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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69화 (69/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69화

제19화. 전문가들(5)

무대 바로 아래에서 벨제브 팀이 평가단한테서 무대에 대한 평을 듣는 걸 직접 목격하던 이연은 진절혜와 이석호 트레이너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원래 아군이었던 자가 배신했을 때, 그만큼 무서운 적도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이석호 트레이너는 진절혜의 스타일이 어떤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무대도 그렇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멤버들 중에서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멤버들의 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그만큼 자신의 역할을 높였다.

이렇게 되면 확실히 무대가 안정적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석호 트레이너가 말한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오늘의 무대는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무대가 아닌, 평가받는 무대니까.

평가용으로 따지면, 벨제브가 보여준 무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

‘이석호 트레이너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네.’

일순간 굳어졌던 표정을 하던 진절혜는 다시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

“죄송합니다, 트레이너님. 다음 2차 미션 때에는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 항상 염두에 두고 준비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고 갔다.

벨제브 팀이 퇴장하고.

다음, 하니엘 팀의 차례가 되었다.

스태프의 신호에 따라 멤버들이 한 명 한 명씩 무대로 올라섰다.

깊게 심호흡을 내쉰 이연은 가장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유스풀의 ‘별별’ 무대의 오프닝은 리더 겸 센터인 나채민이 맡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채민은 다른 멤버들보다 유독 자신의 포지션과 겹치는 이연의 모습에 더욱 집중했다.

-밤의 커튼이 짙게 깔렸어.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너의 빛나는 마음이 보여.

I still love you.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

첫 소절을 듣자마자 유스풀 멤버들, 특히 나채민은 귀를 의심했다.

그녀들도 SSS의 애청자였기에 이연의 실력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라이브로 듣는 이연의 보컬 능력은 상당했다.

“목소리가 너무 좋은데요?”

“음정도 안정적이고. 음색 훌륭해.”

평가단들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연이 뒤로 빠지고, 서브 보컬인 나여솜의 차례가 되었다.

앞서 보여줬던 이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목소리가 평가단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연은 진절혜와 달리 모든 멤버들에게 동일한 비중으로 파트를 분배했다.

이번 미션이 전문가들의 평을 받는 자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것이다.

마치 뮤지컬을 하듯,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는 멤버들.

저 안무를 보니, 유스풀 멤버들은 그새 추억에 잠겼다.

‘별별’은 유스풀에게 굉장히 많은 의미를 지닌 곡이다.

유스풀이 여태껏 발표했던 노래 중에 가장 높은 음원 성적을 기록한 곡이기도 하고.

그리고 현재 여섯 명의 멤버로 개편되었을 때 처음으로 선보였던 노래여서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갔다.

노래에는 그 당시의 추억이 묻어 있다.

유스풀은 지금, 그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그때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나채민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를 위로하듯, 이연의 노래가 나채민의 귓가에 맴돌았다.

-잊지 말아요.

아침 해가 밝아도.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난 늘 그곳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낮이든 밤이든.

별은 계속해서 그 자리에 존재한다.

단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뿐.

그것을 사랑이라는 감정과 아울러 가사로 표현한 것이 바로 ‘별별’이라는 노래다.

애절함과 그리움.

하지만 희망을 절대로 잊지 말라고 강조하는 하니엘 팀의 무대를 보면서 결국 나채민은 눈물을 쏟아냈다.

유스풀 멤버들 역시 눈시울을 붉히고서 끝까지 무대를 지켜봤다.

2절 후렴구를 지나 마지막으로 모든 멤버가 모여 마무리 포즈를 취했다.

이연을 중심으로 모여든 멤버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팀 하니엘이었습니다!”

멤버들의 씩씩한 마무리 멘트에 평가단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용하 프로듀서가 슬쩍 뒤를 바라보면서 제작진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유스풀 멤버들 좀 진정된 다음에 심사평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서윤철 PD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너무 울어서, 눈 화장이 거의 다 지워졌을 정도였다.

다시 화장을 고치는 동안, 남은 평가단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그렇게 잠시 중단되었던 녹화가 10분 뒤 재개되었다.

이은솔이 평가단에게 하니엘 팀의 무대를 어떻게 봤는지. 차례차례로 물었다.

오용하 프로듀서가 먼저 소감을 들려줬다.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우리 유스풀 멤버들의 무대를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하니엘 팀이 보여준 무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안무, 보컬, 그리고 멤버들 간의 팀워크까지.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는 완벽에 가까운 무대였습니다.”

연습생들이 오용하 프로듀서의 고평가에 허리를 여러 차례 숙였다.

전이은과 수플렉스 팀, 그리고 유지빈도 오용하 프로듀서 못지않게 호평했다.

현역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 그룹, 아이비제이 멤버인 이혜원은 어떻게 봤을까.

“하니엘 팀이 정식으로 데뷔하고 음방에서 저희와 순위 대결을 펼친다면,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좋은 무대였습니다. 정말 감명 깊게 봤어요. 다들 너무 고생하셨고요. 저는 이 팀, 너무 좋습니다. 파이팅!”

“감사합니다, 선배님!”

사심을 드러낼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무대였다.

셀레스 역시 비록 하니엘이 자신들의 곡을 커버한 벨제브와 라이벌 팀이긴 하지만, 무대에 홀린 나머지 평가단이 아니라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는 말을 들려줬다.

