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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07화 (107/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07화

제30화. 앞면과 뒷면(3)

멤버들 대부분의 프로필 촬영이 끝난 뒤.

마지막 차례를 맡게 된 시라이시 유키가 의상을 갖춰 입고 스튜디오 가운데에 섰다.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포즈를 취하는 유키.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멤버들이 ‘귀엽다’라는 말을 흘렸다.

윙크를 하기도 하고. 손키스를 하기도 하고. 여태껏 보여준 멤버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풍성한 표정과 포즈들을 취했다.

“유키가 확실히 애교가 있어.”

“맞아. 자기를 매력적으로 잘 표현하는 방법도 알고 있는 거 같고.”

리샤가 비아, 시우를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막내즈. 동료에게 뒤처지면 안 되잖아? 안 그래?”

비아가 리샤의 말에 발끈해서 답했다.

“우리도 촬영감독님이 충분히 잘 찍었다고 했거든?”

“맞아요.”

시우도 비아의 말에 힘을 보탰다.

서로 누가 잘했다느니 못했느니 따질 필요가 없다.

이연이 보기에는 멤버들 모두 다 귀엽고 예뻤기 때문이었다.

한창 프로필 촬영을 이어가던 도중에 촬영감독이 고개를 한 차례 갸우뚱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생겼을 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유키 씨. 그 빨간색 머리핀, 잠깐 떼보실래요?”

“이거요?”

“네.”

촬영감독의 말에 따라 유키는 핀을 떼서 스태프에게 잠시 맡겼다.

“역시. 머리핀이 없을 때가 더 예쁘게 나오네요. 그 빨간색 머리핀 하나가 자꾸 시선을 강탈해서, 묘하게 신경이 쓰였거든요.”

의상과 컬러가 매칭이 된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머리핀 하나만 너무 새빨간 색이어서 의상과의 통일감을 파괴하고 있었다.

촬영감독으로선 옳은 지적을 한 셈이었다.

이연도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인지, 한 번 더 촬영감독에게 자신의 아이템을 어필했다.

“이거 달고서 사진 찍는 게 더 예쁘게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나 촬영감독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아닙니다, 유키 씨. 없는 게 훨씬 나아요.”

직원들도 촬영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대다수가 그렇다고 하니.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유키의 개인 프로필 촬영까지 끝내고.

이제 마지막으로 단체 촬영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멤버들이 전부 스튜디오로 올라섰다.

자세를 잡는 동안, 오채일 대표가 현장에 깜짝 방문했다.

그를 보자마자 박도수 매니저가 ‘윽!’ 하는 소리를 냈다.

오 대표는 그런 박도수 매니저의 행동을 보고선 의아함을 드러냈다.

“왜. 내가 여기 오면 안 됐나?”

“그건 아니지만…… 아니요. 차라리 안 오시는 게 더 좋았을지도…….”

말하기가 굉장히 애매한 건이 하나 있었다.

마침 오 대표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촬영감독이 그를 찾았다.

“대표님! 안 그래도 대표님한테 할 말 있었는데. 잘됐네요!”

“저한테요?”

“네! 일단 촬영부터 끝내고, 나중에 저하고 둘이서 따로 말씀 나누실까요?”

“……?”

영문을 모른 채 자신도 모르는 약속이 잡혀 버렸다.

박도수 매니저가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보다 오 대표는 이제 막 단체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애들 단체 프로필 찍는 건 보고 갈 수 있겠네.”

“애들 때문에 일부러 오신 건가요?”

“어. 앞으로 하니엘이 우리 회사의 간판 걸 그룹이 될 텐데. 당연히 보러 와야지. 이게 우리 애들의 첫 시작이잖아.”

“그렇죠.”

오채일 대표의 말이 맞다.

SSS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처음으로 찍는 정식 프로필 사진.

7명의 멤버들이 완전체를 이뤄서 팬들에게 선보일 첫 공식 사진이라는 점에 많은 의의가 담겨 있었다.

오채일 대표의 눈에는 멤버들 중에 안 예쁜 사람이 없었다.

“좋네. 빨리 우리 애들, 무대에서 노래하는 거 보고 싶구만.”

“저도 그렇습니다.”

과연 데뷔 이후에 그녀들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회사 대표로서 벌써부터 기대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 * *

촬영 중간, 잠시 화장실에 들르게 된 유키.

화장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싱글벙글 웃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촬영감독이 뭐 대수라고. 자기 말이 무슨 법이야? 짜증 나, 진짜!”

그 착한 유키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들 만큼 거친 험담이 마구 쏟아졌다.

화풀이를 하려는 것처럼 휴지를 몇 장 뽑아 사정없이 구긴 뒤, 그것을 휴지통에 힘껏 내던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화가 덜 풀렸는지 이번에는 휴지를 뭉텅이로 뽑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마침 이연이 막 화장실에 들어섰다.

그녀를 보자마자 유키의 얼굴이 다시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연 언니도 볼일 있으셔서 오신 거예요?”

“어. 너도?”

“저는 다 끝났어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유키는 마치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을 나섰다.

촬영장으로 향하는 유키의 뒷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이연은 고개를 아래쪽으로 숙이면서 휴지통 안을 살폈다.

“화풀이할 때 환경을 생각하면서 하면 좋을 텐데.”

* * *

모든 촬영이 종료되자마자 멤버들은 곧장 숙소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아침부터 메이크업, 헤어 받고. 카메라 앞에서 계속 웃으면서 사진 촬영을 하려고 하다 보니 얼굴에 경련이 다 일어날 정도였다.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숙소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편한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 우미가 갑자기 작게 웃음을 흘렸다.

“우리, 어떻게 SSS 촬영했을까. 프로필 사진 찍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멤버들도 이게 궁금했다.

