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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43화 (43/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43화

제12화. 너의 그림자가 되고 싶어(4)

점점 무대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연습생들의 심장 또한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음방 무대는 치어리딩 미션에서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면서 생애 첫 1위를 차지했던 팀 사랑의 요정들과 페어리퀸.

그녀들이 원했던 선배 그룹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되어서인지 모니터를 통해서 긴장감이 대기실까지 전달되었다.

우미가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흘렸다.

“나, 쟤들이 저렇게 긴장하는 거 처음 봐.”

치어리딩 미션 당시에도 물론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때의 긴장과 지금의 긴장은 비교조차 안 될 정도였다.

2라운드 첫 번째 팀 미션의 경우에는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해도 연습생들의 공연만 망치고 끝나면 되는데.

이건 그게 아니니까.

선배 가수팀들의 체면까지 같이 걸려 있다 보니, 긴장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

이 싸움이 될 것이다.

이연은 단 하나의 사소한 실수조차 안 할 자신이 있지만, 팀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어제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반복했던 거였다.

말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는 이연.

그동안, 드디어 음방 미션 첫 번째 무대의 막이 올랐다.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대선배와 아직 데뷔도 못한 까마득한 후배들의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사랑의 요정들과 페어리퀸의 조합은 본인들이 예상했던 그대로 아주 잘 어울렸다.

무대를 보는 사람들조차도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보여주는 귀여움과 상큼발랄함으로 인해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였다.

이연은 환생하기 이전에도 결혼 생활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결혼을 했다면.

그리고 귀여운 딸들을 둔 아빠가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이은솔과 연습생들이 그들에게 닿지 않을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연도 조용히 박수를 쳤다.

‘잘했네, 잘했어.’

그러나 치어리딩 미션 때 보여줬던 모습만큼 완벽하게 무대를 꾸미진 못했다.

군데군데 사소한 실수들이 묻어 나왔다.

사랑의 요정들 팀원들도 그걸 아는 모양인지, 무대에 내려가기도 전에 눈물을 왈칵 쏟는 모습이 비쳤다.

아쉬움 때문이리라.

페어리퀸 멤버들은 그런 팀원들을 한 명씩 안아주면서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반복해 들려줬다.

‘좋은 선배들을 만났군.’

팀명만큼이나 마음씨 역시 요정의 여왕다웠다.

그렇게 첫 번째 음방 미션 무대가 끝나고.

다음, 두 번째 팀이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모니터 쪽에서 시선을 뗀 이연은 의자에 앉아 긴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끝까지 평가 기준을 못 알아냈네.’

지금이라도 진절혜 쪽 팀 대기실로 몰래 잠입해서 염탐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머릿속을 스쳤지만.

‘관두자. 어차피 지금 알아낸다고 한들, 결과가 크게 달라질 거 같진 않으니까.’

이전에 생각했던대로, 이연은 음방 미션에선 정석대로 가기로 했다.

오롯이 무대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만 집중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평가도 뒤따를 것이다.

* * *

두 번째 무대가 끝나고 SSS와 무관한 다른 가수팀의 무대가 연달아 펼쳐졌다.

그리고 다시 SSS와의 콜라보 팀이 무대 위에 올랐다.

젊은 남녀 MC들이 번갈아가면서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팀의 정체를 미리 공개했다.

-SS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팀이죠! 1위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팀과…….

-민주린 선배님의 콜라보레이션 무대입니다! 함께 보시죠!

팀 다재다능과 마찬가지로 SSS 출연자와 같은 팀을 꾸리게 된 진절혜 팀의 차례가 찾아왔다.

민주린이 최근에 발표한 솔로곡, ‘타미타미(TamiTami)’의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콘셉트 자체를 아예 극단적인 걸크러시로 가기로 한 모양인지, 복장부터가 남달랐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앨리샤가 간결하지만 매우 압축이 잘된 소감을 읊었다.

“와…… 저 팀, 세다.”

세다는 단어만큼 저 무대에 잘 어울리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가죽 부츠를 신은 진절혜가 앞으로 발을 쭉 뻗으면서 카메라를 향해 발차기를 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카메라 감독도 센스가 있는 모양인지, 일부러 장비를 크게 흔들면서 진짜로 진절혜에게 맞은 듯한 시각 효과를 선사했다.

이후에 민주린이 무대 앞으로 나서면서 힘 있는 워킹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두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민주린과 또 한 사람. 진절혜를 비췄다.

둘은 라이벌인 것처럼 대립하는 구도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끊기고.

철컹! 하는 쇳소리가 나면서 총을 장전했음을 연상케 하는 효과음이 연달아 들렸다.

두 여성은 양손으로 총을 쏘는 모션을 취했다.

검지 끝이 향하는 곳은 서로가 바라보는 상대방의 머리 쪽이었다.

-타앙!

일발의 총성과 함께 두 여성이 쓰러졌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다시 불이 들어왔을 때,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선 채 파워풀한 안무를 이어나갔다.

조용히 무대를 지켜보던 이은솔이 감탄이 섞인 웃음소리를 흘렸다.

“저 아이디어, 누가 냈는지 모르겠지만 선배님하고 절혜 씨 이미지에 잘 어울리네. 독함과 독함의 맞붙음. 여기에서 오는 시너지는 강렬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겠지.”

