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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50화 (50/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50화

제14화. 파이널로 향하는 길(2)

2라운드 마지막 팀미션을 만나볼 수 있는 참가 신청 페이지가 열리는 날.

금요일 저녁 10시에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SSS 팬 커뮤니티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는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10시까지 고작 1시간 정도 남은 상황.

오늘 저녁이 팬들에게만 긴장되는 시간인 건 아니었다.

무대에 오르기로 예정되어 있는 SSS 연습생들 역시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었다.

연습을 마치고.

먼저 샤워를 끝내고 나온 우미가 머리를 말리면서 걱정을 한가득 드러냈다.

“저번보다 신청자들이 적으면 어떻게 하지?”

우미와 달리 앨리샤는 별 걱정이 없어 보였다.

“글쎄. 1라운드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거 같던데. 내 친구들도 이번에 참가할 거라고 다섯 시간 전부터 컴퓨터에 앉아서 연습하고 그러고 있대.”

“정말로?”

“응. 경쟁이 엄청 치열해 보이더라고.”

앨리샤는 단 한 번도 티켓팅에 도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예매 페이지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이 어떤지 공감하진 못했다.

비아도 앨리샤 쪽에 찬성을 표했다.

“나도 이번에 사람들 엄청 몰릴 거 같아. 내 주변에서도 벌써부터 난리였어.”

“그렇구나. 내 주변은 너희들처럼 엄청 뜨거운 분위기는 아니어서. 그래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네.”

“언니 쪽이 너무 차분한 거야. 이연 언니도 나나 앨리샤 언니 같은 분위기 아니야? 그…… 팬미팅 때 찾아왔던 남동생 친구들이었나? 언니 엄청 좋아하는 거 같던데.”

화두가 이연에게로 쏠렸다.

이제는 눈가리개를 하고도 멀쩡히 샤워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이연이 드라이기로 젖은 눈가리개를 말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걔네들도 이번에 참가 신청할 거라고 들었어.”

“나도 이번에 가족들 올 거라고 하던데…… 오지 말라고 해도 오겠대. 부담스러워 죽겠어.”

“그만큼 너한테 관심이 많다는 뜻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연은 가족들이 자신의 무대를 보러 오는 것에 딱히 거부감은 없었다.

음유시인 때부터 늘 그래왔었으니까.

자신이 무대에 재능이 있다는 게 세상에 밝혀지고, 왕을 포함해서 귀족들 앞에 공연을 펼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그녀의 가족들도 객석을 지켰다.

그 덕분에 많은 단련이 되었다.

오히려 가족들이 보고 있으면, 더 잘해야지 하는 경각심이 들어서 그녀 입장에선 좋았다.

짐을 챙겨 든 이연이 연습생들에게 먼저 작별을 고했다.

“나 먼저 들어갈게. 어디 다른 곳으로 새지 말고 오늘은 곧장 집으로 들어가. 내일도 아침부터 연습할 거니까.”

“응, 알았어.”

“연아, 오늘 고생했어,”

“너도 조심해서 들어가!”

팀원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서 밖으로 나온 이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그녀는 예상 못 한 인물과 마주치게 되었다.

민주린이 이연을 보자마자 ‘어머’라고 짧게 반응했다.

“연습, 이제 끝난 거예요?”

“네, 선배님. 이제 지하철 타고 들어가려고요.”

“이 시간에? 막차 끊길 텐데?”

“지금부터 역까지 뛰어가면 됩니다.”

이것도 체력 단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민주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연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요. 안 그래도 나도 슬슬 일 끝나서 차 끌고 갈 생각이었는데. 잘됐네.”

“아닙니다. 선배님도 많이 피곤하실 텐데…….”

“괜찮아요. 나, 원래 밤에 차 끌고 혼자서 드라이브 다니는 거 좋아하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잠깐만 매니저한테 먼저 가겠다고 말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민주린은 이연이 말릴 새도 없이 빠르게 장소를 이탈했다.

이전에 이것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불과 몇 주 전, 음방 미션 무대를 한창 준비할 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이은솔과 매니저가 나눠서 연습생들을 바래다줬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번의 경우에는 단순히 민주린의 호의로 인해 벌어지게 되었다.

순식간에 볼일을 끝내고 돌아온 민주린이 다시 이연을 찾았다.

“오래 기다렸죠? 차는 밖에다가 세워뒀으니까 저 따라와요.”

“네, 선배님.”

여기까지 와서 싫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약간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얌전히 민주린의 호의를 받기로 했다.

그녀 또한 이은솔 못지않게 값이 꽤 나갈 법한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타세요. 혼자 타고 다니는 차라서 정리가 많이 안 되어 있긴 한데…….”

“괜찮습니다. 바래다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차 안이 심각할 정도로 난잡하긴 했다.

뒷좌석은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선물, 상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조석도 한참을 치우고 나서야 겨우 이연이 탑승할 자리가 마련되었다.

시동 소리와 함께 민주린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차 안을 채웠다.

“미안해요. 제가 정리를 잘 못해요.”

이미 관찰 예능을 통해 민주린의 이런 면모가 몇 차례 공개된 적이 있었다.

이연도 그걸 봤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나왔던 그게 많이 순화된 편이었네.’

