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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3화 (23/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23화

제7화. 영웅이 된 아이돌(3)

한 소리 들을 거란 각오로 회사를 방문한 거였는데.

오히려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돌아가게 되니, 권이연은 기분이 뒤숭숭했다.

인터넷에서도 그녀를 찬양하는 글들이 쉴 틈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타이밍도 상당히 좋았다.

‘1차 시청자 투표가 바로 내일까지였는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이렇게 3일 동안 대중들에게 권이연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어필하게 되었으니.

결과가 기대될 법도 하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까.’

방심하지 말자.

이럴 때일수록 권이연은 이런 각오를 다졌다.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가던 도중에 이연은 자신과 똑같이 회사를 찾은 또 한 명의 연습생을 포착했다.

‘진절혜 여긴 무슨 일이지?’

다음 녹화까지 특별히 주어진 미션 같은 건 없었다.

굳이 회사를 방문할 이유가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진절혜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상쩍은데?’

권이연은 마나를 몸에 두르면서 자신의 몸을 일시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었다.

음유시인으로 활동할 당시, 무대에서 깜짝 등장을 하기 위해 배웠던 투명 마법을 이럴 때 사용하게 될 줄이야.

다만, 외형만 투명하게 만들 뿐. 자신의 움직이는 소리까지 다 숨길 수 없었다.

사일런스 마법을 추가로 걸면 되지만, 권이연은 마법사가 아닌 음유시인이다. 숙달된 마법사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금방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부릴 수 있겠지만.

권이연은 마법사 수준만큼 전문적으로 마법을 판 건 아니었기 때문에 투명화 마법에만 집중하는 것도 고작이었다.

그래도 진절혜로부터 자신의 기척을 완전히 숨기는 것 정도는 충분했다.

2분 정도 지났을까.

한 남자가 주변의 시선을 살피면서 몰래 진절혜에게 접근했다.

‘저 사람은…….’

댄스 트레이너, 이석호였다.

그가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진절혜를 내려다봤다.

“갑자기 왜.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혹시 PD님한테 이번 투표 현황, 미리 들으신 거 있나 싶어서요.”

설령 들었다고 해도 연습생에게 그걸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이석호는 유독 진절혜에게만 상당히 친절해 보였다.

이석호는 연습생들한테 유독 엄격한 트레이너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진절혜한테만 보여주는 저 친절한 모습이 권이연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내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군.’

그 내용에 대해서까진 아직 알지 못한다.

한편, 이석호 트레이너는 진절혜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확히는 몰라. 내가 조금 있다가 서 PD한테 한번 슬쩍 떠볼게.”

“알았어요. 조금이라도 알아내는 거 있으면, 저한테 따로 연락 주세요.”

“그렇게 할게.”

할 말이 끝난 모양인지, 진절혜는 바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타이밍에 맞춰서 권이연도 같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말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녀.

인터넷 창을 띄운 진절혜는 검색란에 어떤 인물의 이름을 입력했다.

권이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연습생의 이름이었다.

‘내가 그렇게나 신경이 쓰이나 보군.’

어쩌면 이석호 트레이너에게 투표에 대해 물어본 것도 자신의 순위보다 권이연의 순위가 더 신경이 쓰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먼저 밖으로 향하는 진절혜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을 성장시킬 생각부터 먼저 해야 하거늘. 다른 사람의 성장에 시기하고 질투만 하면, 분명 도태될 거다.’

그녀가 음유시인으로 살아왔을 때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맞이한 결말을 굉장히 많이 봐 왔었다.

이연은 벌써부터 진절혜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 * *

마침내 첫 번째 탈락자가 나오는 날이 다가왔다.

녹화에 임하는 연습생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유야 뻔했다.

누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오늘만큼은 쭉 선두권을 유지해 오던 진절혜조차도 불안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바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아무런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았던 연습생이 갑자기 방송 막판에 데뷔조에 편승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반면, 1차 투표부터 순위권에 꾸준히 들었던 연습생이 반대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방심은 절대로 금물이다.

하지만 권이연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질 일 없다.

절대로.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듯한 모습이었다.

비아는 이런 권이연의 당당함이 부러웠다.

“나도 이연 언니처럼 저렇게 멋지게 다니고 싶은데.”

“1차에서 살아남으면, 멋있어질 수 있다.”

“이연 언니는 무조건 생존할 테니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아니, 너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혹시 PD님한테 슬쩍 이야기 들은 거라도 있어?”

워낙 자신감 있게 말을 하길래. 비아는 그런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연의 대답은 비아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냥 감이다.”

“이 언니가…… 동생 놀리는 것도 아니고. 에이, 진짜!”

한숨을 내쉬면서 이연의 옆자리에 앉는 비아.

바로 뒤에는 우미와 앨리샤가 자리를 잡았다.

남은 연습생들도 차례차례 빈 자리를 메꾸기 시작했다.

