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95화
제27화. 파이널 미션(1)
마지막 생방송 무대를 단 5일 앞두게 된 연습생들.
시간이 줄어들수록, 그리고 생방송 무대가 그녀들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올수록. 이에 따른 긴장감 역시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생방송 무대를 애지중지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도 같이 커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비아가 오면서 인터넷에 보이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온 모양인지, 인상적으로 본 댓글들을 멤버들한테도 공유시켜 주느라 바빴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사람들 엄청 많이 오겠지?”
우미가 비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이는 못 오실걸? 이번에는 촬영을 우리 매번 했던 그 스튜디오에서 한다고 했잖아.”
“아, 그랬나?”
팀 미션을 진행했던 장소와 스튜디오는 공간의 차이가 매우 컸다.
여솜이 박도수 매니저로부터 들은 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1차적으로 파이널 라운드 진출한 참가자 가족하고 지인들부터 자리를 배정할 거라고 하던데?”
“가족…… 그랬었지.”
우미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이연처럼 집안이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닌데.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멤버들조차 궁금했다.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우미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생방송 무대 끝나고 우리가 녹음했던 거, 음원 바로 공개된다고 했지?”
“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이번에도 1위 찍었으면 좋겠다. 커버곡이 아니라 우리들만의 오리지널곡으로.”
아직까지 오리지널 노래로 1위를 찍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노래들은 찐 프로듀서의 열정 덕분인지 워낙 잘 뽑혀서인지 멤버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음원 수익도 짭짤하고.
SS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연습생들은 여러모로 얻어가는 게 많았다.
여기에 딱 하나.
화룡점정의 의미로 데뷔까지 거머쥐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물론 그게 굉장히 힘들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슬슬 잡담 그만하고, 연습할까?”
이번에도 이연이 연습 반장을 맡았다.
그렇게 오늘도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익숙한 손님들이 안무 연습실을 방문했다.
“연습 잘하고 있네.”
“좋아, 좋아. 아주 훌륭한 태도야.”
민주린과 이은솔이 그녀들을 찾아왔다.
“선배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너희들 고생하는데, 얼굴 한번 안 비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마실 거 사 왔으니까 좀 쉬어가면서 해. 너희 다이어트한다고 들어서 일부러 칼로리 적은 것들로만 골라 왔으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돼.”
“감사합니다!”
민주린의 배려 덕분에 하니엘 멤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걸 그룹 출신답게 그녀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사 위원이면서도 대선배로서 연습생들을 위로하고, 이끌어왔던 두 사람에게도 이번 파이널 무대는 의미가 굉장히 컸다.
길었던 마라톤의 끝을 마침내 장식하게 되었으니까,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온 김에 그냥 먹을 것만 두고 가면 정 없겠지.”
민주린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제는 멤버들도 척하면 척 알아듣는 경지에 들어섰다.
“안무 보여 드릴까요?”
“잠시만요! 음악 바로 틀게요!”
“선배님들, 여기 앉아서 보세요.”
의자까지 직접 가져와서 편하게 관람하라는 여유마저 보이는 하니엘 멤버들.
민주린과 이은솔은 그녀들의 친절을 얌전히 받아들이면서 오랜만에 점검 나온 심사 위원 모드를 발동하기로 했다.
* * *
두 사람의 의견은 동일했다.
좋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서 너무 좋다.
특히나 민주린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너희들, 연습 정말 많이 했구나? 나는 세 곡이나 연습해야 한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비아가 웃음을 흘렸다.
“선배님들. 저희가 그동안 얼마나 무대에 많이 올라봤는데요. 다 단련이 되었다고요.”
옆에서 우미가 작은 목소리로 ‘비아가 연습하면서 실수 가장 많이 했어요’라는 정보를 슬쩍 흘렸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이연이 먼저 이은솔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커피로 잠시 목을 축이던 이은솔이 곧바로 그녀에게 시선을 돌렷다.
“어, 이연아.”
“저번에 저희 대학 축제 무대 섰을 때, 방송사고 난 적 있었잖아요.”
“그랬지.”
이제 와서 다시 돌이켜 봐도 정말 아찔한 사고였다.
“그 이야기를 왜 갑자기……?”
“음향 사고 때문에 선배님도 저희처럼 자진해서 몇 곡 더 부르고 가셨다고 들어서요.”
하니엘에 이어 이은솔이 어찌어찌 수습을 해준 덕분에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불만을 터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약 하니엘만 앵콜곡을 부르고 갔다면,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은솔이 있었기에 하니엘의 두 번째 행사 무대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이은솔은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이연이 들려주는 이 말이 더 기분이 좋았다.
“귀여운 후배들한테만 사고 수습을 맡길 순 없으니까. 그리고 나도 당시에 사람들이 호응을 너무 잘해줘서, 안 그래도 앵콜곡 몇 개 더 부르고 갈 생각이긴 했었어. 마침 그게 맞물려서 그렇지.”
“그래도 선배님 덕분이라는 건 변함없으니까요. 나중에라도 저희가 어떻게든 은혜 꼭 갚을게요.”
“괜찮아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사는 거니까. 정 그러면 나중에 밥이라도 한 끼 사든가.”
“그걸로 괜찮겠어요?”
“충분하지.”
