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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97화 (97/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97화

제27화. 파이널 미션(3)

벨제브 팀의 무대가 끝나고, 하니엘 팀의 리허설이 시작했다.

심사 위원들은 파이널 라운드가 진행되는 내내 하니엘 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믿고 볼 수 있는 신뢰의 걸 그룹.

그게 바로 하니엘이다.

그녀들은 심사 위원들이 뭘 상상하든 늘 그 이상의 무대를 보여줬다.

비록 리허설 무대였지만, 이 기대는 여전히 유효해 보였다.

하니엘 팀의 무대를 말없이 지켜보던 진절혜는 입을 꾹 다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바로 옆에 앉은 시라이시 유키는 달랐다.

“잘하네요, 하니엘 팀. 절혜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니. 우리 팀이 훨씬 더 잘해.”

설령 시라이시 유키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진절혜는 무조건 자신과 자신의 팀이 최고라고 믿을 생각이었다.

하니엘 팀이 실력적으로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순간.

지금까지 억지로 쌓아온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라이시 유키는 입을 앙다무는 진절혜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리허설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팀 리더를 보면서 그녀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 *

리허설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현장에 각 팀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과 지인들이 한 명 한 명 입장하기 시작했다.

권이연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권민준과 어머니가 지정된 좌석으로 향했다.

“엄마. 여기가 누나 팀 응원하는 곳인 거 같은데?”

“여기 정말 맞니?”

“글쎄…….”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권민준은 때마침 먼저 와서 앉아 있는 한 남성에게 눈을 돌렸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왁스로 단정하게 고정시킨 머리, 그리고 훤칠한 키까지.

상당한 미남이었다.

“저분도 아이돌 하는 분인가?”

권민준이 이런 착각이 생길 정도로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었다.

“저기, 실례하겠습니다.”

“아, 네.”

방금까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남자가 시원한 미소로 권민준의 말에 반응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여기, 하니엘 팀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 앉는 자리 맞죠?”

“예, 맞습니다. 아까 제가 스태프분한테 확인했으니까 틀림없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누구 응원하러 오신 건가요?”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같이 데뷔해서 활동할지도 모르는 멤버의 가족들하고도 어느 정도 교류가 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어본 거였다.

그러자 남자가 살짝 곤란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제 여동생이 제가 여기에 온 거 알면 싫어할 거 같아서요.”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 응원하러 오신 건가요?”

“저희는 권이연 응원하러 왔어요. 제 누나거든요.”

“그랬군요. 그러고 보니 조금 닮은 구석도 있는 거 같고. 방송 보니까 제 여동생이 권이연 양을 엄청 믿고 따르는 것처럼 보여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아니에요. 집에서는 그냥 사납고 무섭기만 한 누나일 뿐인걸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네. 서로 같이 열심히 응원해 보죠.”

“예!”

다시 권민준이 자리로 돌아오면서 어머니에게 방금 들은 정보를 공유해 줬다.

“여기 맞대요.”

“그래? 근데 저분은 누구니? 너하고 아는 사이야?”

“오늘 처음 봐요. 누나 팀 멤버 중 한 명이 본인 여동생이라고 하는데…… 누군지 감이 안 잡히네요.”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하니엘 멤버들 모두가 다 예쁜 사람들만 모인 터라 남자가 누구와 남매 관계인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남자 쪽을 슬쩍 보면서 말했다.

“잘생겼네. 저 사람도 연예인 아니야?”

“그런 것 같진 않던데요. 만약에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저 형한테 진작에 사인받으러 오지 않았을까요?”

“하긴.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고.”

모자의 추측이 난무하는 사이, 남자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혼자서 말끔하게 정장 슈트를 차려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수수께끼의 미청년.

권민준은 그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내 걸려온 전화에 이 호기심은 중단되고 말았다

“여보세요? 어, 형운아. 우리? A-2 쪽으로 오면 돼. 못 찾겠으면 여기 안내해 주는 스태프들 돌아다니는 거 같으니까 물어보면 되고. 오케이, 알았다.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전화를 끊자마자 그의 어머니가 물었다.

“애들, 거의 다 왔대?”

“네. 응원 도구 만드느라 좀 늦었대요.”

“그냥 와도 되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막상 무대를 보면 맨손은 꽤 많이 아쉽더라고요. 할 때에는 확실하게 준비해서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연의 데뷔를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 아닌가.

말로는 무섭고 난폭한 누나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연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봤기에 오늘만큼은 영혼을 다해 응원할 생각이다.

물론 그건 이들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엄마. 미리 물 많이 마셔둬요.”

“왜?”

“오늘 분명 누나 응원하느라 목 다 쉴 테니까요.”

권민준의 얼굴에 굳은 결의가 비쳤다.

* * *

연습생들의 가족, 지인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그녀들의 긴장감은 2배, 3배로 뛰기 시작했다.

여솜이 자신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심장이 터질 거 같아……!”

“나도, 나도!”

“어쩌지? 가족들 다 볼 텐데, 무대에서 실수라도 하면…….”