이제 어떤 의미로 가장 관심이 가는 유스풀의 심사평을 들어볼 차례가 왔다.

나채민이 대표로 마이크를 집었다.

“땅속에 묻어놓고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타임머신 캡슐을 꺼낸 기분이었어요. 저희에게 소중한 체험을 선물해 주신 하니엘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어요.”

나름 오랫동안 방송 활동을 해왔던 유스풀 멤버들.

그동안 좋은 기억도,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남았지만, 오늘은 절대로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았다.

* * *

무대를 마치고 퇴장하는 하니엘 멤버들.

녹화가 끝나자마자 유스풀 멤버들이 자신들의 곡을 멋있게 꾸며준 연습생들을 찾았다.

나채민은 이연을 보면서 힘껏 웃었다.

“고마워요, 이연 씨. 너무 멋진 무대였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연의 시선이 나채민의 눈가로 향했다.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눈물 자국이 그녀가 얼마나 좋게 하니엘 팀의 무대를 봤는지 나타내고 있었다.

갑자기 나채민이 팔을 활짝 펼쳤다.

그녀의 낯선 행동에 이연은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나채민이 이연에게 작은 부탁을 하나 남겼다.

“이연 씨. 안아봐도 될까요?”

“저를…… 요?”

“네.”

“…….”

이연은 동성 간의 신체 접촉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나채민의 부탁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나채민이 이연을 와락! 하고 껴안았다.

조용히 이연의 등을 어루만져 주는 나채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따스한 포옹만으로 나채민이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모두 이연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꼭 데뷔하세요, 이연 씨. 응원할게요.”

“네, 선배님.”

선배의 명령을 후배가 어떻게 거역할 수 있을까.

무조건 데뷔하는 수밖에 없다.

* * *

모든 평가단의 심사가 끝났다.

이제는 결과 발표만 남았다.

평가단들이 떠나고, 스튜디오에는 이은솔과 연습생들만이 남아 있었다.

“점수는 총 10명의 평가단이 내린 점수와 특별 평가단으로 참가했던 유스풀, 세레스 팀의 평가를 더해 총 120점 만점으로 계산됩니다. 가장 높은 평점을 얻은 팀이 파이널 라운드 첫 번째 미션의 승자가 됩니다. 그리고 베네핏에 대해서 한 가지 공지 사항이 있습니다.”

베네핏은 연습생들이 미션에 열정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다.

이에 관한 공지 사항이라고 하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모두가 이은솔의 말에 집중했다.

그가 연습생들에게 들려준 말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내용이기도 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선 베네핏으로 추가표를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사라집니다.”

1라운드, 2라운드마다 한 번씩은 추가표를 베네핏으로 걸곤 했었던 제작진.

그러나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그걸 없애겠다는 뜻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인 만큼 시청자 여러분들, 그리고 심사 위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네!”

연습생들은 이번 조치에 크게 이의를 두지 않았다.

결국 자기가 잘하면 되는 거니까.

“결과를 보기 전에 먼저 각 팀장들하고 짧게 인터뷰를 해볼까요. 우선 벨제브 팀부터. 이번 미션 결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여태껏 진절혜는 1위 후보에 오를 때마다 상대 연습생이 1위를 차지할 거 같다고 말하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이려 했다.

그러나 탈락 위기까지 내려갔다 온 진절혜는 달랐다.

“저희가 이길 겁니다.”

독기로 중무장한 진절혜의 호언장담에 벨제브 팀원들이 크게 환호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이연은 차라리 진절혜가 저렇게 솔직하게 나오는 편이 더 보기 좋았다.

다음, 이연의 차례다.

“권이연 연습생도 진절혜 연습생처럼 하니엘 팀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나오자,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이연은 입꼬리를 위로 말아 올렸다.

“유리한 수준이 아니라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줄곧 보여준 권이연다운 대답이었다.

그러나 서바이벌 무대에선 한쪽은 승자가, 한쪽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점수를 공개해 주세요!”

이은솔의 외침에 따라 대형 화면에 승자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벨제브 : 113점]

[하니엘 : 115점]

고작 2점 차.

간발의 차이로 하니엘 팀이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하니엘 멤버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엉겁결에 이연도 멤버들에게 둘러싸여 그녀가 싫어하는 강제 스킨십을 당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겼으니까.

오늘 하루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반면, 아쉬운 차이로 패배하게 된 벨제브 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진절혜가 팀원들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괜찮아. 2점 차이잖아? 다음 미션에서 이기면 돼.”

2라운드에 비해서 멘탈이 많이 좋아진 진절혜의 모습을 보면서 이연은 웃음을 삼켰다.

‘이제야 싸울 맛이 좀 나겠어.’

그동안 이연이 진절혜를 너무 일방적으로 패기만 해서 그녀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점수로 나타났다시피 두 팀의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누가 잘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실수를 하느냐의 싸움이다.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베네핏에 대한 내용도 같이 공개되었다.

승리한 팀의 스페셜 영상을 제작.

이후에 SSS 공식 채널에 업로드.

이것이 승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많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인지도가 상승하는 연예계의 특성상 나쁘지 않은 베네핏이라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이다음부터다.

“자! 곧바로 파이널 라운드 2차 미션을 공개하겠습니다!”

화면에 짧은 문구가 드러났다.

[유닛 대결]

불안한 느낌이 연습생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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