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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85화 (85/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85화

제25화. 대학 행사(2)

짧은 시간 동안 행사 무대에서 선보일 2곡을 최대한 빠르게 연습한 하니엘 팀.

그리고 오늘, 생애 첫 무대 행사를 위해서 박도수 매니저가 운전할 차에 모두 탑승했다.

“의상은 현장 도착해서 갈아입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웬만하면 메이크업 안 지워지도록 신경 써.”

연습생들은 매니저가 주는 주의에 알겠다고 답했다.

차에 오르기 전에 미리 구입해 둔 햄버거 하나를 꺼내 포장지를 뜯는 리샤가 ‘아, 소스 흘렸다’라는 혼잣말을 꺼냈다.

무대 의상이 아닌 게 천만 다행이었다.

행사 현장까지 대략 4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었다.

2열에 앉은 이연은 매니저가 사서 좌석마다 하나씩 놓아둔 커피를 손에 쥐었다.

그사이, 박도수 매니저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차 많이 안 막히면 좋을 텐데.”

이동할 때 도로 사정은 항상 변수가 된다.

나름 오랫동안 매니저 일을 해온 박도수지만, 대한민국 서울의 교통 사정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됐다.

맨 후열에 앉은 비아가 매니저의 말을 듣고 궁금증이 들었는지 큰 소리로 물었다.

“매니저님!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차가 꽉 막혀서 행사장에 지각하면 어떻게 되나요?”

“우리가 책임져야지. 그래서 급한 거 아니면 이렇게 미리미리 출발해 두는 게 좋아. 주최 측한테 미안한 것도 있지만, 너희를 보러 온 팬들한테 더 미안하잖아. 안 그래?”

박도수 매니저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지각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행히도 오늘의 교통 사정은 ‘맑음’이었다.

막히는 구간 하나 없이 행사장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차량.

이연의 옆에 앉은 우미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벨제브 팀도 우리처럼 행사 뛰러 다니고 있겠지?”

“아마도?”

이연은 굳이 벨제브 팀의 스케줄까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알아봤자 하니엘 팀에게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미의 궁금증은 박도수 매니저가 풀어줬다.

“그쪽은 오늘 아침에 행사 끝났어. 내일 저녁에는 대전 쪽에 하나 잡혀 있고.”

“지방도 가요?”

“돈 많이 주면 당연히 가야지. 잘나가는 연예인들은 아침에 부산에서 공연하고, 점심에 춘천으로 넘어가서 행사 뛰고, 그리고 저녁에 서울로 와서 한탕 더 뛰고. 이럴 때도 있는걸.”

그만큼 행사 수입이 상당히 짭짤한 편이다.

행사 시즌에 열심히 벌 수 있을 때 벌어둬야 가수들도 풍족한 생활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에 운전 많이 할 때에는 700㎞ 가까이 한 적도 있었지.”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우미가 특히 놀랐다.

“안 피곤하셨어요?”

“피곤해 죽는 줄 알았지. 그때 커피만 하루에 10잔 가까이 마셨을 거야. 나중에 가니까 몸이 커피에 적응했는지 그래도 졸리더라. 그때는 진짜 힘들었지.”

불안했던 과거의 일화를 들어서일까.

시우가 매니저를 향해 눈을 흘겼다.

“설마 저희가 타고 있을 때도 막 졸리시거나 그러는 건 아니죠?”

“걱정하지 마. 나, 이렇게 보여도 10년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니까. 그 흔한 접촉 사고 한번 일으킨 적 없어.”

“10년 동안 사고 안 났다고 앞으로도 평생 안 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야…… 그렇지. 그, 그래도 너무 졸리면 내가 먼저 쉬어가자고 할 테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알았지?”

연습생들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다.

다른 매니저가 운전대를 잡아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연은 딱히 상관없었다.

박도수 매니저가 너무 졸려 한다 싶을 때가 되면, 이연이 알아서 각성 마법을 걸어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집에 돌아가서도 한동안 자고 싶어도 못 자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

이연은 어디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표정으로 박도수 매니저를 응시했다.

따가운 시선 때문인지, 박도수 매니저는 몇 차례 뒤통수를 긁적였다.

* * *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비아가 창밖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사람들 엄청 많은데?”

“대학 축제 기간이라니까. 많을 수밖에.”

축제 기간 동안은 각 학과별로 여는 포장마차뿐만 아니라 동아리와 학교에서 주최하는 각종 공연, 전시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처음 보는 대학 축제 풍경에 눈빛을 반짝이던 비아였으나.

이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이거 못 즐기다가 가는 거지?”

다른 사람들처럼 축제를 즐기러 온 게 아니라 공연하러 온 거니까.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인지 아쉬움이 밀려왔다.

맏언니 우미가 막내를 응원하기 위해 나섰다.

“나중에 스케줄 없을 때 언니랑 같이 오자.”

“정말?”

“응. 우리 학교는 아직 축제하려면 멀었다고 하니까. 파이널 무대 끝나고 난 다음에 가도 여유로울 거야.”

“약속이다, 우미 언니?”

“약속.”

두 사람 사이에 리샤가 불쑥 끼어들었다.

“둘만 가기 있기, 없기?”

“리샤도 갈래?”

“당연히 가야지. 축제라면 먹을 게 얼마나 많을 텐데.”

