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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74화 (74/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74화

제21화. 일대일 과외(1)

파이널 라운드 2차 미션의 날이 가까워지면서 각 팀 멤버들의 연습도 점점 박차를 가해가고 있었다.

이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백댄서들과 함께 같이 안무를 맞춰보는 날이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인 만큼 LC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댄스 트레이너들이 총출동해서 연습생들의 무대 준비 점검에 들어갔다.

이석호 트레이너를 포함해서 여러 명의 댄스 트레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연의 무대를 지켜봤다.

윤혜미의 ‘Lonely’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이연의 표정이 바뀌었다.

댄스 트레이너들은 그 모습에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이연의 무대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몰입도다.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여인처럼 이연의 표정에는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여자로서의 독기가 깃들어 있었다.

트레이너들 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이석호였다.

표정 연기와 가사가 매칭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었던 지 얼마 안 되는 거 같은데.

이연은 이석호 트레이너가 말했던 부분을 전부 다 보완해 왔다.

하나를 말하면 그 하나는 확실하게 수정해 오는 연습생이 의외로 드물다.

아예 갈피를 못 잡고 엉뚱한 숙제를 대신 해 오는 연습생도 있다.

그러나 이연은 너무 부족하지도, 너무 지나치지도 않았다.

알려준 것만 정확하게.

그래서인지 트레이너들은 이연을 두고 가르칠 맛이 나는 연습생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곤 했다.

오늘의 안무 연습도 그랬다.

무대가 끝날 때까지 댄스 트레이너들은 누구 하나 중간에 말을 꺼내지 않았다.

트레이너들조차 관객으로 만들어 버린 이연의 무대는 말 그대로 사람을 홀렸다.

왼손의 손가락들을 천천히 안쪽으로 접는 모습은 특히나 여성 트레이너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이연은 트레이너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라보!”

“준비 잘했는데?”

“춤선은 원래부터 좋았고. 동작도 깔끔한 데다가 석호 쌤이 말했던 표정 연기도 훨씬 나아졌네.”

한마디로 축약해서.

흠잡을 곳이 없는 무대였다.

“이연이 무대 본다고 해서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의 것을 보고 가네.”

“그러게요.”

“근데 저희들 중에서 이연이 무대에 대해 피드백 주실 쌤들 계신가요?”

활발했던 트레이너들의 대화가 마지막 말을 기점으로 뚝 끊겼다.

그래도 왔으니까 뭔가 말을 해주긴 해야겠는데.

트레이너들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부족한 부분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억지로 지적 사항을 만들어내면 그것도 문제다.

그 한 번의 과한 피드백이 완벽한 무대를 망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호 트레이너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다음에 중간 점검 해주실 분이 잘 봐주시겠죠. 저희는 일단 그분한테 턴을 넘겨보죠.”

“그럴까요?”

중간 점검이 또 있다는 말에 이연의 한쪽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중간 점검이란 과정은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권이연은 혼자 알아서 잘하니까.

‘트레이너들 이외의 중간 점검은 들은 적이 없는데.’

이연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또 제작진이 연습생들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 * *

오늘은 SSS 공식 채널에 올라갈 하니엘 팀의 특집편 영상을 찍는 날이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뭉치게 된 하니엘 팀원들.

헬스장에서는 가끔씩 멤버들과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SSS 녹화 관련으로 모이게 된 건 유닛 대결 미션이 발표되었던 이후 처음이었다.

평소 녹화할 때처럼 SSS 공식 교복을 입고 나온 멤버들은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각자 위치를 잡기로 했다.

서윤철 PD가 여섯 명의 모습을 자세히 훑었다.

“이연 씨가 리더니까 1열 가운데로 오실래요?”

“여기요?”

“네. 이연 씨 오른쪽에 여솜 씨가 앉고, 왼쪽에는 우미 씨가 앉으면 되겠네요.”

이렇게 하면 앞 라인이 완성된다.

다음 뒷열은 앨리샤, 비아, 시우가 순서대로 앉았다.

인터뷰 영상 촬영을 진행할 MC가 말끔한 복장을 차려입고 연습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습생들한테도 많이 익숙한 이은솔이 오늘의 리포터를 맡기로 했다.

사전 질문지를 미리 받은 덕분에 특별히 어떤 질문이 본인한테 들어올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서윤철 PD가 어떤 식으로 영상이 만들어져서 SSS 공식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인지 설명해 줬다.

“여러분들이 미션에서 보여준 활약상만 따로 편집해서 미니 다큐 형식으로 만들 겁니다. 오늘 촬영하는 인터뷰는 영상 중간중간에 삽입될 예정이고요. 사전질문지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러분들 곤란하게 만들 만한 질문은 뺐으니까 편하게 대답하셔도 돼요.”

“네!”

“그럼 다들 바쁘신 몸이니까 바로 촬영 들어갈까요?”

이은솔은 인기 보이 그룹의 멤버니까 늘 바쁘고.

하니엘 팀원들은 파이널 라운드 준비 때문에 왜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되는지 한탄하면서 지내고 있는 입장이다.

서윤철 PD도 이런 입장을 다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준 연습생들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인터뷰 영상 촬영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슛 들어가겠습니다!”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이은솔이 곧장 멘트를 펼쳤다.

