄마니까. 이 한 마디로 모든 이유가 설명된다.

부모가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법이다.

우미도 그걸 알기에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더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전에.

“식사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와서 이들의 테이블을 세팅해 주기 시작했다.

우미의 어머니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여긴 오랜만이네. 예전에 너희 어렸을 때 자주 데려와서 너희 고모랑 같이 밥 먹고 그랬었는데. 저번에 데뷔 쇼케이스였나? 그거 끝나고 이곳에서 회식했었다면서? 그때 고모 만났니?”

우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났어요.”

“그래? 다행이네.”

가족들끼리 나누는, 평범한 대화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시우는 눈앞에 있는 음식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양우섭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머니. 오늘은 우미 동료들도 같이 있으니까. 저희는 식사 빨리 끝내고 바로 빠져주는 게 어떨까요?”

“그 전에 우미한테 할 말 있는데.”

어머니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 이상이었다.

“가수 활동, 언제까지 할 거니?”

테이블에 앉은 모두의 행동이 일순간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췄다.

우미가 확인 차원에서 다시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네 엄마니까. 숨기는 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그녀가 우미에게 대놓고 말했다.

“적당히 하고 관두렴.”

지켜보던 시우가 소리 없는 비명을 삼켰다.

* * *

성공적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이제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하니엘에게 이런 식으로 위기가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부모님이, 특히 우미의 아버지가 딸의 가수 활동에 대해 좋게 여기지 않는다는 건 이연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그것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오더니 관두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양우섭이 크게 당황했다.

“어, 어머니. 그 이야기는…….”

“아까도 말했지? 엄마니까 숨기는 거 없이 말하겠다고. 너희 아버지가 나한테 그랬어. 내가 가서 우미 잘 설득해 보라고. 평생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생길이 뻔히 보이는데, 세상에 어떤 부모가 그걸 보고만 있겠니?”

“…….”

“너희 아빠도 맨날 우미, 네 걱정만 하고 있어. 네 앞에서 솔직하지 못해서 그렇지, 술만 마시면 우리 딸, 우리 딸 이런다니까. 티는 안 냈지만, 우미 네가 나오는 방송들 다 챙겨보고 있어. 김 비서가 그거 일일이 다 녹화해 주고 그러더라.”

틀린 말은 아닌지, 옆에서 양우섭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집을 그대로 물려받은 우미가 쉽게 물러설 리 없었다.

“저는 가수 활동 계속할 거예요.”

“많이 힘든 길이라는 건 이제 네가 더 잘 알 텐데.”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연예계는 SSS 녹화 시절 때가 약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했다.

때로는 악플에 시달리기도 하고.

근거 없는 소문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때도 있다.

우미가 그 타깃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네 아빠하고 난 우리 딸이 그런 일에 휘말리는 거 원치 않아. 나중에 가면 결국 사람들한테 잊혀질 테고. 고통은 고통대로 받고. 그러고 싶니?”

한때 잘나가는 가수로만 기억될 뿐.

롱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연예계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소위 선택받은 자만이 앞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반짝이는 별로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늦게 전에 스스로 결정하렴.”

“…….”

우미의 생각이 깊어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한 고민이었다.

솔직히 우미는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 직전.

이연이 입을 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몇 마디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연을 바라보는 시우의 눈빛에 불안감이 깃들었다.

이연이나 시우나. 이들 입장에서 보면 제3자일 수밖에 없다.

우미와 같은 그룹이지만, 그렇다고 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니까.

가족 간의 문제인데. 과연 이들에게 발언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우미의 어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사한 미소를 되찾고서 해도 된다고 표현했다.

“네, 그럼요.”

“하니엘이 대중들에게 잊혀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앞으로도 쭉…… 아니, 지금보다도 더 유명한 그룹으로 올라서게 될 거예요.”

“근거가 있을까요?”

“네.”

이연은 확신에 가득 찬 태도로 말했다.

“저하고 멤버들이 그렇게 만들어갈 겁니다.”

너무나도 당찬 그녀의 모습에 우미의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양우섭, 양우미 남매와 시우는 이연의 이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SSS에서도 이연은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결과로 보여줬다.

“연예계에서 우미 언니가 활약할수록 YN그룹의 이미지 쇄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이것도 제가 보장할게요.”

실제로 우미와 관련된 기사가 뜬 후, 한때 YN그룹 계열사 전체의 주가가 뛴 적이 있었다.

기업에 대한 호재가 우미의 활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우미 언니의 연예계 활동은 쌍방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 흐름을 먼저 끊어낸 쪽은 우미의 어머니였다.

“이연 씨, 그거 아세요? 저 이연 씨처럼 자신감 넘치는 사람,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의 남편한테도 제가 결혼하자고 청혼한 거였고요.”

어머니 쪽이 먼저 프러포즈했었다는 사실은 양우섭과 우미도 몰랐던 모양인지 살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그녀의 성격을 보면, 아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알았어요. 그러면 이연 씨 말대로 좀 더 시간을 두도록 할게요.”

달라진 어머니의 태도에 우미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럼 아빠는…….”

“너희 아빠한테는 내가 잘 말해볼게. 걱정하지 마. 이 엄마,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성격이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우미.

뜻밖의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연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어서 천만다행이었다.

* * *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아들 양우섭과 함께 운전기사의 차에 나란히 올라탄 그의 어머니는 다시 한번 식사 자리를 떠올린 모양인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그래도 네 덕분에 오랜만에 우미 볼 수 있어서 좋았네.”

“저는 우미한테 미안해 죽을 거 같지만요.”

일이 잘 해결되어서 망정이지, 만약 그러지 못했더라면 양우섭은 여동생한테 모진 말을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의 태도는 여전히 담담했다.

“꼭 한 번은 거쳤어야 할 과정이었어. 너희 아빠나 너나. 남자들은 여자 마음을 잘 모르니까. 여자는 같은 여자가 더 잘 알아. 그래서 말인데.”

우미도 우미지만.

오늘의 자리를 통해서 그녀의 관심을 사로잡은 여자가 또 한 명 더 있었다.

“이연 씨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니?”

“이연 씨요? 좋은 여자죠.”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게 아니라. 여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냐고.”

“이연 씨를 여자로요?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양우섭이 크게 당황했다.

아들의 그런 모습에 그녀는 싱긋 웃었다.

“아까 말했지? 나, 자신감 있는 사람 좋아한다고.”

우미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딸처럼 똑같이 눈을 흘기면서 아들을 바라봤다.

“잘해봐. 이연 씨 데려오면 이 엄마가 딸처럼 잘 대해줄 테니까.”

“이상한 말 좀 하지 마세요, 제발.”

양우섭은 오빠로서 더 이상 여동생을 당황하게 할 법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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