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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53화 (53/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53화

제15화. 2라운드 최종 미션(3)

무대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은솔이 팀원들에게 간단한 곡 소개를 부탁했다.

“어떤 곡 준비하셨나요?”

곡에 대한 설명은 우미가 맡았다.

“‘푸르팡라이픽’이라는 곡인데, 아마 들으셨을 때에는 어떤 노래인지 감이 안 잡히실 거예요. 사랑의 주문 같은 거라고 보시면 이해하시기 편하실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직접 무대로 만나보실까요. 준비해 주세요!”

“네!”

이은솔이 퇴장하고.

센터에 선 이연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각자 포지션을 잡았다.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들 정도로 빠른 비트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EDM 풍의 중독적인 비트와 함께 이연이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무대의 시작을 관객들에게 선포했다.

-너라는 이름의 늪에 빠진 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네 존재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어.

이연한테서 바통을 넘겨받은 앨리샤가 허리를 살짝 굽히면서 이성을 유혹하는 듯한 고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섹시한 모습에 관객들의 함성 볼륨은 1단계, 아니, 2단계 업 되었다.

-오늘도 너만을 생각하면서

몰래 주문을 외워.

푸르팡라이픽.

푸르팡라이픽.

푸르팡라이픽.

마치 사랑하는 이를 세뇌시키려는 것처럼 의미불명의 단어들로 조합된 마법의 주문을 계속해서 읊었다.

노래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벌써부터 노래를 따라 부를 정도로 가사 자체가 굉장히 단순했다.

후렴구는 아예 대놓고 ‘푸르팡라이픽’이라는 단어만 연이어 반복되었다.

덕분에 다재다능 팀은 이 노래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수혜를 얻었다.

가사가 단순해서 암기하기가 쉽다는 거였다.

중간에 가사를 까먹을 일도 없고.

설령 잊어버렸다 싶으면 그냥 ‘푸르팡라이핑’이라고 외치면 될 정도다. 그러면 아주 높은 확률로 그게 정답일 확률이 높다.

가사 자체는 단순하지만, 안무나 멜로디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태껏 다재다능 팀이 보여줬던 그 어떤 무대보다도 대열 변화가 가장 심했다.

한번 스탭이 잘못 꼬이기라도 하면 안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

심사 위원들도 그걸 잘 알기에 무대를 보는 내내 연습생들이 실수하지나 않을까.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걱정이 무색할 만큼 연습생들은 무대를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무대가 끝나자, 카메라가 멤버들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엔딩 요정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

멤버들은 각자 윙크를 하거나, 한 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내면서 포즈를 취했다.

한편 이연은…….

그냥 멀뚱멀뚱 카메라와 눈싸움만 하다가 그대로 끝났다.

엔딩 포즈까지 모두 끝내고 나서야 멤버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허리를 숙이며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다재다능 팀, 많이 투표해 주세요!”

“팬 여러분들, 사랑해요!”

비아가 양팔을 이용해서 머리 위로 큰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비아의 애교 가득한 행동에 팬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손을 붕붕 흔들며 화답했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다재다능 팀.

이연은 팀원들을 불러 모으고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여태껏 선보였던 무대 중에서 오늘이 최고였어.”

“언니도 우리 때문에 고생 많았어!”

“그래. 연이가 정말 수고 많이 했지.”

“고마워, 연아.”

어느 순간부터 팀원들에게 ‘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된 권이연.

그만큼 서로가 가까워졌음을 뜻하는 현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연은 자신의 이런 애칭이 나쁘지 않았다.

다재다능 팀이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는 어떨지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 * *

팀 다재다능이 성공적으로 무대의 포문을 열어준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는 계속해서 뜨거운 온도를 유지했다.

이 열기를 계속해서 다른 연습생 팀들이 마지막 무대까지 쭉 이어나가면 참 좋았을 텐데.

결국은 진절혜 팀에서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연습 미숙이 연속된 안무 실수를 유발한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진절혜답지 않게 고음 파트에서 음 이탈 실수마저 일으키고 말았다.

무대를 본 팬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기억하는 그 진절혜가 맞나? 하는 의심만 커지는 그런 무대였다.

끝나고 진절혜와 연습생들이 들려준 말도 다른 연습생 팀들과 같은 ‘감사합니다’가 아닌, ‘죄송합니다’였다.

그만큼 이들이 보여준 무대가 얼마나 최악이었는지를 나타냈다.

심사 위원들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로 시작해서 실망으로 끝난 무대까지 마무리되고.

2라운드 팀미션이 모두 종료되었다.

무대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길고 길었던 2라운드까지 모두 마쳤다는 사실에 연습생들은 한편으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진절혜와 그녀의 팀을 제외하고 말이다.

관객들이 전부 빠진 썰렁한 현장.

이곳에 다시 모이게 된 연습생들은 무대 위에 오른 이은솔 쪽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큐시트를 들고 등장한 이은솔이 연습생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냈다.

“2라운드 최종 미션까지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만족할 만한 무대가 되었을까요?”

“네!”

연습생들은 남은 아쉬움마저 모두 털어낼 기세로 힘차게 답했다.

좋든, 싫든. 이은솔의 말대로 오늘로써 2라운드는 끝이다.

물론 자신의 여정이 여기서 끝나기를 바라는 연습생은 아무도 없었다.