너무 긴장한 모양인지,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시우가 여솜의 가슴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진짜네요. 언니, 심장 너무 빨리 뛰는데요?”

“미칠 거 같다니까.”

“연이 언니도 여솜 언니 한번 확인해 보실래요?”

시우의 말에 따라 여솜이 이연 쪽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밀었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이 향할 뻔했던 이연은 애써 다른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됐어. 그보다 너무 긴장되는 거 같으면 심호흡을 크게, 여러 차례 내쉬어 봐. 그리고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 있으면 다 지워 버리고.”

리더답게 이연이 멤버들을 향해 자잘한 팁들을 공유했다.

하지만 사실 이른 팁들보다도 중요한 게 있었다.

“명심해. 무대 위에서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인 것처럼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행동해. 절대로 위축되지 마. 알았지?”

“응!”

이연은 그동안 멤버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해 왔는지,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봐 왔었다.

그녀들의 노력으로 쌓은 결과물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첫날.

이연은 멤버들이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비아가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자신의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우리, 파이팅 한번 외치고 가자. 어때, 언니들?”

“좋지.”

“다들 이쪽으로 모여봐!”

여섯 명의 소녀들이 다닥다닥 붙었다.

생방송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외치는 마지막 파이팅 구호.

그래서인지 멤버들의 목소리에 유독 힘이 실렸다.

리더답게 이연이 먼저 선창했다.

“하나, 둘, 셋!”

“하니엘, 파이팅!!!”

“우리, 꼭 데뷔하자!”

그녀들을 지켜보던 박도수 매니저와 스태프들도 큰 박수로 멤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5분 뒤.

생방송 무대가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무대 바로 아래로 모인 하니엘 멤버들의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언니! 나, 틴트 한 번만 더 발라주면 안 돼요?”

“잠깐만.”

무대로 향하는 계단 입구까지 같이 따라온 메이크업 담당이 급하게 자신의 가방에서 틴트를 꺼내 멤버들의 입술에 다시 발라주기 시작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방송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연습생들.

마침내 오프닝 반주가 깔리면서 턱시도를 차려입은 이은솔이 무대로 가장 먼저 올라섰다.

그의 등장은 곧 방송의 시작을 알린다는 게 이제는 공식처럼 정립되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드디어 이날이 왔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신인 걸 그룹이 정해지는 결전의 날!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변함없이 진행을 맡게 된 이은솔입니다!”

이은솔의 힘찬 시작은 언제나 연습생들에게 기운을 준다.

뜨겁게 환호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면서 이은솔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특별히 연습생들의 가족, 지인분들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가족, 지인들이 모인 만큼 평소에 비해 연령층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가 이들을 한 명 한 명씩 비추기 시작했다.

순간 양인박이 기회다 싶었는지, 친구들과 합심해서 수제로 만든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다.

[최고의 아이돌, 권이연!]

[누나, 꼭 데뷔하세요!]

[하니엘 파이팅!]

1라운드 팀 미션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개근을 했던 권민준과 그의 친구들이 권이연을 응원하기 위해 벌써부터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가장 눈에 띄는 집단이다 보니, 이은솔 역시 그쪽으로 눈이 안 갈 수가 없었다.

“권이연 연습생의 가족분들이신가요?”

스태프가 빠르게 이동해서 그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서로 미룬 끝에 결국 권민준이 마이크를 쥐게 되었다.

“예…… 예! 그, 그렇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지금 전국에 생중계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떨렸다.

손도 같이 떨리고 있었다.

이은솔은 그런 권민준을 향해 긴장을 풀어주려는 용도로 간단한 질문을 몇 개 건넸다.

“남동생이신가요?”

“예! 동생입니다!”

“그래요? 옆에 계신 분들도요?”

“아니요! 여기는 제 친구들입니다. 누나 응원하기 위해 같이 왔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은…… 권이연 연습생 언니분이실까요?”

언니라는 말에 권이연의 어머니가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연이 엄마 됩니다.”

“어, 어머니시라고요?”

권이연의 어머니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빤히 아는데 사탕발림 멘트를 날린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언니처럼 보여서 그렇게 물었던 거였는데. 어머니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 역시 화면에 비치는 권이연 어머니의 동안 미모에 깜짝 놀랐다.

“저는 3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이시길래, 권이연 연습생하고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언니분이시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했네요.”

“아니에요. 젊은 사람한테 나이 어리다는 말 들으면 기분 좋은 걸요, 뭘.”

가만히 보니 웃는 모습이 권이연과 비슷해 보이긴 했다.

“그러면 권이연 연습생의 가족분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연아! 사랑해!”

“누나! 우리가 응원하고 있으니까 무조건 데뷔해! 알았지?”

“누님! 저희도 왔습니다!”

“누님 파이팅!! 무조건 우승 가자!!!”

쏟아지는 열띤 응원에 이은솔은 슬쩍 무대 옆에 서 있는 권이연의 표정을 살폈다.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쥔 채 부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권이연.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이은솔은 깨달았다.

자신이 이연에게 미안할 짓을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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