권이연이 사주는 밥인데.
싫어할 리가 없지 않겠나.
오히려 이은솔에겐 너무나도 바랐던 기회일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파이널 무대 끝나고 시간 날 때 식당 한번 알아볼게요.”
“멀리 있는 가게여도 상관없어. 차는 내 거 타고 가면 되니까.”
“네, 선배님.”
할 말을 마친 이연은 다시 멤버들과 민주린이 아우러져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옆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이은솔은 다시 커피 잔을 기울였다.
* * *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파이널 무대의 날이 마침내 찾아왔다.
오랜만에 긴장감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연은 샤워를 마치고 간단하게 옷을 챙겨입은 다음에 필요한 물건들을 핸드백 안에 이것저것 챙겨 넣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거실이 시끌벅적했다.
“엄마! 방송 나오는데 그 옷 입고 가려고? 저번에 산 옷 있잖아! 그거 입어, 그거!”
“이거 너무 옛날에 사서 내 몸에 맞을지 모르겠네.”
“그런 걱정은 일단 입어보고 난 다음에 하라고. 그리고 방송국 몇 시까지 가야 되는지 알고 있지?”
“당연히 알지. 걱정 마. 엄마가 일 끝나자마자 바로 집까지 뛰어올 테니까.”
당사자인 이연보다 남동생과 어머니가 더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생방송 무대는 저녁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연보다 더 이른 새벽에 눈을 떠서 벌써부터 준비에 나섰다.
이연은 이런 두 사람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무대 시작하려면 12시간도 넘게 남았으니까 그렇게 안달 내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권민준, 너는 조금 있다가 학교 갈 준비나 해.”
“오늘 누나 데뷔가 결정되는 날인데, 학교가 대수야?”
“대수 맞거든? 주먹으로 한 대 콱 쥐어박기 전에 등교 준비나 해라.”
이연이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어 보이자, 권민준은 어쩔 수 없다며 얌전히 방으로 들어갔다.
한숨을 푹 내쉬는 동안, 때마침 옷을 갈아입기 위해 먼저 방에 들어갔던 그녀의 어머니가 다시 등장했다.
“어떠니? 잘 어울려?”
보랏빛의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어머니를 보면서 이연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네. 잘 어울려요.”
“그래? 사람들이 주책이라고 생각 안 할까?”
“어머니. 이 얼굴이 어디서 나왔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셔도 돼요.”
이연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어디긴 어디겠나.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면서 이연을 꽉 안아줬다.
“고마워, 우리 딸. 엄마가 항상 응원하고 있는 거 알지?”
“네. 걱정 마세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저희가 이길 거니까요.”
경쟁 상대는 벨제브가 될 수도, 그리고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되었든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날까지 열심히 노력해 온 것이다.
* * *
샵에 들러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받고, 박도수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서 방송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중천이지만, 리허설을 포함해서 준비해야 할 게 한가득이었기에 미리미리 현장에 가야 했다.
박도수 매니저는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하고서 초조하게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다.
“아, 오늘따라 차가 왜 이렇게 막혀!”
바로 뒤에 앉은 이연이 안달하는 박도수 매니저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아직 정해진 시간까지 한참 남았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도 만약에 여기서 30분…… 아니, 40분, 50분씩 갇혀 있으면. 그러면 우리 방송, 어떻게 되는 거냐? 무대는? 데뷔는!!!”
“진정 좀 하시라니까요.”
아침에 이연의 가족들이 그랬듯, 연습생들보다 박도수 매니저가 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왜 이러는지, 이연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연습생들이 긴장을 아예 안 하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평소보다 수십 배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 먹기 좋아하는 리샤조차도 오늘은 빈속으로 왔다고 할 정도면, 심각하게 긴장한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연의 옆에 앉은 우미도 아까부터 양손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이연이 손을 뻗어서 우미의 양손을 붙잡아줬다.
“떨 필요 없어. 앞으로는 이렇게 무대에 서는 게 당연시될 텐데, 뭘.”
“그, 그렇겠지?”
긴장감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멤버들.
벨제브 팀이 타고 있는 차 안의 분위기 역시 이것과 동일할 것이다.
누가, 어떻게 긴장감을 떨쳐내면서 제 실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느냐.
여기에 데뷔의 향방이 달렸다.
* * *
이연이 박도수 매니저에게 괜찮다고 말한 대로, 약속한 시간을 10분 남겨뒀을 때 방송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린 멤버들은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향해 나아갔다.
오랜만에 향하는 SSS 녹화 현장.
예전에는 이 길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었는데.
거의 한 달 만에 오는 것이다 보니까 익숙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낯선 감각만이 자리 잡았다.
“길이 어디였더라?”
“여기. 나 따라와.”
긴장감으로 인해 길을 헤매는 멤버들을 위해서 이연이 가이드를 자처했다.
박도수 매니저는 차를 주차하느라 나중에 따로 현장에서 합류하겠다고 했었다.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던 연습생들의 귓가에 쾅,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사 현장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저긴가 본데?”
우미가 손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SSS 스튜디오로 바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양쪽 문을 활짝 열어재낀 순간.
“……우와!”
“이게 대체 뭐야?”
“어머머……!”
연습생들의 입에서 감탄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