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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0화 (20/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20화

제6화. 팀플레이(7)

오늘을 위해 32명의 연습생은 밤을 새워가면서 무대를 준비했다.

노력과 정성은 웬만한 프로 가수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세상일은 의욕만 넘친다고 항상 다 잘 풀리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렇게 정식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는 일은 그녀들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자질구레한 실수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물론 무대 분위기 때문인지 관중들은 사소한 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심사 위원들은 달랐다.

매의 눈으로 연습생들의 실수를 전부 포착해 냈다.

네 번째 팀 무대가 끝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을 때.

이석호 트레이너가 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엉망진창이네요.”

안무가 입장에선 당연히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물론 보컬 트레이너도 같은 심정이었다.

“라이브도 완전 꽝이에요. 아까 6번 연습생이 고음 내지를 때 삑사리 났던 거 들으셨죠?”

“듣는 제가 다 민망했습니다.”

다들 아직은 아마추어다 보니 실수가 잦은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방송이다.

현장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에 이런 모습들이 방송에 나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시청자들은 연습생들이 데뷔를 했든 안 했든. 아마추어든 프로든. 그런 건 고려하지 않는다.

무대에 선 이상 최소한의 기대치가 형성될 테고, 연습생들은 시청자들의 이런 기준을 만족시켜줘야 한다.

이석호 트레이너가 카메라 뒤에서 조용히 서 있는 서윤철 PD를 바라봤다.

“영상 편집하실 때 PD님이 고생 꽤나 하시겠어요.”

“그러게요.”

그러나 두 트레이너는 실망만 하진 않았다.

“절혜네 팀하고 이연이네 팀한테 기대를 걸어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절혜 연습생 팀 쪽을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안무 짠 거 봤는데, 좋더라고요.”

“어머, 그래요?”

댄스 트레이너가 이렇게까지 말을 할 정도면,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팀.

오채일 대표가 관중들을 눈으로 빠르게 훑으면서 말했다.

“그보다 촬영이 빨리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이러다가 마지막 무대 보기 전에 사람들 다 집에 가버리겠네.”

여러 팀의 무대를 한자리에서 봐야 하다 보니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렇다 보니 팬들은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순번으로 배치된 권이연 팀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 *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진절혜 팀의 차례가 돌아왔다.

중간 점검 때, 권이연 팀을 제외하고 그나마 나은 평가를 받았던 팀이 바로 진절혜 팀이었다.

소속사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내에서도 ‘항상 우수한 성적을 거둬온 엘리트 연습생’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덕분인지, 진절혜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의 숫자가 꽤 많았다.

대기실에 앉아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비아가 ‘쳇!’ 하고 짧게 혀를 차면서 말했다.

“저저 여우 좀 봐. 카메라 없을 때에는 맨날 누구 노려보는 것처럼 무서운 표정만 짓더니만. 사람들 있다고 내숭 엄청 떠네.”

우미가 비아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 구석에 달려 있는 작은 무인 카메라를 슬쩍 가리켰다.

“카메라에 다 찍히고 있으니까. 그런 건 입 밖으로 내지 말고 마음속 말로만 끝내.”

“…….”

비아는 손으로 자신의 입에 지퍼를 잠그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짧은 자기소개를 마친 뒤, 진절혜 팀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이미 중간 점검, 그리고 리허설 단계에서 진절혜 팀의 무대를 여러 번 봐왔었던 이들.

앞에서 무대를 꾸몄던 다른 팀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실수가 없네.’

민주린이 요구했던 진절혜 팀만의 오리지널 안무도 곳곳에서 보였다.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포인트 안무 또한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비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귀엽긴 귀엽네.”

같은 여자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애교였다.

단지.

“성격만 조금 좋았더라면 참 괜찮았을 텐데.”

“비아야.”

우미가 다시 한번 경고를 줬다.

아무리 서로 앙숙이라 할지라도 카메라 앞에서는 절대로 티를 내선 안 된다.

같은 꿈을 꾸면서 열심히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고 성장해 가는, 그런 아름다운 관계를 그려내야 한다.

그래서 방송이 어렵다.

“이연이 봐봐. 가장 짜증 나는 건 이연이일 텐데도 조용히 보고만 있잖아.”

“그런데 이연 언니는 절혜 언니 신경도 안 쓰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건…….”

환생한 순간부터 권이연은 진절혜를 라이벌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경쟁자는 오직 자기 자신뿐.

무대가 진행될수록 현장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과자 한 봉지를 해치우면서 조용히 모니터를 응시하던 앨리샤가 이연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엔 쟤네 팀 무대는 어땠어?”

권이연의 평가는 늘 한결같았다.

“무난하고 평범해.”

좋은 말로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오히려 이게 독이다.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혀 하루 종일 자신들의 무대가 생각이 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권이연이 오늘 무대를 보러 온 관중이었다면.

진절혜 팀의 무대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까먹을 자신이 있었다.

진절혜 팀이 경쟁 상대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권이연은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한 말이었다.

남의 무대에 신경 쓰는 건 여기까지.

“다음 팀 준비해 주세요!”

스태프의 외침에 이연과 팀 멤버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려 올라간 치마부터 황급히 손으로 끌어 내리는 이연.

‘이거 때문에 신경 쓰여 죽겠네.’

