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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5화 (25/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25화

제8화. 2차전 준비(2)

SSS 1차 서바이벌 투표 결과가 방송을 타면서 다시 한번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 몰이가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권이연이 1위를 차지할 때, 순간적으로 나온 시청률은 프로그램 자체 시청률 중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위권 싸움 못지않게 마지막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가리는 22위 순위 발표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비아의 우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나도 같이 울었다면서 기쁨과 감동의 소감을 댓글로 남기기도 했다.

간당간당하게 막차를 타긴 했지만, 덕분에 처음으로 늘어난 비중 덕분에 비아라는 존재가 시청자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역으로 보면 호재인 셈이었다.

오랜만에 SSS 녹화 촬영을 위해 모인 연습생들.

비아는 요즘 사람들이 자신을 부쩍 알아본다면서 언니들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꺼냈다.

“저번에 엄마랑 같이 마트 갔었거든? 근데 거기 사람들이 다 나 알아보는 거야! SSS 출연하는 연습생 아니냐고. 우리 엄마가 나보다 더 기뻐했다니까? 우리 딸, 많이 예뻐해 주세요~ 하면서 막 영업하는데, 내가 다 창피해서 진짜……!”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계속해서 하이톤을 유지했다.

이연은 평소와 똑같은 무표정 상태로 비아의 일방적인 수다를 들어줬다.

미지근한 이연의 반응을 보면서 비아가 반대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는 가족들이 안 좋아해 줘? 진절혜 누르고 처음으로 1위 했잖아.”

방송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권이연의 순위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그녀는 단숨에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꼴찌의 반란.

시청자들이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스토리를 그녀가 직접 일궈낸 거였다.

그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권이연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직 프로그램이 끝난 것도 아니니까. 기뻐하려면 데뷔조에 들고 나서 해도 돼.”

“하여간 이 언니는…… 누가 보면 로봇인 줄 알겠어.”

전생에서 워낙 많은 일들을 겪은 탓일까.

이연은 웬만한 일로는 쉽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큰 무기가 되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멘탈에 의해 그날의 컨디션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다들 아마추어니까.

서바이벌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도 어마어마하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잘하던 연습생들이 막상 무대에 올라가면 잦은 실수를 반복하고. 이런 장면이 여럿 나오곤 했다.

반면 권이연은 여태껏 단 한 번의 실수도 보여주지 않았다.

완벽 그 자체.

그러나 권이연은 자신의 무대에 대해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작 이런 무대를 원해서 성별까지 바꿔가면서 환생한 건 아니지.’

권이연이 바라는 무대에 서기까진 아직 한참 멀었다.

촬영 시작 10분 전.

연습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2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22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연의 뒤를 이어서 2위를 차지했던 연습생, 진절혜가 자리에 들어섰다.

앉자마자 그녀는 이연을 찌릿 노려봤다.

2위도 대단한 성적이긴 하지만.

하필이면 1위가 권이연이어서 그런지 진절혜는 그날 최악의 기분으로 녹화를 마무리 짓게 되었다.

다른 연습생들한테 1위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열받는 일이지만, 권이연에게 지는 건 2배…… 아니, 그 이상으로 화가 난다.

그래서일까.

진절혜는 2차 서바이벌 투표에선 그녀에게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물론 권이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스태프가 녹화 시작을 알렸다.

이은솔을 기다렸던 연습생들 앞에 전혀 다른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린. 그녀가 이은솔 대신 큐시트와 마이크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심사 위원이자 동시에 연습생들에게 있어서 대선배이기도 한 그녀의 등장에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할 뻔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 안녕하세요.”

당황해하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민주린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표정으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들려줬다.

“은솔 씨가 미국 콘서트 때문에 한창 바빠서요. 그래서 오늘만 제가 임시로 MC를 맡기로 했어요.”

벡스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다.

국가대표 보이 그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 바쁜 그의 스케줄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은솔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민주린 역시 MC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은 1차 서바이벌 투표를 통해서 살아남은 22명의 연습생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이제 오늘부터 2차 서바이벌 투표를 위한 미션들을 수행하게 되실 텐데요.”

민주린이 중간에 PD와 한 차례 눈을 마주쳤다.

서윤철 PD가 준비 완료됐다면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짧게 끄덕인 민주린이 연습생들에게 낯선 말을 전했다.

“일단은 밖으로 나가실까요?”

“네?”

밖이라는 말에 연습생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갑자기?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연습생들은 아예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내리쬐는 여름 햇살이 그녀들을 맞이했다.

“우리, 대체 어디 가는 거야?”

비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연습생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한 명 있을 수도 있다.

이연의 시선이 진절혜에게 향했다.

‘이석호 트레이너한테 미리 들은 게 있을 텐데.’