이연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때는 힘든 것도 모를 정도로 다들 절박했으니까.”

이게 정답이었다.

지금이야 아직 일정이 많이 빠듯한 것도 아니고. SSS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마음의 여유가 좀 남아 있지만, 데뷔 이후에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활동하면 큰일이다.

“데뷔하면, 그때는 SSS에 출연할 때보다도 더한 절박감을 가지고 움직여야 해. 우리는 겨우 막 프롤로그를 끝낸 입장일 뿐이니까.”

데뷔, 그리고 본문의 시작.

이때부터가 진짜 싸움이 펼쳐진다.

이전까지는 같은 연습생들과의 경쟁이었다면.

이후부터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쟁쟁한 선배 가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난이도로 따지면 당연히 후자가 더 높다.

비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SSS 끝나면, 앞으로는 경쟁할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

“인생에 있어서 경쟁이란 요소는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니까.”

이연의 말을 듣고 비아가 ‘아!’ 하면서 손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오랜만에 나왔네, 유교 걸!”

“또 이상한 별명으로 부르네.”

“이상한 별명 아니야. 언니한테 완전 딱이라고.”

그래도 꼰대 언니보다는 유교 걸이라고 불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연 입장에선 둘 다 별로지만 말이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모두 마쳤을 무렵.

촬영감독이 그녀들이 있는 대기실을 깜짝 방문했다.

“다들 아직 안 가셨죠? 자, 이거 선물이에요.”

우미가 대표로 촬영감독이 건네준 작은 상자를 받았다.

“어머, 이게 뭐예요?”

“우리 스튜디오 근처에 굉장히 맛 좋은 케이크 전문점이 있거든요. 오늘 촬영 너무 잘해주셔서 제가 감사의 뜻으로 사는 거예요.”

단 음식을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에 멤버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 먹겠습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피곤할 땐 역시 단 게 최고다.

기뻐하는 멤버들의 반응을 보면서 촬영감독 역시 흡족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 * *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 동안, 멤버들은 프로필 사진 촬영에 관한 체험담을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리샤가 앞에 앉은 우미를 재촉했다.

“언니.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뭔데?”

“아까 감독님이 주셨던 케이크. 배고픈데, 여기서 바로 나눠 먹을래?”

“그럴까? 매니저님하고 언니도 드실래요?”

박도수 매니저는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관계로 거절했다.

공예는 촬영 중에 스태프들하고 간식을 나눠먹은 이유로 자신의 몫을 멤버들에게 넘겼다.

케이크는 각자 다른 맛들로 이미 조각조각 나뉘어 포장되어 있었다.

개수는 총 10조각.

“매니저님하고 공예 언니 거 제외하면…… 한 사람당 한 조각씩 나눠 먹는다고 해도 3개가 남는데?”

리샤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미의 계산 결과를 듣고 바로 반응했다.

“남은 3개는 내가 먹을게.”

“하긴. 넌 한 조각만으로는 분명 부족하다고 할 테니까. 그럼 우리 각자 마음에 드는 맛 있으면 골라가자. 막내들부터.”

언니들의 넓은 아량으로 막내 3인방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비아와 시우가 각각 딸기맛, 고구마맛을 고르는 동안.

유키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괜찮다는 뜻을 보였다.

“저는 안 먹을래요.”

“그래도 감독님이 우리 생각해서 사주신 거니까. 한 입이라도 먹어봐.”

“정말 괜찮은데…….”

그러나 먹는 거에 진심인 리샤의 주장을 꺾진 못했다.

결국 유키는 어쩔 수 없이 오레오 케이크를 고르게 되었다.

“지금 먹기는 좀 그렇고. 숙소 들어가서 나중에 먹을게요.”

“그래. 그 정도는 이해해 줄게.”

다음, 20살즈의 차례가 되었다.

나여솜이 가장 먼저 원하는 케이크 조각을 택했다.

“난 민초 먹어야지.”

민초라는 말에 비아가 귀를 의심했다.

“언니, 설마 민초파야?”

“응. 나 민초 좋아하는데.”

“말도 안 돼. 어떻게 치약 맛을 좋다고 할 수 있어?”

“치약 맛 아니거든? 민트‘초코’라고, ‘초코’!”

“하…… 여솜 언니, 실망했어. 앞으로 나하고 이야기할 때 디저트 취향에 대해선 꺼내지도 마.”

민초파 VS 반민초파의 구도가 형성되려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우미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둘이 뭉쳐서 팀 만드는 건 어때? 이름은 ‘티격태격즈’로. 서로 자주 충돌하니까.”

여솜과 비아는 절대로 안 할 거라면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 * *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멤버들은 샤워부터 먼저 하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리샤와 룸메이트가 된 비아는 언니와 같이 샤워실에 들어가서 씻을 모양인지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실을 돌아다녔다.

“유키. 너는 샤워 안 하려고?”

“나는 조금 있다가 할 거야. 먼저 해.”

“그래, 알았어.”

멤버들 모두가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유키의 시선이 테이블 위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유키가 먹다 남긴 오레오 케이크가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키는 그것을 들고 음식물 쓰레기통 앞으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케이크를 거의 던지다시피 버리려고 하던 찰나.

“그렇게 케이크 버리면, 주변에 다 튀길지도 몰라.”

“……!”

갑자기 튀어나와 경고하는 이연의 말에 유키는 행동과 사고가 정지했다.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하는데.

생각이 꼬여 버려서 자신도 모르게 본래 모습을 이연 앞에서 드러내고 말았다.

반대로 이연은 유키가 지어야 할 미소를 대신 짓고 있었다.

“이제야 너에 대해서 좀 알 거 같아.”

남들 앞에선 앞면만 보여줄 거라고 다짐했는데.

방심한 사이에 꽁꽁 감춰왔던 뒷면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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