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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75화 (75/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75화

제21화. 일대일 과외(2)

윤혜미가 이연의 안무 연습실을 찾은 지 30분이 지났다.

이때까지 두 사람은 2차 미션에 대한 이야기 대신, 미용에 관한 대화만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손톱은 따로 관리 안 하시는 거예요?”

“관리…… 라고 부를 만한 건 아니고, 그냥 신경 써서 주기적으로 잘라주는 것만 하고 있어요.”

“혹시 네일도 직접 하세요?”

“네. 1라운드 두 번째 미션 때하고 2라운드 팀미션 때에는 제가 직접 했어요.”

원래는 메이크업을 받을 때 같이 하거나. 아니면 이미 네일이 완성된 가짜 손톱을 착용하거나 한다.

그러나 두 번째의 경우에는 간혹 손톱이 빠지는 때가 있었다.

특히나 격렬한 안무를 할 때에는 가짜를 착용하기보다는 차라리 네일을 받는 게 더 속 편하고 안심이 된다.

1라운드 두 번째 미션과 2라운드 팀미션 때가 딱 그랬다.

그러나 네일을 해주는 사람의 실력이 너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단시간에 많은 연습생들의 네일을 해줘야 해서 그런지. 이연이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연은 차라리 내가 하겠다는 심정으로 본인이 직접 칠을 했다.

그 결과, 녹화가 진행되는 내내 손톱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다닐 수 있었다.

무대 영상이 업로드되었을 때에도 댓글로 네일 디자인이 무대하고 잘 어울린다는 칭찬이 간간이 보였다.

“이연 씨는 미용에도 소질이 많으신가 보네요. 저번에 주린이한테 들었는데, 메이크업도 몇 번 본인이 직접 했었다면서요?”

“네. 메이크업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바빠 보이셔서요.”

좋게 말은 했지만, 사실 이유는 네일 때와 동일했다.

괜히 메이크업이 이상하게 될까 봐.

그게 이유의 전부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굉장히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 늘 멋있고 예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이돌이니까.

그런데 잘못된 메이크업 한 번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순 없다.

이연의 손기술을 향한 윤혜미의 관심은 여전히 줄어들 줄 몰랐다.

언제쯤 이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찰나에 구원의 손길이 딱 맞춰 등장했다.

“바쁜 애 데리고 뭐 하고 있어, 혜미 언니.”

민주린이 그녀에게 눈을 흘기면서 쓴소리를 꺼냈다.

괜히 찔려서 그런지, 윤혜미가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한숨을 푹 내쉰 민주린은 이럴 줄 알았다면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어쩐지 나한테 이연이 화장법에 대해서 계속 물어본다 싶더니만. 그거 때문에 방송 출연하기로 한 거 아니지? 설마?”

“당연히 아니지! 얘는. 나를 뭘로 보고 그러니?”

“한눈팔면 자꾸만 다른 길로 빠지는 못난 언니로 보인다, 왜.”

처음에는 걸 그룹 선후배 사이로 만났던 두 사람이지만, 알고 지내온 기간이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제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편하게 대하는 태도 속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이연이 그만 곤란하게 만들고. 슬슬 일해야지.”

민주린이 말한 ‘일’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마지못해 일어선 윤혜미가 이연에게 이제야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정식으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연 씨 무대 보고 내가 직접 피드백을 주려고 왔어요. 아마 저 말고도 다른 연습생들한테도 원곡 가수가 방문해서 중간 점검을 할 거예요.”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연은 놀라는 척을 하면서 몰랐다는 식으로 방송용 리액션을 선보였다.

너무 욕망에 솔직한 탓에 자신이 이곳을 찾아온 본래 목적을 잠시 망각했던 윤혜미.

권이연과 비교하면, 민주린은 둘 중에 누가 선배인지 후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만큼 이연이 연습생치고는 방송에 너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은 무대부터 먼저 볼까?”

민주린의 말에 이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잡았다.

댄서들과 함께 선보이는 윤혜미의 ‘Lonely’.

원곡을 부른 가수 앞에서 자신의 해석이 가미된 무대를 펼치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은 평소 연습하던 것처럼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4분여 시간 동안 두 선배들은 말없이 이연의 무대를 관찰했다.

그리고 잠시 뒤.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잘하는데?”

“멋졌어요, 이연 씨.”

원곡을 부른 가수조차도 이연의 무대를 인정할 정도였다.

부족함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무대.

그러나 이연의 표정은 만족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런 반응에 오히려 두 선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라도 있니?”

“아니요. 그냥……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요.”

무대의 완성도에 관련된 문제는 아니었다.

이전에 댄스 트레이너들이 모여서 극찬했고 오늘은 선배들이 칭찬한 무대다.

분명 잘 준비했지만, 너무 무난한 것 같다.

그래서 이연은 여기에 하나 더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청중평가단들한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한 컷이 없는 거 같아요.”

“시그니처 포즈 같은 거?”

“비슷한 느낌이에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히트곡들은 공통점을 지녔다.

그 곡을 대표하는 보컬 파트나 안무를 가지고 있다.

이거 하면 ‘아, 그 노래!’라고 딱 떠오르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윤혜미가 부른 ‘Lonely’에도 물론 그 파트가 존재한다.