촬영 시작과 동시에 이제는 익숙해진 이은솔의 등장이 펼쳐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긴장하신 거 같네요.”

연습생들이 쓴 미소를 지었다.

원래대로라면 카메라 앞에서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했을 테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만큼 연습생들을 짓누르는 탈락이라는 공포가 어마어마함을 나타냈다.

“총 32명의 연습생 중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는 연습생의 숫자는 22명. 아쉽게도 10명의 탈락자는 다음 라운드에서 함께할 수 없습니다.”

탈락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연습생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점수 산정은 3차 팀 미션 때와 마찬가지로 시청자 투표, 심사 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서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팀 미션에서 우승한 다재다능 팀 멤버들에게는 예고했던 대로 시청자 투표에 가산표를 더해서 계산되었음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저 베네핏이 과연 얼마나 큰 변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그건 지켜봐야 안다.

“자, 그럼 먼저 20위부터 차례로 발표하겠습니다!”

막차를 탈 수 있는 연습생들의 순위는 21위, 그리고 22위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 두 순위는 맨 나중으로 발표를 미뤄뒀다.

시청자들에게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연출이지만, 연습생들 입장에서는 피 말리는 방식이었다.

“먼저 20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20위는 바로…… 양우미 연습생!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우미의 이름이 불리게 될 거라곤 본인도 예상 못 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쁨보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를 얼떨떨한 감정이 먼저 그녀를 덮쳤다.

“양우미 연습생. 무대 위로 올라오시겠어요?”

“네…… 네!”

어색한 발걸음을 이끌면서 무대로 향했다.

“간단하게 소감 한마디 들어볼까요.”

“머릿속이 지금 새하얗게 되어서…… 머, 먼저 하위권에 맴돌던 저를 이렇게 다음 라운드까지 올려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심사 위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뒤에 있는 좌석에 착석해 주시면 됩니다.”

양우미처럼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연습생들은 특별석에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양우미를 필두로 19위, 18위, 17위 등. 아슬아슬하게 라운드 진출권을 거머쥐게 된 연습생들의 이름이 차례대로 불렸다.

순식간에 5위까지 오게 되었다.

비아의 한숨이 깊어졌다.

“난 떨어졌나 봐.”

비아도 우미와 같이 비슷한 하위권대에 속해 있었다.

만약 그녀의 순위가 올랐다면, 그나마 10위권 대가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5위부터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넘사벽 순위라고 불릴 정도로 견고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경쟁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비아는 스스로가 거기에 속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때, 이연이 정말로 보기 드물게 먼저 팔을 뻗어 비아의 어깨를 감싸 안아줬다.

“아직 21위, 22위 남아 있으니까 벌써 실망하진 마.”

“이연 언니…….”

뒤에 앉아 있던 앨리샤도 비아를 응원했다.

“맞아. 나도 이름 아직 안 불렸는 걸.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 잃지 않고 있으니까, 너도 힘을…….”

내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마침 이은솔이 앨리샤의 이름을 불렀다.

“5위를 차지한 앨리샤 연습생,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개인 미션 7위. 팀 미션 1위. 그리고 1차 서바이벌 투표 5위.

권이연과 진절혜의 투톱 체제 속에서 앨리샤는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 가고 있었다.

“이렇게 순위가 높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남은 무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앨리샤의 소감을 끝으로 4위 발표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권이연과 진절혜, 두 사람의 이름은 불리지 않은 상황.

“이제 1위, 2위만 남았네요. 제가 호명하는 두 연습생은 위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권이연 연습생, 진절혜 연습생. 앞으로 나와주세요.”

두 연습생 중에 1위와 2위가 있다.

이은솔이 먼저 진절혜에게 물었다.

“누가 1위일 것 같습니까?”

“저는 이연이가 1위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유는요?”

“이연이,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예쁘잖아요? 그리고 노력가니까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것을 권이연이 모를 리가 없었다.

“권이연 연습생은 누가 1위가 될 거 같습니까?”

이연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저요.”

“아…… 권이연 연습생 본인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 이유가 있을까요?”

이연은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비아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들려줬다.

“그냥 감입니다.”

옆에서 실시간으로 표정이 변하는 진절혜의 얼굴이 키 포인트였다.

뭐 저런 X이 다 있지? 딱 이런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권이연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자, 그럼 영예의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첫 번째 서바이벌 투표! 1위의 영광을 누릴 연습생의 정체는 바로……!”

대형 모니터 위에 1위를 차지한 연습생의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권이연]

정체가 공개되자, 연습생들이 축하의 뜻을 담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진절혜도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박수를 쳤다.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연의 얼굴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감사합니다. 다음 라운드에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간결한 소감을 마친 이연은 당당하게 1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제 남은 순위발표는 21위, 22위뿐.

이연은 두 손을 간절하게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비아를 응시했다.

‘비아가 올라와야 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이연의 데뷔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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