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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4화 (14/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4화

제6화. 팀플레이(1)

베네핏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연습생들은 크게 술렁였다.

화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팀 선정권]

“더불어서 2차 미션 내용도 같이 보시겠습니다.”

쉴 틈도 없이 스크린 화면이 바뀌었다.

[팀 미션]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라!]

당황하는 연습생들과 달리 이연은 여전히 침착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이런 내용들이 나올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걸 그룹을 뽑는 거니까. 슬슬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미션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

이연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술렁임이 잦아들기도 전에 은솔의 멘트가 이어졌다.

“상위 여덟 분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자리에서 일어선 이연은 다른 상위권 연습생들과 함께 무대로 올라섰다.

“혹시 팀 미션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아니요. 전혀…….”

“저도 몰랐어요.”

“지금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서, 아무런 생각도 안 들어요.”

연습생들은 자신이 상위권에 들었다는 기쁨도 금세 잊어버릴 정도로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연은 침착했다.

“슬슬 하나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위의 위엄은 남다르네요.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자신과 같이 팀을 꾸릴 인원을 각각 3명씩 선정해야 합니다. 총 여덟 팀이 경쟁을 펼치게 될 텐데요. 관객들 앞에서 직접 무대를 꾸미시면 됩니다.”

팀원도 팀원이지만.

아직 중요한 게 하나 더 남았다.

“곡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은솔의 설명이 이어지기도 전에 이연이 물었다.

은솔은 가벼운 미소로 다시 한번 화면을 가리켰다.

연습생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또다시 화면이 전환되면서 이연이 물었던 곡들이 차례차례로 공개되었다.

“저 중에서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이연의 눈에 들어오는 곡들이 몇 개 있었다.

곡 선택 우선권은 여덟 개의 팀 리더가 각각 게임을 해서 정할 예정이었다.

우선은 팀 배정부터.

“권이연 연습생부터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그녀는 1위의 특권을 마음껏 누릴 생각이었다.

개별 평가 때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연습생들을 데려가지 않을까. 모두가 이렇게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권이연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결정을 선보였다.

“양우미 연습생, 이비아 연습생을 선택하겠습니다.”

맨 마지막에 남을 거라고 예상했던 하위권 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린 것이다.

연습생들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제작진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개고생을 해서 얻은 1위의 특권을 이런 식으로 사용…… 아니, 어떤 의미로 낭비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건 제3자들의 관점일 뿐.

이연 입장에선 최고의 선택인 셈이었다.

“혹시 양우미, 이비아 연습생을 먼저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은솔도 궁금한 나머지 대본에 없던 질문을 던졌다.

“팀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별 능력치가 아니라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무대의 완성도가 좌우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미와 비아는 이미 선공개 영상 녹화 때부터 줄곧 이연과 같이 합을 맞춰온 멤버들이다.

게다가 이연의 말이라면 잘 따르는 성향도 가지고 있었다.

다루기 편한 팀원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이연은 둘을 고르게 되었다.

물론 우미, 비아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연과 같은 팀이라면,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 양우미, 이비아 연습생은 권이연 연습생과 한 팀인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직 한 명이 더 남았는데. 이 한 명은 누구로 하실 건가요?”

탐내는 연습생이 누군지 정체를 공개하기 전에, 이연은 이런 질문을 꺼냈다.

“혹시 여기 무대에 올라와 있는 연습생도 제가 고를 수 있는 범주에 포함될까요?”

몇 번째일지 모를 술렁임이 펼쳐졌다.

이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현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상상도 못 한 발상.

은솔이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고선 제작진을 찾았다.

서 PD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은솔이 다시 무대에 올라섰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라서, 급하게 제작진하고 이야기 좀 하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사과의 말로 시작한 은솔은 곧바로 이연의 물음에 답해줬다.

“가능은 하다고 합니다. 대신에 조건이 있다네요.”

“어떤 조건입니까?”

“지목을 당한 연습생이 동의를 해야 합니다. 연습생 입장에선 자신이 직접 팀원을 고를 수 있는 메리트를 포기하고 가는 거니까요.”

가기 싫다고 하면, 다른 연습생을 골라야 한다.

간단한 논리였다.

그래서.

이연은 대체 누굴 염두에 두고 있기에 이런 문의를 했을까.

모두가 궁금해졌다.

“권이연 연습생이 원하는 마지막 멤버가 누구인가요?”

은솔의 재촉에 이연은 망설임 없이 한 명을 지목했다.

“앨리샤 연습생입니다.”

미국에서 온 혼혈 연습생이 그 주인공이었다.

앨리샤는 설마 자신이 지목될 줄 몰랐는지 이연에게 재차 물었다.

“저…… 요? 정말요?”

“예.”

잘못 지목한 게 아님을 강조하는 이연의 태도에 앨리샤는 생각이 많아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이연이 은솔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마이크 좀 빌려줄 수 있냐는 뜻을 담은 그런 행동이었다.

은솔이 슬쩍 이연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건넸다.

그러자 이연이 앨리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한테 와요. 제가 정말 잘해줄 테니까.”

적극적인 그녀의 구애.

연습생들 사이에서 ‘어머어머어머!’ 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앨리샤의 얼굴이 살짝 발그레해졌다.

나이로 따지면, 이연과 앨리샤는 서로 동갑이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믿음직한 언니 포스에 앨리샤의 마음이 수줍게 기울었다.

“저, 권이연 연습생 팀으로 가겠습니다!”

