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51화
제15화. 2라운드 최종 미션(1)
차에서 내리자, 민주린이 창문을 내린 채 이연에게 잘 들어가라는 말을 건넸다.
“밤길은 위험하니까 바로 집에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천만에요. 그럼 나중에 또 봐요.”
민주린이 탄 차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한민국 치안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괜찮은 편이라 할지라도, 밤거리가 위험한 건 만국 공통이다.
이연은 민주린의 말대로 어디 들를 것 없이 바로 집으로 향했다.
설령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할지라도 이연은 큰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이연에게 안 좋은 짓을 하려고 다가오는 그들이 더 위험에 처할 테니까 말이다.
집에 도착할 때쯤, 안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이연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려던 순간, 남동생의 방문이 먼저 열렸다.
나온 사람은 남동생이 아닌 주형운이었다.
“어? 누나! 오셨어요?”
“네가 여기에 왜 있냐.”
“오늘 SSS 2라운드 마지막 팀미션 티켓 신청하는 날이잖아요. 저하고 인박이하고 민준이까지 셋이 모여서 도전하려고 대기 타고 있었죠.”
티켓 신청 시간은 저녁 10시 정각이다.
시간은 둘째 치더라도.
“그거, 선착순 아니잖아.”
일반 예매 티켓팅처럼 손과 인터넷 속도가 빠른 쪽이 먼저 티켓을 차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청만 하고, 티켓은 랜덤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주형운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랜덤이어도 제시간 안에 신청 못 하면 끝이잖아요. 누나, 저번 1라운드 팀미션 신청자 받을 때, 직접 신청 안 해보셨죠?”
“그렇지. 내가 그걸 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연은 관객이 아닌 무대에 오르는 참가자다. 그녀가 직접 티켓 예매에 뛰어들 필요가 없었다.
“그때도 신청자들이 하도 몰려서 사이트가 완전히 다운됐었거든요. 신청자 수가 많으면 조기 마감될 수도 있다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더 몰렸어요. 저번에도 1시간 만에 바로 마감됐다니까요?”
이연은 몰랐던 사실이다.
지난번처럼 조기 마감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주형운은 친구들과 아예 오늘, 권민준의 집에 모여서 다 같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연의 목소리를 듣고 방에 모여 있던 권민준과 양인박도 고개를 내밀었다.
“누나, 왔어?”
“안녕하세요, 누나! 연습 고생하셨어요!”
방 안을 보아하니, 아예 자고 갈 기세였다.
“엄마는 얘들 자고 가는 거 허락하셨어?”
“어.”
“셋이 여기서 같이 잘 수 있어? 좁을 텐데.”
“왜. 그러면 나머지는 누나 방에서 재워주려고?”
권민준의 말에 양인박과 주형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순수(?)한 두 남고생에게는 너무 자극이 심한 제안이었다.
이연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화장실에서 재우면 되겠네.”
이연의 방에서 자는 건 역시나 어림도 없었다.
“그러면 애들이 불쌍하잖아. 좁긴 해도 서로 낑겨서 자면 되니까 누나가 걱정 안 해도 돼.”
“뭐, 알아서 해라.”
이연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푸는 동안, 마침 그녀의 스마트폰이 10시 정각을 알렸다.
혹시나 해서 알람을 맞춰두긴 했었던 그녀.
알람을 끄고 남동생의 방 안 상태를 몰래 염탐했다.
셋은 아직도 신청을 못 했는지, 계속해서 새로고침 버튼만 연타하고 있었다.
“하, 진짜…… 서버 좀 늘리지!”
“그러게. 저번보다 사람 더 몰릴 거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야, 민준아. 넌 접속되냐?”
“나도 안 되고 있어.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지금 사이트에 접속 못 하고 있나 봐. 성공했다고 인증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네.”
누나 앞에서는 무대에 전혀 관심 없어 보였던 권민준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티켓 신청에 도전하고 있었다.
남동생의 이런 모습에 이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
“신청 아직 못 했냐.”
이연의 깜짝 등장에 남고생 3인방은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도 동생들이 자신의 무대를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기특해서라도 도와주기로 했다.
“나와봐. 내가 해줄게.”
“누나가 해도 안 될 거 같은데…….”
권민준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들려줬다.
서버 문제니까. 누가 시도하든 지금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연이 누구인가.
무대에 관해서라면 어떤 분야라도 다 잘해낼 자신이 있다.
“이럴 때에는 무작정 새로고침만 누르지 말고, 일단 대기하는 거야.”
창을 몇 개 띄워두고, 화면이 다 로딩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여러 개의 인터넷 창 중에서 하나가 거의 로딩이 완료되었다.
“와서 아무나 개인정보 입력해 봐.”
“그럼…… 제 걸로 하겠습니다, 누님.”
양인박이 이연에게 노트북을 잠시 건네받았다.
이제 신청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상황.
“안 된다고 다시 시도하지 말고 될 때까지. 일단 기다려.”
티켓 신청 버튼을 누르자, 또 한 번 기나긴 로딩 시간이 펼쳐졌다.
3분 정도 지났을까.
화면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시계 아이콘이 사라지고 메시지 하나가 떴다.
[양인박 님. 신청 완료되었습니다.]
“우와, 대박!”
“진짜로 됐네요?”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드러내는 남동새의 친구들을 향해 이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근데 누나,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같은 팀원 중에 이비아라고, 아이돌이 너무 좋아서 티켓팅 전문가가 된 애가 있거든. 걔가 알려줬어.”