차 안도 이런데. 과연 집안은 어떨까.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연은 굳이 따진다면 깔끔한 쪽에 속했다.

깨끗한 환경 속에서 건전한 정신 상태가 정립되는 법이라고 그녀의 스승이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고, 여러 스타일이 있는 법.

민주린 같은 타입도 있게 마련이다.

“출발할게요. 안전벨트는 맸죠?”

“네.”

“요즘 이런 거 단속 심하거든요. 특히 우리 같은 연예인들은 교통법 잘 지켜야 해요. 딱지 한번 끊어도 뉴스거리가 되거든요.”

유명할수록 그런 경향이 심한 편이다.

그만큼 민주린이 아직까지도 대중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셀럽 자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번 SSS를 통해서도 많은 수혜를 받았다.

연습생들만 인기가 높아진 건 아니었다.

심사 위원들, 그리고 진행을 맡은 이은솔 역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민주린의 경우에는 호랑이 선배님이라고 불리면서 대중들로부터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정립시켰다.

그러나 민주린만큼 연습생들을 많이 신경 써주고 챙겨주는 선배가 없다.

그래서 이번 음방 미션 때, 이연은 민주린과 한번 합을 맞춰보고 싶었다.

진절혜로 인해 불발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연의 집 근처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민주린이 운전대를 붙잡고 과감하게 액셀을 밟았다.

‘운전 솜씨는…… 상당히 거친 편이군.’

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창문 위에 붙어 있는 안전 손잡이를 붙잡았다.

신호 대기로 잠시 차가 멈췄을 때.

민주린이 먼저 어떤 이야기를 꺼냈다.

“이연 씨도 혹시 그렇게 생각했나요?”

“어떤 거 말씀하시는 건지.”

“제가 이연 씨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는 거요.”

SSS 첫 녹화 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민주린은 유독 이연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계속 응시했었다.

혹시 자신을 싫어하는 걸까.

그래서 저렇게 노려보는 게 아닐까.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그 생각은 달라졌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1화 녹화 때에는 그런 오해가 살짝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뜻?”

“네.”

만약에 민주린이 이연을 정말로 싫어했다면, 그녀가 데뷔하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견제를 했을 것이다.

진절혜처럼 말이다.

그러나 민주린은 이런 행동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요한 분기점에서 이연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걸 보고 이연은 확신했다.

민주린은 자신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민주린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그렇게 받아들여 줘서 고마워요. 2라운드 치어리딩 미션 때, 제가 이연 씨 무대를 보고 박수를 치니까 오 대표님하고 다른 심사 위원분들은 제가 이연 씨를 엄청 싫어하는 줄로 알고 있어서 놀랐대요. 그 말 듣고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민주린의 말에 자조가 섞여 있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가끔씩 민주린과 이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었다.

지금이야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방송 초창기 때에는 관련 게시글이 꽤 있었다.

“이연 씨를 싫어해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옛날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그런 반응이 나온 거였어요.”

이연과 민주린은 이번 SSS 녹화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옛날 일이라고 불릴 만한 게 없다.

이연이 이에 대해 물어보기 전에 민주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밀크티가 데뷔하기 전에 원래 메인보컬 역할을 맡아줄 연습생이 한 명 있었거든요. 이연 씨처럼 비주얼 뛰어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이돌로서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던 친구였어요.”

“지금은 연예계에서 활동을 아예 안 하시는 건가요?”

“네. 데뷔조차 안 했거든요.”

어째서?

이런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이유는 꽤 복잡했다.

“저희가 데뷔할 때 전반적인 과정을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찍어서 내보내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그 친구가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데뷔하지도 않았음에도 방송을 통해 온갖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재능은 있었지만.

“멘탈이 많이 약했어요. 자신을 비하하는 게시글을 보면 그날 하루 종일 우울해하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연습에 집중할 수도 없고, 스트레스는 자꾸만 누적되어 가고…… 저희도, 회사도 고민이 많았죠.”

연예인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다.

그렇다 보니 필연적으로 안 좋은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겠지만.

이 세상에는 심성이 이상하게 꼬인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다.

“성희롱 댓글 같은 것도 많이 받았어요. 결국 그 친구가 먼저 회사에 말했더라고요. 자기는 이런 걸 버티면서 연예인을 할 자신이 없다고.”

“스스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아버렸군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민주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회사 생활 하면서 지내는 거 같더라고요. 가끔씩 저하고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데, SSS 보면서 그런 상상을 했었대요. 만약에 자신이 악플을 버텨내고 데뷔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그것은 일종의 후회였다.

그래서 민주린은 더욱 안타까웠다.

“저는 이연 씨가 그 친구와 똑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무대에서 누구보다도 빛나는 이연 씨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방송으로나마 이연 씨를 강하게 단련시켜 주고 싶었어요.”

연예계는 단순히 재능만 있어야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온갖 모진 환경에서 버텨낼 강한 멘탈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걸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연에게만 유독 혹독하게 굴었던 민주린이 탄생하게 된 거였다.

“죄송해요, 이연 씨.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사과할게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전 선배님 때문에 힘들다고 느꼈던 적 없었거든요.”

“그렇게 말해주니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네요.”

환생하기 전이나 후나.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인 건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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