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13화 (113/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13화

제31화. 완성형 아이돌(3)

오후 2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박민아의 뮤직 스토어가 막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세상을 여는 작은 음악 콘서트, 박민아의 뮤직 스토어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빨갛게 물드는 단풍을 보면서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떤 음악으로 물들고 있나요. 아이비제이의 노래, ‘가을처럼’.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서정적인 인사말과 함께 방송의 첫 시작을 알리는 박민아의 모습을 보면서 우미가 양손을 모았다.

“선배님, 너무 멋지다…….”

평소에도 우미는 박민아의 뮤직 스토어 애청자를 자처하곤 했었다.

음악에 대해 공부할 때에도 박민아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줬다.

박민아는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음악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와 비하인드 스토리도 같이 알려주곤 했다.

이런 것들을 알면, 그 노래를 들을 때 더 몰입해서 듣게 된다.

그래서인지 청취자들 입장에선 박민아가 소개해 주는 노래는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물론 박민아는 아무 노래나 소개시켜 주지 않는다.

자신이 먼저 듣고, 이건 내 프로그램에서 청취자들과 함께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노래만 플레이리스트로 작성해서 들려주는 편이다.

이렇다 보니 PD가 노래를 추천할 때에도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박민아가 없다면, 이 라디오 프로그램도 없는 셈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박민아가 최근에 PD에게 먼저 요청한 게 있었다.

우리 프로그램에 하니엘 멤버들을 게스트로 초대하고 싶다고.

그래서 이런 자리가 성사된 거였다.

‘우리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

박민아는 좋은 음악이라면 아이돌 노래든 힙합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이런 다양한 취향 때문인지, 그녀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앨범들도 한 장르에 치중되어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박민아가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건 하니엘 멤버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노래가 끝나고 1부 코너를 이어가는 동안, 멤버들은 차분하게 라디오 진행을 보여주는 박민아의 모습에 어느 순간 게스트가 아닌 청취자가 되어 있었다.

“뮤직 스토어가 왜 청취율이 그렇게 높은지 알겠네.”

“맞아요.”

리샤, 시우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사람의 말에 공감을 드러냈다.

감상하는 건 좋지만.

“곧 우리 차례니까 준비해.”

이연이 넋 놓고 부스 안을 보고 있는 멤버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민주린이 말한 것처럼, 실수하는 모습을 절대로 보여줘선 안 된다.

직접 박민아한테 초대장을 받고 온 만큼, 그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광고가 나가는 동안, 하니엘 멤버들이 하나둘씩 부스 안으로 입장했다.

민주린까지 합해서 총 여덟 명의 게스트들이 각자 자리를 잡았다.

착석하자마자 이연은 카메라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하니엘 멤버들이 둘이서 하나씩 얼굴 전면에 위치한 카메라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연과 민주린은 각각 개인 카메라가 배치되었다.

‘리더라서 특별 대우해 주는 건가?’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엉성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기에 이연은 손으로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하필이면 의상이…….’

쇄골 아랫부분이 꽤 깊게 파인 의상을 입고 와서 그런지, 몸을 조금만 숙여도 민망한 각도가 나올 것 같았다.

이연은 자처해서 이 옷을 입을 생각이 없었다.

원래는 비아가 입고 있는 옷이 그녀가 입을 옷이었지만.

최 코디가 중간에 오더를 잘못 넣었는지, 치수가 작은 옷이 오고 만 거였다.

부랴부랴 남는 옷을 골라 입다 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민주린도 이연의 이런 점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인지, 손을 뻗어서 직접 이연의 옷깃을 만져줬다.

“너무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조심해.”

“감사합니다, 선배님.”

2부가 끝나고 3부 들어가기 전에 최 코디에게 옷핀이라도 달라고 해야 할 판이었다.

이 와중에 2부의 시작을 알리는 박민아의 멘트가 펼쳐졌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게스트들을 모셨습니다. 이미 화면으로 보셔서 아시겠지만, 아주 스튜디오가 꽉 찼죠? 먼저 주린 씨부터 자기소개 해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가수 민주린입니다.”

선배의 말에 후배들답게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이다음, 하니엘의 차례다.

멘트를 맞추도록 신호를 주는 건 늘 이연의 몫이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천사, 하니엘입니다!”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부스 밖에 있는 PD와 스태프들도 박수를 치면서 그녀들을 다시 한번 뜨겁게 환영했다.

어느새 엄마 미소를 짓게 된 박민아가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니엘 멤버들 오니까 스튜디오가 꽃밭으로 변했네요. 어쩜 이렇게 다들 귀엽고 예쁠까.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우리 리더가 대표로 말해볼까요?”

“시우, 비아, 유키가 19살로 막내고요. 저하고 여솜이, 리샤가 20살, 그리고 우미 언니가 21살로 맏언니세요.”

“세상에. 21살이 맏언니예요? 나하고 21살 차이인데.”

옆에서 민주린이 ‘저하고는 12살 차이예요’라고 슬쩍 한마디를 보탰다.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넘치는 하니엘 멤버들을 보면서 박민아의 얼굴에 미소꽃이 떠날 줄 몰랐다.

