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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7화 (27/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27화

제9화. 치어리딩 미션(2)

갑자기 권이연한테서 지목받은 당사자, 이비아는 순간 망치로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은 반응을 보였다.

“내, 내가? 나보고…… 센터에 서라고?”

“어.”

“이, 이연 언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나, 1차 서바이벌 투표에서 22위 했다고! 막차 타고 겨우 올라왔다니까? 나보다 1위 한 이연 언니나, 하다못해 앨리샤 언니가 하는 게 더 낫잖아! 내가 센터에 서면, 사람들이 쟤는 누구냐고 그럴 게 분명하다고.”

비아는 여태껏 방영되었던 SSS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SSS 관련 하이라이트 영상을 살펴보면, 비아를 언급하는 댓글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만큼 비아의 인지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자기보고 센터를 서라고 하니, 부담감이 먼저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미의 생각은 달랐다.

“나는 이연이 말대로 비아가 센터 맡는 게 베스트라고 봐.”

“우미 언니까지…… 대체 왜 그래?”

“팀을 위해서야. 솔직히 나도 이 노래 처음 들었을 때, 비아 이미지하고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어. 아마 이연이도 그래서 일부러 너를 센터로 보내려고 하는 거겠지.”

이연은 말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앨리샤는 이들과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나는 그래도 이연이 센터에 서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 곡, 센터가 가장 높은 고음 파트까지 소화하기로 했잖아? 무대의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이연이 메인보컬 맡아야지. 가장 비중이 적은 랩 파트로 빠지는 건 너무 재능 낭비잖아. 솔직히 이연이가 우리들 중에서 보컬, 댄스, 랩, 그리고 비주얼까지. 모든 분야에서 다 압도적이잖아? 그렇다면 더더욱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가는 센터 포지션으로 가야지. 다들 안 그래?”

앨리샤의 말이 끝난 순간.

“…….”

“…….”

“…….”

세 여자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앨리샤를 바라봤다.

앨리샤가 ‘응?’ 하는 표정으로 팀원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대해 물었다.

“왜들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과자 가루라도 묻었어?”

“그게 아니라…….”

우미와 비아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고민하는 사이.

이연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머릿속에 뭐 먹는 욕심으로만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다들 놀란 거야.”

“이래 봬도 난 항상 무대 생각뿐이라고.”

“아니, 혼자서 과자 다섯 봉지나 먹었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데.”

무안해진 모양인지 앨리샤는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과자 봉지들을 옆으로 치워 버렸다.

저렇게 먹어도 몸매 유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팀원들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연과 우미, 그리고 앨리샤.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생각에 대해 밝혔다.

이제 남은 한 사람.

“비아는 어떻게 할래?”

우미가 마지막 남은 비아에게 의견을 물었다.

“나는…… 앨리샤 언니 말이 맞…….”

“잠깐만.”

중간에 이연이 비아의 말을 끊었다.

고민의 갈림길에 선 막내 팀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수 지망생으로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게 뭔지 알아?”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

“아니.”

“그럼…… 안무 실수? 음 이탈?”

“그것도 아니야.”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않는 것.”

권이연은 알고 있다.

무대에 서기를 갈망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기회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때로는 사막의 오아시스보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권이연도 음유시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전에 딱 그런 마음이었다.

“만약에 지금처럼 계속 소극적으로 무대에 오르면, 다음 서바이벌 투표 때에는 정말로 떨어질 수 있어.”

“…….”

“네 얼굴과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아. 그런데도 네가 센터 자리를 포기하겠다면, 앨리샤가 말한 대로 내가 할게.”

사람들 앞에서 윙크하고 손 하트를 날리는 포인트 안무들이 영 적응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권이연은 쪽팔림보다 무대의 완성도를 더 우선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비아가 이번 곡의 콘셉트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센터 포지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신이 맡는 게 더 낫다.

이연의 말이 비아의 흔들리는 마음을 꽉 붙잡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결국 비아가 어렵게 결심을 굳혔다.

“알았어. 해볼게!”

* * *

치어리딩 미션까지 남은 기간은 5일.

1라운드 팀 미션 때처럼 이번에도 심사 위원들이 중간 점검을 위해 회사를 찾았다.

단, 이번에는 심사 위원 네 명이 각각 한 팀씩만 맡아서 집중적으로 피드백을 줄 예정이었다.

그러나 팀은 총 다섯이다.

한 자리가 빈 탓에 임시 심사 위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임시로 중간 점검에 합류하게 된 이은솔입니다!”

기운 넘치는 이은솔의 인사말에 민주린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냥 MC 내려놓고 심사 위원으로 오지 그래요?”

“왜 그러세요, 선배님. 이번에는 제가 먼저 오겠다고 한 거 아니에요. 제작진이 먼저 요청한 겁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모인 다섯 명의 심사 위원들을 향해 서윤철 PD가 입을 열었다.

“한 팀씩 맡아서 중간 점검에 들어갈 건데요. 팀은 제비뽑기로 정해서 들어가겠습니다.”

제비뽑기라는 말에 이은솔은 크게 아쉬워했다.