“파이널 라운드 첫 번째 미션의 우승 팀이죠. 하니엘 팀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둘, 셋. 안녕하세요! 하니엘입니다!”

이제는 단체 인사도 익숙해졌다.

카메라 돌아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된 연습 덕분에 다들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한 미소로 금세 표정을 바꿨다.

이은솔은 연습생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그녀들이 대견스러웠다.

언제, 어디서라도 카메라 앞이라면 미소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연예인의 자격 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단 파이널 라운드 첫 번째 미션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땠나요? 이번 미션. 먼저 리더인 권이연 씨가 말씀해 주시겠어요?”

첫 타자는 늘 권이연이었다.

공식으로 정해진 법칙 같은 느낌이어서 이제는 이런 순서에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승부였다고 생각합니다. 2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니까요. 만약에 조금만 방심했더라면, 저희가 졌을지도 몰라요.”

“벨제브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다음에 멤버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기쁨을 나누기도 잠시.

그녀들은 곧장 유닛 대결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바빴다.

그러나 인터뷰 영상 녹화에선 파이널 라운드 두 번째 미션에 관한 내용의 언급을 일절 금지하고 있었다.

2차 미션의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 전에 이 영상이 업로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그 이야기를 언급했다고 한들, 어차피 제작진이 편집해 주긴 할 것이다.

그래도 1차적으로는 본인들이 먼저 조심하는 게 좋다.

질문의 대부분은 여태껏 미션을 펼쳐오면서 어려웠던 점이라든지.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던 에피소드 같은 걸 묻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2라운드 2차 미션 때 리허설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아 쪽 마이크가 고장 나서 큰일 치른 적이 있었어요. 만약에 리허설 때가 아니라 본방송에서 그런 사고가 났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까 아찔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그런 일이 있었죠.”

이은솔도 기억나는 모양인지 공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재미있어하겠지만.

정작 연습생 입장에선 섬뜩하기 그지없는 경험이었다.

가수가 노래를 하는데 마이크가 나갔다? 그건 대형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녹화니까 방송 때에는 적당히 편집해서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현장을 찾은 청중평가단들에게는 죄송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인터뷰 녹화를 통해서 이전의 일들을 돌아보니, 연습생들은 한편으론 감회가 새로웠다.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존재하는 법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어떤 점들이 잘못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훗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연습생들에게 오늘의 녹화는 단순한 촬영이 아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유의미한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파이널 라운드 2차 미션, 그리고 최종 미션. 이렇게 단 두 번의 미션만 앞두고 있는데, 팬 여러분들에게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팀원들의 시선이 이연에게 향했다.

이연이 팀 대표로 말해달라는 무언의 부탁들이었다.

이것도 리더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인 이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문을 뗐다.

“저희 하니엘, 앞으로도 열심히, 좋은 무대 보여 드릴 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꼭 데뷔할게요!”

팀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이연의 마지막 말에 호응을 보냈다.

특집 영상이 과연 하니엘 팀 멤버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지 장담은 못 한다.

그러나 데뷔를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팬층을 넓힐 수 있는 일이라면, 사소한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데뷔를 목표로 삼는 연습생으로서의 마음가짐이다.

* * *

오늘도 시작된 이연의 나 홀로 연습.

이제부터는 댄서들이 합류해서 이연과 같이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음유시인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솔로 무대는 몇 번 서보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연은 지금과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었다.

이연은 무대라는 것을, 같은 팀의 멤버든, 다른 가수든, 관객들이든 상호작용을 나누면서 만들어가는 거라고 보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쓸쓸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연습 시작해 볼까요.”

이연의 재촉에 댄서들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던 때였다.

끼이익.

연습실 문이 열리면서 낯선 얼굴을 한 누군가가 이연의 안무 연습실을 찾았다.

뒤에는 카메라와 촬영 장비를 든 스태프들이 따라왔다.

여성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연은 그녀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연이 준비하고 있는 무대 ‘Lonely’의 원곡을 부른 가수 윤혜미가 연습실을 방문했다.

댄스 트레이너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쩍 흘렸던 ‘계획에 없는 중간 점검’이라는 말은 이걸 가리키는 거였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진짜였네.’

이미 제작진은 원곡을 부른 가수를 녹화 현장에 게스트로 초대한 전적이 한 번 있었다.

그것도 가장 최근의 일이다.

이미 한 번 했던 건데. 두 번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편. 소문의 그녀, 윤혜미는 권이연을 직접 만난 게 신기한 모양인지 얼굴에서 미소가 자리를 잡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니까 너무 신기해요! 연예인 보는 기분인데요?”

“선배님께서 저보다 훨씬 더 유명하신데요. 활동도 오래 하셨고. 그 기분은 오히려 제가 느껴야죠.”

“그래도 신기한걸요. 어머머, 세상에. 머릿결이 왜 이렇게 좋아요? 샴푸 뭐 쓰세요? 트리트먼트는요?”

“그냥…… 저희 어머니가 쓰시는 거 써요.”

“머릿결이 타고났나 보네요. 부럽다.”

한동안 이연을 향한 윤혜미의 부러움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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