이연도 하면서 이게 될까 속으로 몰래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될 줄은 몰랐다.
이연의 팁대로, 권민준과 주형운도 다급함과 조급함을 버리고 인내심을 쌓아가는 길을 택했다.
서버가 점점 안정화된 덕분일까. 로딩이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마무리되었다.
무사히 티켓 신청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하늘에 달렸다.
이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동생 친구들의 넓은 어깨를 토닥여 줬다.
“저번처럼 셋이서 또 올 수 있으면 좋겠네.”
“만약에 된다면, 응원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누나!”
“저희가 한 명씩 10명분…… 아니, 100명분 맡아서 하겠습니다!”
강한 의욕을 드러내는 양인박과 주형운을 보면서 이연은 피식 웃었다.
“그래. 잘 부탁한다.”
무대는 가수 혼자서 만들어가는 게 아니다.
뒤에서 묵묵하게 준비를 도와주는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대를 보러 온 관객들이 있어야 한다.
이연의 팬 1, 2, 3호를 자처하는 남동생과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그녀는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 * *
2라운드 마지막 팀미션까지 이제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에 팀 다재다능은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겪게 되었다.
지난번에 그녀들이 단체로 출연했던 ‘스타일 나이트’ 다재다능 편이 바로 어제저녁, 전국에 송출되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연의 남장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안무 연습에 들어가기 전. 비아가 본인의 스마트폰을 들고서 이연에게 직접 보여줬다.
“언니, 봐봐. 사람들 지금 언니 때문에 난리야.”
남장이 너무 멋있었다는 의견과 함께 정장을 차려입은 이연의 모습이 스크린샷으로 인터넷 곳곳에 업로드되고 있었다.
‘스타일 나이트’ 시청자 게시판도 다재다능 팀원들의 출연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상태다.
“언니 진짜 멋있게 나왔더라. 나, 누가 고화질로 스크린샷 딴 거 몇 개 저장해 뒀는데. 나중에 보내줄까?”
“됐다. 그리고 그런 걸 왜 저장하냐.”
“왜긴! 멋있으니까 그렇지.”
평소에도 이연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던 비아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었다.
같은 팀원이면서 그녀 역시 이연의 팬임을 자처할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연은 그런 비아의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여주면서 말했다.
“내 사진 찾아볼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해.”
2라운드 마지막 팀미션이 바로 코앞이다.
이연의 주도 아래에 다시 시작된 안무 연습.
준비 기간이 길었던 데다가, SSS 방송이 진행될수록 연습생들도 이제는 이런 환경에 적응이 된 모양인지 초창기보다는 빠르게 안무를 따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이연은 편했다.
이제는 멤버들에게 기본적인 것들까지 일일이 지적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고생했고, 내일은 오늘처럼 일찍 안 나와도 되니까 컨디션 조절에도 힘쓰도록 해.”
연습이 끝나서 좋긴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밀려왔다.
우미가 먼저 이에 대해 말했다.
“연아. 스태프분들이 아까 와서 했던 말, 기억하지?”
“파이널 라운드에 관한 거?”
“응.”
파이널 라운드는 1, 2라운드와 달리 대략적으로나마 어떻게 진행될지, 연습생들에게 미리 정보가 공개되었다.
파이널 라운드는 총 12명이 진출한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의 진행 방식은 1, 2라운드와 큰 차이점을 보인다.
가장 크게 대비되는 것이 바로 ‘팀전 요소’다.
앨리샤가 두 사람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파이널 라운드는 팀 대 팀으로 붙는다며. 거기서 이기는 팀이 단체로 걸 그룹 데뷔한다고 그러던데.”
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앨리샤가 기억하는 게 맞음을 재차 확인시켜 줬다.
팀 대 팀.
12명의 파이널 라운드 진출자들이 각각 6명씩 팀을 이뤄서 최종 대결을 펼친다.
2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총 세 번의 대결을 펼치고, 마지막에 심사 위원과 시청자 투표로 인해 둘 중 한 팀이 걸 그룹 데뷔의 영광을 누리게 될 예정이다.
6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연은 웬만하면 다재다능 팀 멤버들은 전부 다 파이널 라운드로 데려가고 싶었다.
예선 때부터 견고하게 다져온 이 팀워크를 파이널 라운드 때 다시 쌓아 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도 없고.’
믿음과 신뢰는 쉽게 구축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쌓아 올려야 한다.
이미 다재다능 팀원들 사이에는 견고한 믿음과 신뢰가 깔려 있었다. 이연은 이것을 기반으로 우승까지 단숨에 거머쥘 생각이었다.
비아가 생각에 잠겨 있는 이연에게 물었다.
“이연 언니. 그러면 파이널 라운드에서 두 명의 연습생을 팀원으로 맞이해야 하잖아? 혹시 미리 생각해 두고 있는 사람들 있어?”
이연은 항상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미션이 하달되어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자신의 플랜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그 플랜대로 이행하여 승리를 쟁취해 왔다.
이번에도 팀원들은 이연이 구상하고 있는 작전을 들어보고 싶었다.
“생각해 둔 연습생들은 있긴 한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해 줄 테니까 우선은 팀 미션에만 집중해. 지금 이런 이야기 나눠봤자 떨어지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
일단은 파이널 라운드 진출부터 확정 지어야 한다.
이게 선행되어야 그다음 계획을 세우든 말든 할 수 있다.
이연과 팀원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전원 생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재다능 팀원들은 다시금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