무대 연출 퀄리티가 상당하다.

이전에 봤던 SSS 콜라보 팀의 무대들이 전혀 생각이 안 날 정도였다.

이연도 같은 생각이었다.

임팩트 하나만 놓고 본다면, 단연 1위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민주린의 팀이 압도적이다.

아마 다른 연습생들도 이들과 똑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무대가 끝나고. 객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몰아쳤다.

만약에 관객들의 함성을 기준으로 무대를 평가한다고 했다면, 1위 자리는 단언컨대 저들이 차지했을 것이다.

수고한 그녀들에게 박수를 보내던 이은솔이 다재다능 팀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우리는 어때? 저 무대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팀원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이연이 대표로 답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모든 고충을 감내해 온 것이다.

단 한 번의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말이다.

권이연은 자신이 바라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낯선 세계로 환생하는 일조차 감수하며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보다 더한 일도 버텨낼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연은 그 대단한 민주린, 진절혜조차도 막지 못한다.

이은솔은 이연의 이런 대답을 듣고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어떤 싸움이든 미리 승패가 정해져 있는 건 없다.

직접 무대에 서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내려온 다음에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 전까진 괜히 겁먹을 필요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기실 문이 열렸다.

스태프가 이들을 향해 말했다.

“곧 녹화 시작될 거라고 하니까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이들의 차례가 왔다.

* * *

여성 MC가 남성 MC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성휘 씨. 혹시 어떤 일이든 잘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글쎄요. 음~ 나 같은 사람?

-에이. 성휘 씨 말고요!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SSS의 다재다능 팀이 이은솔 선배님과 콜라보 무대를 펼칠 예정입니다!

-채널, 고정!

화면이 전환되면서 이들이 미리 녹화했던 오프닝 무대 영상으로 바뀌었다.

캐주얼 복장을 갖춰 입은 이연이 이은솔과 다정히 손을 잡고 연인인 척 연기하는 모습에 미리 음방 미션을 끝낸 다른 연습생들은 부러움에 가득한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행복한 분위기도 잠시.

끼이익! 터엉!

교통사고를 암시하는 사운드와 함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찾아온 연인의 죽음이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

슬퍼하는 권이연과 절망하는 이은솔.

두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흐릿해지면서 카메라는 다시 무대를 비췄다.

센터에 선 이은솔은 아직도 슬픔이라는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의 마음을 가사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대가 떠나고 슬픔으로 지새웠던 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얼마나 많은 아픔의 흔적을 남겼는지.

난 기억나지 않아.

이은솔의 노래에 맞춰서 팀 다재다능 역시 안무를 소화했다.

콜라보 무대이기 때문에 노래를 이은솔이 혼자서 다 부르진 않는다.

중간에 연습생들의 보컬도 삽입되었다.

이 중에서 비운의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이연의 비중이 가장 컸다.

먼저 떠난 여자의 입장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가사를 개사했다.

그 개사한 부분을 이연이 부르니, 느낌이 훨씬 살아났다.

-그대를 먼저 두고 떠난 밤.

얼마나 많이 안타까워 했는지.

얼마나 많은 미련에 몸부림을 쳤는지.

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남자와 상반되는 듯한 가사로 인해 애절한 분위기는 더욱 진해졌다.

2절 파트에선 이은솔과 권이연이 서로를 원하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를 표현하는 안무를 소화하면서 시각적인 효과까지 극대화시켰다.

마지막 소절은 두 사람이 다 같이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영원토록…….

-너의 그림자가 되고 싶어.

서서히 잦아드는 반주.

조명의 각도를 이용해서 이은솔과 권이연, 두 사람의 그림자를 서로 맞닿게 하는 연출까지 선보였다.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의 함성은 스튜디오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거대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콜라보 무대를 무사히 끝낸 팀 다재다능과 이은솔.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이은솔은 연습생들을 향해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들려줬다.

“다들 너무 고생했어. 그리고 정말 잘했어. 오늘의 무대는 내 가수 인생에 있어서 오래도록 남을 거야.”

이연과 연습생들 역시 미소와 함께 답했다.

“저희도 평생 기억할 겁니다.”

“선배님, 나중에 또 같이 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최고였어요. 정말로!”

지난날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 * *

음방 미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연습생들은 곧장 SSS 스튜디오로 다시 모이게 되었다.

오늘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빴던 이은솔, 민주린을 대신해서 오늘은 오채일 대표가 직접 일일 MC를 맡았다.

-여러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몰래 음방 무대를 봤었는데. 여러분들 실력이 많이 올라왔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채일 대표의 말에 연습생들은 크게 안도했다.

그러나 이연은 그렇지 못했다.

제작진이 연습생들을 전부 이곳에 모이게 한 이유가 있을 거였기 때문이다.

오채일 대표가 직접 그 이유를 알려줬다.

-그럼 이 자리에서 바로 음방 미션 평가 점수와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드디어 이 시간이 왔다.

이연이 그토록 궁금했던 평가 기준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오채일 대표의 입에서 몇 주간 이연을 궁금케 만들었던 그 대답이 흘러나왔다.

-평가 점수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콜라보 무대를 준비했던 선배 가수들이 직접 평가 점수를 작성했습니다. 이것으로 여러분들의 순위가 결정될 겁니다.

연습생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게 된 건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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