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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3화 (13/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3화

제5화. 어나더 레벨(2)

같은 노래와 안무로 심사 위원들의 기억 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오랫동안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이연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그 해법을.

이연의 작전대로, 심사 위원들은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직 제목도 붙지 않은 오리지널 곡. 이 곡의 음은 여자 키 노래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특히 후렴구 부분은 고음에 자신이 없지 않은 이상, 웬만한 가수는 부르기 힘들 정도로 난도가 상당한 곡이다.

그런데.

“여기서 2키를 더 올려서 부르겠다고?”

“제정신이 아니구만.”

이석호 트레이너는 방송이라는 것도 잊은 채 거친 표현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일렀다.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다.

“안무를 소화하면서 2키 높은 노래까지 라이브로 불러야 할 텐데. 가능할까요?”

나현아가 궁금해서 물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 명.

영상 속 권이연밖에 없을 것이다.

전주가 끝나고. 마침내 이연의 라이브가 펼쳐졌다.

-널 만났을 때 느꼈던 설렘.

아직도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My heart.

나현아 트레이너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의외로 음정은 안정적인데요?”

노래가 시작할 때부터 숨을 헐떡이는 연습생도 있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이연은 차원이 달랐다.

이코노미석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이 심사 위원들을 감쌌다.

은솔이 한마디를 더했다.

“다른 연습생들 영상 볼 때에는 실수하면 어쩌나 제가 다 조마조마했는데, 권이연 연습생은 그렇지가 않네요.”

“그냥 아카튜브에 올라온 유명 가수의 안무 연습 영상을 보는 기분이에요.”

“미러 버전이겠죠?”

“네, 아마도요.”

은솔과 이야기를 주고받은 나현아가 작게 웃었다.

그만큼 이연이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수준은 연습생 단계를 아늑히 뛰어넘었다.

이 기대감은 후렴 파트에서도 이어졌다.

-내 손을 잡아줘.

너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

그대는 나만의 Sunshine.

따스한 빛으로 나를 녹여줘.

이 노래에서 가장 높은 음을 자랑하는 곳조차도 이연을 막진 못했다.

노래 실력도 노래 실력이지만.

“안무도 완성도가 높네요.”

“석호 샘보다 더 잘하시는 거 아니에요?”

나현아가 농담조로 말하자, 이석호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개인 라이브 영상이 끝나고.

엔딩 포즈로 마무리를 지은 권이연은 숨 하나 헐떡거리지 않은 채로 카메라 너머에 있을 심사 위원들에게 인사까지 했다.

-32번 연습생 권이연이었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은솔과 나현아가 동시에 작은 박수를 쳤다.

오채일 대표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들의 박수갈채에 동참했다.

“난 이 친구가 일등인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

“저도요.”

“평가 권한은 없지만, 만약에 저한테도 권한이 주어진다면 저도 권이연 연습생한테 무조건 1등 주고 싶습니다. 완벽한 영상이었어요.”

펜대를 굴리던 민주린이 이은솔을 향해 날카롭게 물었다.

“약간 사심이 담겨 있는 거 같은데?”

그러자 이은솔은 오늘 중 가장 크게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선배님! 그, 그럴 리가요. 저는 순수하게…… 아니, 객관적으로 느낀 그대로 말씀드린 거예요.”

“농담이야, 농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강하게 부정하는 이은솔을 보면서 민주린은 가볍게 웃었다.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저도 권이연 연습생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민주린 역시 권이연의 편을 들어줬다.

마지막 남은 이석호 트레이너 역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만장일치로 정해진 1등.

이제는 더 이상 그녀를 32위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 * *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두 번째 날.

오늘 모인 연습생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이야깃거리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당연히 곧 있으면 발표될 1차 미션에 관한 결과.

그리고 두 번째는…….

“내일, 드디어 SSS 첫 방송이지?”

“맞아, 맞아! 어제 긴장돼서 잠 한숨도 못 잤다니까?”

“친구들이 방송 언제 시작하냐고, 너 언제 나오냐고 막 연락 오는데……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아직 자신이 얼마나 많은 출연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보컬 평가에서 한번 크게 삐끗하긴 했지만, 그동안 월말 평가 때부터 쭉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진절혜라면 단연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터.

여기에 추가로 더하면.

“선공개 영상에서 1위 먹었던 애들도 많이 나오겠지?”

“부럽다, 비아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이연 언니한테 부탁해서 그쪽으로 들어가는 건데.”

잠시 다른 연습생들 무리에 섞여 있던 비아가 졸지에 부러움의 대상으로 거듭났다.

권이연의 힘이 거의 90퍼센트 이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아는 괜히 자신의 일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게 다 이연 언니한테 열심히 애교 부린 덕분이지. 엣헴!”

이때 뒤에서 누군가가 비아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화들짝 놀란 비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권이연이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수다 그만 떨고 이쪽으로 와라.”

첫 녹화 때와 달리, 오늘은 특별히 몇 번 연습생이 어디에 앉으라는 식으로 자리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다.

곧 심사 결과를 들을 테니까.

마음 맞는 연습생들끼리 무리 지어 앉아 있어야 서로 위로도 해주고, 공감대도 형성해 주는 장면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자유롭게 방치해 둔 거였다.