결국은 먹는 게 목적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씩 자신도 가고 싶다고 어필하기 시작했다.

“연이는? 연이도 갈 거지?”

우미의 물음에 이연은 작게 웃으면서 답했다.

안 가면 안 되는 분위기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멤버들과 이렇게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도 팀워크를 다지는 기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신이 난 멤버들과 달리.

박도수 매니저는 죽을 맛이었다.

“주차할 곳이 없네, 주차할 곳이……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

“오늘 가수들 온다고 해서 외부 사람들도 몰린 거 같은데요?”

“그럴지도.”

인터넷에 보면, 대학 축제 때 유명 가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이 아닌 일반인들도 우르르 몰려드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단은 현장 근처에 잠깐 정차할 테니까, 너희들 먼저 무대에 가 있어. 직원들이 알아서 안내해 줄 테니까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거야.”

“네, 그렇게 할게요.”

주최 측과 통화를 나누던 박도수 매니저가 아까 말한 대로 잠시 차를 세웠다.

문이 열리자마자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사설 경호원들이 그녀들을 에스코트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저희 따라오세요.”

경호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그녀들.

한편, 하니엘 팀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권이연 예쁘다!!!”

“양우미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하니엘 팀 파이팅!!!”

“꼭 데뷔하세요! 투표할게요!!”

팀 미션 현장 못지않게 사람들의 열기가 굉장히 뜨거웠다.

하니엘 멤버들은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보내는 등, 짧은 순간에도 팬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겨우 대기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많이 와주실 줄은 몰랐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낫지 않아?”

“그건 맞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하니엘을 보러 온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하니엘 멤버들은 대학생들의 환대에 힘이 절로 났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리허설은 못 하는 거죠?”

이연이 스태프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스태프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대학교 밴드 동아리가 올라가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미 무대 행사가 시작했는데, 리허설 할 시간을 가질 틈이 없었다.

박도수한테 리허설은 힘들 거라고 듣긴 했지만, 어디서든 늘 완벽한 무대를 추구하는 이연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멤버들이 하나둘씩 탈의실로 향했다.

먼저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이연의 귀에 다시 한번 대학생들의 함성이 들렸다.

‘누가 왔나?’

이런 생각이 막 들었을 때.

대기실 천막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머, 일찍 왔네?”

민주린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하니엘 멤버들을 향해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멤버들도 민주린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방금 막 도착하신 거예요?”

“어. 차가 좀 막혀서. 그래도 내 차례 오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지, 우리 매니저가 조금만 늦게 출발했어도 완전 늦을 뻔했어.”

하니엘 팀이 먼저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민주린의 솔로 무대 순서가 잡혀 있었다.

“다른 팀하고는 인사 나눴어?”

“네.”

“어때? 다른 선배 가수팀들은 오늘 처음 봤을 거 아니야?”

이연이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민주린에게 보고했다.

“다들 친절하셨어요. SSS 잘 보고 있다고, 응원하겠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내 주변 지인들도 죄다 요즘 SSS에 푹 빠져 있다고 난리더라. 그러면서 나한테 자기들이 응원하는 멤버들 이름 대면서 우리 애들, 점수 좀 잘 달라고 어찌나 보채는지…… 노이로제가 다 걸릴 정도야.”

민주린의 한탄에 이연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후배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주린 씨! 30분 뒤에 무대 올라가셔야 하니까 얼른 준비하셔야 돼요!”

“네, 알았어요. 그럼 나 먼저 가볼게, 얘들아. 오늘 첫 행사 무대라고 했지?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여태껏 잘해왔잖아? 하던 대로만 하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열심히 해볼게요.”

스태프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민주린.

잠깐이었지만, 그녀 덕분에 연습생들은 많은 용기를 얻었다.

아는 선배가 와서 이렇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해주는 게 생각보다 힘이 된다.

민주린도 그걸 잘 알기에 빠듯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말을 많이 했던 거였다.

* * *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차례를 기다리던 하니엘 멤버들의 귓가에 대학생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MC의 멘트 때문이었다.

“오늘 저희 축제를 빛내주기 위해 특별한 분이 오셨습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죠?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에서 호랑이 심사 위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민주린 씨를 큰 박수로 모셔보겠습니다! 나와주세요!”

민주린의 등장에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후끈 달아올랐다.

“안녕하세요. 가수 민주린입니다. 작년에 여기에 한번 왔었는데, 그때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또 오고 싶다고 제가 매니저한테 졸랐거든요. 그래서 결국 다시 왔어요. 오늘도 열심히 저하고 즐겨볼까요?”

“네!”

“목소리 더 크게! 즐겨보실 준비 되셨습니까!”

“네에에-!!!”

“좋습니다. 첫 곡 바로 들려 드리도록 할게요!”

반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멤버들이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왜들 그러는지, 이연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리더답게 그녀가 대표로 나서기로 했다

“매니저님.”

“어, 왜? 필요한 거 있어?”

당연히 있다.

멤버들 모두가 원하는 것.

“혹시 저희도 선배님 무대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네. 어차피 저희도 선배님 공연 끝나고 바로 올라갈 건데. 무대 근처에 서서 선배님 볼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뭐…… 알았어. 한번 이야기해 볼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박도수 매니저도 덩달아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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