처음 중간 점검을 받을 때, 이석호 트레이너가 이연의 표정 연기를 지적했던 그 부분.

자신을 버린 남자를 다시 유혹하는 듯한 그 표정과 손동작이 이 노래를 상징하는 포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옛날 곡이다 보니 요즘은 단순한 포징만으로는 임팩트가 덜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권이연이라서 보여줄 수 있는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후배의 고민은 곧 선배의 것과 다름없다.

특히나 윤혜미의 경우에는 자신의 곡이 걸려 있다 보니 같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민주린도 SSS 심사 위원으로서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대로 좀처럼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나는 대로 몇 개 던져보긴 했지만, 윤혜미와 이연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무대에 서는 건 권이연이다.

우선은 퍼포먼스 아이디어가 권이연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도 재미있게, 즐겁게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의 시간은 더욱 깊어져 갔다.

스태프들 입장에선 지루함이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걸리는 거 같으니까 대충 하고 철수하자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간 서윤철 PD에게 한 소리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괜찮은 해결책을 떠올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스태프들의 이런 소망이 닿기라도 한 걸까.

“이건 어때요?”

윤혜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후후. 작게 웃은 그녀가 스태프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이연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스킨십을 싫어하는 이연이었기에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그러나 윤혜미의 모습을 보아하니, 스킨십을 목적으로 이연에게 접근해 오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윤혜미가 가만히 멈춰 선 이연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조연출이 몰래 오디오 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는 오디오 스태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라고 말하는지 안 들려요.

이렇게 입만 뻥긋거리며 말했다.

한편, 윤혜미로부터 뭔가를 전해 들은 이연은 고민이 깊어 보이는 표정이 되었다.

윤혜미가 이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때요? 쓸 만한 아이디어죠?”

“네. 하지만…….”

걸리는 게 있었다.

망설이는 이연을 보면서 윤혜미는 괜찮다면서 그녀를 안심시켜 줬다.

“저는 그냥 아이디어만 냈을 뿐이니까요. 이걸 활용할지 말지는 이연 씨의 선택이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결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거둔 이연.

민주린과 스태프들은 과연 윤혜미가 이연에게 어떤 아이디어를 전수해 준 건지 궁금해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스포일러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 * *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늦은 잠을 청하는 와중에도 이연은 윤혜미가 들려준 아이디어에 대해 다시금 떠올렸다.

이연이 더 좋은 퍼포먼스가 없나 여러 번 고민을 해봤지만, 윤혜미가 알려준 것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는 없었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경력은 무시 못 하겠어.’

음유시인으로서의 경력은 이연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무대는 그 시기와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반영한다.

이연이 기존에 알고 있던 무대 진행 방식, 퍼포먼스는 어디까지나 도움만 될 뿐, 그걸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반면, 윤혜미가 이연에게 들려준 아이디어는 정답에 가까웠다.

결심을 굳힐 때가 왔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

권이연의 방문이 살짝 열렸다.

“뭐야, 누나. 벌써 자려고?”

“방 들어올 때 노크 하라고 했냐, 안 했냐.”

매번 강조하지만, 권민준은 매번 까먹는다.

일관성 하나는 대단했다.

한숨을 삼킨 이연이 권민준에게 방문 이유를 물었다.

“나한테 볼일 있냐.”

“내일 형운이하고 인박이, 놀러 와서 하룻밤 자고 간다고 하길래. 혹시 몰라서 누나한테 미리 알려주는 거야. 괜찮지?”

“상관없어. 그러고 보니 너하고 애들, 이번에도 그거 됐어?”

파이널 라운드 2차 미션 관람 추첨 역시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권민준이 추첨 무사히 당첨됐다고 누나에게 알려줬다.

“나하고 애들도 다 됐어.”

“운이 좋네.”

“그러게. 가서 누나 열심히 응원하라는 뜻인가 보지, 뭐. 아무튼 잘 자고. 무대 기대하고 있을게.”

남동생의 기대한다는 말에 이연은 쓴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그저 버르장머리 없는 남동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 의리가 있는 동생이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데뷔는 반드시 해야겠네.’

그러기 위해서 이연은 이번 2차 미션 때 칼을 뽑아 들기로 했다.

* * *

출근하기 전에 오늘도 헬스장에서 가볍게 운동을 마친 이연은 샤워를 끝내고 연습실로 향했다.

성큼성큼.

연습실로 향하는 이연의 발걸음에 평소에는 찾아보기 힘든 각오가 느껴졌다.

연습실 문을 열자, 미리 와서 몸을 풀고 있던 댄서들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안녕하세요, 이연 씨.”

“바로 연습 시작하실 건가요? 아니면 스트레칭부터?”

“저희는 이미 다 하긴 했는데.”

이연은 자기도 헬스장에 가서 몸 풀고 왔으니까 생략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있었다.

“저희, 2절 후렴구에 퍼포먼스 하나 추가할까 하는데요.”

“그래요?”

“어떤 건가요?”

댄서들도 이연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 기대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이연이 자신의 양팔을 수평으로 쫙 펼쳤다.

그런 뒤, 댄서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절 만지는 걸 허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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