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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84화 (84/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84화

제25화. 대학 행사(1)

멤버들만의 뒤풀이를 끝내고 난 다음 날.

그녀들은 박도수 매니저의 부름에 따라 다시 한번 회의실에 모이게 되었다.

“요즘 행사 시즌인 거, 다들 알고 있지?”

“네. 어제 서 PD님도 오셔서 그 말씀 하셨어요.”

“너희가 요즘 굉장히 핫해서 그런지 우리 쪽으로 행사 섭외 문의가 쇄도하고 있거든. 전화 받는 직원들이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어차피 파이널 무대까지는 시간도 널널하고, 무대 감도 익혀둘 겸 해서 당분간은 자주 행사 무대에 오르게 될 거야.”

이것도 서윤철 PD한테서 간략하게 들은 말이었기에 멤버들은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그동안 내가 하니엘 팀 전담 매니저로 붙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일정이나 아니면 기타 궁금한 거 생기면 눈치 볼 거 없이 나한테 바로 물어보고. 알았지?”

“네!”

“파이널 무대에서 선보일 오리지널곡에 관해서는 오늘 저녁에 프로듀싱 팀하고 미팅 일정 잡혀 있으니까 그때 물어보면 되고. 이거 말고 또 궁금한 거 있는 사람?”

박도수 매니저의 물음에 이연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무대에서 부르는 곡들도 저희가 선별해야 하나요?”

“곡은 정해져 있어. 하니엘 팀의 경우에는…… ‘섬머 러브’하고 ‘별별’, 이렇게 두 곡으로 행사 뛸 거야.”

오리지널곡 하나에 커버곡 하나.

‘별별’의 경우에는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음원 차트 순위 1위를 찍은 적도 있을 만큼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커버곡이기도 했고.

그리고 여기 있는 여섯 명이 처음으로 합을 맞췄던 곡이었기에 준비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아 보인다.

문제는 ‘섬머 러브’다.

이번에는 비아가 손을 들었다.

“‘섬머 러브’는 저희가 4명이서 팀일 때 불렀던 노래인데…….”

“6인 버전 안무는 다시 새로 짜야지. 레코딩도 다시 하고.”

박도수 매니저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걸 직접 연습해야 하는 멤버들의 경우에는 말처럼 간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비아의 걱정이 더 컸다.

“또 트라우마가 자극되는 기분인데…….”

치어리딩 미션 당시에 하차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당한 심적 압박을 받았던 비아.

그래서일까. 그 무대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비아는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박도수가 그런 비아를 위해 이런 제안을 했다.

“어차피 6인 버전으로 안무를 다시 짜야 되잖아. 그러면 센터도 바꿔보면 어때? 비아의 부담도 줄일 겸.”

비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연 언니가 그러면 센터로…….”

“아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연이 먼저 선을 그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건 너한테 어울리는 곡이야. 그러니까 센터는 네가 그대로 맡아.”

“하여간 저 언니는…… 이럴 땐 융통성이 없어요.”

사실 말을 먼저 꺼낸 비아도 이연이 ‘안 된다’라고 말할 걸 얼추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포기도 빨랐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나중에 우리가 데뷔하면, 곡의 콘셉트에 맞춰서 센터를 계속 바꿔갈 테니까 그거 대비해서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해.”

이건 즉, 비아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언제든 센터로 세울 수 있으니까 항상 긴장하라는 뜻이었다.

이연의 경고 아닌 경고에 멤버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회의 분위기가 더 딱딱해지기 전에 박도수 매니저가 다시 행사 이야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일단 지금 단계에서 확정된 행사들만 먼저 스케줄표로 공유해 줄게. 대학 행사가 주로 많으니까 그렇게 알아두고.”

“네!”

첫 행사가 바로 이틀 뒤다.

그전까지 ‘섬머 러브’ 6인 버전 안무부터 연습해 두는 게 급선무였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이연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려는지, 다들 알고 있지?”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멤버들도 이연을 따라 일어서면서 말했다.

“다들, 연습하러 갑시다!”

“나, 잠깐만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나도.”

“마실 거 미리 사 올까?”

“그러는 게 좋겠어.”

바쁘게 움직이는 멤버들을 보면서 이연은 만족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것이 팀워크라는 것일까.

안무 연습실로 향하는 이연의 걸음걸이가 상당히 가볍게 보였다.

* * *

‘섬머 러브’ 6인 버전 안무를 구상하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굳이 소속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금세 안무를 완성시킨 이연은 멤버들을 데리고 바로 연습에 돌입했다.

기존 다재다능 멤버들의 경우에는 바뀐 동선만 조금 기억하면 되는 거였기에 연습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이연이 가장 걱정하는 멤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솜과 시우, 이 둘이었다.

그러나 이연의 예상과는 달리, 나중에 합류한 두 사람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안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섬머 러브’ 안무를 예전부터 연습해 왔던 사람들처럼.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이연이 두 사람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혹시 이거, 연습했었어?”

여솜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연의 추측이 맞음을 인정했다.

“치어리딩 미션 할 때, 다재다능 팀 무대가 엄청 마음에 들었거든. 그래서 공식 채널에 나왔던 영상 보면서 안무 공부하고 그랬었어.”

같은 연습생조차 참고삼을 정도로 탐이 나는 무대였다.

그걸 이번 기회를 통해 본인도 같이 합류해서 연습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시우도 여솜과 같은 이유였다.

“그때는 저희 팀 리더 눈치가 보여서 표현은 안 했었지만, 사실 저는 저희 팀 무대보다 다재다능 팀 무대가 더 좋았어요.”