“19살, 20살, 21살. 뭘 해도 예쁜 나이네요. 내가 가수로 처음 데뷔했을 때가…… 26살인가 그랬는데. 그때는 이것도 엄청 빨리 데뷔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심지어 저희 소속사에서는 제가 막내 기수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들 이렇게 데뷔 시기가 빠른가 봐요?”

이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네. 15살에 데뷔한 아이돌도 있어요.”

“완전 애기네, 애기.”

아까부터 박민아의 입에서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 저희 프로그램 청취자들도 그렇고, 제 주변 지인들도 그렇고. 다들 SSS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꼭 한번 하니엘을 게스트로 초대할 수 없겠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SSS 애청자이기도 했고요.”

멤버들이 박민아의 깜짝 고백에 크게 놀랐다.

“정말인가요, 선배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요계에서 장안의 화제였으니까요. 당연히 봐야죠. 아, 그렇지. 이번에 음원 1위 달성하셨던데. 축하드려요.”

하니엘 멤버들이 불렀던 ‘페어링’이 마침내 어제, 주간 차트 1위를 달성하게 되었다.

물론 이다음 컴백할 선배 가수들의 라인업이 매우 매섭기 때문에 금방 아래로 내려올 여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SSS 오리지널곡 첫 1위 달성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가치가 더욱 컸다.

“주린 씨도 이번에 SSS 덕을 많이 본 거 같던데요? 오랜만에 발표한 신곡이 차트 10위 안에 들어갔죠?”

“네, 선배님. 사실은 애들하고 붙기 싫어서 일부러 SSS 끝나고 발표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면 벡스하고 붙게 될지도 모른다고 해서 그냥 컴백 시기를 앞당겼어요.”

“벡스…… 무섭죠. 가수들 모두가 다 벡스와 컴백 시기가 겹치는 건 피하고 싶어 할 거잖아요.”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죠. 소속사에서 먼저 말릴 정도니까요.”

“벡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원래는 이 자리에 은솔 씨도 모시고 싶었거든요. 근데 요즘 많이 바쁘긴 한 거 같더라고요. 작가들이 섭외 전화를 계속 해도 칼같이 거절한대요.”

과연 정말로 바쁠까.

어제저녁부터 이연은 은솔과 따로 개인 톡을 주고받으면서 자기는 한가하니까 언제든 지난번에 약속했던 밥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바쁜 건데 바쁜 척을 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이연과의 약속은 애초에 논외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박민아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내가 너무 내 이야기만 했나 보네요. 우리 하니엘 멤버들은 혹시 저나 아니면 여기 프로그램에 관해 궁금한 거 있나요?”

멤버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대본에 없던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박민아는 대본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간혹 지금처럼 이렇게 즉흥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민주린의 경우에는 박민아와 가끔씩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그녀의 이런 면을 알고 있었지만, 하니엘 멤버들은 달랐다.

민주린이 뒤늦게 후회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것도 알려줄걸.

애들이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 같다고 적당히 말을 둘러대려고 할 때.

이연이 입을 열었다.

“혹시 저기 있는 키보드, 선배님 거 맞으신가요?”

박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끔씩 음악 트는 거 말고 제가 직접 연주하면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를 때가 있거든요. 오늘은 키보드만 가져다 놨는데, 지난주에는 일렉 기타하고 베이스도 놔뒀어요.”

“역시…… 대단하세요.”

이번에는 역으로 박민아가 이연에게 물었다.

“이연 양도 악기 다룰 줄 안다고 들었는데.”

“약간이지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연 양의 연주 솜씨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기회가 바로 찾아오게 될 거라는 사실을.

* * *

3부로 넘어가기 전에 하니엘 멤버들은 화장실을 갔다 오거나, 라이브를 대비해 미리 물로 목을 축이거나 하는 등, 잠깐 각자만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쉬는 거에만 열중하지 않는 멤버도 있었다.

비아의 경우에는 카메라 앞에서 윙크를 하거나 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면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청취자들을 향한 애교를 선보였다.

그런 비아를 보면서 이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혼자서 잘 노는 아이라고.

광고 타임이 끝나고.

다시 멤버들이 자리로 돌아왔다.

박민아가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PD의 수신호에 맞춰 입을 열었다.

“3부에서는 민주린 씨와 하니엘 여러분들의 노래를 직접 라이브로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먼저 민주린 씨 노래부터 들어볼까요?”

“네.”

스탠딩 마이크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 민주린.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신이 부를 노래, ‘후회’의 반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반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박민아가 다시 한번 밖에서 대기 중인 스태프들에게 말했다.

“반주 주세요.”

그러나 이번에도 감감무소식이었다.

PD가 양팔을 교차하면서 X를 만들어 보였다.

사운드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박민아의 얼굴에 살짝 당혹감이 스쳤다.

“어…… 장비에 문제가 생겼나 봐요. 제가 라디오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당황스럽기는 게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기껏 열심히 라이브 무대를 준비했는데, 설마 이런 사고가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청취자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한다.

2부에 시간 관계상 미처 다 하지 못한 질의응답이 아직 남아 있긴 했다.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이걸로 시간을 때우고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선배님.”

이연이 갑자기 키보드를 가리켰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걸로 연주해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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