그러나 진절혜는 다른 연습생들처럼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끝까지 일관하고 있었다.

저것이 연기일지, 어떨지.

그건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이연은 예전부터 관찰력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었다.

진절혜에게 다가가서 몇 번 추궁만 할 수 있다면 진실 여부를 바로 알아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친분도 없는데 진절혜에게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내가 진절혜하고 이석호를 의심하고 있는 걸 들키면 안 되니까.’

확증이 나올 때까지 권이연은 최대한 모르쇠로 일관할 생각이었다.

한편, 민주린이 연습생들에게 말했다.

“버스에 타시면 됩니다.”

제작진이 미리 준비해 둔 버스가 방송국 주차장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다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버스가 출발할 때에도 새장 밖으로 처음 나가는 아기 새들처럼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창밖을 계속 주시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버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자 연습생들의 당혹감이 더욱 커져갔다.

“뭐야, 뭐야.”

“무슨 체육관처럼 생긴 곳인데?”

“사람들이 엄청 많아.”

그녀들이 찾은 곳은 바로 야구장이었다.

민주린이 먼저 일어서면서 연습생들에게 하차를 지시했다.

“내리시면 됩니다.”

미리 대기 중이던 스태프들이 카메라로 버스에서 내리는 연습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야구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SSS 촬영하나 봐.”

“다들 예쁘네.”

“어머머, 저기 봐봐! 권이연 있잖아!”

“진절혜도 있네! 뭐야, 무슨 촬영이야?”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연습생들의 귀에 속속들이 박혔다.

민주린이 마치 소풍을 나온 초등학생들을 이끄는 담임처럼 그녀들을 안내했다.

“야구장 안으로 들어갈 거니까 따라오세요.”

22명의 연습생들이 민주린의 뒤를 졸졸 따랐다.

한편,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구장에 온 권이연은 주변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놀이공원에 처음 갔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다.

‘이렇게 큰 경기장이 있다니.’

넓게 펼쳐진 야구장의 전경에 이연은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환생하기 전의 세계에선 이렇게까지 큰 규모를 지닌 경기장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는 보면 볼수록 신기하군.’

다른 연습생들도 이연처럼 야구장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민주린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들, 여기에 왜 왔는지 궁금하죠?”

“네!”

마침내 연습생들이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방문 목적이 민주린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1차 서바이벌 투표까지 계속 고생만 하셨으니까. 이번에는 제작진이 연습생들한테 힐링 타임 한번 가지게 해주고 싶다면서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거예요.”

민주린의 설명 덕분에 불안감이 싹 녹았다.

동시에 연습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PD님!”

“감사합니다!”

연습생들이 서윤철 PD를 비롯해서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권이연은 아직도 께름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방송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소위 ‘방송국 놈들’이 시간은 시간대로,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들여가면서 출연자들을 이렇게까지 배려해 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권이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연습생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뿐이었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아니어도, 이렇게 잠시 방송을 떠나서 밖으로 나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야구팀을 응원한다는 재미가 있었다.

심지어 경기도 꽤 흥미진진했다.

5회 말까지 서로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기 양상을 보였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무대 위로 치어리더들이 올라왔다.

그녀들의 등장에 팬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인기 있는 치어리더가 센터에 서서 안무를 펼칠 때에는 분위기가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연습생들도 이들과 같이 치어리더들의 무대에 호응해 줬다.

비아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연에게 말을 붙였다.

“언니! 치어리더분들, 엄청 예쁘지 않아? 저분들도 우리처럼 연습생으로 나와야 했던 거 아닐까?”

“댄스 실력은 몰라도 보컬이 받쳐주지 않으면 힘드니까.”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어리더들의 무대를 눈앞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게 된 건 크나큰 경험이다.

치어리더들이 중간중간에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다시 한번 우렁차게 울리는 함성 소리.

제 역할을 다한 모양인지, 치어리더들은 짙은 미소와 함께 마무리 인사를 하면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민주린이 연습생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다들, 방금 치어리더분들 무대 잘 보셨나요?”

“네!”

“어땠어요?”

너무 예뻤다부터 시작해서 자신도 모르게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는 등. 대체적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민주린도 나쁘지 않게 본 모양인지 연습생들의 의견이 나올 때마다 연달아 긍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민주린의 표정이 달라졌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친한 옆집 이웃 언니 같은 친근한 얼굴을 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연습생들이 잘 아는 심사 위원 민주린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2라운드 첫 미션을 부여하겠습니다.”

난데없이 시작된 미션 설명.

내용은 더욱 가관이었다.

“앞으로 3일 뒤. 여러분들이 방금 치어리더분들이 섰던 무대 위에 올라가서 대신 공연을 펼치게 될 겁니다.”

역시.

권이연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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