당시에는 무승부로 끝났었던 승부의 결말.

그러나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팀 내부에서는 다재다능 팀이 보여준 무대가 더 나았다는 여론이 꽤 강했다고 했다.

물론 진절혜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원래부터 다재다능 팀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연습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별별’ 안무도 한번 맞춰보고 오늘 연습 끝내자. 알았지?”

“응!”

가장 최근에 연습했던 곡이었기에 ‘섬머 러브’보다는 확실히 합이 더 잘 맞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의 안무를 전부 체크해 준 이연은 SSS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이렇게 연습이 잘 된 날이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다들 고생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수고!”

“아, 빨리 집에 들어가야겠다. 지하철 끊기겠어.”

“어머, 진짜네.”

“나는 그냥 택시 타고 갈래. 여기서 지하철 타도 환승역에서 끊길 게 분명하니까.”

다들 늦은 저녁 시간까지 연습하느라 귀갓길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때, 박도수 매니저가 연습생들이 있는 안무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 다 끝났어?”

“어? 매니저님.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자정이 막 넘은 시간이다.

보통 직장인들 같으면 한참 전에 퇴근했어야 했지만, 박도수 매니저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었다.

“너희 바래다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저희를요?”

이전에는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이런 적이 없다시피 했다.

연습생들의 숫자도 워낙 많았고. 그 많은 인원을 회사에서 일일이 다 바래다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이널 무대를 앞둔 이후부터는 연습생들을 대하는 소속사의 태도도 달라졌다.

“아침에 말했잖아? 이제부터 내가 너희 매니저로 붙게 되었다고.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이 뭐겠어? 내가 담당하는 연예인을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주는 거잖아.”

박도수 매니저가 주머니 속에서 차키를 꺼내 보이며 미소를 날렸다.

“어서 준비하고 나오라고.”

“뭐예요, 매니저님. 그렇게 웃어도 하나도 안 멋있어 보여요.”

“맞아.”

연습생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박도수 매니저에게 마주 꽂혔다.

“집 바래다주겠다는 사람한테 좋은 말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매니저의 한숨이 깊어졌다.

* * *

박도수 매니저가 차로 바래다준 덕분에 이연도 멤버들처럼 집에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박도수 매니저가 이연에게 외쳤다.

“모레 대학 행사 있는 거 잊지 말고! 저녁 8시부터라고 하니까 그전까지는 안무 준비 다 끝내둬. 아, 그리고 ‘섬머 러브’ 6인 버전은 내일 중으로 믹싱 끝난다고 하더라. 혹시 모르니까 너한테도 알려주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차에서 내린 이연은 멀어져가는 매니저의 차를 보면서 작게 어깨를 들썩였다.

‘매니저가 붙으니까 좋긴 좋네.’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매진해도 집에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좋고.

그리고 방금처럼 스케줄하고 작업 진행까지 알려주니까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데뷔해도 박도수 매니저가 계속 우리들한테 붙게 되나?’

이것까진 듣지 못했다.

임시 매니저라고 듣긴 했지만, 합이 잘 맞는다 생각하면 박도수가 그대로 매니저 직책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뭐, 이건 데뷔하고 난 다음에 결정할 사항이니까.’

아직 한참 남은 일이었기에 이것에 대한 생각은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복귀한 이연의 귀에 ‘타닥, 타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전기 파리채를 들고서 거실에서 모기를 잡고 있는 소리였다.

“우리 딸 왔니? 오늘도 고생 많았어.”

“모기가 많아요?”

“원래 가을 모기가 극성이지 않니. 민준이도 아까까지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고 지 방에 모기약을 한가득 뿌려둔 다음에 거실에서 좀 있다가 다시 자러 들어갔어.”

이연의 집은 낮은 층수의 빌라다 보니 근처에서 모기가 제법 많이 들어오는 편이었다.

작년 여름, 가을에도 가족들은 모기에 많이 시달리곤 했었다.

“우리 딸 방송 나가야 하는데, 괜히 얼굴에 모기라도 물리면 안 되니까. 엄마가 모기 잡고 있을 테니까 어서 씻고 자렴.”

“괜찮아요, 어머니. 이제부터 안 잡으셔도 되니까 들어가서 쉬세요.”

“아니야. 엄마는 어차피 몇 시간 뒤에 또 일 나가야 하니까. 잠도 깰 겸 이렇게 있을게.”

자식들에 관해서는 굉장한 고집을 보이는 어머니.

어쩔 수 없이 이연은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저희 멤버 한 명이 모기 쫓는 데에 효과가 엄청 좋은 약 하나를 줬거든요. 이거 있으면 모기들이 저희 집에 얼씬도 못 할 거예요.”

“어머, 그러니?”

“네.”

이연은 미스트 하나를 꺼내서 거실, 방, 화장실, 주방에 칙칙 뿌려댔다.

“이제 됐어요.”

“간단하네? 정말 그걸로 모기를 쫓아낼 수 있는 거니?”

“아까도 말씀드렸죠? 효과가 굉장히 좋다고.”

사실 방금 뿌린 미스트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진짜배기는 집안 곳곳에 그려둔 초소형 마법진이다.

이전에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소동을 한번 겪고 난 뒤, 이연은 시간이 날 때 해충을 쫓는 마법진을 설치해 두기로 마음먹었다.

마력만 살짝 흘려두면, 최소 2주간 효과가 지속된다.

‘벌레는 죽어도 싫어.’

바퀴벌레, 날파리, 모기 등등.

다리 많고 더듬이 있고 날개 달린 녀석들은 꼴도 보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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