이연의 매력에 넘어간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되었다.

* * *

5위였던 앨리샤가 권이연 팀으로 가게 되면서 한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순위권에 들지 못한 9위 연습생이 무대에 올랐다.

가장 먼저 팀 구성을 마친 이연은 여유롭게 다른 팀장들의 선택을 지켜봤다.

마침내 완성된 8개의 팀.

이제 선곡을 위한 미니 게임을 남겨두게 되었다.

“각 팀별로 리더를 선정해 주세요.”

1팀은 자연스럽게 권이연이 리더가 되었다.

이연이 나오면,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는 연습생이 존재한다.

바로 진절혜였다.

그녀 역시 리더로서 이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8명의 리더들이 모두 가려지자, 마침내 미니 게임의 정체가 공개되었다.

[닭싸움 대결]

“룰은 간단합니다. 한쪽 다리를 들고, 한 발로만 이동하면서 상대를 원 밖으로 밀어내면 되는 게임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없죠?”

앨리샤를 제외한 모든 연습생은 은솔의 물음에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중심 잡기와 유연성, 그리고 근력과 상황 판단 능력 등.

종합적인 것들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이연은 해본 적은 없지만,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단순하고 빨리 끝날 수 있는 게임이었기에 오히려 이연은 잘됐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게임은 토너먼트전이 아닌, 8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살아남은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지게 될 겁니다.”

목표는 간단하다.

오래 살아남으면 장땡.

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연습생들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원은 생각보다 넓다.

공간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자, 준비하시고…….”

은솔이 입에 호루라기를 물었다.

동시에 연습생들이 각자 자신 있는 포즈를 취했다.

삐이익-!

호루라기 신호와 함께 연습생들의 맹렬한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8명이서 동시에 시합을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즉시 합동 공격을 당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군을 만드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연과 눈이 마주친 3팀 리더.

이연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3팀 리더 역시 힘찬 눈짓을 보였다.

5초도 안 된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동맹.

하지만 이건 다른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예야!”

“응!”

애초부터 서로 친한 친구 관계였던 2팀, 6팀, 그리고 7팀 리더들 셋이 서로 뭉쳐서 각기 다른 팀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연합이 중요하다는 걸 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연합에 당황한 3팀 리더는 빠르게 아웃.

다른 팀들 역시 차례차례로 아웃을 당하기 시작했다.

“다음, 1팀 노리자!”

“알았어!”

이연이 다음 타깃이 되었다.

뒤에서 1팀 멤버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연아, 구석으로 도망쳐!”

“끝까지 살아남아야 해, 언니!”

이연도 알고 있다.

가장 먼저 달려드는 2팀 리더를 끝까지 주시하고 있던 이연은 부딪치기 직전, 슬쩍 몸을 옆으로 뺐다.

그러자 2팀 리더가 제풀에 못 이겨 그대로 원 밖을 향해 나가떨어졌다.

아무런 힘 들이지 않고 한 명을 아웃시킨 이연은 여유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남은 연합 둘을 도발했다.

“덤벼보시지.”

상대가 수적으로 우세할 경우에는 각개격파가 가장 효율적이다.

그걸 위해서 이연은 일부러 두 사람을 도발했다.

이연의 도발에 제대로 넘어간 7팀 리더가 호기롭게 먼저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6팀 리더가 그녀를 말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세를 살짝 낮춘 이연은 추진력을 이용해 다가오는 7팀 리더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당연하게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이연 쪽이 상대방에게 더 강한 대미지를 입혔다.

결국 무게 중심을 잃은 7팀 리더의 다른 발이 땅에 닿았다.

은솔은 이걸 놓치지 않았다.

“7팀, 탈락!”

마법의 도움이 없어도 이연은 여유롭게 이들을 농락하듯 쓰러뜨려 가기 시작했다.

남은 연합 멤버였던 6팀 리더 역시 이연과의 정면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렇게 혼자서 세 명의 연합을 무너뜨린 이연의 활약상에 지켜보던 연습생들도, 그리고 카메라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 명씩 탈락 선언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최후의 2인만 남게 되었다.

1팀 리더, 권이연.

그리고 8팀 리더, 진절혜.

절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하고 둘이 남게 될 줄은 몰랐어. 지긋지긋한 악연이야, 정말로.”

“그러게.”

독기로 무장한 진절혜의 눈빛이 매우 날카로워졌다.

상대가 권이연이라면, 그녀는 전투력이 150퍼센트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절혜는 미션 때보다도 더 열심히 그녀를 쓰러뜨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연은 여유롭게 진절혜의 공격을 회피했다.

적을 쓰러뜨리려면 강하고 날카로운 공격만 필요한 게 아니다.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할 줄 아는 방법도 필수다.

기세 좋게 달려든 진절혜의 일격을 아슬아슬한 거리로 피한 이연은 슬쩍 그녀의 등을 떠밀면서 원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진절혜는 2팀 리더와 달랐다.

악으로, 깡으로 겨우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버텨낸 그녀.

견뎠다는 기쁨도 잠시.

“어차피 끝났어.”

이연이 그녀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곧바로 2연타가 이어졌다.

어깨로 진절혜를 강하게 밀쳤다.

이것까진 버티지 못한 절혜는 예상대로 탈락 선언을 받게 되었다.

삐익! 소리와 함께 은솔이 이연의 우승을 선언했다.

“권이연 연습생, 승!”

긴장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미니 게임.

권이연은 당연하다는 결과처럼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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