다른 건 다 적응해도.

치마라는 물건과 친해지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 * *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마지막 팀이 무대에 올랐다.

권이연과 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쳐 있던 관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큰 목소리로 이들을 반겼다.

이은솔이 그녀들에게 먼저 소개를 부탁했다.

“간단하게 팀 소개부터 시작해 볼까요.”

리더인 권이연이 마이크를 잡았다.

“둘, 셋.”

그녀가 신호를 주자, 팀원들이 단체로 고개를 한 차례 숙이고서 외쳤다.

“안녕하세요! 팀 다재다능입니다!”

이은솔이 팀원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서 다재다능이라는 팀명이 정해진 건가요?”

이번에는 팀 내에서 최연장자인 우미가 마이크를 들었다.

“선배님께서도 기억하시겠지만, 저희가 팀을 구성할 때 이연이가 팀 콘셉트가 뭐냐는 질문에 ‘다재다능입니다’라고 답했거든요. 그래서 팀명을 이렇게 지었어요.”

“그랬었죠. 이제 기억이 나네요. 그때 권이연 연습생 덕분에 스태프분들이 잠깐 멘탈이 나갔었죠.”

설마 같은 팀원 선택권을 지녔던 앨리샤를 자신의 팀원으로 데려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예상치도 못했던 그녀의 선택.

일각에서는 권이연이 자신의 출연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러 어그로를 끌기 위해 그런 신박한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론 선택 한 번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으니. 권이연 입장에선 득이 된 셈이었다.

게다가 우수한 팀원도 미리 선점해서 데려올 수 있었고 말이다.

“보니까 긴장 많이 되실 거 같은데. 무대에 서보니 어떤가요? 더 떨리시나요?”

“네. 지금도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어요.”

“저도요!”

우미와 비아, 앨리샤는 이런 무대에 서는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연은 이것보다 더 큰 규모에서 수차례 무대를 꾸몄다.

왕족, 귀족들 앞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그렇다 보니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오히려 무대로 인한 긴장감보다는 여지없이 노출된 자신의 맨다리를 사람들 앞에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만약 속바지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연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은솔은 이연의 이런 모습이 긴장 때문인 줄로 알았다.

“다들 힘내시고,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그럼 팀 다재다능의 무대를 보도록 할까요? 큰 박수와 함성 부탁드리겠습니다!”

MC답게 확실하게 분위기를 띄워주고 퇴장했다.

중간 평가 때처럼 일렬로 나란히 선 팀원들.

전주가 시작되자마자 이연이 스탠딩 마이크를 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관중들도 잘 아는 밀크티의 ‘라스트 찬스’를 설마 발라드로 소화할 줄은 몰랐는지, 관중들은 처음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렴구에 접어들면서 무대 분위기가 락으로 바뀌자, 관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격하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주형운과 양인박, 그리고 처음에는 창피해하던 권민준 역시 부끄러움을 집어던진 채 응원 도구들을 들고 권이연을 응원했다.

“누님! 최곱니다!!!”

“권이연, 데뷔해! 지금 당장-!!!”

아직 끝이 아니다.

간주 파트에서 그녀들이 준비한 짧고 강한 댄스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팀 다재다능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심사 위원들도 절로 몸을 들썩였다.

원조 격인 민주린조차도 지금의 무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원하게 내뻗는 권이연의 고음은 관중들의 답답함을 한꺼번에 뚫어버렸다.

순식간에 시간이 흐르고.

팀 다재다능의 무대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점점 꺼지는 조명.

권이연과 팀원들은 동시에 고개를 푹 숙이고서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여운을 선사했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다시 조명이 밝아지면서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숨을 헐떡이면서 엔딩 포즈에 들어간 멤버들.

카메라가 한 명 한 명씩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이들을 비췄다.

비아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는 동작을 취했다.

다른 팀원들도 윙크를 하거나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는 둥, 미리 생각해 온 나름의 엔딩 포즈들을 펼쳤다.

하지만 권이연만 요지부동이었다.

카메라 감독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눈짓을 보냈다.

엔딩 포즈, 뭐 없냐고.

이런 식으로 재촉을 했다.

“…….”

눈치를 살피던 권이연은 비아가 했던 것처럼 어색하게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모든 무대가 끝이 났다.

“권이연! 권이연! 권이연!”

“양우미, 이비아! 잘했다!”

“앨리샤 언니, 너무 예뻐요!”

여태껏 무대를 선보였던 팀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에 관중들의 머릿속에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다.

관중들에게 무대를 봐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인사를 한 뒤에 무대를 내려가는 그녀들.

이제 남은 건 투표 결과뿐이다.

* * *

모든 투표가 종료되었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팬들로 꽉 차 있었던 넓은 관중석을 연습생들만으로 채우려니 왠지 모를 휑함마저 느껴졌다.

이은솔이 다시 무대에 올라 연습생들에게 말했다.

“다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순위부터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관심사는 오로지 1위뿐.

끝에서부터 차례차례로 순위가 공개되었다.

탑 3가 발표될 때까지 권이연 팀과 진절혜 팀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둘 중에 한 팀이 첫 번째 팀 미션 1위라는 뜻이었다.

“1위부터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공개해 주시죠!”

마침내 밝혀지는 1위의 정체에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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