그는 권이연을 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그런데 그게 성사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은솔과 마찬가지로 이석호 역시 난색을 드러냈다.

진절혜와 미리 말을 맞춰둔 게 있는데. 갑자기 PD가 뽑기를 들고 왔으니,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만 것이다.

“자, 정하겠습니다. 하나씩 종이 뽑아서 가져가시면 됩니다.”

이은솔과 이석호는 속으로 서로 각자 원하는 팀을 부르짖으면서 종이를 뽑았다.

순간 이은솔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원하는 대로 권이연 팀을 뽑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석호는 진절혜 팀 대신 다른 팀을 뽑고 말았다.

상반된 두 남자의 반응을 보면서 민주린의 두 번째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은솔 씨. 연습생들한테 최대한 객관적으로 피드백 줘야 해요. 아셨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이은솔의 태도와 달리 민주린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이은솔이 여태껏 쌓아온 경험과 실력, 그리고 안목은 민주린도 인정하는 편이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보이그룹의 멤버니까.

그렇게 심사 위원들이 각자 배정받은 팀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장소를 이동했다.

제작진과 함께 연습생들이 있을 안무 연습실을 찾은 이은솔.

슬며시 문을 열자, 그의 기척을 알아차린 권이연이 가장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어, 안녕.”

여느 연습생들처럼 레깅스에 헐렁한 박스티 차림을 한 권이연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이은솔의 눈에는 그녀만 들어오고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

펑퍼짐한 박스티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라인까지 완전히 가리진 못했다.

어느 곳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은솔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대부분도 많은 연습생들 중 비주얼 탑은 단연 권이연이라고 입을 모으곤 했다.

얼마 전, 같은 연습생들끼리 비주얼 넘버원을 가리는 비밀투표를 했을 때에도 권이연이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권이연이 곧장 팀원들을 데리고 연습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대열대로 설 것을 지시했다.

이은솔의 입가에 쓴 미소가 번졌다.

“이야기라도 좀 나눈 다음에 해도 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요. 선배님도 워낙 바쁘시고.”

“아니, 나는 괜찮아. 그보다 다들 밥은 먹었어? 요즘 무대 준비하느라 힘들지?”

이은솔은 심사 위원들과 달리 연습생들을 비교적 많이 챙기는 편이었다.

심사 위원이 아닌 MC라서 이런 다정함이 가능했다.

그러나 연습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 묻어 나왔다.

중간 점검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평가받는 거니까.

이것이 주는 중압감은 지금 서 있는 곳이 무대가 아니라 할지라도 동일했다.

고개만 끄덕이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이은솔은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 뭐. 그럼 안무 한번 볼까요?”

팀 다재다능이 소화할 곡인 ‘섬머 러브’ 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팀원들의 포지션을 지켜보던 이은솔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이은솔의 이런 반응은 무대가 끝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팀원들은 최대한 웃으면서 안무를 펼쳐봤지만.

이은솔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제작진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노래 잠깐만 꺼주실래요?”

무대를 중단시킨 이은솔은 아까와 사뭇 다른 굳은 얼굴로 말했다.

“너무 별로네요.”

이은솔의 말이 비수가 되어 팀원들에게 꽂혔다.

* * *

중간까지 무대를 지켜본 이은솔의 소감은 이러했다.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솔직히 엄청 실망했습니다.”

민주린이 이은솔에게 말한 대로, 중간 점검 피드백은 개인적인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말해주는 게 좋다.

그게 권이연과 팀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센터는 이비아 연습생이죠?”

“네? 네! 선배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센터로서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연습생들이 더 눈에 들어와요.”

“…….”

센터는 멤버들 중에서도 사람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띄어야 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아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안무 자체는 훌륭해요. 그런데 포지션이 영 잘못된 거 같네요. 이 안무, 대부분 권이연 연습생이 짰죠?”

팀원들은 이은솔의 물음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권이연 연습생.”

“네.”

“다른 팀원들 안무까지 다 기억하고 있겠죠?”

“…….”

말을 아끼던 이연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은솔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런 질문을 꺼낸 건지, 이연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권이연 연습생하고 이비아 연습생. 둘이 서로 포지션 바꿔서 다시 한번 춰보실래요?”

권이연이 주눅 들어 하는 이비아를 힐긋 바라봤다.

다시 고개를 돌린 뒤,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

“대신에 포인트 안무는 생략해도 될까요?”

“왜죠?”

윙크하면서 하트 날리기 싫어서……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외우고 있긴 한데, 실제로 포지션을 맞춰서 춰본 적은 없어서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표현이 안 나올 거 같습니다.”

“뭐,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감안하고 볼게요. 이비아 연습생도 안무 기억 안 나는 거 있으면 생략해도 좋으니까 포지션 바꿔서 서보세요.”

“……네.”

다시 시작된 ‘섬머 러브’ 안무.

두 번째 보는 안무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아까에 비해서 느낌이 전혀 달랐다.

한 차례 안무가 끝나자마자 이은솔이 그녀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센터는 권이연 연습생이 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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