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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4화 (24/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24화

제8화. 2차전 준비(1)

21위, 그리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막차 순위인 22위까지.

단 두 자리만 남은 상황 속에서 이은솔이 21위의 정체를 밝혔다.

“먼저 21위를 차지한 연습생부터 발표하겠습니다!”

1, 2위보다도 21, 22위 순위 발표가 더 긴장되었다.

상위권은 사실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덜했다.

진절혜는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고.

권이연의 경우에는 이번에 놀이공원에서 아이까지 구하며 대중들 사이에서 영웅이라 칭송받기까지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은 덕분에 권이연은 압도적인 성적을 보이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1위와 22위는 도저히 누가 될지 알 수가 없었다.

1, 2. 3위와는 다르게 중하위권은 아주 약간의 표 차이가 순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다음 라운드를 위해서라도.

권이연은 비아가 올라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21위에 이름이 불린 연습생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윤서영 연습생! 축하드립니다!”

이름이 불린 윤서영 연습생이 만감이 교차하는 눈물을 쏟아냈다.

무대 위에 올라와서 소감을 말할 때에도 눈물 때문에 제대로 된 멘트를 들려줄 수가 없었다.

이제 마지막 단 한 자리.

모두가 22위 순위 발표에 집중했다.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마지막 생존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보여주세요!”

대형 모니터에 한 연습생의 이름이 떠올랐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차마 앞을 볼 수 없었던 비아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짧은 감탄 소리에 어리둥절했다.

“비아야! 봐봐, 어서!”

옆에 앉은 연습생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그제야 눈을 뜬 비아.

눈앞에 자신의 이름이 떠 있는 걸 보자마자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뒤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비아가 올라오기를 바랐던 우미도 비아와 마찬가지로. 아니, 비아보다도 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았다.

앨리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동안 줄곧 같이해 왔던 팀원이니까.

그래서인지 유독 비아의 생존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연은 울고 있는 비아를 향해 싱긋 미소를 보냈다.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해냈으니까. 괜찮겠지.’

걱정이 많았었는데.

그래도 비아는 어찌어찌 해냈다.

이로써 이연이 바라는 모든 경우의 수가 척척 완성되었다.

* * *

촬영이 끝나고.

이연은 다재다능 팀원들과 함께 전원 다음 라운드 진출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서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소가 문제였다.

우미가 먼저 이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 일반 가게 들어가기 좀 그렇지 않을까? 놀이공원 갔을 때에도 우리가 누군지 사람들이 막 알아보고 그랬잖아.”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미와 비아보다는 이연, 앨리샤를 알아보곤 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연의 경우에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방송으로 꾸준히 화제의 인물에 오르기도 했고.

그리고 놀이공원에서 겪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한층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얼굴을 안 가리고 걸어가면, 권이연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꼭 두세 명씩은 나온다.

소속사로부터 웬만하면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기에 우미는 이런 점이 걱정되었다.

이때, 비아가 간단한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집에서 하면 되잖아?”

“집?”

“우리 넷이 사는 집 중에 하나 정해서 그곳에서 파티하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 이연이 먼저 자신의 집 사정에 관해 말했다.

“우리 집은 힘들다. 가족들이 있고. 그리고 여기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너희가 집에 돌아가는 것도 문제야.”

앨리샤도 어려움을 드러냈다.

“나는 혼자 자취하고 있긴 한데, 집이 많이 좁아서…… 넷이서 먹고 놀고 하기에는 부족할걸.”

“그래? 나도 가족들 있어서 안 되는데.”

해결책을 고안했던 비아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양우미밖에 없었다.

“우미 언니는 가능해?”

비아가 묻자, 우미는 일말의 고민 없이 바로 답했다.

“응. 우리 집은 여기서 가깝고. 그리고 앨리샤처럼 나도 혼자서 자취하고 있거든. 집이 넓진 않은데, 그래도 4명이서 머물 만한 공간은 나오니까 괜찮아.”

집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아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언니들의 손을 붙잡았다.

“정해졌으면 빨리 가자! 하루 종일 즐기기엔 남은 오늘의 시간이 너무 짧다고!”

“얘는. 아까 엄청 울더니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다 되어 있네.”

“그때는 그때고!”

우미가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자, 비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화기애애한 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연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라운드가 걱정이긴 하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편하게 즐겨도 되겠지.’

다들 무사히 살아남았으니까.

생존자가 즐길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기로 했다.

* * *

우미가 머물고 있다는 자취방으로 향한 일행들.

“여기야. 잠깐만 기다려 봐. 공동현관문부터 열고…….”

우미를 제외한 세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고층 건물의 위엄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아파트 건물.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공동현관문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도착한 그녀들은 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2010호로 입장했다.

“들어와.”

“우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복도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 한강뷰!”

비아가 여러 차례 눈을 깜빡이면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넓은 한강과 도로들이 훤히 보이는 아파트 구조에 일행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아파트도 꽤 넓다.

이연이 집 내부를 둘러보면서 우미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30평대 되나?”

“응. 정확히는 32평. 잠깐만 기다려 봐. 에어컨하고 공기청정기 좀 틀게.”