무조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22명 전부가 다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 수는 없었다.

22명 중 살아남을 인원은 고작 12명.

여기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베네핏을 얻게 될 연습생들의 정체가 여기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은솔이 먼저 베네핏에 관한 내용부터 공개했다.

“2라운드 마지막 팀미션에서 우승한 팀에는 멤버들 전원에게 각각 5만 표를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한 표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5만 표라는 건 굉장한 수치다.

물론 이 표를 얻었다고 무조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전체 투표수에 따라서 이 5만 표가 상당히 크게 작용할 수도, 아니면 거의 없는 수준으로 미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 5위 팀부터 공개하겠습니다.”

연습생들의 시선이 어느 한 팀에게 고정되었다.

사실 오늘의 꼴찌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

[5위.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팀]

팀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였던 진절혜 팀이 모두의 예상대로 5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뒤이어 4위, 3위 팀이 공개되었다.

이때까지도 팀 다재다능은 불리지 않았다.

“자! 이제 단 두 팀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남은 팀이 사랑의 요정들 팀과 다재다능 팀이죠? 두 팀의 팀장님들, 위로 올라와 주세요.”

다재다능에서는 당연하게도 이연이, 그리고 팀 사랑의 요정들 쪽에서는 팀장인 나여솜 연습생이 위로 올라왔다.

연습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함일까.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이은솔이 두 사람의 공통점에 대해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두 동갑내기 연습생들끼리 맞붙게 되었네요.”

동갑이라는 말에 연습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가 봐도 이연이 언니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연이 성숙해 보여서 그렇다기보다는 나여솜이 너무 동안처럼 보였다.

심지어 연하들보다도 나이가 어려 보이니, 연습생들은 당연히 나여솜이 제일 막내일 줄 알았다.

나여솜이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답게 웃는 모습 또한 상당히 귀여웠다.

팀명에 ‘요정’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나여솜의 존재 덕분이었다.

귀여움 가득한 그녀의 모습에 연습생들은 하루 종일 지쳤던 마음을 절로 치유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오늘, 어느 팀이 우승하실 거 같나요? 나여솜 연습생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나여솜은 지체 없이 이연 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권이연 연습생 쪽이 우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랑의 요정들 팀도 오늘 굉장히 잘했어요.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그래도…… 다재다능 팀한테는 역시 이길 수가 없겠더라고요. 솔직히 무대를 보는데, 경쟁팀인데도 불구하고 넋 놓고 봤어요. 이미 다재다능 팀은 어나더 레벨인 거 같습니다.”

연습생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재다능 팀의 수준이 다른 팀들에 비해 한 단계 높다고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의 무대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이미 다재다능 팀은 데뷔 그 이상의 수준에 올라 있음을 증명했다.

이은솔이 이번에는 이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1위는 누가 될 것인가.

이은솔의 예상대로, 이연의 대답은 너무 뻔했다.

“저희가 우승할 겁니다.”

확신에 가득 찬 이연의 태도.

오늘만큼은 당찬 그녀의 모습이 납득이 가는 하루였다.

“그럼 1위 팀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모두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할지.

관심이 대형 화면 쪽으로 쏠렸다.

결과는.

[1위. 다재다능 팀]

변수는 없었다.

무난하게 1등을 차지하게 된 이연과 다재다능 팀.

진절혜는 마지못해 무대 위에 올라서 있는 이연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연은 그런 진절혜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짧게 응시했다.

진절혜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2라운드 팀미션에서는 졌지만, 파이널 라운드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서바이벌 투표에는 큰 변수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이연은 진절혜의 이런 생각을 안일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대중들의 마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냉정한 법이지.’

아직 연습생에 불과한 진절혜는 그걸 깨닫지 못했다.

* * *

2라운드 서바이벌 투표까지 이제 고작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번에 방영되었던 2라운드 마지막 팀미션이 과연 대중들의 마음을 얼마나 뒤흔들었을지.

그건 투표 결과를 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내일이면 투표 집계가 모두 끝나는 날이었기에 서윤철 PD와 스태프들은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자처해야만 했다.

날이 바뀌는 순간.

투표는 모두 종료된다.

저녁 11시 58분.

스태프들의 모든 신경은 현재 시간에 집중되어 있었다.

정각이 된 순간.

투표가 모두 끝났다.

“PD님. 투표 마감되었습니다.”

“그래? 드디어구만.”

서윤철 PD는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SSS의 연출을 맡고 있긴 하지만, 그는 제작진 이전에 연습생들의 데뷔를 응원하는 한 명의 팬이기도 했다.

그래서 과연 이번 투표에서 누가 1위를 차지할지. 그리고 어떤 연습생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할지, 아니면 탈락의 아픔을 겪게 될지. 굉장히 궁금했다.

심사 위원들은 이미 2차 팀미션을 보고 나서 바로 연습생들에 대한 평가를 남겼기에 이제 방금 마감된 투표 결과만 접목시키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파이널 라운드 진출자가 완전히 가려지게 된다.

“결과 어디 있어?”

“잠시만요.”

조연출이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자, 서윤철 PD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결과들이 표로 산출되었다.

연습생별로 득표수를 확인한 서윤철 PD는 말을 더듬었다.

“이, 이거…… 진짜야?”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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