이연이 비아를 데리고 간 곳에는 이미 양우미도 와서 앉아 있었다.

언니들 사이에 앉은 막내 비아가 우미와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앉았다.

“언니는 방송 나온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뭐래? 엄청 기뻐하지 않아?”

“그야 뭐…….”

미묘한 대답이 이어졌다.

기대와는 다른 반응에 비아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설마 싫어하셔?”

“응? 아, 아니야. 조, 좋아하시지.”

말을 더듬는 그녀의 모습 덕분에 수상함만 늘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을 주시하던 이연은 수다의 장을 열려고 하는 두 사람에게 조용히 말했다.

“곧 방송 시작할 거야.”

이연의 말이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조명이 바뀌면서 조연출의 외침이 스튜디오를 채웠다.

“곧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연습생들은 부랴부랴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외모 상태를 최종 점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은솔이 마이크를 들고 다시 무대에 등장했다.

연습생들의 표정을 빠르게 훑던 이은솔은 그녀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인지 농담 섞인 멘트를 꺼냈다.

“다들 첫 방송 때보다 훨씬 여유로워지셨는데요? 이제 프로 방송인들이 다 되셨네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면서 꺄르르 웃는 연습생들.

그러나 이연의 무표정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무뚝뚝하기까지 해보이는 이연의 모습에 은솔은 괜히 머쓱해졌다.

첫 방송일 이후부터 자꾸만 이연이 신경이 쓰였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에 이은솔은 이연의 선공개 영상도 여러 번 돌려봤었다.

카메라 안에서의 모습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그녀.

은솔도 남자다 보니 자꾸만 그녀에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개를 거세게 가로저으면서 다시금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그때.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3, 2, 1, 큐!”

은솔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송용 표정으로 바뀌었다.

“최고의 걸 그룹 데뷔를 만들어가는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오늘, 그 두 번째 막이 올랐습니다.”

막힘없이 큐시트의 내용을 읊어가는 은솔을 보면서 이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네.’

목소리 톤도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게다가 잘생긴 외모와 인기 덕분에 프로그램의 화제 몰이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MC를 보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 날, 온갖 커뮤니티 사이트에 그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었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냐면서 난 안 본다고 잠정적으로 불매운동까지 선언했던 사람들조차 이번만 봐주겠다고 말을 바꿀 정도였으니.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스타의 존재 하나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이지.’

음유시인으로 활동할 때에도 이연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수차례 접했다.

본인이 그 일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적도 있고 말이다.

“지난번 촬영 막바지 때 여러분들에게 첫 미션이 주어졌던 거 기억하시죠?”

“네!”

“동일한 곡과 안무로 영상을 촬영해서 심사 위원분들에게 평가를 받는 미션이었는데요. 순위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영상부터 보고 가시겠습니다.”

거대한 스크린 화면에 심사 위원들이 영상을 보고 평가를 내리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순서는 1번 진절혜부터.

무적의 포스를 자랑하는 진절혜조차도 이번 1차 미션에선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연습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절혜가 저 정도인데…….”

“우리들은 어떻겠어?”

“아, 나는 영상 못 보겠다.”

“녹화할 때 막 음 이탈되고, 그랬는데. 어쩌면 좋아…….”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들의 예상대로 심사 위원들로부터 냉혹한 평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몇몇 연습생들은 박한 평가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15번 연습생의 차례가 되었을 때.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생각보다 잘했는데요?

-15번 연습생, 앨리샤. 이 친구, 한국인이 아닌가 보네요?

-미국에서 왔어. 어머니가 한국인이시고, 아버지가 미국인이라고 하던데?

-어쩐지. 굉장히 이국적으로 생긴 것처럼 보였는데.

미국에서 온 연습생, 앨리샤.

독특한 외모 덕분에 오디션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연습생이었지만, 한 가지 불안 요소가 있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탓에 한국말이 서툴다는 점.

그러나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만 3년을 가까이 하고 있으니, 이 단점도 많이 보완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연습생 중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카메라가 그녀의 표정을 집중 조명했다.

갑자기 카메라가 훅 들어오자, 앨리샤의 입꼬리가 잠시 방향을 잃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 모양인지, 끝까지 미소를 유지했다.

앨리샤 이후로 한동안 심사 위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연달아 이어졌다.

정점을 찍은 건 마지막 권이연의 차례 때였다.

-역시. 믿고 보는 권이연이네요.

-뭘 시켜도 잘한다는 느낌일까요.

-이 친구는 어나더 레벨이네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다시 이연에게 몰려들었다.

순위 공개를 하지 않아도, 1등이 누군지 다 알 것 같았다.

“지금부터 첫 번째 미션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1위부터 32위까지의 모든 순위가 공개되었다.

1위는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권이연이 차지했다.

처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앨리샤는 5위.

마지막으로 진절혜는 아슬아슬하게 8위를 기록했다.

순위에 이어서.

“상위권 탑 8명에게 주어지는 베네핏의 내용도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보여주시죠!”

권이연이 가장 궁금해했던 내용이 펼쳐진 순간.

모든 연습생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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