스마트폰 어플로 조작을 하자,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시스템 에어컨이 빠른 속도로 집 안 온도를 낮췄다.

앨리샤가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자취방이라고 하기에는 클라스가 너무 넘사벽인데.”

“그래? 나는 이 정도면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구보다도 객관적인 시점을 지닌 이연이 그건 아니라고 딱 잘라 부정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한강이 훤히 보이는 고층 30평대 서울 아파트를 자취방으로 사용하진 않아.”

“그, 그런가?”

“게다가 여기, 언니 명의로 되어 있지?”

비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뭐 어때서? 중요해?”

“중요하지. 여기, 전월세가 아니라 언니 자가라는 뜻이니까.”

“자가는 또 뭐야?”

연습생들 사이에서 불리던 비아의 별명이 하나 있다.

빡통 비아.

공부를 지독히도 싫어해서 경제나 부동산 상식 같은 것도 잘 모른다.

순백의 뇌를 가진 비아를 위해서 앨리샤가 이연의 추측을 친절히 설명해 줬다.

“여기 집주인이 우미 언니라는 거야. 근데 언니, 진짜야?”

당황해하던 우미가 이내 이실직고를 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응. 어쩌다 보니…… 근데 이연이는 그거 어떻게 알았어?”

“아까 언니가 우편물 살피는 거 봤으니까. 중간에 재산세 납부 관련 우편이 보이길래.”

“역시 예리하네.”

이연은 우미 집안이 잘사는 편에 속할 거라고 진작부터 예상했었다.

그러나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우미가 억지로 웃으면서 일행들을 넓은 소파에 앉혔다.

“자자.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뭐 가져다줄까? 아, 과일부터 깎아줄게. 어제 장 보면서 멜론 잘 익은 게 보이길래 사 왔거든. 잠깐만 기다려 봐.”

앞치마를 두르고 과일과 부엌칼을 꺼내 드는 우미의 모습을 보면서 비아는 온갖 추측을 내세웠다.

“우미 언니. 혹시 엄청 잘나가는 사업가 집안의 따님 아니야? 이연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이런 거 추리 잘하잖아.”

“글쎄.”

우미는 이전부터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연도 웬만하면 가족이 나올 만한 이야기는 잘 안 꺼내려고 하는 중이다.

‘사람마다 건드리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녀가 먼저 자신들에게 이야기해줄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이연은 그렇게 생각하고 조용히 기다릴 생각이었다.

* * *

우미의 집에서 팀 멤버들 전원 생존을 기념하는 짧은 파티를 가진 뒤.

이연은 다음 날부터 바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기로 했다.

홀로 회사를 나온 이연은 익숙해진 안무 연습실에서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이 와중에 익숙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우! 귀신인 줄 알고 식겁했네!”

이석호 트레이너가 놀란 심장을 부여잡으면서 권이연을 빤히 바라봤다.

“……진짜로 귀신 아니지?”

순간 이연은 인터넷을 살피다가 접했던 유명한 대사 하나를 읊었다.

“내가 지금도 권이연으로 보이니?”

“으, 으아악!”

이석호는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크게 놀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권이연이 그럴 리가 있겠냐는 어투로 말했다.

“사람입니다. 그렇게 안 놀라셔도 됩니다.”

“아, 씨! 너는 농담을 해도 그게 농담처럼 안 들려서 문제라고! 아고, 엉덩이 아파라…….”

무대에 올라섰을 때를 제외하곤 무표정이 기본 패시브다 보니까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권이연도 가끔은 농담을 할 줄 안다.

정말로, 아주 가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석호가 이연에게 물었다.

“쉬는 날인데. 왜 나와 있어?”

“집에 있어봤자 할 것도 없어서 연습이나 할 겸 해서 나왔습니다.”

“부지런하네. 다른 애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

“진절혜도 안 나왔습니까?”

여기서 진절혜의 이름이 튀어나올 줄은 예상 못 했는지, 이석호 트레이너가 애써 당혹감을 감추려 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안 보이니까 안 나왔겠지, 뭐.”

“……그렇습니까.”

권이연은 지난번에 유독 친해 보였던 이석호 트레이너와 진절혜의 모습이 아직도 의심스러웠다.

사적으로 서로 알고 지내는 듯했다.

권이연은 이런 의심도 하고 있었다.

혹시 이석호가 진절혜에게 미리 프로그램 내부 정보를 빼서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소위 말해서 ‘내통’이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다.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 뿐.

한편, 이석호 트레이너는 이연의 추궁에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는 듯 연습실을 떠났다.

“안무 연습실 사용하고 나서 불하고 에어컨 끄고 가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석호 트레이너가 사라진 방향을 한동안 계속 바라보던 이연은 방금 그가 보여줬던 행동에 대해 다시금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내가 진절혜에 대해서 물었을 때, 이상할 정도로 당황해했었지.’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어째서일까?

답은 뻔했다.

‘찔리는 게 있으니까.’

모든 연습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하지만 이연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이 무대가 어쩌면 기울어진 운동장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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