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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94화 (94/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94화

제26화. 마지막 준비(5)

메인 보컬 자리를 두고 오디션을 벌이게 된 두 사람.

평가는 나현아 트레이너 혼자만 하는 게 아니었다.

“너희들도 한 번씩 이연이하고 절혜 노래하는 거 들어보고, 누가 더 잘 어울릴지 한번 생각해 봐.”

“네.”

“좋아. 시간 없으니까 바로 시작해 보자. 누구부터 먼저 할래?”

이연이 진절혜에게 먼저 말했다.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해. 내가 양보할 테니까.”

“…….”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짓던 진절혜는 이연을 가리키면서 첫 번째를 양보했다.

“네가 먼저 해.”

“알았어.”

이연은 딱히 순서에 미련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자기가 메인 보컬 포지션을 따낼 거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가장 중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나현아 트레이너가 이연에게 물었다.

“반주, 시작할까?”

“네.”

그녀의 요청에 따라 ‘우리의 꿈’ 후렴구 바로 직전의 반주가 펼쳐졌다.

나현아 트레이너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서 이연이 박자를 맞췄다.

-멀지 않은 곳에.

우리의 꿈이 있어.

조금만 더 힘을 내봐.

손을 뻗어봐.

그러면 언젠가는 닿을 거야.

우리의 꿈에.

음절이 통째로 전부 고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키 자체가 상당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연은 표정 한번 찡그리지 않은 채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와 여러 차례 보컬 레슨 시간을 가지면서 여러 차례 놀랐다고 자부하는 나현아 트레이너였지만.

이번 건 정말 놀랐다.

하니엘 팀 멤버를 넘어서 벨제브 팀 소속의 연습생들조차 저절로 박수를 칠 정도로 깔끔한 음색을 뽐냈다.

나현아 트레이너의 칭찬이 이어졌다.

“잘했어. 음을 억지로 쥐어짜서 낸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더라.”

그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귀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이연은 내가 이런 고음을 내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표정으로, 그리고 목소리로 어필을 한 거였다.

‘우리의 꿈’이라는 노래 자체가 잔잔한 음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이런 평온한 제스처가 잘 먹힌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연의 이 작전은 나현아 트레이너와 연습생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라이벌의 활약상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던 진절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 절혜 한번 해볼까?”

“……네.”

마른침을 삼키면서 이연이 섰던 자리에 서는 진절혜.

뭔가가 이상했다.

카메라가 여러 대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청중평가단 앞에 서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심장이 뛰었다.

긴장감 때문이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모양인지, 진절혜는 나현아 트레이너에게 잠시 물 좀 마셔도 되냐고 요청했다.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먹고, 준비 다 됐다 싶을 때 불러.”

“네. 감사합니다.”

이연과 달리, 진절혜는 예열하는 데에 꽤 필요해 보였다.

이연은 그런 진절혜를 말없이 지켜만 봤다.

앞에서 너무 잘하니까 후발주자가 부담감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나보다 먼저 부르지.’

이 한마디를 해줄까 말까 하다가 끝내 속으로만 삼키기로 결정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기에는 많이 늦은 거 같고.

그리고 진절혜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노래를 불러야 정당한 대결이 될 거 같아서 그녀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는 말은 아예 자제하기로 했다.

겨우 준비를 마친 진절혜가 드디어 노래를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우리의 꿈이 있어. 조금만 더 힘을 내봐……!”

살짝 음정이 불안했다.

한 번의 흔들림으로 인해 멘탈이 크게 흔들린 모양인지, 연달아 실수가 펼쳐졌다.

마지막에 가서는 음 이탈마저 벌어지게 되었다.

“여기까지 들을게.”

나현아 트레이너가 도중에 반주를 멈췄다.

“컨디션이 안 좋은 거 같은데. 다시 해볼래?”

“……괜찮아요. 이대로 마칠게요.”

진절혜는 두 번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한 번의 시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오디션에 재도전의 기회는 없다.

단판 승부. 거기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난다.

나현아 트레이너가 오디션을 본 두 명의 팀 리더를 제외한 다른 연습생들에게 물었다.

“잘 들었지? 둘 중에 누가 더 메인 보컬 자리에 어울릴지, 손들어볼래?”

사실 나현아 트레이너가 알아서 결정해도 될 문제이긴 했다.

그러나 이 무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연습생들 본인이다.

나현아 트레이너는 어디까지나 서포터 역할일 뿐.

같은 무대에 설 메인 보컬의 결정 역시 연습생들의 의견을 따르고 싶었다.

“먼저 이연이부터.”

하니엘 팀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사심도 사심이지만. 그런 거 다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이연이 훨씬 잘한 건 사실이니까.

반면, 벨제브 팀원들은 이래저래 눈치 보기 바빴다.

그녀들도 알고 있다. 권이연이 진절혜보다 잘했다는 것을.

그럼에도 손이 쉽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같은 팀의 리더를 놔두고 다른 팀 리더의 편을 들어주는 게 아무래도 께름칙했기 때문이었다.

나현아 트레이너가 벨제브 팀에게 다시 물었다.

“더 없니?”

“…….”

“…….”

“…….”

어색한 침묵이 계속 이어질 무렵.

한 명의 연습생이 용기를 내어 손을 들어 올렸다.

시라이시 유키였다.

그녀가 먼저 총대를 메자, 다른 팀원들도 우후죽순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나현아 트레이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만장일치네. 그러면 다들 이견 없는 걸로 알고 메인 보컬 자리는 이연이한테 맡길게.”

“네!”

압도적인 결과에 진절혜는 깊은 한숨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 * *

‘우리의 꿈’ 단체 연습을 마치고 다시 각 팀의 안무 연습실로 돌아가는 길.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이연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시라이시 유키가 미소로 그녀를 반겼다.

“오디션, 고생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연습생 시절 때부터 아예 교류가 없었다.

하니엘 팀 멤버들 모두가 다 그렇다.

방송이나 촬영 현장에서 접했던 그녀의 정보가 이연이 아는 전부였다.

“역시 잘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이연 씨처럼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나요?”

뻔하지 않은가.

“연습밖에 없죠.”

노래는 단순히 재능만 있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기본적인 연습은 깔려 있어야 한다.

시라이시 유키 역시 이연이 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던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이면서 ‘그렇구나’ 하고 혼잣말로 답했다.

이번에는 이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까 먼저 손들어주신 거, 고마워요. 만약에 시라이시 양이 손 안 들었다면, 벨제브 팀 멤버들은 계속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저는 같은 팀 멤버 눈치 보면서 자기 의견을 속으로만 삭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대담한 타입이었다.

파이널 라운드 2차 미션에서도 반전 매력을 선보이면서 권이연과 하니엘 팀을 한 차례 위기로 몰아넣었던 시라이시 유키.

그녀가 오른손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먼저 작별 인사를 고했다.

“파이널 무대에서 서로 좋은 대결 펼쳐봐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빠른 걸음으로 이연한테서 멀어지는 시라이시 유키.

아주 잠깐의 대화로 그녀가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했던 이연이었지만.

‘더 모르겠네.’

어떤 의미로 신기한 여자였다.

* * *

늦은 저녁.

개인 일정을 마치고 연습생들의 귀가를 책임지기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온 박도수 매니저가 갑자기 작은 케이크를 사 왔다.

“축하한다! 얘들아!”

“네? 뭐가요?”

연습생들은 오늘따라 유독 하이텐션을 보여주는 박도수 매니저의 모습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도수 매니저가 연습생들에게 케이크 먹게 앉아보라고 손짓했다.

“오면서 현아 씨한테 들었다. 이연이가 메인 보컬 맡기로 했다며?”

“벌써 들으셨어요?”

“물론이지! 그 진절혜랑 또 일대일로 붙어서 이긴 셈이잖아? 너희 매니저로서 자랑스럽더라.”

벌써부터 박도수 매니저는 하니엘 멤버들과 같은 팀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다.

팀의 기쁨은 곧 담당 매니저의 기쁨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플라스틱 칼로 인원수에 맡게 케이크를 잘라주기 시작했다.

“축하의 뜻으로 내가 사 온 거니까 한 조각씩 먹어.”

그러나 연습생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저녁에 뭐 먹으면 안 돼요.”

“매니저님. 안 그래도 저희 체중 관리해야 하는데. 그걸 방해하면 어떻게 해요!”

“그, 그런가?”

케이크는 다이어트의 적이다.

걸 그룹과 다이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 같은 관계인데. 그걸 매니저가 방해하고 있으니, 쓴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이거 어떻게 하지? 나 혼자 다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데.”

곤란해하는 매니저를 위해 해결사가 나섰다.

앨리샤가 후후후 하고 웃으면서 포크를 들어 올렸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다 먹을게요.”

“아무리 네가 많이 먹는 체질이라고 해도 케이크 하나를 통째로 다 먹는 건 힘들지 않아?”

“에이. 매니저님. 저를 뭐로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이 정도는 껌이에요, 껌.”

“껌이 아니라 케이크인데…….”

매니저의 사소한 태클도 리샤는 가볍게 넘겨 버렸다.

갑작스러운 리샤의 단독 간식 타임.

그동안 이연은 박도수 매니저가 온 김에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서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페어링’ 안무는 모레에 나온다고 했죠?”

“어. 그전에 ‘우리의 꿈’ 레코딩부터 먼저 해야 할 거야. 믹싱 들어가고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 그나저나 생방 무대까지 다섯 곡 다 완성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네.”

“되게 해야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생방송 무대 세트리스트는 정해졌어요?”

“‘우리의 꿈’이 오프닝 무대로 들어갈 거고, 그다음에 벨제브 팀 첫 곡, 우리 첫 곡, 벨제브 팀 두 번째 곡, 우리 두 번째 곡. 이렇게 돌아갈 거야.”

하니엘 팀의 경우에는 첫 곡으로 ‘첫사랑’을,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페어링’을 부르기로 일찌감치 결정을 내렸지만, 벨제브 팀의 경우에는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쪽도 머리 많이 아플 거야. 지금까지 너희하고 맞붙어서 한 번도 못 이겼잖아? 그거 때문인지 생각이 굉장히 많아 보이더라.”

“앞에서 이겼던 것들은 아무 소용없어요.”

“소용없다니. 무슨 소리야?”

“마지막에 이기는 자가 승자니까요.”

그래서 벨제브 팀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거였다.

2번 다 내리 패배했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이겨서 데뷔하면 지금까지 기록한 패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이연도 끝까지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 남은 단 한 방.

누가 이 한 방을 유효타로 이끌어내느냐.

여기에 모든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매니저님. 앞으로는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와서 같이 연습하기로 멤버들과 합의 봤으니까, 저희 일찍 데리러 와주세요. 아셨죠?”

“뭐? 자, 잠깐만! 나하고는 합의 안 봤잖아! 내가 너희 생각해서 케이크까지 사 왔는데! 이러기냐, 진짜?”

매니저의 무의미한 항의가 한동안 연습실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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